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팬들이 어김없이 기다리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공포 테마 자체 콘텐츠다. 마을 하나를 통째로 빌리는 스케일부터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설계까지, 이제 K-팝에서 공개하는 각종 납량 특집의 완성도는 장르물이라 손색없을 만큼 진화했다. 사람의 본능을 즉각적으로 끌어내는 공포 앞에서 멤버들은 대본도, 꾸밈도 없는 가장 솔직한 반응을 내보이기 마련이다. 무서워 주저앉는 멤버, 그 곁을 지키는 멤버의 모습들이 쌓이면 어느새 그 팀만의 관계성과 색이 드러난다. 어쩌면 공포 자체 콘텐츠는 한 팀을 가장 빠르게 알아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깊어가는 여름, 정주행하며 무더위를 날리기 좋은 다섯 팀의 공포 테마 자체 콘텐츠를 추려봤다.

공포마저 무장해제시키는 아일릿의 다정함
자정의 학교, 원한을 품은 귀신들. 이처럼 괴담의 조건은 완벽하지만, 아일릿 앞에서 공포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그들이 무서움을 모르는 팀이라서가 아니다. 아일릿은 귀신을 물리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상대로 대하기 때문이다. 신발을 잃은 귀신이 소리를 지르자 이로하는 같이 비명을 지르면서도 “제 거 줄까요?”라며 손을 내밀고, 민주는 “너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귀신을 “저처럼 되려면 염색해야 돼요.”라며 능청스럽게 달랜다. 원희는 ‘넥타이를 풀지 말라’는 규칙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면서까지 귀신의 소원인 연극 무대를 함께 완성한다. 귀신에게서 “너 되게 귀엽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아일릿의 다정함은 공포 예능의 문법을 기분 좋게 비틀어버린다.
이 다정함이 순간의 친절에 머물지 않는 건, 무서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몫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의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며 첫 순서를 자처한 윤아는 2층으로 가는 길에 몇 번이나 얼어붙고, “이런 곳에서 촬영을 어떻게 하냐?”며 겁먹은 마음을 속사포로 토해낸다. 그러나 끝끝내 발걸음을 옮겨, 잠들지 못하는 귀신을 재우고서야 돌아온다. 공포 영화 마니아지만 실제 체험은 처음이라는 모카 역시 사물함에서 튀어나온 귀신에 “미안하다.”며 도망치다가도, 이내 귀신과 술래잡기하듯 교실을 누비며 명찰이 달린 인형을 찾아낸다. 무서워서 당장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도 귀신의 부탁을 들어주고 나서야 멤버들 곁으로 돌아가는 이 책임감이, 아일릿의 다정함을 완성한다. 겁이 없어서가 아니라 겁을 먹고도 끝내 나아가는 이들의 용기는 마치 모험에 맞서는 마법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다정함은 귀신뿐만 아니라 서로에게도 향한다. 계단 앞에서 얼어붙은 윤아에게 원희는 “옆에 있어요 우리!”라 말해주고, 멤버들은 겁먹은 채로도 다시 출발하는 윤아를 재촉하기보다는 마음을 모아 응원한다. 기괴한 자정의 학교에서 아일릿이 보여주는 건 공포를 이기는 담력이 아니라, 공포마저 무장해제시키는 다정함이다.

마음껏 무서워해도 되는 사이, TWS
폐업한 섬유 공장에 남은 공장장의 영혼을 달래러 온 공포 체험 유튜버. ‘고스트 헌터스’가 TWS에게 부여한 설정 앞에서 멤버들은 저마다 호기로운 출사표부터 던진다. 신유와 도훈은 붉은 천과 유리병, 나아가 “살치살까지” 찾아와 “4분 만에 끝내겠다.”고 장담하고, 지훈과 한진은 “스무 살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씩씩하게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그 다짐이 유지되는 시간은 길지 않다. 신유는 귀신과 마주치자 “저 기절했어요!”를 외치며 주저앉고, 지훈과 한진은 콩알탄 하나에도 비명을 지른다. 주목할 점은 이 팀이 무서움을 대하는 방식이다. 신유와 도훈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며 중도 포기를 선언하고, 유일하게 침착히 미션을 완주한 영재와 경민조차 그 비결을 용기가 아니라 “그냥 다 귀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마음을 비운 덕으로 돌린다. 무너지는 멤버는 무너지는 대로, 버티는 멤버는 버티는 대로, 무서움 앞에서 그 어떤 것도 꾸며내지 않는다. 그래서 ‘고스트 헌터스’에서 가장 큰 웃음은 제작진이 설치한 장치뿐만 아니라, 그 장치 앞에서 있는 그대로 솔직해지는 멤버들로부터 나온다.
무서움을 숨기지 않는 건 서로가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부의 멤버들은 탐험에 나선 이들의 비명을 들으며 마음껏 웃지만, 자신의 차례가 오면 어김없이 같은 비명의 주인공이 된다. 모두가 같은 겁쟁이이기에 이 놀림은 놀이에 가깝고, 폐공장 안에서 이들은 기꺼이 서로의 편에 선다. 냉장고가 무섭게 생겨 못 열겠다는 도훈의 엉뚱한 이유마저, 신유에게는 “그럼 열지 마.”라는 답이 나올 만큼 자연스러운 사정이 된다. 그렇게 놀리고 편들기를 오가며 이어진 탐험은 제작진이 준비한 서사를 반도 풀지 못한 채 시간 초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종료 소식에 러닝타임 내내 볼 수 없던 환한 미소로 “퇴근하자!”를 외치는 신유의 얼굴에는 실패 따위 중요치 않다는 듯, 홀가분함만이 자리한다. 겁먹은 얼굴도, 다 풀지 못한 미션도 숨김없이 내보일 수 있는 사이에서만 지을 수 있는 표정이다. 서로의 앞에서라면 마음껏 무서워해도 되는 여섯 소년의 폐공장 탐험, ‘고스트 헌터스’를 봐야 하는 이유다.

보이넥스트도어, 공포 속 소년 만화의 주인공들
보이넥스트도어에게 공포는 무서워할 대상이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다. ‘폐호텔’에서 명재현이 “내 뒤에 한 명만 있어줘!”라고 외치며 잔뜩 움츠러들어 있을 때, 태산은 “꼼꼼히 봐야 돼, 깜짝 놀래킬 만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며 선두에서 단서를 살핀다. “살인마 있어도 박성호 있으면 안 무섭긴 해.”라는 명재현의 말처럼 성호가 존재만으로 팀의 보험이 된다면, ‘통제구역’에서 소품으로 놓인 혈액 팩을 태연히 집어 먹는 이한은 팽팽해진 공기에 웃음으로 숨통을 틔운다. 누군가 겁에 질려 무너지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 몫을 대신하는 동료가 나타나고, 그 동료들이 지닌 능력은 하나같이 다르다. 저마다 다른 능력의 소년들이 하나의 위기를 함께 돌파하는 소년 만화의 오래된 문법이, 보이넥스트도어의 공포 자체 콘텐츠에서는 실제 상황이 된다.
그 문법이 가장 정교하게 작동하는 건 위기가 깊어질 때다. ‘통제구역’에서 태산이 앞장서서 힌트를 찾아내면, 그가 놓친 한 끗은 리우가 조용히 짚어내 비밀번호를 푼다. 멤버들이 간식에 정신이 팔린 사이 홀로 과일 개수를 세어 금고를 여는 것도 리우다. 활약의 주인공도 고정되어 있지 않다. ‘THE ACTION THRILLER’에서 “우리가 물릴 수도 있으니 기록해야” 한다며 캠코더를 드는 운학에게 “안 물려.”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건 살인마 앞에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던 명재현이고, 좀비의 약점을 간파해 탈출의 열쇠까지 손에 넣는 것도 그다. 그리고 소년 만화가 늘 그렇듯, 함께 위기를 넘은 소년들의 유대는 넘기 전보다 단단해져 있다. 살인마를 피해 옥상으로 향해야 했던 순간, 방에서 가장 먼저 나와 멤버들을 챙긴 건 겁이 많다고 놀림받던 운학이었고, 좀비에게 물려 변해 가는 이한을 성호와 운학은 양쪽에서 부축해 함께 탈출구를 넘는다. 위기를 무사히 통과한 뒤에야 이들은 스핀오프에서 운학을 두고 가는 장난을 마음 놓고 치기도 한다. 실컷 놀릴 수 있는 것도, 결정적인 순간엔 그 누구도 두고 가지 않으리라는 서로를 향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넘을 때마다 단단해지는 여섯 소년의 동료애가 궁금하다면, 보이넥스트도어의 공포 자체 콘텐츠를 펼쳐 보면 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과몰입’이 완성한 추리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과몰입의 대가다. ‘별의 장: TOGETHER’ 발매를 앞두고 ‘크라임씬’ 작가진과 함께 만든 추리극 ‘HELLO STRANGERS’는 그 재능을 마음껏 시험한다. 각자의 배경이 적힌 롤 카드만을 쥔 채 이들은 폐교된 모교에서 눈을 뜬 다섯 동창이 된다. 수빈은 ‘최형사’, 연준은 ‘최권투’, 범규는 ‘최택배’, 태현은 ‘강동전’, 휴닝카이는 ‘휴간호’. 눈앞에서 추락사한 옛 담임과 6년 전 폐교식 날의 살인 사건, 자신들을 이곳에 불러들인 정체불명의 존재까지, 풀어야 할 진실은 많은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본이 없기에 이야기는 멤버들이 배역을 믿는 만큼만 나아간다. 과몰입은 재미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필수 조건이다.
멤버들이 배역에 스며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범규는 제 아르바이트비를 투자로 날린 동전에게 달려들어 화부터 내는 ‘최택배’가 되고, 이에 “오늘 숏에 걸어서 너 500 복구해줄게.”라며 태연하게 받아치는 태현의 모습은 영락없는 ‘강동전’이다. 재회 몇 분 만에 롤 카드 속 6년치의 원한이 실제 감정처럼 오가는 것이다. 몰입이 깊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건 배역 너머 멤버들의 진짜 얼굴이다. 도끼를 든 ‘최경비’를 피해 다니면서도 경비의 일기장에서 숨겨진 아들의 존재까지 알아내는 범규의 집요함, “우리 여기서 죽는 거 아니지?”라는 휴닝카이의 물음에 “걱정 마, 나 형사야.”라고 답하는 수빈의 능청까지. 배역은 멤버들을 가리는 가면이 아니라, 각자의 기질을 비추는 확대경에 가깝다. 다섯 모두가 배역에 깊이 녹아든 덕분에 정체를 숨겨온 한 사람의 고백도 온전한 무게를 얻고, 서늘함을 기대하며 재생한 콘텐츠는 어느새 한 편의 드라마가 된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결말은 팀의 이름에 다다른다. 진실이 밝혀진 뒤 혜성을 기다리며 멤버들이 나누는 대화 역시 대본에 없다. “나도 이제 밀거래 안 할게.”라는 휴닝카이의 말에 “간호야, ‘보살’ 별명은 없앨게.”라며 웃는 ‘최형사’ 수빈, 연준이 연기하는 최권투에게 불법적인 건 하지 말라는 잔소리를 건네는 ‘최택배’ 범규. 배역의 말인지 진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 대화는 몰입이 깊었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6년 전 함께 보지 못한 혜성을 이번에는 나란히 기다리며 다섯이 화해하는 순간, ‘HELLO STRANGERS’는 추리물의 쾌감을 넘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말하는 ‘함께’의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다.

세븐틴, 공포를 무대로 만드는 열세 명의 플레이어
‘고잉 세븐틴’의 공포 특집은 매번 다른 장르의 얼굴로 돌아온다. 폐공장에서 살인마를 피해 열쇠를 찾아 탈출해야 하는 ‘술래잡기’가 추격 액션이라면, 연구소에서 깨어난 멤버들이 앞 팀의 조사를 이어받아 진실에 다가가는 ‘EGO’는 추리 스릴러, 마을 하나를 통째로 빌려 촬영한 ‘구원(舊怨)’은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정통 호러다. 특히 ‘구원’은 두세 명씩 차례로 마을에 들어선 멤버들이 앞 조가 무심코 지나친 장면의 의미를 뒤늦게 맞춰 가며, 네 개 조의 영상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도록 설계된 콘텐츠다. 마을 전체를 무대로 삼는 스케일 위에 예능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촘촘하게 짜인 판. 그러나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제작진은 이 치밀함으로 멤버들을 몰아세우는 대신, 무서운 분위기를 정교하게 쌓아 올리면서도 열세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지키는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제작진에게 이 판은 겁을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세븐틴이 마음껏 기량을 펼치도록 마련된 무대다. 그리고 세븐틴은 그 위에서 매번 기대 이상의 플레이로 답한다.
공포 앞에서 열세 명의 성격은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한두 명씩 짝을 이뤄 차례로 연구소에 들어가는 ‘EGO’에서, 먼저 들어간 팀들이 붙잡히기 전까지 진행한 조사는 사진 한 장과 짧은 메시지가 되어 다음 팀에게 전해진다. 이는 혼자 남은 순간에도 침착하게 힌트를 조합해 캐비닛의 비밀번호를 풀어내는 원우를 지나, 마지막 주자 민규에게로 이어진다. 민규가 앞선 팀들의 시행착오를 꿰어 연구소에 숨겨진 진실을 입 밖에 내는 순간, 릴레이처럼 이어진 추리는 비로소 완성된다. 무서워하는 멤버들의 비명까지도 다음 사람을 위한 발판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세븐틴의 진면목은 문제를 풀어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순간에 드러난다. 살인마에게 쫓기는 ‘술래잡기’에서조차 이들은 도망치는 대신 저마다의 장기를 꺼내 드는 것이다. “나 한 명, 여러분 세 명. 내가 불리해요.”라며 논리로 협상을 시도하는 디에잇, “난 웃고 있는 피에로가 좋다고요.”라고 능청을 떨다가도 빠른 판단과 몸놀림으로 탈출에 성공하는 정한, 급기야 당시 공개 전이었던 ‘Left & Right’의 안무 레슨으로 회유에 나섰다 끝내 붙잡히고 마는 호시까지. 관객처럼 숨죽이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배를 잡게 만드는 서늘함과 웃음 사이의 이 넓은 진폭이야말로 ‘고잉 세븐틴’ 공포 특집의 정체성이다. 등골이 서늘한 한 편의 장르물이 필요한 날에도, 공포를 뚫고 나오는 웃음이 필요한 날에도, 언제든 이들을 찾으면 된다. ‘고잉 세븐틴’이 매년 여름 어김없이 소환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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