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관의 진심에는 힘이 있다. 그의 모든 배려와 열정이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정말 진심임을 깨닫게 하는 힘이.
얼마 전 SBS ‘문명특급 컴눈명 스페셜'에서 MC를 봤는데 어떤 기분이었나요?
승관: 아, 그때 너무 창피했어요.(웃음) 주책맞게 눈물을 흘려서… 제가 그런 추억에 정말 진심이잖아요. 그때 무대들을 보니까 귤 까먹던 감자돌이 아기 승관이가 생각나더라고요. 애프터스쿨 선배님들이 저한테 도리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정말 감사했어요. 그때 기분을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울컥했어요.
한편으로는 ‘부 교수님’의 ‘We Remember K-pop’ 대신 ‘부승관의 카스테라’로 브이라이브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승관: 작년을 돌이켜보니 ‘부승관의 카스테라’보다 ‘부 교수’로 했던 브이라이브가 많았어요. 바빴다고 이해해주실 수도 있지만 제 입장에선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그 전날 위버스에서 밤에 잠이 안 와서 캐럿들과 소통하다가 “빨리 돌아올게요. 승관이로도 돌아올게요.” 이랬거든요. ‘부 교수님’으로 불리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본연의 저로서 캐럿들에게 사랑을 드리는 시간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때 “처음으로 휴가다운 휴가”를 보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승관: 이건 저희 세븐틴 멤버들이 다 비슷한데, 휴가를 받아도 그다음 일정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앞서 걱정하다 보니 휴가다운 휴가를 잘 보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때 만난 고향 친구가 연정 작가님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만 오늘 밤은 어떡하나요' 라는 책을 선물로 줬어요.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주기보다 그냥 힘들었던 순간들, 행복했던 순간들을 짧게 에피소드처럼 보여주는 책이에요. 예쁜 단어들, 위로가 되는 문구도 많고요. 그 책을 루프톱에서 읽으면서 처음으로 제가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사실 좀 추웠지만... ‘이것 또한 로망이다.’ 싶었습니다.(웃음)
그런 여유도 필요하죠. (웃음) 최근에는 SBS ‘문명특급 컴눈명 스페셜’, 티빙 오리지널 ‘아이돌 받아쓰기 대회’, 채널S ‘잡동산’에 출연하면서 컴백 준비까지 했잖아요.
승관: 4일 동안 일기를 쓰지 못했어요. 와, 이번 주가 진짜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일기를 밀리면 제 루틴도 밀려요. 이번 주는 솔직히 좀 많이 밀리고, 놓치고, 정말 정신없이 보냈어요. 얼마 전에는 새벽 내내 연습하고 ‘잡동산’ 녹화에 들어간 날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의 활기찬 에너지를 보고 있으면 언제 피곤했냐는 듯 잠이 확 달아나요.(웃음) 또 강호동 선배님도 정말 프로페셔널하셔서 그 모습을 보면 정신이 딱 깨고요.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어요.
‘잡동산’에서 어린이들이 승관 씨를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승관: 어릴 때는 자기가 순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웃음) 그 순수함을 깨지 않으려고 했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하려고 하고요. 그런데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까 아이들을 대할 때 제 혀가 막 말려들어가 있더라고요. “아~ 그랬어요?” 하면서 제가 더 귀여운 척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스스로 “어우, 왜 저래.” 이렇게 되더라고요.(웃음) 얼마 전에 ‘잡동산’ 마지막 녹화를 하고 왔어요. 녹화장이 항상 즐거웠고, 정말 좋은 시간이었는데 많이 아쉬워요.
이번 컴백 앨범 ‘Your Choice’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승관: 타이틀 곡 ‘Ready to love’에서 발음이나 악센트처럼 신경 써야 하는 디테일들이 정말 많았어요. ‘내 맘을 네 곁에 Forever’라는 파트가 있는데, 이게 노래로 했을 때 생각보다 발음이 깔끔하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정말 이 부분만 100번쯤 녹음했어요. 그 녹음을 끝내고 혼자 집에 걸어갔던 기억이 나요. 잘되던 노래가 갑자기 녹음실에만 들어가면 안 될 때가 있고, 방금 했던 녹음이 좋아서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일 때 갑자기 그렇게 나오지 않기도 해요. 7년 차인데도 녹음은 여전히 어려워요.(웃음)
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여전히 최선을 다하네요.
승관: 어젯밤에 안무 연습을 하다가 멤버들이랑 “우리 진짜 과부하 오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다독여줬어요. 8개월 만에 나오는 앨범이라 저희들 모두 욕심이 컸어요. ‘Ready to love’가 안무적으로도 기승전결이나 키워드가 뚜렷하기보다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전달해야 하는 노래라 고민이 많았어요. 안무가 아쉽다 싶으면 계속 수정했고, 멤버들도 제스처 같은 부분들을 많이 연구했고요. 저희 팀 스타일 자체가 모든 일이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무엇도 놓을 수 없거든요.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활동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 당연히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승관 씨가 고음 애드리브를 소화하면서도 물러나는 순간이 없이 춤을 다 소화해요.
승관: 사실 노래를 하든 퍼포먼스를 하든 각자 어려운 부분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고음 애드리브 때문에 안무에서 뒤로 빠지면 카메라가 메인 파트를 안 잡고 저를 잡을 때가 있어요. 저는 다른 멤버들이 자기 파트에 고루 잡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전반적인 안무에서도 제가 빠지면 동선 수정을 또 해야 하고요. 그래서 지금의 구성이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노래 커버로 꾸준히 가창력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얼마 전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river’s License’ 커버에 승관 씨의 운전면허 합격 비하인드를 합성하겠다고 말한 게 생각나네요.(웃음)
승관: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하면서도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싶을 것 같아요.(웃음) 저도 가끔 고민이 돼요. ‘내가 너무 이러나?’ 싶어서요. 그런데 얼마 전에 누나한테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니까, 누나가 “네가 팔색조인 거지.”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노래 부를 때만큼은 진심으로 부르고, 예능할 때는 진심으로 활동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아요. 아이유 ‘Love Poem’ 커버에서 감정을 덤덤하고 진솔하게 전달하는 모습이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줬잖아요.
승관: 그 노래는 정말 제가 너무 아끼는 커버 곡이에요. 일단 원곡이 노래도, 가사도 정말 좋잖아요. 그리고 그 시기에 제 주변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 할 때였어요. 그때 아이유 선배님이 쓰신 ‘Love Poem’의 소개글을 봤어요. 그 글을 보면서 어쩌면 친구를 걱정하는 저의 마음이 상대를 힘들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그 노래를 계속 들었어요.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그냥 듣고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연습이 되는 노래들이 있는데, ‘Love Poem’도 그랬어요. 댓글에서 많은 분들이 “진심이 느껴진다.”라는 평하셔서 그때 ‘아, 이게 맞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꾸며내지 않고 진심으로 자연스럽게 부르면 그 느낌이 전달되는구나.’ 싶어서 감사했어요.
노래를 할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승관 씨는 정말 모든 것에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버스에서 다른 아티스트들의 곡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도 그렇고요.
승관: 얼마 전에 뇌 검사 같은 걸 했는데, 거의 무슨 박애주의자가 나오더라고요.(웃음) 여러모로 오지랖이 넓은가 봐요. 아이유 선배님이 제 ‘Love Poem’ 커버를 SNS에 올려주셨는데 정말 감사했어요.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거든요. 저도 항상 편하면서도 멋지고, 또 웃긴 선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 남의 곡을 추천하는 것도 제 마음에서 정말 우러나와야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항상 진심으로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엘르’ 유튜브의 ‘#네이름택’에서 파우치를 공개할 때도 아이템 소개에 진심이었어요. 이제 포털 사이트에 ‘부승관’을 치면 연관 검색어에 ‘부승관 수분크림’, ‘부승관 영양제’가 뜨더라고요.(웃음)
승관: 제가 말을 좀 잘했던 것 같기도 한데.(웃음) 그런데 저는 정말 다 진짜였어요. 캐럿들도 제가 영양제나 그런 걸 열심히 챙기는 걸 아니까, 제가 먼저 그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거든요. 그날 보여드리려고 새로 가져간 건 다이어리랑 배구공밖에 없었어요. 정말 제가 다 갖고 다니던 것들이 파우치 안에 있었거든요.(웃음) 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했지만 과장하지는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어필이 됐나 봐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모든 분들이 다 만족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요.
‘고잉 세븐틴'의 ‘100만 원’편에서는 “아무도 나를 믿지 않는데 내가 이렇게 협조를 할 이유가 있나?”라고 말할 때 예능이지만 정말로 섭섭해 보였어요.(웃음)
승관: 섭섭했거든요.(웃음) 자꾸 의심받으니까 약간 섭섭했는데 그걸 예능으로 푼 느낌이었어요. 사실 끝까지 배신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배신하지 않고 그냥 끝까지 갔어요. 멤버들끼리 “제발 돈 걸려 있는 예능은 하지 말자.” 이랬어요.(웃음) 자꾸 진짜 같은 분위기가 나오더라고요. 배신하면 “플라스틱만도 못해.” 이러는데 누가 배신을 해요. 녹화 끝나고도, 촬영 끝나고도, 연습 가서도 그 멤버는 진짜 배신자가 될 거니까요. (웃음)
멤버들끼리 정말 가까워서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승관: 그게 저희인 것 같아요. 함께할 땐 즐겁고, 어떤 일이든 잘 풀어나가고, 지쳐도 함께 지치고. 다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 멤버들끼리 “승관아, 네가 마케팅팀 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쿱스 형이 SNS팀이고, 디에잇 형, 민규 형은 비주얼팀이에요.(웃음) 각자 관심사에 따라 그 부서와 소통을 해요. 저희끼리 의견이 다 다르니까 사실 13명의 타협점을 완벽하게 찾을 수는 없어요. 그런데 관심사에 따라 리드하는 멤버가 있고 따라가주는 멤버가 있어요. 예를 들면 음악은 우지 형이 리드하고, 제가 마케팅이나 방송 콘텐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주도적으로 이야기하고, 대신 다른 부분들은 타협하고요.
13명이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나아가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에요.
승관: 밖에서 아무리 제가 활약을 하고 어떤 기회를 얻어도 이게 다 세븐틴이 아니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예능을 할수록 더 팀에 집중을 하게 돼요. 어딘가에 가서 야무지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것도 팀에 있었을 때 멤버들이 제 개그에 웃어주고, 반응을 해주고, 코드가 맞는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돼요. 생각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아, 멤버들 덕이다. 우리 팀한테 더 열심히 해야겠다.’ 이렇게요.
데뷔 6주년이 되는 동안 세븐틴도, 승관 씨도 꾸준히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캐럿들을 만나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겠어요.
승관: 정말 속상하죠. 그런데 이 상황 속에서 최선을 찾고, 어떻게든 캐럿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이 시간이 무의미하다고만 생각하지는 않아요. 언젠가 분명히 만날 날이 올 거니까. 사실 처음에 이 상황이 왔을 때는 잘 믿어지지 않았어요. 노력이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아, 정말 하늘이 감사함을 느끼라고 이러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었고요. 아프고 힘든 시기이지만, 그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시간이라고 건강하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요.
올해 세븐틴 프로젝트의 주제가 ‘Power of ‘Love’’이기도 한데, 이번 앨범으로 캐럿들에게 어떤 사랑을 전하고 싶나요?
승관: 보답할 수 있는 사랑이요. 아직도 캐럿들이 준 사랑에 비하면 드린 게 한참 부족해요. 이번 앨범은 그에 대한 보답의 첫 포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에도 계속 보답해 나갈 거고요. 저도 아이돌 가수의 팬인 시절이 있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컴백을 기다리는 건 정말 행복하면서도 힘든 시간이더라고요. ‘왜 컴백 안 해, 빨리 컴백했으면 좋겠다.’ 이러면서 괜히 무대 영상만 돌려보고, 그렇게 지치다가도 또 사랑에 빠지고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러다가 앨범이 나오면 그간의 감정을 싹 잊고 ‘아,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이런 거지.’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잖아요. 앨범은 정말 조금이나마, 캐럿들이 저희를 기다리게 했던 시간에 대한 보답이자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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