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쿱스에 대한 설명은 언제나 한 문장이면 된다. 세븐틴의 총괄리더.
컴백 전부터 굉장히 바빴어요.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 같은 미국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했고요.
에스쿱스: 활동하는 무대가 늘어나면서 데뷔 때만큼이나 바빠요.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진 것에 항상 감사하고 행복해요. 선배님들께서 많은 걸 이루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기회들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요즘엔 딱히 구체적인 목표를 잡아두진 않아요. 우리가 더 잘할수록 더 많이 사랑받고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아질 거니까, 지금 일을 충실하게 하자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생각하지 못했던 지역에도 캐럿분들이 계시는데, 한 번씩은 꼭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아직 저희를 실제로 못보신 분들도 계시다는 걸 아니까요.
그동안 팬들을 못 만나는 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에스쿱스: 요즘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캐럿분들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 한 번 깨달았고, 무대에 대한 감사함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못 만나는 건 너무 슬프지만 곧 다시 볼 테니 준비를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어려운 시기에 리더로서 멤버들의 힘을 모으는 부분도 중요했겠어요.
에스쿱스: 데뷔 초반이랑 많이 바뀐 게, 리더라는 생각 자체를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뭔가 책임져야 하고 이끌기보다 때로는 동생들한테 이끌려가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에는 오히려 제가 멤버들이게 의지를 더 많이 하고요. 특히 감정적인 부분은 제가 이끌려가는 거 같아요.
하지만 리더로서 나서야 할 순간도 정확히 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잉세븐틴’의 ‘100만 원’ 편에서 멤버들이 정한 씨와 1대 12로 나뉘어 어느 쪽이 돈을 갖는지, 누가 정한 씨 쪽으로 배신을 할지 추측하다 막바지에 에스쿱스 씨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놓잖아요. 잠깐의 순간에 누구도 섭섭하지 않게 만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에스쿱스: 일에 관한 대화를 할 때는 리더로서 뭔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하고 대화를 하고 다시 멤버들하고도 정리를 해야 할 때도 타이밍에 따라 정리를 하는 편이고요.
그런 판단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에스쿱스: 잠시 활동을 쉬었을 때 조금 물러나서 상황을 보는 법을 공부했어요. 항상 얘기를 먼저 해야 하는 타입이고, 누군가의 의견을 딱딱 정리하는 성격이었는데 쉬면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고 정말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을 진짜 많이 했었거든요. 그러면서 조금 더 시야가 트인 거 같아요. ‘100만 원’편도 옛날 같았으면 애초에 말을 제일 많이 하고 처음부터 뭔가 해야겠단 생각을 했을 거예요.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요?
에스쿱스: 이야기를 이끌어가려고 하다 보니까 남과 의견 대립이 됐을 때 서로 의견 전달도 잘 안 되고, 뭔가 저 스스로를 갉아먹는다고 해야 되나?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고쳐볼까 하다가 그러면 남들 얘기를 먼저 듣는 걸 연습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세븐틴으로 활동한 순간들을 돌아봤어요. ‘그때 왜 그랬을까?’ 그러면서 자아 성찰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멤버들이 진짜 많이 도와줬어요. 먼저 다가와서 얘기를 많이 해주고, “형한테도 이렇게 장난을 치고 사소한 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얘기해줘서 ‘아, 전에는 내가 멤버들한테 벽을 만든 부분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관계가 세븐틴의 힘 같아요.
에스쿱스: 네. 그게 저희 팀의 제일 큰 강점인 것 같아요.
‘Your Choice’가 세븐틴의 그런 저력을 보여준 앨범 같아요. 멤버들이 한 곡 안에서도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면서 파트와 파트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더라고요.
에스쿱스: 그 부분이 정말 극대화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Ready to love’는 저희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거든요. 멤버들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한 가지 확신했던 건 “우리가 하면 멋있을 거다.”라는 거였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저희의 새로운 매력을 찾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Ready to love’에서 세븐틴 노래에서 에스쿱스 씨의 역할이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곡을 더 힘차고 격정적으로 만들 때 활약하던데요.
에스쿱스: 제가 그 역할을 해야 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우지가 디렉팅할 때도 그런 부분에서 요구를 많이 해요. ‘Ready to love’에서도 제 파트를 듣고 ‘아, 네가 원하는 모습이 이거지. 그래, 여기서 최고로 해줄게.’ 이렇게 생각하고 딱 완성했어요.
‘Heaven’s Cloud’에서도 인상적이었어요. 곡이 청량한 분위기인데 그 파트에서 노래를 격하게 부르면서 곡이 클라이맥스로 가더라고요.
에스쿱스: ‘Heaven’s Cloud’를 듣고 이건 ‘내 곡’이다(웃음) 생각했어요.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랑이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사랑에 가장 가까운 느낌이 ‘Heaven’s Cloud’예요. 노래를 들으면 ‘사랑을 하는 사람 둘만 함께 있는데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상상이 들었어요. 누군가 저에게 행복한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그냥 ‘Heaven’s Cloud’를 들려줄 것 같아요.
‘Anyone’은 반대로 2절 시작할 때 잔잔하게 깔리는 부분을 맡았어요. 곡이 갑자기 반전되는 부분이 있어서 앞의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했을 거 같아요.
에스쿱스: 일단 편했어요. 우지는 제가 잘하는 포인트를 잘 아니까 반전을 주는 방법도 잘 알아요. 그리고 ‘Anyone’은 곡의 전체적인 그림도 중요했지만 무대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한 ‘Anyone’이랑 이 곡을 들은 분들의 생각이 각각 다르더라고요. 저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뭐랄까, 흙먼지 날리는 곳에서 춤춰야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었고. 결과적으로 좀 와일드한 방향으로 표현됐어요.
‘Ready to love’가 굉장히 짜임새 있는 퍼포먼스라 멤버들도 와일드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어요.
에스쿱스: 저희의 바람을 풀어준 것도 있어요. 저나 멤버들이 워낙 다이내믹하고 힘 있는 무대들을 좋아해서 ‘Anyone’에서 좀 충족이 된 게 있어요.
그럴 만할 거 같아요. 데뷔 때 ‘아낀다’도 파격적인 안무였는데, ‘Ready to love’까지 오니까 이젠 세븐틴만의 장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난이도 높은 퍼포먼스더라고요.
에스쿱스: 앨범 낼 때마다 ‘이젠 뭐해야 되지’라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해요.(웃음)
그런 지속적인 발전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에스쿱스: 저는 아직도 멤버들 앞에서 춤추는 게 제일 무서워요. 저희가 진짜 좋은 게 서로의 춤에 대한 단점을 너무 잘 집어줘요. 춤을 추면서 자기만 보지 않고 전체 그림을 계속 파악하는 거예요. 그리고 서로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여기서 이 부분은 이렇게 해야 될 것 같아.” 이렇게 말해주면서 서로를 더 완성도 높은 사람이 되게끔 도와줘요.
특히 요즘처럼 일정이 많을 때는 연습실에서의 팀워크가 중요하겠어요.
에스쿱스: 저희 자랑 같아서 좀 그런데(웃음) 기본적으로 애들이 잘하는 부분도 있어요. 연습생 시절이나 데뷔 후에도 한 계단 한 계단 실력을 잘 쌓아온 것 같아요. 앨범 준비 하면서 정말 시간이 없었는데, 예전에 그렇게 안 했으면 지금 와서 티가 났을 것 같아요. 연습실 분위기는 이젠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요. 늘 음악에 대한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라 완성도가 좋지 않으면 멤버들이 스스로 만족을 못해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열정이 가득해요. 캐럿분들에게 늘 멋있는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가능한 열정 같고요. 많은 분들이 저희한테 갖는 기대치를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더 집중할 수 있는 거 같아요.
‘Your Choice’에서는 팀의 멤버가 아닌 래퍼로서의 에스쿱스 씨도 인상적이었어요. ‘GAM3 BO1’에서 쏟아내듯이 랩을 하는 부분은 이전에 잘 하지 않았던 스타일인데.
에스쿱스: 그렇게 랩을 한 게 거의 처음이에요. 그런 랩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전에는 약간 제한적으로 했어요. 그런데 ‘GAM3 BO1’는 곡이 되게 재밌고 신선해서 그렇게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좀 신났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것들도 있고, 작업하던 것들도 있는데 한 번도 보여 드린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앨범 곡들 중에 가장 빨리 가사를 썼어요.
그런 작업들을 발표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에스쿱스: 제가 가사 쓸 때 막 극단까지 가는 경향이 있어요. 감정에 되게 솔직한 편이라 그런 가사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막상 믹스테이프를 내자고 하면 스스로 수위 조절을 하게 돼서 만족하지 못하니까 못내게 되는 상황이 좀 반복됐어요.
리더로서도 그런 부분이 있나요? 리더라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사이를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을 거 같아요.
에스쿱스: 제가 감내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리더든 누구든 모범을 보이면 좋은 것 같아요. 멤버들끼리 형, 동생 이전에 좋은 동료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모범을 보이는 친구가 있으면 서로 배우기 때문이에요. 뭔가 하고 싶은 말, 해야 되는 말을 구분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 그래요. 그렇게 해야 행복하게 팀 활동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생각들이 팬들과의 관계에도 마찬가지일까요? ‘총괄리더’라는 게 캐럿들까지도 총괄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에스쿱스: 캐럿분들이 저희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시잖아요. 반대로 저희에게 원하시는 모습도 있을 거고, 그런 마음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랑이라는 게 받기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얘기를 더 들으려고 귀를 여는 것 같아요.
앨범 사전 프로모션 기간에 ‘아낀다’ 시절부터의 세븐틴을 보여주는 게 세븐틴과 캐럿들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캐럿들에 대해 갖는 감정도 달라졌을 거 같아요.
에스쿱스: 처음에는 무언가 갈구했던 사랑이었던 거 같아요. 더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고 싶었다면 지금은 돌려드리고 싶은 사랑이에요. 캐럿분들이 저희에게 주시는 사랑이 혼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게 무대가 됐든 음악이 됐든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 챙길 수 있는 건 정말 다 챙기고 싶은 마음? 애틋하고 소중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여러 자리에서 자신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런 시선을 바꿔나가겠다고도 했었어요.
에스쿱스: 당연히 아이돌을 좋아할 수 있잖아요. 친구나 연인을 사랑하는 것처럼 대상이 아이돌일 뿐이지 사랑이라는 건 똑같거든요. 그런데 대상이 아이돌이라는 것만으로 그 감정이 부정당하는 게 가슴 아팠어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는 숙제가 저한테 있어요. 저희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부정적인 인식도 저희가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예요. 일방적인 사랑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 팬들과 공연에서 만난다면 어떤 무대를 보여주고 싶나요?
에스쿱스: 저는 다른 무대보다 앵콜 무대가 떠올라요. 소통이 완벽하게 되는 상태라고 해야 하나? 저희 무대를 보여주기만 하는 것보다 앵콜에서 캐럿분들도 저희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게 행복하고 지금도 기억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특별한 무대보다 같이 놀 수 있는 앵콜 무대를 제일 하고 싶어요.
그런 사랑의 마음으로 에스쿱스 씨가 그리는 세븐틴의 미래는 뭘까요?
에스쿱스: 7년 차가 되니까 그냥 오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처럼 행복하게 멤버들끼리 음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것만 있으면 멤버들이랑 쭉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해요.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스태프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설 수 있는 무대도 많아서 멤버들끼리 행복하게 음악을 계속 오래 하고 싶다는 게 그냥 목표예요. 시야가 넓어질수록 위를 안 보게 돼요. 같이 옆에 있는 걸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멤버들한테는, 똑같은 거 같아요. 완전히 끓어서 날아가 버리는 것도 아니고, 식는 것도 아닌 따뜻한 사랑. 그렇게 계속 가는 사랑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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