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는 음악에 대해 얘기하며 두 영역을 바쁘게 오갔다. 언어로 드러내기 어려운 감각의 영역과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야 하는 계산의 영역.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세븐틴’이라는 팀이 놓여 있었다.
세븐틴 데뷔 6주년을 기념해 위버스에 올린 글이 마치 한 편의 시 같았어요. 특히 ‘인연끈’을 손에 꼭 쥔다는 표현이요.
우지: 6주년을 맞이하기까지, 특히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이 오기까지 멤버들도 캐럿들도 힘든 시기였을 테니까요. 위버스에서 캐럿들의 축하글을 보다 고마운 마음에 대해 느낀 점들을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깊은 글을 썼어요.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는,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걸 같이 쥐고 있기 때문에 이 시간들을 계속 기다려 온 거라는.
캐럿을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은 어떻게 견디나요?
우지: 버티는 힘이 뚜렷하게 있진 않고, 그 힘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다들 마냥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점점 좋은 기사들이 보이니, 슬슬 이 침묵을 깰 수 있는 기쁨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보다는 희망 정도겠죠. 다시 무조건 볼 거라는 희망.
그런 마음이 새 앨범에도 담기게 되었나요?
우지: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지닌 감정이 사랑인데, 우리가 만나지 못하면서 표출이 잘 안 됐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을 전달하려 하고, 에너지가 닿길 바라는 염원들이 ‘고백’이라는 큰 주제가 되어 ‘Your Choice’ 앨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고백’이라는 주제는 세븐틴의 초기 앨범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Ready to love’는 또 새로운 관점 같아요.
우지: 데뷔 초에는 그 나이에 걸맞은 톡톡 튀고 툭 던지는 표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툭 던지려 해도 정돈된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Ready to love’는 묵직한 사운드 속에서, 드럼과 같이 심장이 헐떡이는 듯한 설렘의 느낌이 있어요. 사랑 얘기니까 더 풋풋하거나 성숙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그냥 지금이길 원했어요.
우지 씨가 생각하는 세븐틴의 ‘지금’은 어떤 모습인가요?
우지: 데뷔 초에는 누군가에게 사랑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아이들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며 청춘들에게 위로도 해줄 수 있고, 같이 가자고 말해줄 수 있는 심적인 성장들. 말 그대로 나이가 든 상태에서, 한 번 더 손을 내밀고 사랑의 고백을 하는 모습이죠.
비슷한 주제 속에 있지만, 첫 트랙 ‘Heaven’s Cloud’는 분위기가 달라요.
우지: 앨범 계획을 하고 ‘Ready to love’보다 훨씬 먼저 만든 음악이에요. 나이나 성장을 떠나 ‘사랑’이라고 했을 때 튀어나오는 설렘의 모양들에서 시작했고, 몽글몽글 상상할 수 있는 가사들로 작업했어요. 트랙의 가제도 ‘Heaven’s Cloud’여서 전체적인 사운드가 ‘천국의 구름’ 같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했다가, 이대로 가도 되겠다 싶었어요. 드물게도 가제를 제목으로 정하게 됐죠. 멜로디가 스타일리시하고 다채롭게 이뤄져 진성과 가성을 오가요. 만들면서 노래가 어렵다는 생각은 했는데, 곡이랑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사운드는 최신 음악에 가까운데 표현이나 가창은 세븐틴의 청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기억하는 것과 닮아 있죠.
첫 트랙이 앨범의 분위기를 잘 잡아준 듯해요. 이 곡이 앨범에 들어가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나요?
우지: 앨범의 온도라는 걸 염두에 두다 보니, 그런 생각을 꼭 가지고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트랙 배치는 직감인 것 같아요. 앨범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끼리 순서를 고민하면, 느낌으로 순서가 정해지는데 그 오차 범위가 크지 않아요. ‘Heaven’s Cloud’가 사랑의 이야기라는 문을 잘 열어주어, 사랑의 준비가 된 ‘Ready to love’가 나올 수 있고, 이걸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는 터프하고 강렬한 각오가 보이는 ‘Anyone’의 이야기도 나오는 거죠.
세 번째에 자리한 ‘Anyone’은 또 다른 감성이죠.
우지: 가사보다 트랙과 멜로디 구상을 먼저 해서 더 멋있는 음악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 곡의 온도가 ‘Ready to love’를 받쳐준다고 생각했어요. ‘Ready to love’ 가사에는 부드러움이 있다면, 거기서 힘을 받아 강한 각오를 다지는 가사가 음악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인트로 분위기가 잘 잡혀 있었는데, 후렴 직전 파트의 멜로디를 만들다가 좋은 멜로디가 속된 말로 ‘걸렸어요.’(웃음) 다음 날 들어봤는데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요. 그렇게 메인 멜로디를 구상하고 그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게끔 곡 구성을 짜게 된거죠.
우지 씨가 생각하는 좋은 멜로디의 기준은 뭔가요?
우지: 정답은 없지만, ‘삘’을 받아서 작업을 하고 다음 날 들었을 때 좋으면 좋은 멜로디 같아요. 막 작업하고 다음 날 지워 버릴 때도 있고.(웃음) 좋아도 지우고 다시 할 때도 있는데, 그냥 개인적인 첫 번째 기준은 그래요.
보컬팀의 곡 ‘같은 꿈, 같은 맘, 같은 밤’ 작업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우지: 정말 재밌었어요. 유닛 단체방에 자유롭게 의견을 달라고 하면 각자의 성향이 보여요. 승관이는 항상 날카롭게 봐줘서, “회사의 제안은 이게 문제일 것 같고, 형이 원하는 분위기는 좋은데, 이런 건 문제 같아. 또 나는 이런 걸 하고 싶은데 이런 문제가 있어.” 하면서.(웃음) 도겸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올리고, “그런데 나는 괜찮아. 뭐든 좋아.” 이래요. 그러다 정한이 형이 “너네가 하고 싶은 음악 다 좋으니까, 같이 가자.” 해주면, 시간이 지나서 조슈아 형이 “어 나도 좋아. 굿굿.” 답장을 보내거든요.(웃음)
특별히 2000년대 초반의 R&B 느낌을 가져온 이유가 있었나요?
우지: 유닛의 색을 짙게 표현하려고, 장르보다는 보컬에 집중할 수 있는 사운드를 먼저 생각했어요. 옛날에 들었던 사운드에서 모티브를 얻어, 목소리에 집중되게 하면 따뜻한 메시지에 힘이 실릴 것 같았어요. 보이즈 투 맨이나 브라운 아이드 소울 선배님들 음악처럼, 어렴풋이 기억 속에 있는 몽글몽글한 사운드를 상상하며 작업했어요. 그 장르에서 쓰이는 음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가창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멤버들이 굉장히 잘 부르더라고요.(웃음)
세븐틴의 음악은 장르적으로 무척 다양해요. 선택의 기준이 있나요?
우지: 이것도 직감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마음에 불을 지펴’는 1996년생들끼리 뭘 해야 어울릴까 얘기를 하다, 끈적한 느낌이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그러자마자 이런 장르를 하고 리듬은 이걸 써야겠다고, 바로 생각이 났어요.
그런 다양한 장르 속에서 세븐틴의 감성은 유지되는 점이 신기해요.
우지: 가끔 ‘처음 듣는 노래인데 왜 세븐틴에게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해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부를 주인이 정해져 있다는 게 노래가 가야 할 길을 확고하게 잡아준다 해야 할까요. 심지어 범주 형이 만든 음악도 세븐틴이 부를 음악인지 아닌지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진정성이 느껴지려면 그 사람의 지금 모습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그대로를 담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세븐틴과 어울리는 게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에도 멤버들끼리 다양한 의견이 서로 오갔겠어요.
우지: 저희는 듣는 귀가 많잖아요.(웃음) 어떤 피드백이 있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부분에서 의견을 줘요. 그리고 서로 워낙 오래 봤고, 계속해서 앨범을 냈으니 별로인 건 별로라고 하고 돌려 말하지 않아요. 그런 솔직한 피드백들이 있어 완성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우지 씨는 멤버이자 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텐데, 어렵지는 않은가요?
우지: 훈련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대중가요를 만들어야 되는 사람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비슷한 스타일로 계속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어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요. 세븐틴의 앨범을 만들 때는 노력 수준을 넘어 제 생각을 다시 한 번 찾아야 할 정도로 여러 이야기를 듣거든요. 예전부터 그래야 세븐틴의 앨범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나온 음악들이 다시 곡을 쓰는 원동력이 되어줄 때가 있나요?
우지: 사실 작품에 대한 만족도나 쾌감이 신나거나 기분이 좋다는 느낌만은 아니에요.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포옹’ 가사를 예로 들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파하려 한 거지만 나조차 매료당할 때가 있어요. 특히 혼자 집중하며 만든 예상치 못한 곡들에서 와요. 백호 형의 ‘지금까지 행복했어요’, 범주 형의 ‘그리워 안 해’, 콘서트에서 불렀던 미공개곡 ‘어떤 미래’와 아이오아이 친구들의 ‘소나기’가 그래요. 부끄럽고 웃기지만 제가 쓴 가사에 제가 감동받는 순간들이 있어요.(웃음)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이 남다르겠어요.
우지: 예를 들어 ‘HIT’는 처음에 ‘불도저처럼 밀고 가며 다 부수는 음악을 해보자.’는 상상만 하며 만들었어요. 이게 열심히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면, 초반에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는지 잘 인지하지 못해요. 그러다 무심코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음악 방송을 하고 있을 때. 모니터 속에 그 음악에 춤추는 세븐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맞아. 맨 처음 이 모습을 보려고 만들었어.’라는 신기함이 몰려올 때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우지 씨에게 퍼포먼스도 큰 의미를 지니겠네요.
우지: 어릴 때부터 춤추는 것도 좋아했고 열심히 연습을 했었는데, 또 동시에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어떤 안무가 이 음악에 올지 기대를 많이 해요. 언제나 저희 옆에는 좋은 스태프분들이 계시니까, 기대에 부응하는 안무들이 잘 나와주거든요. 그런 점이 저도 잘 몰입해서 출 수 있게 만들어주고요.
퍼포먼스팀 리더인 호시 씨는 ‘The Thirteen Tapes’ 인터뷰에서 “저를 잘 알고 원하는 걸 실현시켜주는 작곡가가 우지”라고 이야기했죠.
우지: 걔는(웃음) ‘Spider’ 활동 내내 모든 대답에 제 이름을 붙였던데요.(웃음) 이게 내 인터뷰인지, 얘 인터뷰인지 모를 정도로.(웃음) 얘가 ‘Spider’ 안무가 완성된 날 신나서 “된 것 같다. 진짜 멋있다.” 이러면서 영상을 보냈는데, 저도 동시에 느낌이 딱 오더라고요. 바로 답장을 했죠. “야, 됐다.”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많이 비슷해요. 음악을 듣다 여기에 이게 들어가면 멋있겠다는, 무대적인 직감이 잘 맞는 멤버이긴 하죠. 함께한 것도 10년이 넘어가고, 나이도 같으니 보고 듣고 자란 게 비슷해요. 안 맞는 게 이상하죠.
호시 씨뿐만 아니라 멤버들과도 위버스나 ‘고잉 세븐틴’에서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매거진 ‘GOING’에는 “우리 애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답다.”는 말을 남겼던데요.
우지: 정말 꾸밈 하나 없이 가족 그 자체예요. 제가 형제 없이 자랐고 너무 어릴 때 회사에 왔는데, 그러다 만나 오래 함께한 멤버들이니까요. 친구 사이에는 애틋함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멤버들과는 눈에 보이는 애틋함이 있진 않아요. 오히려 정말 가족이라 끈끈한 애틋함이죠. 어제 봤는데 오늘 봤다고 반갑지는 않잖아요.(웃음) 그런데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당연하게 멤버들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혼자 있을 때는 밝지 않아서, 얘네가 없었다면 저조차 나의 이런 모습을 몰랐을 텐데, 멤버들이랑 있다 보면 ‘나 진짜 밝은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캐럿들에 대해서도 같은 마음인 거 같아요. 지난 생일에 ‘태어나줘서 고마워’를 함께 만들었는데.
우지: 그 상황에서 만들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음악인 거니까 참 신기하죠. 멤버들끼리 다시 녹음해서 캐럿 생일에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선물처럼 드렸을 때는 너무 좋고, 그때 만들기 잘했다 싶었죠. 캐럿들은 계속 제가 혼자 다했다고 얘기하시는데,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 에너지가 음악으로 나온 거예요.
그런 캐럿들에게 우지 씨는 어떤 존재가 되어주고 싶으신가요?
우지: 쉽지는 않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그냥 자랑스러워지고 싶은 것 같아요. 좋은 에너지를 드리려고 노력도 할 테지만, 사실 훨씬 더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그만큼 캐럿들이 더 자랑스러워 하실 수 있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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