
K-팝에서 장르적 다양화 혹은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는 대부분 활동 곡의 변천으로 기록된다. 예를 들어 힙합에서 팝으로, 뒤이어 댄스로.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고, 노래와 노래, 활동과 활동 사이에서 급격하고 폭넓은 변화가 자연스럽다. 퍼포먼스가 장르의 중요한 구성 요소를 이루고, 아티스트가 첨두에 서지만 주기적인 컴백을 보장하는 체계적인 집단 창작 덕분에 가능한 특징일 것이다. 요컨대 K-팝의 가장 과감한 시도는 수록 곡이라는 이름으로 뒤에 서지 않는다.
세븐틴의 여섯 번째 공식 유닛 V8(디에잇, 버논)의 데뷔 EP ‘V8’은 기존의 문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두 아티스트는 앨범 전체를 언더그라운드 클럽 사운드와 하이퍼팝이라는 일관된 도전으로 빚어냈다. 이들은 스스로 이룬 성공 이면의 공허함과 혼란을 현대적 댄스 음악이라는 취향과 의도가 담긴 배경 위에 풀어 놓는다. 이는 세븐틴이라는 팀의 미덕에서 출발하지만, 두 사람만을 위해 다르게 쓰인 일기처럼 보인다. 세븐틴은 다인원 그룹의 장점을 극대화한 자체 제작 시스템과 밝고 긍정적인 서사로 K-팝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팀 중 하나가 되었다. V8도 스스로 창작의 중심에 서고, 여전히 아이돌로서 유효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다른가?

첫째, 기획 중심의 A&R 외부에서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와의 직접적인 연대를 노린다. 디에잇과 버논은 직접 본인들이 선망해온 국내외 전자음악 및 서브컬처 프로듀서에게 직접 접촉했다. 독일 출신의 메카톡(Mechatok), 100 겍스(100 gecs)의 딜런 브래디(Dylan Brady),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에 빛나는 전자음악가 키라라(KIRARA) 등 협업이 일상화된 K-팝에서도 이례적인 라인업이 눈에 띈다. ‘미아’에 참여한 키라라와 한정인의 소셜 미디어 포스팅은 이 협업의 진정성에 대한 기록이나 다름없다. “나는 이제 너의 친구가 될 거야. 그래야 곡을 쓸 수 있거든. 그 무엇도 아닌, 노바디인 내가 K-팝 스타인 그에게 선언했을 때 버군은 좋다고 대답했다.” (한정인)
둘째, 다국적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표출한다. V8은 별도의 중국어 또는 영어 버전을 발매하지 않는다. 대신 디에잇과 버논은 한 곡 안에서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메시지 전달에 가장 편안한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교차시킨다. 여기서 언어의 혼재는 ‘현지화’ 혹은 상업적 전략이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과 표현 방식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선택의 결과다.
셋째, ‘희망찬 청춘’에서 ‘소모된 청춘’으로의 서사 전환이다. V8의 청춘은 가면 뒤의 취약함과 성공에 대한 죄책감을 다루는 뼈아픈 후일담이다. ‘데이즈드’ 인터뷰에서 직접 밝힌 바와 같다. “특별한 긍정적 메시지를 담으려 한 건 아니었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게 바로 우리다.”

V8은 자신들의 가치를 8곡으로 구성된 앨범 전체에 걸쳐 꾸준히, 하지만 다양하게 배합하면서 견지한다. 어떤 메시지는 그만한 분량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rat race’는 소모된 청춘의 가장 또렷한 예시일 것이다. KATSEYE의 ‘Gnarly’, 르세라핌과 아일릿을 더한 ‘ICONIC BY MISTAKE’에 참여했던 하이퍼팝 아티스트 앨리스 롱위 가오(Alice Longyu Gao)는 장르의 간판 스타인 100 겍스의 딜런 브래디로 연결되었다. 이 곡은 K-팝 아이돌로서의 압박 그 자체를 노래한다. 버논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추락”할 듯한 불안감에 “관에 들어갈 때까지 히트 곡을 만들어야” 한다. 디에잇은 중국어로 “미소가 가면이 될 때, 거울 속의 나는 진짜 나인가” 묻는다. 이 이야기에 반전은 없고, ‘매일이 경쟁’임을 밝힐 뿐이다.
반면 ‘singasong’은 두 사람이 원했던 장르적 쾌감에 집중한다. 메카톡과의 협업은 시원한 해방감과 가벼운 신시사이저 리듬으로 무거운 서사를 밀어내고 유희적 감각을 폭발시킨다. 코러스에서 버논은 “I feel like Mechatok”이라고 메카톤 자체를 언급한다. 사실 코러스 전체의 라임이 그의 이름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가사만이 아니라 작업 과정이 그만큼 자유로웠다. ‘더 페이더’ 인터뷰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초기 데모에 쓰인 임시 가사였지만 어느 순간 진짜 가사의 일부가 되었다. 버논은 2022년 인터뷰에서 메카톤의 음악을 추천한 적이 있고, 앨범 작업을 위해 메카톤은 비트를 담은 폴더를 보내주었고, 버논은 서울에서 공연 중이던 메카톤과 곡을 완성했다. “나는 항상 친구들과 이렇게 일해 왔다. ‘요즘 뭐 만들고 있어? 폴더 하나 보내줘.’ 하는 식이다. 그래서 버논이 그렇게 물어봤을 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K-팝 컨텍스트에서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냥 친구들과 음악을 만드는 일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듯,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작업 전반에 참여한 ‘girlsnboys’가 있다. 퍼렐 윌리엄스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드럼과 베이스 라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신나는 것보다는 초기 신스 팝의 차갑고 감각적인 무드를 띤다. 마치 넵튠즈(Neptunes) 시절을 보는 듯하다. ‘빌보드’ 인터뷰가 물은 것처럼, 데모 버전에서 “I miss the girls and girls and more girls”였던 가사는 “소년소녀들은 너무 지쳤다”고 선언하며, 세상에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환대로 바뀌었다. 이들은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으면서도, K-팝의 범주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

버논과 디에잇이 각자만의 계획이 있었음은 각자의 솔로 곡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두 사람은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장르적으로 선명한 트랙을 만들 수 있는 협업자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버논의 ‘미아’는 키라라, 한정인과의 협업으로 올해 K-팝의 인상적인 순간을 일궜다. 이 노래를 위해 모인 모든 창작자는 주제와 영감을 공유했다. 자아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길 잃은 아이(미아)’의 사연, 블러(Blur)의 ‘Song 2’ EDM 리믹스에서 출발하는 쾌활한 에너지가 만난다. 이는 댄스 장르의 숨겨진 비밀, 신나고 단순한 것처럼 들리는 음악이 어떻게 깊이 있는 자아 성찰의 텍스트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K-팝의 정상급 아티스트와 언더그라운드 음악가의 우정이 어떻게 그 가치를 증폭하는지 알려주는 귀한 사례다.
한편 디에잇의 솔로 곡 ‘8DM’은 이름부터 ‘디에잇 버전의 EDM’으로 보인다. 그는 2년 전 롤라팔루자 공연을 위해 방문한 베를린의 언더그라운드 클럽에서 EDM에 본격적으로 빠졌고, 장르의 세부적인 갈래보다 포용적인 무언가를 원했다. 앨리스 롱위 가오와 함께 DPR CREAM과 DPR ARTIC이 참여했다. 이 트랙은 그 자체로 완결이라기 보다, 댄스 플로어를 위해 준비된 기초처럼 들린다. DJ로서의 디에잇은 언젠가 자신의 트랙으로 플로어를 흔들고 싶지 않을까?
트랙을 따져볼 때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연락처를 열어 위시리스트 음악가들과 직접 교감하며 세븐틴 멤버이지만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현대적인 전자음악의 문법으로 써냈다. 협업자는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자신들의 사운드를 꺼내 놓았다. 동시에 버논과 디에잇은 낯선 사운드를 낯설게 남겨두지 않고, 주류 K-팝에 어울리는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50만 장을 돌파한 상업적 파급력을 두고 이들의 인기나 화력만으로 설명하면 아까운 이유다. 요컨대 ‘V8’의 가장 인상적인 발견은 디에잇과 버논의 주도적인 프로듀싱 역량이다. 이는 K-팝 아티스트의 예술적 자율성이라는 심화 전공 과목의 새로운 단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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