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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를 이해하는 다섯 개의 키워드
변화와 지속으로 읽는 15년의 커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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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일권(음악평론가)
사진 출처Duncan Loudon

오는 10월 7일과 8일, 위켄드(The Weeknd)가 고양종합운동장 무대에 오른다. 최근 앨범 3부작을 아우르는 대규모 월드 투어 ‘After Hours Til Dawn Tour’의 한국 공연이다. 이번 내한을 계기로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처음부터 다시 훑어보니 새삼 얼마나 극적인 변화를 거쳐온 커리어인지 실감하게 된다.

2011년만 해도 그는 얼굴조차 제대로 드러내지 않은 채 무료 믹스테이프를 인터넷에 공개하던 R&B 신인이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맥스 마틴(Max Martin)을 만나 대형 팝의 중심부로 진입했고,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함께 세계적인 히트 곡을 만들어냈다. 이후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거쳐 이제는 세계 곳곳의 스타디움을 채우는 팝스타가 됐다. 출발점과 지금의 규모를 나란히 놓고 보면, 서로 다른 두 시대의 경력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욕망과 중독, 관계의 파괴, 밤이 끝난 뒤 찾아오는 공허 같은 주제는 오랫동안 그의 음악에 남아 있었다. 사운드와 표현 방식은 달라져도 위켄드 특유의 정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내한 공연을 기념하며 여기 지난 15년 동안 변화와 지속이 교차해온 커리어를 다섯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1. TRILOGY - 모든 것의 시작, 정체불명의 믹스테이프
2011년 3월 믹스테이프 ‘House of Balloons’가 무료로 공개됐을 때만 해도 위켄드에 관해 알려진 정보는 거의 없었다. 같은 해 ‘Thursday’와 ‘Echoes Of Silence’가 차례로 이어졌고, 세 작품은 이듬해 ‘Trilogy’라는 제목 아래 다시 묶였다. 

지금 들으면 당시의 충격이 다소 희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음울한 신시사이저와 느린 비트, 잔향 속으로 멀어지는 보컬, 넓게 비워둔 공간 등은 지난 15년 동안 R&B에서 꽤 익숙한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House of Balloons’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 모든 요소를 하나의 감각으로 묶어낸 음악은 낯설고도 강렬했다. 위켄드와 일란젤로(Illangelo), 닥 맥키니(Doc McKinney) 같은 동료 프로듀서들은 포스트 펑크(Post Punk), 드림 팝, 고스 음악의 차갑고 흐릿한 질감과 긴 잔향, 어두운 공간감을 R&B에 끌어들였다. 당시 주류 R&B의 매끈하고 또렷한 사운드와 달리 위켄드의 음악은 소리 사이에 넓은 여백을 두고 잔향과 저역을 강조했다. 덕분에 ‘House of Balloons’는 R&B의 익숙한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훨씬 어둡고 폐쇄적인 정서를 구축했다. 

그 위에 놓인 위켄드의 팔세토는 또 다른 긴장을 만든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맑고 유연한 목소리로 코카인과 섹스, 집착과 자기혐오를 노래했다. 멜로디는 매혹적이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좀처럼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니다. 초기 위켄드의 매력은 바로 이 아름다운 표면과 불편한 내용의 충돌에서 생겨났다. 

세 믹스테이프를 차례로 들으면 같은 세계가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변해가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House of Balloons’에서는 밤과 파티, 약물과 욕망이 아직 매혹적인 분위기와 함께 제시된다. ‘Thursday’에 이르면 그 관계가 한층 거칠어지고 화자와 상대 사이에는 집착과 불신, 통제의 기운이 짙어진다. 마지막 ‘Echoes of Silence’에서는 앞선 두 작품에서 반복된 욕망과 자기파괴가 더 극단적인 형태로 이어지며, 후반부로 갈수록 그 끝에 남는 고립과 공허가 크게 다가온다. 이처럼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결국 같은 인물이 비슷한 욕망을 반복하며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과정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 긴 서사를 하나로 묶어준 것은 무엇보다 세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독특한 사운드다. ‘Trilogy’에서 선보인 음악적 특징은 그렇게 얼터너티브 R&B를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요소가 되었다. 

2. CROSSOVER - 낯선 R&B를 세계적인 팝으로 바꾸는 법
‘Trilogy’의 성공 이후 위켄드의 야심은 이미 언더그라운드에 머물지 않았다. 영향력은 크지만 일부 마니아에게만 알려진 뮤지션으로 남을 생각도 없었다. 점점 기존의 강력한 컬트 팬덤에 만족하는 것이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일처럼 느껴졌으며,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음악을 듣기를 원했다. 그는 스타가 되고 싶었다.

그렇다고 주류 팝의 문법에 자신을 그대로 맞추려 한 것도 아니었다. ‘Beauty Behind The Madness’를 만들던 당시 그는 “얼터너티브 R&B가 자신의 영혼에 있으며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맥스 마틴 같은 히트메이커와 작업할 때도 상대가 자신의 세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대중성을 향한 욕망과 기존의 음악적 정체성이 함께 움직였던 셈이다.

그사이에 놓인 ‘Kiss Land’는 중요한 경유지였다. 2013년 첫 정규 앨범에서 그는 ‘Trilogy’의 음산한 공간감을 더욱 영화적인 규모로 확장했고 투어를 통해 처음 접한 낯선 도시와 환경의 감각을 음악 안으로 이식했다. 다만 본격적인 전환은 2015년 ‘Beauty Behind The Madness’에서 찾아왔다.

예컨대 앨범의 대표 곡 ‘Can’t Feel My Face’는 펑키한 베이스와 단단한 리듬, 짧고 또렷한 후렴을 앞세워 이전보다 훨씬 직선적인 팝에 가까워졌다. 반면 ‘The Hills’는 비어 있는 벌스와 거친 보컬, 코러스에서 폭발하는 저음으로 ‘Trilogy’ 시절의 음산한 질감을 이어갔다. 서로 다른 방향을 택한 두 곡이 모두 빌보드 핫 100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위켄드의 크로스오버 방식을 잘 보여준다. 팝의 구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초기 음악의 정서와 사운드를 완전히 지우지 않았던 것이다.

2016년 ‘Starboy’에서는 이 조합이 한층 자연스러워진다. 다프트 펑크가 참여한 타이틀 곡은 단순한 신스 베이스와 전자 드럼, 반복적인 후렴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Trilogy’의 공간 중심 프로덕션과 ‘Beauty Behind The Madness’에서 익힌 명료한 팝 구조가 더 이상 따로 움직이지 않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2010년대 R&B와 팝의 경계가 흐려진 흐름 전체를 위켄드 한 사람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 외에도 여러 뮤지션이 각자의 방식으로 같은 경계를 흔들었다. 그중에서도 위켄드는 유난히 낯설고 음산했던 R&B 사운드와 정서를 주류 팝의 간결한 구조와 결합했다. 이는 희석이라기보다 번역에 가까웠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크로스오버는 단순한 장르 확장을 넘어 자신만의 색을 지닌 팝스타로 자리 잡는 과정이 됐다.

3. NIGHT - 파티에서 연옥까지, 반복되는 욕망의 서사
위켄드의 음악에는 꾸준히 등장하는 이미지들이 있다. 밤, 자동차, 호텔, 클럽, 약물, 망가진 관계. 그리고 그 끝에는 대개 쾌락이 지나간 뒤의 공허가 남는다. 

초기 작품에서 밤은 욕망을 거리낌 없이 좇을 수 있는 공간처럼 그려졌다. 화자는 쾌락과 관계를 소비하면서도 자신의 행동이 남길 결과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다. 또한 이 시기의 여성은 욕망과 중독의 대상으로 좁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고, 통제와 감정적 착취를 떠올리게 하는 태도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아름다운 팔세토와 그 목소리가 들려주는 자기중심적이고 파괴적인 욕망 사이의 간극은 당시 위켄드 음악의 중요한 긴장을 만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화자의 시선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중요했다면, 2020년 작 ‘After Hours’에 가까워질수록 그 욕망 끝에 무엇을 잃었는지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밤도 더 이상 자유로운 파티의 무대가 아니다. 같은 선택을 되풀이한 끝에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공간에 가깝다. 타이틀 곡 ‘After Hours’에서 사랑을 망가뜨린 책임과 뒤늦은 후회를 직접 마주하는 모습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Dawn FM’에 이르면 그 밤은 죽음 이후까지 이어진다. 짐 캐리(Jim Carrey)가 DJ를 맡은 가상의 라디오 방송을 따라 연옥을 통과한다는 설정 속에서 죽음과 후회, 용서와 구원의 문제가 차례로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그의 커리어에서도 손꼽힐 만큼 춤추기 좋은 음악으로 들려준다는 것이다. 어두운 이야기를 매혹적인 멜로디와 리듬 위에 올려놓는 방식은 초기부터 이어져온 위켄드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Dawn FM’에서도 그 대비가 그대로 이어졌다.

다음 앨범 ‘Hurry Up Tomorrow’에 이르면 욕망과 중독의 문제는 명성과 무대, 그리고 위켄드라는 페르소나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과 뒤섞인다. 한때 마음껏 망가질 수 있던 밤은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이 출구를 찾는 공간으로 바뀐다.

돌이켜보면 위켄드의 지난 15년은 비슷한 욕망을 반복해온 한 인물의 긴 이야기처럼 다가온다. 달라진 것은 욕망을 바라보는 태도다. 처음에는 다음 밤을 향해 나아가기 바빴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되풀이해온 선택과 그 결과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4. RETRO — 1980년대 팝을 현재형으로 만드는 법
위켄드의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사람도 ‘Blinding Lights’의 신시사이저만큼은 익숙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2019년 발표된 이 곡은 1980년대 신스팝과 뉴웨이브를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로 만들어졌다. 빠르게 달려나가는 드럼과 밝은 신시사이저, 단순하면서도 강한 멜로디가 곡 전체를 이끈다.

결과는 단순한 복고 열풍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굉장했다. ‘Blinding Lights’는 빌보드가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성적을 집계한 21세기 ‘핫 100’ 결산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25년에는 스포티파이 최초로 누적 50억 스트리밍을 넘어섰다. 1980년대 사운드를 빌린 곡은 수없이 많았지만, 이 정도의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드물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답은 과거를 되살리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위켄드는 1980년대 사운드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당시의 음색과 리듬을 현대적인 팝 구조 안에 풀어내면서 자신이 오랫동안 다뤄온 정서도 함께 녹여냈다. ‘Blinding Lights’의 화자는 한밤중 도시를 질주하며 무너진 관계를 되돌리려 한다. 밝고 빠른 사운드가 곡을 이끌지만, 그 안에서 들리는 감정은 여전히 고립과 불안에 가깝다.

‘After Hours’에서는 이러한 결합이 앨범 전체로 확장됐다. 예컨대 ‘Save Your Tears’와 ‘In Your Eyes’에서 1980년대 팝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한편, 다른 곡들에서는 초기 위켄드의 음산한 R&B가 다시 고개를 든다. 아울러 그가 오래 다뤄온 욕망과 후회의 서사도 복고적인 사운드와 만나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Dawn FM’에서는 복고적인 사운드가 한층 더 뚜렷한 세계관과 결합했다. 디스코와 신스팝, 1980년대 R&B의 요소가 앨범의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죽음과 연옥이라는 설정, 그리고 뒤틀린 전자음향이 더해지면서 익숙한 복고의 감각에도 불안한 기운이 스며든다.

그래서 위켄드의 레트로는 특정 시대를 충실하게 복원하려는 시도와 결이 다르다. 오래된 팝의 소리를 가져오되 그것을 자신이 오랫동안 다뤄온 밤과 고독의 정서에 맞게 다시 풀어낸다. ‘Blinding Lights’가 거대한 히트 곡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익숙한 과거의 사운드를 활용했지만, 결국 더 강하게 남는 것은 1980년대보다 위켄드 특유의 정서였다.

5. CHARACTER — 에이블 테스페이가 ‘위켄드’를 만든 이유
에이블 테스페이(Abel Tesfaye)와 위켄드가 처음부터 뚜렷하게 구분됐던 것은 아니다. 데뷔 초 그는 얼굴을 거의 공개하지 않았고, ‘House of Balloons’ 역시 아티스트의 이미지보다 음악이 먼저 받아들여지기를 원했다. 이후 커리어가 쌓이면서 두 이름의 경계도 점차 분명해졌다. 테스페이는 2021년 인터뷰에서 ‘에이블’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자신이고, '위켄드'는 일을 할 때 들어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노래 속 위켄드는 이기적이고 자기파괴적이며 때로는 불쾌할 만큼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테스페이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했지만, 실제의 자신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 화자를 만들어온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페르소나는 노래 속 목소리에 머물지 않고 앨범과 뮤직비디오, 공연을 하나로 잇는 캐릭터로 확장됐다.

‘After Hours’에서 피투성이의 빨간 재킷 캐릭터로 시작된 서사는 ‘Dawn FM’에서 노화와 죽음의 이미지로 이어졌고, ‘Hurry Up Tomorrow’에서는 마침내 위켄드라는 페르소나의 퇴장을 암시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앨범의 마지막에는 ‘House of Balloons’의 첫 곡 ‘High for This’의 도입부가 다시 등장하면서 2011년부터 이어진 캐릭터를 자신의 출발점으로 되돌려놓는다.

그러나 위켄드와의 작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6년 8월 스톡홀름 공연에서 테스페이는 이 이름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자신과 맞지 않았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위켄드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작품 속에서 퇴장을 암시했던 페르소나를 현실에서는 다시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듯 위켄드는 단순한 예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처음에는 에이블 테스페이의 정체를 감추는 이름이었지만, 점차 실제 자신과 노래 속 극단적인 화자 사이에 거리를 만드는 캐릭터로 발전했다. 이후에는 앨범과 영상, 공연을 하나의 서사로 묶는 중심축이 되었으며, 이제는 테스페이의 음악 세계에 깊이 자리 잡은 존재가 됐다.

다섯 개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위켄드의 커리어는 여러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운드, 캐릭터, 표현 방식은 끊임없이 달라졌지만 초기부터 이어진 몇몇 감각은 형태를 바꾸며 남아 있었다. 그의 음악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변화와 지속이 함께 만들어낸 흐름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아마도 그가 오래 살아남은 이유 역시 달라질 때마다 자신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완전히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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