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TSEYE가 앨범 ‘WILD’를 통해 공개한 세 편의 뮤직비디오에는 제목과 달리 야생의 자연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놀이터와 주차장, 드레스룸과 댄스 플로어, 더위에 잠긴 실내가 있다. ‘PINKY UP’에서 라라와 소피아는 마치 광활한 사막을 질주하듯 오토바이를 타지만, 실제로 그들이 있는 곳은 먼지가 날리는 방 안이다. ‘Animal’에서 멤버들이 가장 자유롭고 야성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은 레드룸에서 정장 의상을 찢으며 앞으로 걸어나와 춤을 출 때다. ‘Hootie Frutti’에서 멤버들과 군중은 실제 비가 아니라 실내 배관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춤춘다. ‘PINKY UP’의 카메라가 비추는 놀이터에 쓰러져 있는 곰 인형, TV 속을 유유히 걷는 기린들과 그 옆에 놓인 얼룩말 인형들, 날아오르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벽에 고정된 천사의 석고상. 자연과 야생, 자유를 재현하지만, 정작 가공되었거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것들로 구성된 세계. 그 안에서 KATSEYE는 일관되게 실내에 갇힌 동시에, 가공된 세계에 야성을 불어넣는 존재다.

‘Animal’의 뮤직비디오에서 KATSEYE는 스스로를 보여주는 동시에 스스로를 감시하는 존재들이다. 멤버들은 거울 앞에서 춤을 추지만, 거울처럼 보이는 유리 너머에서 이들을 응시하며 평가하고 회의를 하는 것은 남성 복장을 한 또 다른 페르소나의 멤버들이다. 여성이 춤추고 남성이 이를 구경하는 전형적인 구도를 재현하면서도, 보는 자와 보이는 자를 모두 같은 여성들이 연기한다. 여성의 외모를 둘러싼 사회적 강박을 적나라하게 다룬 영화 ‘서브스턴스’의 주연을 맡은 데미 무어가 ‘Animal’에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는 멤버들의 옷차림에 대해 조언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All right, let’s get wild(좋아, 한번 놀아 보자).” 오랫동안 여성의 신체와 나이,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할리우드의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 KATSEYE가 ‘WILD’한 모습으로 전환하는 순간을 이끈다. 이를 통해 뮤직비디오 속 KATSEYE는 타인의 평가에 놓인 위치에서 벗어나, 직접 야성을 수행하는 주체로 전환된다.
새끼손가락을 들고 차를 마시는 여성의 모습. ‘PINKY UP’은 교양 있는 상류층의 여성성을 과장하는 제스처를 퍼포먼스의 포인트 동작으로 바꾼다. 그리고 사람들을 가둔 어두운 방은 테크노 파티장으로 바뀐다. 주차장에서 등장하는 트랜스 아티스트들이 “You”와 “Me”를 주고받다가 “We, we?”를 “Oui, oui?”로 바꿔내는 순간은 상징적이다. ‘너(You)’와 ‘나(Me)’로 나뉘어 있던 존재들이 ‘우리(We)’가 되고, ‘We’와 같은 소리로 이어지는 프랑스어 ‘Oui(그렇다)’는 그렇게 탄생한 공동체를 긍정하는 응답이 된다. ‘PINKY UP’의 가사 “I love you, you love me”는 미국의 유명 아동 프로그램 ‘바니와 친구들(Barney & Friends)’의 노래를 연상시킨다. 원곡에서 해당 가사 다음 이어지는 내용은 “We’re a happy family”다. 그러나 KATSEYE는 이를 “We batshit, oui oui(우린 완전히 미쳤어, 그래 그래)”로 바꾼다. 무해하고 규범적인 ‘행복한 가족’의 자리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서로를 선택해 ‘우리’를 만든 이들의 공동체가 들어선다. 그리고 그들이 트렁크를 열었을 때 인형들 사이에서 과자를 먹으며 누워 있는 다니엘라 역시 자동차 트렁크 속 여성이라는 범죄영화의 클리셰를 전복한다. 뮤직비디오 초반 인형뽑기 기계 안에 있기도 했던 다니엘라는, 트렁크 안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다가 트랜스 아티스트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와 무대를 시작한다. ‘Animal’의 뮤직비디오가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하며 더 엄격하게 스스로를 재단하던 이들이 자신의 모든 모습을 수용하고 자유롭게 표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면, ‘PINKY UP’ 뮤직비디오는 서로를 선택해 ‘우리’가 되는 이들이 만드는 축제를 통해 인공과 야생, 일상과 일탈, 젠더의 경계를 뒤섞는다. 요컨대 KATSEYE에게 ‘WILD’란 단순히 본능이나 자연 그대로의 야생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공적이고 통제된 환경을 자신들의 무대로 바꾸는 에너지, 또는 통제의 조건마저 자기표현의 재료로 전환하는 야성적 태도에 가깝다.

“Us against the world shaking ass in the parking lot(세상에 맞서 우린 주차장에서 엉덩이를 흔들어)” ‘PINKY UP’의 가사는 ‘Hootie Frutti’의 뮤직비디오에서 음악이 시작될 때 엉덩이를 흔드는 KATSEYE 멤버들의 퍼포먼스로 이어진다. 선풍기를 매만지는 소피아의 동작, 신문을 부채질하는 윤채의 모습은 더위를 암시한다. 하지만 그들이 놓인 공간은 열대의 자연이 아닌 창고 안이다. 스스로를 달콤한 과일에 비유하며 상대방을 유혹하는 가사를 부르면서, 밀폐된 공간 안에서 춤을 추는 KATSEYE 멤버들의 모습은 ‘Animal’의 가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Nobody knows you’re outta control / But I see a side behind the closed doors (통제불능인 너를 아무도 몰라 / 하지만 난 닫힌 문 뒤에 다른 네가 보여)” 이 가사가 묘사하는 상대방은 손톱에 색을 칠하고, 크롭톱에 루즈한 청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전통적인 여성성으로 읽혀온 기호를 두른 채, 닫힌 문 너머 야성적인 본능을 감춘 존재. 그리고 KATSEYE 멤버들은 ‘Hootie Frutti’의 뮤직비디오에서 그 본능을 퍼포먼스로 옮기는 것처럼 보인다. 창고 속에서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큰 몰입감이 없는 무표정으로 KATSEYE 멤버들의 무대를 바라보거나, 그들의 주변에서 각자의 춤을 추며 멤버들에게 시선을 두지 않는다. 반면 이 세계에서 KATSEYE는 멈춰가는 축제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자, 타인의 시선과 관계없이 춤을 추는 모습 그 자체로 존재한다. ‘Animal’에서 멤버들이 레드룸에서 의상을 찢고 춤을 추며 자유로운 태도를 보여주던 순간처럼, KATSEYE는 자연이 존재하지 않는 창고에서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춤을 추는 태도를 통해 그들의 야성을 구현한다.

‘WILD’에서 라라가 작사와 프로듀싱에 참여한 보너스 트랙 ‘Unloveu’는 결혼 서약의 언어를 관계의 철회에 대한 선언으로 전복시킨다. 이 노래에서 결혼 서약의 언어인 코러스 파트의 “I do”는 상대방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상태(“Unloveu”)를 수식하는 언어가 된다. 상대방의 말을 목걸이처럼 달고 다녔다는 묘사(“And I wore your words like a necklace”)는 연인의 말과 평가를 자신의 일부처럼 받아들였던 화자가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같은 표현이 화자의 의지에 따라 다른 맥락으로 재구성되는 것은, ‘WILD’에서 주어진 공간과 익숙한 기호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뒤흔들고 재창조하는 KATSEYE의 태도와도 맞물린다. 이처럼 ‘WILD’는 ‘PINKY UP’의 테크노적인 화려함과 ‘Unloveu’의 섬세한 감성, 브라질리언 펑크 계열의 반복되는 퍼커션이 만들어내는 흥겨움 사이로 일상의 재구성과 전통적인 규범에 대한 도전, 관능처럼 불균질한 층위를 하나의 앨범 안에서 구현한다. 그사이에서 ‘WILD’는 자연의 상태 그 자체가 아니라 인공적이고 통제된 환경을 뒤흔드는 태도로 번역된다. 야생은 부재하지만, 야성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WILD’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한복판에서 활동하는 KATSEYE가 정의하는 야성에 대한 실마리처럼 보인다. 이들에게 야성은 주어진 현실을 벗어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PINKY UP’이 보여주는 것처럼, 고상함의 상징인 새끼손가락이 자유로운 파티의 시그니처 동작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자유로운 태도로 즐기는 이들이 서로 연대하며 함께한다면, 비좁은 방도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들에게 야성이란 특정한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공간과 익숙한 기호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뒤흔들고 다시 만들어내는 태도다. 어쩌면 이것이 ‘WILD’가 정의하는 야성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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