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촬영 중 멤버들과 웃고 떠드는 모습에서 느껴지던 준의 맑은 에너지는 인터뷰 공간에도 가득 채워졌다. 대화 내내 솔직함을 넘어선 순수함이 느껴질 만큼 꾸밈없는 마음을 표현하던 그는, 멤버들에게 칭찬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해맑게 웃었다.
얼마 전 브이라이브에서 먹방 콘텐츠를 예고했어요. 최근에는 어떤 음식을 맛있게 먹었어요?
준: 요즘 얼큰 쌀국수 많이 먹어요.(웃음) 보통 연유커피도 같이 시켜 먹는데 쓴맛이랑 달콤한 맛이 섞여서 맛있더라고요. 그리고 튀김족발이랑 막국수! 멤버들이랑은 딤섬 자주 먹었고요. 활동 기간 아닐 때는 다섯 끼 정도로 조금씩 나눠 먹는 편이라 음식 하나 시키면 남은 걸 이용해서 국수나 볶음밥도 만들어 먹어요. 제가 먹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이제 좀 참아야죠.(웃음)
요리도 되게 잘하시잖아요.
준: 엄마랑 할머니가 요리를 잘하시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옆에서 보다가 자연스럽게 취미로 하게 됐어요. 예전에 무술 끝나고 집에 오면 혼자 알아서 국수랑 볶음밥 같은 걸 해 먹었는데, 지금은 더 화려하게 많이 해요.(웃음) 인터넷 찾아보면서 족발이랑 치킨도 만들고 되게 다양하게 시도해봤어요. 근데 그런 건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저 혼자 먹을 때 해보고, 멤버들한테는 콜라 닭날개나 샤브샤브 같은 제가 봤을 때 맛있는 음식을 해줘요. 작년에 일정들이 취소되면서 너무 심심하니까 새로운 요리들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당시 요리 외에 또 무엇을 하면서 지냈나요?
준: 바쁘게 살다가 갑자기 쉬게 되니까 뭘 해야 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너무 심심해서 유튜브에 발성 영상 같은 거 찾아보면서 혼자 목 터지게 노래 연습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봤어요. 제가 원래 힙합을 잘 몰라서 멤버들이 부르는 것만 듣는 편이었는데, ‘쇼미더머니’ 같은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 보니까 되게 재밌게 느껴져서 힙합이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잠깐 대화하는 동안에도 느껴지는데, 한국말로 전보다 더욱 풍부한 표현을 하시는 거 같아요.
준: 아, 저도 느끼긴 해요.(웃음) 어렸을 때 엄마, 아빠가 하는 말 듣고 따라 배우는 것처럼 평소에 멤버들을 관찰한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이런 말을 쓰는 거구나.’ 기억하고 나서 따라 하는 거죠. 특히 ‘고잉 세븐틴’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방송에서 얘기를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데, 이것도 멤버들을 관찰하면서 배웠어요. 개그라는 게 웃긴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사실 승관이도 재미없는 말 자주하거든요.(웃음) 근데 항상 마무리로 포장을 잘하니까 그게 더 재밌어지는 거예요.(웃음) 재미없는 말 던지고 나서 아무 말 안 하면 진짜 재미없는 게 되어버리는데, 우리 애들은 항상 그다음에 “무시해도 돼~” 이렇게 한마디씩 해서 방송에서도 재밌게 보여지니까, 그런 태도를 많이 배웠어요.
그렇게 노력한 결과가 ‘고잉 세븐틴’에서의 활약으로 잘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준: 멤버들이랑 있는 평소 모습대로 방송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우리는 사실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개그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가끔 연습실에서도 멤버들이 “아, 카메라 없는데 방송 좀 하지 말자~!” 이럴 정도로 그냥 콩트 같은 것도 하고 그러거든요. 사실 저도 평소에 무리수 던지고 말장난 같은 거 더 많이 하는데 방송에서는 그냥 막 하면 안 되니까 줄인 거였어요.(웃음)
예전에는 대외적으로 조용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본인의 성격을 많이 드러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준: 자신감이 좀 생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연차가 쌓여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신인 때는 말실수할까 봐 너무 무서웠거든요. 계속 조심하다가 오히려 말이 없어졌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옛날에 제가 좀 바보였어요.(웃음) 그렇게까지 조심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좀 풀려서 다행인 것 같아요.
스스로의 변화가 많이 느껴지겠어요.
준: 많이 느끼죠. 멤버들 덕분에 많이 느껴요. 사실 캐럿들이 아닌 사람들 앞에서 무대 하는 것보다 우리 멤버들 앞에서 춤이랑 노래하는 게 더 어렵거든요. 너무 오랫동안 같이 지냈고 서로 어떤 사람인지, 뭘 잘하는지 못하는지 전부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나를 잘 알고 있는 멤버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게 더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만약에 멤버들 앞에서 말을 잘할 수 있으면 방송에서도 더 쉽게 할 수 있게 돼요. 어떻게 보면 멤버들한테 인정받으면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멤버들이 “잘한다~” 이런 말 해주면 어디서든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멤버들과 함께 세븐틴 데뷔 6주년을 맞이했네요.
준: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빠른 것 같아요. ‘어, 이거 꿈인가?’ 생각한 적도 있어요. 왜냐면 며칠 전까지도 제가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가거나 학교로 돌아간 꿈을 꿨거든요. 제가 지금 이렇게 활동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다른 나라에 와서 생소했던 환경이 이렇게 익숙해진 것도 신기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꿈을 좇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욕심도 많이 냈어요.(웃음)
어떤 욕심인가요?
준: 예전에는 캐럿들을 눈앞에서 직접 만났으니까 제 파트가 아닐 때 사이드에 있더라도 내 모습을 캐럿들이 볼 수 있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캐럿들이 볼 수 있는 게 모니터밖에 없기 때문에 카메라 앞에서 제 파트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더 많이 생겼어요. 카메라에 비치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한순간 한순간이 더 소중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모니터링도 전보다 많이 하고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확인해가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타이틀 곡 ‘Ready to love’에서도 카메라에 비칠 때 임팩트를 줄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해야 했겠네요.
준: 맞아요. 카메라가 사람의 눈이 아니잖아요. 기계라서 움직일 수 있는 속도나 범위의 한계가 있다 보니까 포착하기 힘든 동작들도 있어요. 예전에는 강렬하게 춤을 추면서 빠르게 이동하더라도 캐럿들 앞에서 하는 거니까 괜찮았는데, 지금은 카메라 앞에 서는 거라 이번 타이틀 곡에선 춤을 줄이고 제스처로 대신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제 마지막 파트에서는 아예 춤도 안 추고 앞으로 뛰어나오다가 머리만 움직이거든요. 사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어요. ‘HIT’나 ‘독 : Fear’ 같은 강렬한 퍼포먼스는 꽉 채워주는 느낌이 있는데 갑자기 동작 다 빼고 가만히 카메라 보면서 해야 하니까, ‘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연습할 때 그 부분을 특히 더 많이 신경 썼어요.
오히려 그 부분에서 뭔가 확 집중이 되던데요.
준: 그 파트 가사가 ‘계속 Run away / 이제 날 믿어’인데, 원래는 그냥 걸어나오는 거였어요. 모니터링 해보고 제가 “이건 뛰는 게 노래랑 잘 맞는 것 같아요.”라고 해서 바뀐 거예요. ‘가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 계속 생각을 하다가 원우랑 민규의 ‘Bittersweet’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함께 출연하신 배우분이 원우랑 민규 보면서 고개 까딱하는 장면이 딱 가사처럼 ‘따라와라, 날 믿어’ 이런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걸 보고 생각해서 나온 제스처예요. 그렇게 (고개 까딱하는 제스처 하며) ‘날 믿고 따라와’ 하고 나서 정한이 형이 멤버들이랑 교차하면서 나오니까 뒷 파트랑 연결도 잘된 것 같아요.
춤동작을 줄이고 제스처로 끌고 가야 되니 표정 연기가 중요했겠네요.
준: 맞아요. 어떻게 보면 몸 퍼포먼스 말고 얼굴 퍼포먼스인 거죠.(웃음) 제가 1절 후렴구에서도 느리게 한쪽 팔을 머리 뒤로 보내는 동작을 하는데, 시간은 원래대로 흐르는데 동작은 줄어드니까 표정 연기를 더 해서 채워야 돼요. 그때마다 저는 시간이 정지됐다고 생각해요. 0.5배속이라고 생각하면서 표정을 더 디테일하게 끌고 가니까 좀 더 잘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가끔 화장실 거울 앞에서도 제스처 해보면서, (얼굴 각도 다르게 움직이며) 이렇게 얼굴을 턱 밑으로 내리다가 올리는 게 맞는지, 왼쪽 보다가 옆으로 돌리는 게 나은지, 계산도 많이 해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옆에 지나가면 엄청 이상하게 볼 수도 있어요. 화장실에서 손 씻다가 갑자기 거울 보면서 (치명적인 표정 지으며) 이렇게 하니까.(웃음)
퍼포먼스팀 유닛 곡 ‘Wave’에 참여한 과정은 어땠나요?
준: 저희가 가사 쓸 때 다같이 우지 컴퓨터 앞에서 노래 들으면서 “무슨 느낌 난다. 어떤 게 들어가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의견을 던지면서 얘기하는데, 저는 들으면서 ‘자유’를 떠올렸어요. 자유로운 느낌. 그런 얘기들을 우지랑 호시가 좋게 받아줘서 가사에 반영되니까 기분이 좀 좋았어요.(웃음) 제가 한국어를 100%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작사하는 데 아직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제가 아는 단어는 이만큼밖에 없는데, 더 많은 단어를 알아야 의미 있고 멋있는 가사를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말하고 싶은 내용, 전달하고 싶은 뜻에다가 다른 멤버들이 알고 있는 단어를 가져와서 바꿔야 돼요.
디지털 싱글 ‘Silent Boarding Gate’를 준비하면서 작사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요.
준: 네. 작사가분한테 많이 배웠어요. 당시에 그분이 계속 제 생각을 물어봐주셨어요. “이 노래 들으면 뭐가 생각나요? 그 생각하면서 준이 떠오른 풍경 같은 게 있나요?” 이런 식으로요. 전에 명호랑 한강 갔을 때 지고 있던 해가 한쪽은 빨간색이고 한쪽은 어두웠는데, 그 장면이 되게 예뻤거든요. 그 사진을 선생님한테 보여주면서 얘기하니까 가사에도 이게 반영이 됐는데, 이렇게 제 생각과 선생님의 생각을 나누면서 나온 가사를 보고 많이 배웠어요. 어떤 풍경이나 물건을 이용하면서 저의 생각을 돌려서 표현하는 방법이요. 이후에 냈던 ‘Fall In Love’를 쓸 때도 그 경험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죠.
그동안 냈던 커버 곡이나 싱글들이 대부분 발라드 감성이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준: 저의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컬 실력도 더 키우고 싶었고요. 사실 계속 커버를 하고 제 곡을 많이 안 만들었던 것도 제 자신한테 아직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계속 수업을 받으면서 조금씩 발전시키고 있어요. 퍼포먼스팀 멤버들한테도 좋은 자극을 많이 받아서 나중에는 춤이랑 노래를 전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다 섞어서 한 번 무대를 해보면 제가 부족한 부분을 더 잘 알게 되고 그 부분 위주로 연습할 수 있으니까. 다른 멤버들이 솔로 활동하는 걸 모니터링하면서 ‘만약 내가 저걸 한다면 무슨 느낌이 나왔을까?’ 생각도 많이 해요. 멤버들한테 보고 배우고, 영향을 받으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찾는 중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자신을 “새로운 것을 접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게 의외라는 생각이 드네요.
준: (웃음) 두려워하는 건 맞는데, 두려우면서도 새로워요. 저는 항상 그래요. 처음 시작할 땐 두렵지만 하다 보면 오히려 욕심이 더 생겨요. ‘저 사람도 할 수 있는데, 내가 왜 안 되겠어? 똑같은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두려워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내 자신이 무서운 게 있고 부족한 게 있다는 걸 아니까 멈추지 않고 더 열심히 하면서 발전하게 되는 거죠. 제가 지치는 시간이 되게 짧은 편인 것도 한몫한 것 같아요. 만약에 무대를 잘 못하고 나서 속상하더라도 빠르면 한두 시간 만에 ‘아니다. 이건 연습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게 돼요. 더 오래 가더라도 자다 일어나면 다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전에는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준: 예전에는 원래 얘기를 잘 못하기도 했고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멤버들이랑 함께 지내다 보니 좋은 거든 안 좋은 거든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보다 표현하는 게 더 낫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오히려 솔직히 표현하는 게 더 마음 편하고 좋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요즘 캐럿들 앞에서도(웃음), 전에는 작품 나오기 전에도 별 얘기를 안 했었는데 최근에는 표현을 더 많이 하려고 해요. “제가 뭘 연습하고 있고, 앞으로 이런 걸 여러분한테 보여줄 거예요.” 이렇게.
정말 많이 달라졌네요.
준: 열두 명 멤버들의 장점들이 저의 장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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