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새 솔로 곡 ‘Ice Cream’의 뮤직비디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의 멱살을 잡기도 하고, 연인인 듯 서로에게 손을 올리기도 하며, 누군가를 뒤쫓아 옷깃을 붙잡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수많은 손길이 오가는 세계에서 연준만은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존재다. 그는 뮤직비디오 내내 한 여성과 시선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스쳐 지나갈 뿐이고, 같은 프레임 안에서도 일정한 거리를 둔 채 춤을 춘다.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은 연준이 벤치에서 잠시 여성의 곁에 앉는 장면뿐이다.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마지막으로 바닥에 떨어졌지만 여전히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비춘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 Let’s keep it 애매하게”라는 가사 그대로, 달콤하지만 쉽게 닿을 수 없는 존재. “이 거릴 지킬 때”만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관계를 약속하는 남자. 소위 ‘나쁜 남자’라 불릴 법한 캐릭터를, 연준은 ‘Ice Cream’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
‘Ice Cream’ 뮤직비디오와 무대에서 연준은 청바지에 티셔츠, 모자처럼 일상복에 가까운 차림으로 등장한다. 새로운 캐릭터를 덧입히기보다는, 마치 평소의 연준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놓은 듯한 스타일링이다. 퍼포먼스 역시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기보다는 연준 특유의 여유로운 바이브를 구현하는 데 집중한다. 팔다리를 크게 사용하며 바운스를 타는 동작은 숏폼에서 유행하는 대중적인 댄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몸을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와중에도 가슴으로 짧은 팝을 연달아 넣거나, 동작과 동작 사이를 제스처로 메우는 디테일은 퍼포먼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아티스트가 지닌 고유의 감각이 함께할 때만 가능한 움직임이다. 이처럼 애쓰지 않는 듯 무대를 장악하는 연준의 존재감은 ‘Ice Cream’이 구현하는 판타지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거리를 걸을 뿐인데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존재. 현실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울 것 같은 그 판타지가, 연준을 통해 현실이 된다.

‘Ice Cream’이 수록된 미니앨범 ‘NO LABELS: PART 02’의 첫 트랙 ‘Vanilla’는 ‘Ice Cream’과 마치 한 쌍의 대칭처럼 보인다. ‘Ice Cream’에서 연준은 “Oh girl, too hot / 식혀 네 마음”이라며 관계의 주도권을 쥔 남성을 노래한다. 반면 ‘Vanilla’에서는 아이스크림의 대표적인 맛인 동시에 영어에서 ‘평범한’, ‘특별할 것 없는’을 뜻하는 바닐라에 스스로를 비유한다. 하지만 정작 ‘Vanilla’는 랩으로 시작해 프리코러스에서는 나른한 보컬을, 코러스에서는 끝음을 날카롭게 끌어올리며 록에 가까운 창법까지 오가는 변화무쌍한 구성을 갖췄다. 이를 하나의 보컬로 설득력 있게 이끌어 가는 연준의 표현력은 ‘Vanilla’라는 제목과 가사가 말하는 평범함을 오히려 뒤집는다. ‘NO LABELS: PART 02’에서 ‘Ice Cream’처럼 “진지한 건” 거부하는 화자와, “처음이야 이런 feelings 이 감정 뭔데”라며 서투른 감정을 고백하는 ‘조금 서툴러도 다시 (Baby Wassup?)’의 화자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다. 누구도 쉽게 닿을 수 없는 스타와, 사랑 앞에서만큼은 평범한 청춘. ‘NO LABELS: PART 02’는 그 모순을 하나의 인물 안에 공존시키고, 연준은 그 모순을 끝내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한다.
그래서 ‘NO LABELS: PART 02’에 ‘Fxxking Star’가 수록된 것은 필연처럼 보인다. 이 곡에서 연준은 “I know I’m the one, there won’t be another prodigy”라고 노래한다. 연습생 시절 월말 평가에서 늘 1위를 차지해 ‘빅전연’이라 불리기도 한 그는 자신을 타고난 재능을 지닌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선언한다. “I’m a freaking star / Shine so bright, I might burn you up” 가사 그대로 화려하게 빛나는 스타이자, 모든 것을 태워버릴 만큼 뜨거운 존재로 자신을 노래하는 아티스트. 그러나 동시에 그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Long Way Long Ride’에서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노래한다. “You still shine 준아 아침은 오잖아 겁내지 마”. 직접 작사에 참여한 이 곡에서 연준은 앞선 곡들에서 들려준 짙은 음색 대신 한층 힘을 덜어낸 가벼운 톤으로 노래한다. 서정적인 로파이 사운드 위로 목소리를 실어 보내듯 담담하게 읊조리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를 ‘Fxxking Star’라고 선언하던 순간과는 달리,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한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요컨대 ‘NO LABELS: PART 02’는 장식을 덜어낸 아티스트 연준이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인 동시에, 지금의 연준을 기록한 앨범이기도 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로서 처음 세상에 공개됐을 때, 오락실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던 소년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서 있는 듯 보였다. 게임을 하다 어느새 인형 뽑기 기계 안으로 들어가 버린 ‘Introduction Film - What do you do?’에서처럼, 초기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종종 연준을 현실 너머의 세계에 놓인 소년으로 그려냈다. 그러나 연준은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에서 차키를 훔쳐 달아나고 풀장으로 몸을 던지는 것처럼, 현실에 균열을 내는 캐릭터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무대 밖에서는 자신만의 패션과 태도로 ‘4세대 잇 보이’라는 고유의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NO LABELS: PART 02’는 그 시간을 거치며 연준이 만들어온 고유의 이미지를 구현한 결과물처럼 보인다. 데뷔 당시 말간 얼굴을 한 만 19세 소년이 팀의 7주년을 맞이하기까지 쌓게 된 자유로움과 여유. 그 자유로움을 설득하는 실력과 자신감. 그리고 그 자리에 다다르기까지 스스로에게 ‘기대도 돼.’, ‘쉬어도 돼.’를 수없이 되뇌었을 청춘의 시간. 그렇게 연준의 현재가 한 장의 앨범이 되었다. ‘NO LABELS’라는 이름 그대로, 어떤 장식이나 수식 없이도 오롯이 설 수 있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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