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에 몰입된 순간, 민주는 모든 것을 담담하지만 주저 없이 말한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호젓함을 즐기다가, 어느새 담대하게 무대 위를 오르는 카타리나.
지난 9월, 민주 씨가 커버한 ‘10 Minutes’ 영상이 공개됐어요.
민주: 제가 예전 가요나 팝송을 좋아하는데 이효리 선배님의 ‘10 Minutes’가 지닌 시크한 느낌과 멜로디, 분위기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마다 꽂힌 노래를 커버해 팬분들에게 들려드리는 편이라, 처음에 이 노래를 R&B로 커버해보고 싶다고 회사에 부탁을 드렸어요. 회사에서 영상 촬영까지 제안해주셔서 “너무 좋아요!” 하고 촬영하게 됐어요. 영상에서 제가 ‘왜 안 와!’ 이런 느낌으로,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 화난 연기를 하거든요? 조금은 아일릿스럽고 귀엽게 표현해보려 했어요.
평소에 다양한 곡들을 커버해 들려주는 이유가 있을까요?
민주: 제 스스로 보여주고 싶은 게 점점 생겨요. 평상시에 듣던 스타일과 달라도 팬분들이 원하시면 해드리고 싶고요. 아, 최근에 한 유튜브 예능에서 부른 ‘불장난’은 잘 알던 노래라 즐겁게 부른 건데, 좀 당황스러웠어요. 제 눈빛이 너무 살아 있어서.(웃음) 요즘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나중에 작은 공간에서 관객들을 모시고 노래해보고 싶기도 해요. 언젠가 자작곡도 들려드리고 싶고요.
민주 씨의 자작곡이라니 궁금한데요?
민주: 언제쯤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미디를 배우고 가사도 써보고 있어요. 미디를 배울 때 ‘노래 만드는 게임을 하는데, 더 퀄리티 있게 발전시키는 중이다.’ 생각하면 재미있더라고요. 아직은 기초적인 단계라, 혼자서 하는 건 사실 선생님 몰래 쓰는 건데요.(웃음) 일단 기초부터 하라고 연습부터 시키셨거든요. 그런 과제할 때 ‘이건 게임이다… 게임이다….’ 이러면서 해요. 아, 제가 ‘얼불춤(리듬 게임 ‘얼음과 불의 춤’의 줄임말)’ 덕분에 미디를 좀 쉽게 배우나 봐요.(웃음) 미디도 타이밍에 맞춰 손으로 찍는 게 있잖아요. ‘얼불춤’ 잘한 것 같습니다.
요즘도 그렇게 몰입하게 되는 대상이 있나요? 한때는 숏 드라마를 봤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민주: 제 방이 진짜 천국이에요. 짐을 최소화하고, 깔끔하고 정돈된 공간에서 좋아하는 온도로 맞춰놓고 누워 있는 시간이 행복해요.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어도 좋더라고요. 아시겠지만 제가 ‘10초 넘기기’가 없어 영화관을 못 가는데(웃음) 숏 드라마는 빨리빨리 전개가 되잖아요. 도파민도 싹 돌고요.(웃음) 꽤 이전에 결제를 딱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구독료가 비싼 거예요. 그 뒤로 결제는 안 해요. 게임은 얼마 전에 쉬는 날이 생겨 본가에서 오빠랑 오랜만에 ‘리그 오브 레전드(LoL, 이하 ‘롤’)’를 했어요. 오빠가 저보다 훨씬 잘하거든요? 게임 유전자가 있나 봐요.
게임 유전자를 체감한 적이 있어요?
민주: 사실 아빠도 게임을 잘하셨거든요. ‘스타크래프트’도 잘하시고 예전에 ‘롤’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제가 몸으로 하는 건 자신 없지만 손으로 하는 건 잘하거든요. ‘할리갈리’ 아세요? 제가 아일릿에서는 1등할 정도로 잘하는데, 아빠랑 하면 항상 져요.(웃음)
민주 씨가 가족분들과 대화할 때 목소리 톤이 사뭇 다르잖아요.(웃음) 이전 콘텐츠에 나온 어머니와의 통화가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민주: 저 완~전 애교쟁이에요. 본가에 갔던 날 집에 할머니가 오셔서, 할머니는 제 방에서 주무시고 제가 엄마랑 잤거든요. 아빠는 소파에서 주무시고. 저 진짜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새벽에 깨서 화장실 다녀오더니 (두 팔을 뻗으며) “엄마 안아줘!” 하고 안았다는 거예요. ‘나는 엄마한테 아직도 애기구나.’ 생각했어요.
또래 사이에서 민주 씨의 모습은 어때요?
민주: 제가 여덟, 아홉 살때부터 친해져서 아직까지 친한 친구들이 있어요. 데뷔할 때나 첫 콘서트 때 와서 축하해준 친구들이거든요. 다들 시크하고 ‘츤데레’ 같아 평소에는 “잘 컸다.”, “열심히 해라.”, “나는 윤아가 좋더라.” 이러는 편이에요.(웃음) 친구들은 대학생이라 과제도 많고, 인간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있어 보이더라고요. 저는 가만히 앉아 있는 걸 힘들어하는데, 몇 시간씩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친구들도 제게 똑같이 말해주고요.
편안한 일상 속 모습이 점점 예능형 콘텐츠에서도 나오는 듯해요. 최근에 ‘누가 여름 끝났대? 아일릿 여름휴가 갔는데’ 영상을 봤거든요.(웃음)
민주: 저희 노래방 기계로 ‘It’s Me’ 부를 때 너무 웃기지 않아요? 그 장면이 나갈 줄 몰랐어요. 제가 컨디션이 아주 좋거나, 반대로 살짝 안 좋을 때 약간 내려놓나 봐요.(웃음) 저희가 연습하다가 쉴 때 다 같이 음악 틀어놓고 ‘와!’ 이러면서 놀고, 파이팅하거든요. 스스로 봐도 참 귀엽고, 순수하고….(웃음) 예전에는 촬영에서 ‘이 말을 해도 괜찮을까?’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는 조금 더 제 모습을 완전 편하게 보여드리고 있어요. 제작진분들도 편하게 해주셔서 예능에 맞게, 내 집처럼 얘기하려고 해요.
‘존이냐박이냐’ 영상에서는 숨 막히는 어색함이 의도적으로 연출되기도 했는데, 그런 촬영은 어때요?
민주: 원래 어색한 콘셉트라고 하셨는데 생각보다 더 어색했어요.(웃음) 저도 더 긴장한 나머지 노래하면서 그렇게 떨었던 게 처음이었어요. 가끔 ‘제발 삭제해주시면 안 될까요’(웃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사실 이런 커버 곡을 촬영할 때는 음악을 엄청 작게 틀어서, 다른 분들에게는 제 목소리만 들리거든요. 평소 녹음보다 훨씬 떨렸어요. 그래도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 비슷한 촬영을 열심히 준비하는 중이에요.(웃음)
민주 씨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콘텐츠에 다양하게 드러나는데, 결국 그 기반에는 멤버들과의 깊어진 친밀감도 좋은 영향이 아니었을까 짐작했어요.
민주: 처음에는 당연히 서로 조금 조심스러웠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냥 완전히 아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윤아가 동갑내기이기도 하고, 저를 잘 알기도 해서 많이 기대는 편이고요. 힘들 때 고민을 나눌 수 있어 고마워요. 모카도 너무 중요한 사람이라 그 빈자리가 느껴질 때 마음이 아팠어요. 보고 싶어서. 당연히 저희 멤버들 모두 특별한 존재이고요. 지금의 아일릿 멤버들을 만나면서,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웃음) 많이 따뜻한 사람이 됐어요. 성장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콘셉트 필름 ‘BURNING’에서 민주 씨가 화를 내며 차를 두 동강 내잖아요. 조심스럽지만, 평상시 민주 씨는 그런 감정을 보여줄 일이 없었지 않을까 궁금했어요.
민주: 촬영할 때 막 소리를 지르라고 디렉팅을 주셨거든요. 농담처럼 “욕도 해보고, 마음대로 있는 짜증 다 내봐라.” 하셨는데 너무 부끄러운 거예요. 저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말을 무뚝뚝하게 하는 정도거든요. 그게 감정 소모가 덜하다고 생각해서요. ‘내가 어떻게 소리를 지르지?’ 싶었는데, 그냥 질렀어요.(웃음) “아~~” 하면서 발도 ‘쾅쾅’ 구르는 게 너무 속 시원한 거예요. ‘오! 나중에 종종 혼자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타이틀 곡 ‘체포하겠어’는 ‘짜증’의 감정이 담겨 있지만, 퍼포먼스의 상당 부분은 무표정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민주: 저희가 웃어야 하는 노래를 주로 불렀다 보니 처음에 자꾸 웃게 되는 거예요. 물론 이런 표정이 더 자신 있을 만큼 연습을 해 지금은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다 같이 안무의 각도를 맞추는 것도 어려웠지만, 잘 맞추고 나니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 이게 한쪽 팔만 쓰니까, 이쪽만 근육이 더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호루라기가 진짜 까다로워요. 춤을 추면 호루라기가 계속 흔들리는데, 조그맣게 생겨서 춤추다가 잡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노래 부를 때의 감정선은 괜찮았나요?
민주: 처음 들었을 때 ‘It’s Me’보다는 빠르게 친해질 듯했는데, 갑자기 호루라기 소리가 ‘삑삑삑’ 나더라고요.(웃음) “미란다를 불러” 파트가 조금 짜증도 넣어야 하고, 목소리도 눌러주면서 불러야 해서 쉽지만은 않았어요. 코러스 파트는 짜증을 내는 거니까 힘 있게 부르려고 했고요. 그래도 녹음한 걸 들어보니 디테일이 많아 좋더라고요.
수록 곡 중에도 ‘짜증’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여럿 있는데, 뉘앙스가 쉽지 않았을 듯해요.
민주: 저는 ‘MORE’가 ‘최애 곡’이거든요. 2절에 랩 같은 파트를 좋아하는데 PD님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에 빠졌어요. 정답을 모르겠더라고요. 녹음을 많이 하면서 답을 찾아갔는데, 결과물을 듣고 ‘와 괜찮다!’ 싶어서 뿌듯했어요. 그런데 곡이 너무 좋지 않아요? “화나 화나 화나 화나” 하는 부분이 쾌감 있어요. 녹음하면서 인트로에 “경고.”하는 내레이션도 부드럽게 “경~고”도 해보고 여러 가지로 해봤는데, 잘 어울리는 건 게임처럼 감정 없는 버전이었어요. 재밌는데 좀 부끄러웠어요. ‘POP’은 그루브가 힙한 노래인데, 제 색깔을 많이 넣어보고 싶었거든요. 이번에 연습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또 는 것 같아요.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무대에 오르거나 창작과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민주 씨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나요?
민주: 주기적으로는 아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가끔 일기를 썼던 게 있어요. 가끔 가사 쓰는 연습을 할 때 그 일기를 보면서 감정들을 떠올려봐요. 저는 제가 어땠는지 까먹거든요. 일기에 그 시기의 감정이 고스란히 있으니까 ‘이때는 이랬구나.’ 하고 당시의 저를 생각해봐요. 그때의 이야기도 써보고, 예쁘게 포장해서 써보기도 하고요.(웃음) 그래서 제 얘기를 써보려 할 때는 가사 쓰는 게 굉장히 오래 걸리나 봐요.
그럼 어떤 방법을 택해요?
민주: 제 얘기보다는 상상을 해서, 어떤 상황이나 캐릭터를 설정하고 써보고 있어요. 제 얘기로 가사를 쓸 때는 생각이 많아져서 어렵더라고요. 생각은 진짜 항상 많아요. 잘 써질 때도 있고 어느 날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 나오고.(웃음)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표현하고 싶은 건 분명할 거라 생각해요.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번 활동에서 민주 씨가 보여주고픈 모습은 뭘까요?
민주: 많은 분들이 무대를 보시고 ‘아일릿이 무대는 잘하는구나’, ‘무대 볼 맛 난다’ 하시면 좋겠어요. 저희 그거 되게 신경 쓰거든요. 퍼포먼스 디렉터님과 머리를 싸매면서(웃음) ‘어떻게 더 변화를 주고,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그게 딱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It’s Me’도 무대에서 신나는 노래가 되어 좋았거든요. 처음부터 너무 좋은 곡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에게 낯설까 봐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반응이 좋아 다행이었어요. 부모님께서도 “이거는 무조건 된다.” 이러셨는데, 역시 잘될 줄 알았다며 좋아하셨고요.(웃음) 이번 활동도 저희끼리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기대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 ‘BREAK EVEN’은 누군가에게 준 마음의 크기가 돌아오지 않을 때의 비유라 느껴지거든요. 현실의 민주 씨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나요?
민주: 제가 다른 사람한테 느끼는 건 없는 듯해요. 아마 일적으로 제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결과가 마음같지 않을 때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반대로 예전에는 제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었어요. 너도 먼저 표현해주면 안 되냐고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제가 무심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오히려 제가 어떤 얘기를 건넸을 때 “감동이야. 고마워. 너 때문에 위로가 됐어.” 이런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나요.
민주 씨의 MBTI가 소위 계획형으로 알려진 ‘J’로 바뀌기도 했잖아요. 이 일을 하게 되면서 따라온 변화였을까요?
민주: 남들한테 폐 끼치는 걸 진짜 안 좋아해서, 제가 해야 하는 걸 안 해서 늦어지는 건 싫더라고요. 쉬는 날에는 완전 ‘P’이지만 일할 때는 ‘J’처럼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미리미리 연습하면, 더 좋은 퀄리티로 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기분을 느끼지 않게 계획을 세우게 됐어요.
왜인지 민주 씨를 늘 무던한 성격으로 생각해왔기에 의외이기도 해요. 예전에 ‘아이돌 상담소’에서 연습생 당시 하루하루가 불안했다고 말한 것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민주: 저는 연습생 생활을 나름 즐겁게 했거든요? 해야 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다시 못할 것 같아요. 정해진 게 없었을 때의 불안한 기분을 아니까요. 지금은 어떤 불안이 생기더라도 아예 다른 종류일 테고요. 데뷔를 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감사한 일 같아요.
그렇게 소중한 무대를 통해 민주 씨가 아일릿으로 보여주고 싶은 건 뭐예요?
민주: 처음에는 저도 갈피를 못 잡았던 순간이 있었어요. 아일릿으로 어떻게 노래를 불러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려웠는데 이제는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자신 있는 부분은 놓치지 않게 연습도 하고요. 노래에 대한 욕심도 더 생겨서 빨리 무언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글릿에게 해주고 싶은 것도 많을 듯해요.
민주: 음악 방송 사전 녹화를 하면 팬분들을 가까이서 뵙는데, 그 표정을 볼 때 너무 뿌듯해요. 제가 팬분들의 반응을 잘 살피려는 편인데요. 신경 썼던 파트가 좋다고 해주시면 ‘팬분들은 알아주시는구나.’ 뿌듯함을 느껴요. 제가 글릿을 너무 사랑하거든요? 그런데 가끔은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이 들더라고요. 더 자주 표현하려고 늘 마음을 먹어도 여전히 부족하다는 걸 느껴요. 최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들고 글릿에게 찾아가려 하는데, 제가 먹는 얘기밖에 안 해가지고….(웃음)
글릿분들이라면 사소한 이야기라도 반겨주실 거예요.(웃음)
민주: 가족도 아닌데 이렇게 사랑해주고,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좋아해주는 글릿분들의 마음이 되게 감사해요. 의무감이 항상 생겨요. 그런 사람들을 더 챙겨주고, 나도 좀 예쁜 짓을 많이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