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 늑대. 그 얼마나 형용모순인가. 흔히 늑대는 길들여질 수 없는 야생의 존재로 묘사되고는 했다. 하지만 &TEAM은 한국 미니 2집 ‘Mark on Me’의 프롤로그 영상 ‘The Wolf Who Loved Red’를 통해 늑대의 통속성을 뒤집는다. 프롤로그 영상에서 차용된 고전 동화 ‘빨간 모자(혹은 ‘빨간 망토’)’에 등장하는 늑대는 본래 빨간 모자를 쓴 소녀를 꾀어내 속이고, 그 안위를 위협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TEAM이 표현한 늑대는 자신에게 손을 내민 빨간 모자의 온기에 이끌리고, 진심을 다해 빨간 모자의 방식을 배워 나간다. 상대와의 약속을 소중히 지키고, 기다림의 미학을 아는 것. 같이 웃는 행복이 지속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래서 비극일 수도 있었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다시 쓰는 것. 다시 말해 상대를 아끼는 마음을 배우는 것. 늑대조차도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누군가에겐 길들여질 수 있다. 기꺼이.
어두운 공간, 차가운 공기, 메마르고 갈라진 입술, 얼어붙은 눈꺼풀. 앨범의 트레일러 영상 ‘The First Mark’ 속 &TEAM 멤버들은 마치 동굴 속 외로운 늑대가 웅크린 채 바깥을 응시하는 것처럼, 얼음 속에 갇혀 고립된 존재로 묘사된다. 영상에서 지속적으로 클로즈업되는 것은 멤버들의 몸에 새겨진 심벌 같은 흉터(mark)다. 흉터란 어떤 상처가 아물고 난 뒤에 남는 자국(mark)이기도 하다. 만약 그 상처가 새겨진 순간을 떠올리기도 싫고, 누군가가 그것을 오해할까 봐 두렵다면, 아마 그 흉터는 숨겨야 할 흠결이었을 테다. 그런데 “처음으로 내 상처를 흉터가 아니라 문양으로 읽어준 사람”이라는 내레이션처럼, 그 안에 담긴 서사를 읽을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영상 속 얼어붙었던 멤버들의 상처를 조심스레 손길로 읽어내고, 서로의 숨결과 온기가 가닿을 때. 어두운 공간에는 빛이 들어오고 얼음은 녹아내린다. 나의 상처를 흠이 아닌 이야기의 발자국으로, 의미가 담긴 문양(mark)으로 읽어내는 것. 나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봐주는 존재. 그것은 아마도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이자, 사랑의 출발선이다.

&TEAM은 한국 미니 2집 앨범 속 동명의 타이틀 곡 ‘Mark on Me’는 “너로 날 물들이게”라는 표현처럼 상대에 대한 갈망을 강렬하게 담아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강렬함은 ‘Mark on Me’의 퍼포먼스에서 그 어느 때보다 미니멀한 움직임으로 표현된다. 그간 &TEAM은 벅차오르는 청춘의 뜀박질이나 외부와의 전투 혹은 내면의 불안과 갈등을 군무나 격한 움직임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Mark on Me’의 &TEAM은 공간을 선회하듯 걷거나, 몸을 고정한 채 웨이브를 활용해 성숙한 아우라를 내세운다. 음악 역시 낡은 피아노의 단조 스케일이 느리게 흐르며 시작되고, 멤버들은 후렴구에 다다르기 전까지 저음이 강조되는 보컬이나 여린 가성을 주로 사용한다. 음악과 퍼포먼스 곳곳에 유혹하는 듯한 뉘앙스와 제스처가 묻어나지만, 그 모든 건 절제된 형태로만 표현된다. &TEAM은 그간 오리지널 스토리 ‘DARK MOON’ 시리즈 속 늑대인간 캐릭터와 서사를 통해 그들의 정체성을 복합적으로 그려왔다. 시리즈 속에서 ‘각인(mark)’은 상대를 영원히 기억하고 간직하는, 충성심과 의리를 근간에 둔 늑대인간만이 이행할 수 있는 사랑의 형태다. 유한한 존재가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누군가를 계속 기억하겠다는 다짐. 심지어 상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각인이 지닌 그 각별한 의미를 되새겨보면, &TEAM이 보여주는 갈망의 자세는 적극적인 다가감이 아닌, 적극적인 받아들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절제된 표현의 이유다. 나를 너에게 새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너를 새기는 것이기 때문에.

각인으로 대변되는 &TEAM의 각오의 깊이는 음악과 퍼포먼스 곳곳에서 응축된 에너지로 표출된다. ‘Mark on Me’의 후렴구에서 &TEAM은 “Take me down”, “Tame me now”라며 “영원히 너를 나에게 새기겠다(Mark on me)”고 비장하게 선언한다. 벌스에서 한정된 에너지를 보여준 것과 달리, 후렴에서는 휘몰아치는 전자음을 따라 &TEAM은 공중에 멈춘 듯한 착시를 주는 점프를 한 몸처럼 선보이거나, 다 같이 팔을 쭉 뻗는 동작의 공간감을 활용한다. 두 번째 트랙 ‘Good Boy’의 퍼포먼스에서 &TEAM 멤버들은 주먹을 쥔 채 힘을 과시하듯 팔을 들고, 가슴을 두드리는 제스처로 위압감을 드러낸다. 퍼포먼스 내내 넓은 보폭으로 다리를 움직이고, 묵직한 질주 같은 늑대들의 무게감과 속도감이 중첩된다. 훅(hook)에서 반복되는 구령에 가까운 외침은 호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스로를 “길들일 수가 없지”라 묘사한 바와 같이, 늑대가 지닌 와일드함의 극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Good Boy’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암시하듯, &TEAM은 그 힘을 공격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네 손에 쥐어진 Leash”라며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어주는 것으로 치환한다. 길들일 수 없는 존재가, 자신의 의지로 길들여지길 선택한다.
&TEAM은 앨범 전반에 걸쳐 사랑에서 기인한 다채로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비친다. 예컨대 ‘러브장’은 노트 위에 적어 내려가는 수줍은 마음을 1990년대 특유의 아릿한 사운드로 담아내고, “혹시 이런 나 답답해?”라며 간지러운 마음의 상태를 나열한다. “너의 웃음과 다정한 네 말투가 거짓말처럼 내게 번져가” 같은 표현은, 아마 빨간 모자에게 행복을 배워 가던 늑대가 느꼈던 기쁨일지도 모른다. 반면 ‘Empty’는 자신이 느껴온 두려움과 공허함을 인정하고 그래서 너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자기 고백에 가깝다. 다만 그렇게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내비칠 수 있다면, 도리어 한발 내딛는 것도 가능해진다. “두려워도 한 번 믿어” 보라고, 너와 함께라면 “더 달리고 싶어”라며 확신을 건네는 ‘Accelerate’처럼 말이다. 앨범의 정서적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트랙 ‘Night to howl!’이다. “숨기지 않아 네 앞에선”이라는 가사가 직관적으로 보여주듯 ‘Night to howl!’은 일렉 기타의 질주감과 함께 솟구치는 마음을 한껏 쏟아낸다. 후렴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하울링(“Awoo”)’또한 도약하는 멜로디를 십분 활용하며 찬란하게 표현된다. &TEAM은 본래 늑대에게 외로움의 표현이자 동료를 부르는 외침인 하울링을, 오직 “너를 위한” 세레나데로 탈바꿈시킨다. 마치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바꿔버린 빨간 모자와 늑대의 새로운 이야기처럼.

&TEAM은 데뷔 이래 음악 속에서 때로는 속으로 번민하고 때로는 어떤 존재들과 대립해왔다. ‘First Howling’ 시리즈를 통해 내면에서 부대끼는 마음에 귀 기울이고, 늑대가 하울링을 통해 서로를 확인하듯 나와 닮은 동료를 발견하며 ‘우리’로서 나아갔다. 그 끝에 결속된 늑대들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외부와의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Mark on Me’를 통해 처음으로 내면의 요동치는 마음이라거나 충돌하는 존재가 아닌, 상대방에 대한 열망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TAME ME’ 그리고 ‘CRAVE YOU’. ‘Mark on Me’ 앨범을 비주얼적으로 집약한 콘셉트 포토의 제목이다. 너를 갈망한다. 그러나 길들임의 대상은 내가 된다. 가장 야생적 존재를 표현하던 이들이, 네게 길들여지겠다 말한다. 나를 발견하며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존재에게는, 내 목줄을 기꺼이 건네고 착한 아이가 될 수 있다. 과거의 상처와 흉터를 의미했던 자국(mark)은 이제 운명적 상대를 먼 미래에도 기억하겠다는 각인(mark)의 표현으로 거듭난다. 늑대인간으로서의 본능을 기꺼이 내려놓고 늑대인간이 내걸 수 있는 가장 진중한 약속을 내건다. ‘Mark on Me’는 그야말로 전력을 다하는 사랑, 늑대인간만이 선사할 수 있는 순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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