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에반 “저의 있는 그대로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에반 미니 앨범 ‘DEATH OF ME’ 컴백 인터뷰

에반에게 음악이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 삶을 바꿔버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지나, 본연의 자신이 있는 곳으로.

최근 유튜브에서 작업실을 꾸미는 과정을 공개했어요. 자신만의 공간을 스스로 꾸미는 과정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을 듯해요.
에반: 나이가 찰수록 저의 공간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가는 중이에요. 머무는 곳에서의 제 모습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모든 게 잘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업실에도 저의 취향을 한껏 담아 꾸몄습니다.

어떤 취향인가요?
에반: 캐주얼한 느낌을 좋아해요. 최근에 깐 러그가 하트 모양이라 방 분위기가 통통 튀는 느낌이에요. 액자에 그림을 넣어 걸고, 다양한 액세서리와 제가 좋아하는 데스크 오브제로 자연스럽게 꾸미려 해요. 그런데 작업실과 집은 조금 달라요. 작업실은 개성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 반면에 저희 집은 좀 아늑합니다.(웃음)

그게 에반 씨인 것 같기도 해요. 어떤 순간에는 스스로 나사를 단단히 조이는데, 어떤 순간에는 느슨하게 풀어지는 면모도 있고요.
에반: 맞아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연습할 때는 편안한 복장을 입되 센스를 더하고, 일정이 없는 날에는 더 꾸미거나 깔끔하게 입어보기도 하고요. 상태도 날마다 달라서 어떤 때는 굉장히 밝고 친근한 성격이었다가, 어떤 날에는 사람들과 교류하기보다는 혼자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날도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경험을 무조건 폭넓게 하기보다 순간의 감각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에버들을 위해 네일을 만들어줄 때도 경험은 많지 않아 보였는데, 타고난 감각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인상이었어요.
에반: (웃음) 일단 네일을 잘하는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제 취향이 자연스럽게 들어갔어요. 에버들은 여성분들이 많으시다 보니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뭐가 있을까?’ 이걸 생각하다가 요즘 여름이니 그걸 콘셉트로 해보고, 팁에 색 두 가지를 섞어보기도 하고 마음 가는 대로 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그렇게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경험보다 감각이 중요한 성격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평소에도 그런 모습이 있을까요?
에반: 음악을 할 때도 감각으로 이해하고 바로 구현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사실 평소에 록을 자주 듣지는 않아요. ‘Ride or Die’를 작업할 때 평소보다 더 록을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R&B나 제가 좋아하는 장르들을 많이 듣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본능적으로 록과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그 곡에 녹아들게 됐어요.

본인이 의도하는 그림을 구현하는 것이 에반 씨에게는 중요해 보여요. 보컬에서도 R&B든 록이든, 장르마다 의도하는 그림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에반: 이제 저도 스물여섯인데,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여러 경험을 하면서 점점 조화가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이 장르는 이렇게 불러야 돼.’라는 생각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조금 더 깨닫고 있어요. 모든 점에서 그런데, 예를 들면 ‘집을 작업실처럼 꾸미면 어지럽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나오는 거죠. ‘작업실은 작업실대로, 집은 집대로.’ 그런 것처럼 곡마다 필요한 조화를 만들어 나가는 게 아티스트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본인의 그림을 결과물로 만들어내는 게 왜 에반 씨에게는 중요할까요?
에반: 사실 그 부분을 특별히 의식하면서 살아온 건 아니에요. 하지만 창작을 해야 했고 어떻게든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정말 간절했어요. 아티스트로서 직접 음악을 만들고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단순히 음악을 넘어 시각적인 요소까지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리무진 서비스’에서도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렇다면 에반 씨가 창작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보통 어린 시절의 모습이 가장 본인의 근원과 가깝다고 하잖아요.
에반: 어렸을 때 저는 솔직히 산만했고, 계속 돌아다니고, 약간 사고뭉치?(웃음) 시골에 내려가면 자주 가던 절이 있었어요. 거기서 친해진 누나들한테도 엄청 장난치다가 가끔은 울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제… 이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가수 생활하면서 처음인데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악성림프종에 걸렸어요. 기침이 계속 나서 처음에는 감기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축구를 하던 중 네다섯 걸음을 떼었는데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거예요. 나중에 병원에서 암이라는 걸 알게 됐죠.

다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어린 나이에 정말 힘든 경험이었겠어요.
에반: 치료하는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계속 간병하시는 걸 보면서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병원에서 환우 발표회 같은 이벤트가 열리면 기타를 치고 MC도 봤어요. 그런데 여섯 살 때부터 가수를 꿈꾸긴 했지만, 솔직히 그때 저는 꿈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친구들이 하늘나라에 가는 걸 보면서 ‘너무 살고 싶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치료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쉽지 않았어요. 체력이 많이 나빠졌고, 항암 치료 때문에 머리가 다시 자랄 때였으니까 놀림도 많이 받았고요. 친구들이 “잔디잖아?”, “스님 같다.” 이렇게 놀려도 친해지고 싶어서 다 받아줬어요. 중학교 때부터는 친구들을 잘 사귀게 됐지만 이전만큼 활기찬 성격은 아니게 됐고 내성적으로 바뀌었죠. 다시 생각하니 오랜만에 마음이 아프네요.(웃음)

그 경험이 지금 에반 씨가 음악을 만들고 표현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에반: 이번 미니 앨범의 수록 곡 중 ‘Noise’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날 믿어 know I’m able / Take it slow ain’t no trouble / Don’t give up dawn til night” 에반으로서의 음악을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을 음악을 통해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타이틀 곡인 ‘Death of Me’에서 이건 저의 죽음이 아니라고(“Ain’t the death of me”) 노래할 수 있는 것도 제가 정말 죽음 직전까지 가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예요. 아무리 바닥으로 가도 절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느꼈어요. 이런 메시지를 에버분들이 보고 희망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이 ‘Noise’에서는 조금 더 복합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확신을 여러 사운드 속에 묻어놓는 곡이잖아요.
에반: 재미있는 게, 첫 트랙인 ‘Not Enough’에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해놓고 두 번째 곡에서는 나를 둘러싼 소음들을 잡아내겠다고 말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모순적일 수 있지만, 뒤에서는 저도 정말 악착같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계속 연습하고, 연습하고, 촬영하고, 촬영하고, 때로는 쉬는 날도 반납하고 세션을 하고. 그런데도 부족한 점이 많아서 계속 고쳐 나가고 있지만, 또 그 과정이 주는 감동이 있어요. 계속 안 되던 걸 되게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거든요. 그 과정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을 음악적인 노이즈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에반 씨에게 아직 ‘Not Enough’인 것은 무엇일까요?
에반: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아티스트로서의 성공과 명예, 그리고 팬분들의 사랑, 이 모든 것들이 저에게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욕심이 많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아직 저는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서 이뤄내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요. 그걸 혼자 다 해내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변의 의견을 최대한 들으려고 하고, 무엇보다 꾸준한 태도를 유지하려 해요.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런 의지가 ‘Not Enough’에서는 스테판 커리의 3점 슛으로 비유되는 것도 흥미로워요. 전반적으로 무게감 있게 결의를 다지는 곡인데, “Hittin’ like a Stephen’s three” 같은 표현이 불쑥 등장하잖아요.
에반: (웃음) 재치를 주고 싶었어요. 제가 농구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스테판 커리가 3점 슛의 제왕이잖아요. 제가 스테판 커리를 좋아해서 그분이 직접 준 유니폼도 집에 있어요. 그분을 보면 여전히 하드한 트레이닝을 받고, 아직까지도 슛 폼을 교정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고, 아직은 부족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Immature’에서도 스스로를 “결핍 덩어리”, “철없는 나”로 묘사하면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는 내용을 담았어요. 그렇게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건 쉽지 않은데, 굉장히 솔직한 음악이라고 느꼈어요.
에반: 한때 저는 미성숙하고 부족한 부분을 가리려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니 그걸 마주할 때가 오더라고요. ‘부족하다.’ 그걸 머릿속으로 인정한 순간부터 부족하다는 생각이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거더라고요. 당연히 부족한 부분은 고쳐야 하지만, 또 세상에 온전히 완벽한 사람은 없거든요. 에버분들에게도 공감이 가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냥 스스로를 인정할 때의 희열이 있어요. ‘그래, 나 부족한 거 많아.’ 이 상태에서 시작하면 마음이 정말 가볍거든요.

타이틀 곡 ‘Death of Me’는 그런 에너지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곡처럼 느껴졌어요. 고음을 소화하면서 굉장히 빠른 스텝까지 밟아야 하잖아요. 팝스타로서 여러 면에서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이 없다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에반: 사실 그런 생각을 하고 만든 곡이 맞아요.(웃음) 이걸 해내려면 ‘Noise’에서처럼 뒤에서 진짜 미친 듯이 연습해야 되는 거죠. 계속 스스로를 튜닝해야 해낼 수 있는 춤과 노래여서. 사실 ‘Ride or Die’를 발매하기 한 달 전에 고음을 데모로 녹음해놓고도 막상 다시 부르려니 잘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매일매일 연습하고 ‘어떻게든 뚫어야 돼.’ 하면서 고음이 나왔어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결국 못해내는 건 없어요. 하나씩 하다 보면 결국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결국 이번 앨범 ‘DEATH OF ME’에는 에반 씨의 서로 다른 면들이 함께 들어 있는 것 같아요. ‘Noise’나 ‘Immature’처럼 얼터너티브한 곡이 있는가 하면, ‘Death of Me’는 선명한 팝 트랙이고요.
에반: 사람은 다 모순적이에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정말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더 조금 도파민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싱글 ‘Ride or Die’에서는 저의 새로운 도전이 담긴 두 곡을 보여드렸다면, 이번 앨범에는 제가 잘할 수 있고 또 좋아하는 저의 목소리들을 담았습니다. 어떤 곡들은 편안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Twilight’에서는 밝고 청량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Death of Me’에서는 여러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제 자신을 마주하면서 받은 영감을 전하고 싶었어요.

평소 정체성은 아이돌이지만 장르적으로는 얼터너티브 아티스트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스펙트럼이 이번 앨범에서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요.
에반: 이번에 못을 확실히 박고 가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돌이에요. 아이돌로서 에버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 동시에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얼터너티브 아티스트로서 활동하고 싶은 거지만, 이를 표현하는 과정은 결국 아이돌인 거죠.

마지막 트랙이 ‘Going Home’인 것처럼, 이번 앨범은 에반 씨의 그런 여러 모습을 거쳐 스스로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가사에서는 “Almost going home”으로 집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를 그려요.
에반: 가수 생활을 하면서 집에 자주 가지 못했어요. 한번은 밤 10시에 스케줄이 끝나서 집에 갔다가 아침 9시에 일어나서 나가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가족들과 잠깐이지만 밝게 이야기도 나누고 과일도 먹은 다음 나왔는데, 택시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울었거든요. 그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아직은 부족한 성취들, 그리고 제 자신의 변화를 충분히 이뤄내고 난 뒤에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를 담아서 “Almost going home”이라는 가사가 들어가게 됐어요.

그 변화는 본연의 에반 씨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에반: 네. 무엇보다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은 많은 분들 앞에서 저의 것을 온전히 보여드리는 거예요. 원래 저의 모습은 친근하고 더 다가가기 쉬운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의 저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보니 많은 분들 앞에 있을 때 본연의 매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느끼거든요. 가장 중요한 건 저 자신의 변화예요. 저의 있는 그대로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Credit
김리은
인터뷰김리은
비주얼 디렉터전유림
비주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노연수
현장 운영 총괄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전소희
사진강혜원, 허윤정, 서현지, 류태현
영상김영대, 김현호, 하예지, 조로이 (LoCITY)
촬영 지원조윤미
헤어이혜진
메이크업김부성
스타일리스트문승희
세트 디자인최서윤, 김아영, 장진영 (다락)
프로젝트에반팀박성진, 김은진, 강병욱, 김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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