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윤아 “계속 하다 보면 결국에는 제 것이 돼요”
아일릿 ‘BREAK EVEN’ 컴백 인터뷰

윤아에게 해낸다는 건, 나의 반경을 넓혀가는 과정. 묵묵히 그 시간을 새기며 때를 기다리는 일.

올해 ‘운전면허 따기’라는 목표를 이뤘어요.
윤아:
지난 2월에 운전면허를 땄거든요. 요즘은 본가에 내려가면 혼자 운전도 해볼 정도예요. 이번 추석 때는 큰아빠와 큰엄마를 처음 태워드렸어요. 다들 대견하다고 해주셨지만 괜히 더 신경 쓰여 평소라면 할 수 있는 것도 잘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주차하거나 커브를 돌 때 속도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아직 잘 안 잡혀서 브레이크를 조금 빠르게 누른단 말이죠. 그러면 원심력 때문에 위험할 수 있거든요. 큰아빠께서 그런 부분에 대한 너무 좋은 피드백을 해주셨어요.(웃음)

자체 콘텐츠 ‘슈퍼아일릿’에서는 멤버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도 했잖아요.
윤아: ‘안전 운전, 방어 운전.’이라고 다짐하며 엄청 조심했는데요. 멤버들이 제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있다는 게 정말 감회가 새로웠어요. 뿌듯함도 컸고요.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 만나 데뷔를 하고, 이제 같이 드라이브도 하게 됐다니.(웃음) 저희가 불규칙한 생활을 하다 보니, 스스로를 환기할 만한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그럴 때 드라이브를 하면 힐링이 되더라고요. 퇴근길에 스피커로 노래를 들으며 창문 열고 콧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개운해져서, 그런 기분을 멤버들한테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차에서는 어떤 노래를 즐겨 들어요?
윤아:
사실 운전하면서 음악을 듣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어요. 그마저도 내비게이션 소리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보니 음악이 거슬리는 순간에는 꺼버리기도 해요.(웃음) 그래도 최근에 친구랑 드라이브를 하면서 K-팝을 들었는데, 랜덤 재생을 해뒀더니 아일릿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평소에는 저희 노래를 찾아듣지 않거든요. 우연히 대중의 입장이 되어본 거죠. ‘Tick-Tack’도 좋고 ‘It’s Me’도 너무 신나서 ‘우리 노래가 이렇게 좋았구나. 사람들도 ‘우와, 아일릿 노래 좋다’고 느끼겠구나.’ 싶은 거예요. 되게 색달랐어요.

‘It’s Me’는 처음에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널리 사랑받게 됐잖아요. 새로운 시도로 아일릿의 영역을 넓히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 과정을 경험해보니 어떤가요?
윤아:
무대에 서는 입장에서는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처음에는 낯설어도 ‘해보니까 괜찮네. 생각보다 잘 어울리네.’ 하고 점점 익숙해지는 과정이 또 재밌잖아요!(웃음) 대중의 입장에서도 듣다 보면 ‘재미있네?’, ‘다음에는 또 어떤 걸 들고 나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만약 새로운 시도가 실패한다 해도 ‘지금은 때가 아닌가 보다’ 하고, 또 다른 걸 시도하며 때를 기다리면 되죠. ‘NOT CUTE ANYMORE’나 ‘It’s Me’도 ‘이게 아일릿이야?’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두 곡 모두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일릿의 모습을 심어줬잖아요. 덕분에 이제 아일릿이 어떤 곡을 들고 나와도 그렇게 이상하거나 놀랍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체포하겠어’ 역시 화가 나는 감정을 재치 있게 표현하는 접근 방식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윤아:
사실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말이 안 되죠. “너, 내 마음 가져갔으니까 체포하겠어!” 실제로 누구도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요.(웃음) 하지만 그걸 재미있게 표현하는 게 저희의 임무니까요. 저희는 ‘NOT CUTE ANYMORE’ 이후로 ‘귀엽지 않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무대에서 정말 성심성의껏 화를 내고 짜증을 낼 거예요.

성심성의껏 짜증 내는 표정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되네요.(웃음)
윤아: 제가 보여드린 무대 중에 제일 센 콘셉트는 ‘Desperate’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이런 곡은 인상 쓰는 게 잘 어울리고 표정 짓기도 편해요. 그런데 ‘체포하겠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저는 귀엽고 웃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감정선으로 보면 짜증이 맞지만, “체포하겠엉~”(웃음) 이러면서 저희가 아무리 짜증 내는 표정을 지어도 보는 입장에서는 ‘어이구, 무서워라. 얘, 화도 낼 줄 아네?’ 하고 귀엽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그럼 이번 곡은 내심 어떻게 봐주셨으면 해요?
윤아:
물론 저희가 귀엽지 않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진 이미지나 저희 곡의 콘셉트에 아직은 귀여운 면도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귀엽다는 반응을 즐기는 편이에요.(웃음) 데뷔 초에는 직관적으로 귀여운 콘셉트였잖아요. 제 취향이긴 했는데, 그 당시에 ‘알유넥스트’에서 제가 센 콘셉트로 화제가 되기도 했고, 이걸 막상 소화하려니 어색하고 어려운 거죠. 그런데 사실 저는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알유넥스트’에서도 매 라운드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요. 그 덕인지 나중에는 갈수록 재미있어졌어요. 데뷔 초에 귀여울 수 있다는 건 ‘럭키’한 것 같아요.(웃음)

‘More’의 “열받아”, “화나” 같은 직설적인 감정 표현에서도 그런 매력이 잘 담겼어요.
윤아: “너가 나 안 받아줘서 너무 화났어! 너 때문에 못 살아, 짜증 나! 화 나!” 조금은 직관적이고 유치한데, 귀엽잖아요.(웃음) 사람이 유치해질 때 솔직한 매력도 같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앨범이 저희 또래에게 있을 법한 사랑 얘기를 하고 있기도 하고요.

‘SUPER REAL ME’에서 ‘BREAK EVEN’까지, 앨범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사랑이라는 감정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와닿더라고요. 확실히 ‘성장한’ 느낌이에요.
윤아:
뿌듯한 마음이 가장 커요. 사실 제가 큰 거지만, 제가 아일릿을 키운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농담입니다.(웃음) 저희 아일릿은 계단식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다음 챕터에는 또 어떤 걸 하게 될까?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도 점점 커져요.

스스로 성장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도 있나요?
윤아:
콘서트할 때요. 무대 위에서 애드리브를 하고 좀 더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이번 투어를 통해 글릿분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도쿄, 효고,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이렇게 일본에서도 여러 도시를 다녀올 수 있었잖아요. 그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일본에서도 저희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슈퍼아일릿’에서는 역으로 윤아 씨가 팬의 결혼식에 찾아가보기도 했어요. 어떤 마음이었나요?
윤아:
결혼식은 본인이 주인공인 날이잖아요. 일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을 저희가 함께하는 거니까, ‘신부님께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될까? 실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여느 때보다 더 긴장했어요. 저도 언젠가 한 번쯤 축가를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랐는데, 예상보다 빨리 하게 돼서 기쁘기도 했어요. 그리고 글릿이 결혼을 한다는 게 너무너무 귀여운 거예요. 마음이 행복하고 귀엽고,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어떤 점이 그렇게 귀여웠어요?(웃음)
윤아:
전 항상 글릿이 귀여워요. 진짜 다 귀여워요. 예를 들어 팬 사인회에서 글릿들이 맨날 어떤 상황을 가정하면서 뭔가를 물어보거든요. 저는 제가 나름 안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질문들은 보통 불안정형들이 많이 하거든요.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내가 확신을 못 주나?’ 싶기도 하고.(웃음) 또 콘서트에서 저랑 눈을 마주치면 긴장하는 모습을 보거나 할 때도 글릿들이 너무 귀엽죠.

안정적인 편이라고 했는데, 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때로 내가 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순간도 오잖아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요?
윤아:
얼마 전에 친한 언니한테 생일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언니가 걱정하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기엔 아주 과한 선물은 아니었는데, 자기는 너한테 이만큼 못해줄 수도 있다면서요. 그런데 저는 선물을 주면서 상대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순간, 선물의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나한테 언니가 해줘야 하는 것은 없다. 내가 언니 생일을 축하하고 싶어서 주는 거야. 언니가 날 만나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솔직하게 말했죠. 그러니까 언니가 “너 언제 이렇게 컸니!”라고 해줬어요.(웃음)

그러면 내 마음과는 달리, 상대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아:
그냥 단순하게, 상대가 싫다고 하면 안 하면 돼요. 아무리 제가 좋은 마음에서 한 일이어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그 마음을 앞세울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건 어디까지나 제 마음이고, 상대가 굳이 받아줄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럴 때는 그냥 ‘오케이!’ 하고 단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직업 특성상 여러 새로운 관계를 맺을 일이 많을 텐데, 그런 자리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나요?
윤아:
그럴 때 외향적인 성향이 도드라지는 것 같아요. 한마디라도 더 말을 걸어 보면 어색한 분위기를 깰 수 있잖아요. 다만 저도 평소에 멤버들과 있을 때는 말수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민주도 저한테 예전에 비해 ‘I(내향형)’ 같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살짝 속상했어요. 저희 팀의 유일한 ‘E(외향형)’로서 강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을 만나고 에너지를 보여줘야 하는 순간들이 워낙 많아 ‘E’의 모습을 끌어올리는 게 예전보다는 쉽지 않을 때도 있나 봐요.(웃음) 그래서 요즘은 저를 잘 아는 사람들 앞에서는 가만히 있기도 하고, 가끔은 혼자 있기도 해요.

민주 씨가 윤아 씨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하던데, 윤아 씨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나 궁금했어요.
윤아:
아무래도 동갑인 모카나 민주랑 서로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요. 모카에게는 확실한 의견을 말해준다면 민주에게는 좀 더 공감을 해주려고 해요. 성격상 반대일 것 같은데 의외죠.(웃음) 모카는 결단을 필요로 할 때가 많아서, 제 의견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요. 민주가 고민에 빠져 있을 때는 한마디 툭 건네며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려고 하고요. 민주도 저한테 “네가 하는 게 정답이지. 내 의견은 그냥 의견일 뿐이다”라고 말해주는 편이에요.

“네가 하는 게 정답”이라니, 동료로서도 친구로서도 힘이 되는 말이네요.
윤아:
일이 끝나면 멤버들이랑 숙소에서는 그냥 친구 같은 느낌이니까요.(웃음) “오늘 일찍 끝나니까 쇼핑 갈 사람? 지금 시간되는 사람~” 이렇게 제가 많이 주도하긴 해요. 시간 맞는 사람끼리 영화도 보러 가고, 밥도 먹으러 가고요. 저는 밖에 나가야 에너지가 회복되거든요. 날씨 좋은데 집에 있으면 시간도 아깝고 우울해져요. 무조건 나가서 사람을 만나고, 마땅치 않으면 혼자서라도 쇼핑하고, 풍경 보고, 사진 찍고 그래요.

위버스 라이브에서 영화관에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보는 것도 일종의 루틴이라고 하던데요.
윤아:
맞아요. 토비 맥과이어가 나오는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때부터 스파이더맨을 좋아했어요. 스파이더맨에게는 항상 희생이 따르잖아요. 사랑하는 연인, 삼촌, 고모… 챕터가 넘어갈 때마다 주변 사람을 보내야 해요. 친구가 적이 돼서 나를 공격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스파이더맨은 항상 ‘친절한 이웃’이잖아요.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복면을 벗으면 일반인이라 정체도 들키면 안 돼요. 그런데 사람들이 고마워하지도 않고 경찰마저 스파이더맨을 경계할 때조차, 정의감 하나로 뉴욕 시민들을 구하겠다고 악당과 맞서 싸우잖아요. 어떻게 스파이더맨을 미워할 수 있겠어요. 인정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응원할 수밖에 없어요.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언제나 그렇듯 스파이더맨은 이겨내니까요.

끝까지 해내는 사람에게는 마음이 갈 수밖에 없죠. 위버스 라이브에서 연습생 때 “저는 진짜 노력파”였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윤아:
완전 노력파였어요.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정말 많았고, 저는 춤도 노래도 애매한 정도였거든요. 너무 몸치라 월말 평가 때마다 혼나다가, 언젠가 한 번 튀어 올랐을 때 그제서야 자신감을 가지고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연습생 때는 오래 연습한다고 해서 데뷔가 보장되는 게 아니잖아요. 뭔가 잘되지 않으면 열받고, 짜증 나고, 계속 실패할 것 같으니까 연습하기 싫은 날들도 있었어요. 그렇게 불안하고 조급해하는 삶을 살다가, 데뷔를 하고서야 당장 안 되더라도 ‘그래, 언젠가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됐어요. 그러니 오래 걸릴 것도 오히려 더 빠르게 습득하게 되더라고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나고 보니 도움이 됐다 싶은 경험도 있어요?
윤아:
연습생 때 ‘힐 코레오그래피(이하 힐 코레오)’ 장르를 배운 적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데뷔하고서 제 춤선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댄스 장르가 뭔지 생각해보니, 힐 코레오인 거예요. 덕분에 부드러운 춤선을 갖게 됐고, 무대에서 힐을 신을 때도 도움이 됐고요. 언젠가 팬들한테 힐 코레오를 보여주게 되면 그때는 ‘아일릿,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같은 색다른 반응이 나오겠죠.(웃음) 지금은 힐 코레오가 숨겨둔 비장의 무기가 된 셈이라, 너무 감사해요.

그렇게 조금씩 반경을 넓혀온 거네요.
윤아:
보컬이든 퍼포먼스든 계속 하다 보면 결국에는 제 것이 돼요. 저만 소화할 수 있고, 제가 없으면 허전한 파트가 되는 거죠. 제 몸에 흡수될 때까지 연습하고 시도하면 돼요. 어차피 된다는 걸 알아요. 진짜로 저는 항상 그래요. 녹음할 때보다 음악 방송을 할 때 훨씬 더 ‘착붙’이고, 방송이 끝나고 공연이나 행사를 할 때 훨씬 더 잘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다 도와주는 것 같아요. 그냥 뭐든지 많이 하면요!

Credit
글송후령
인터뷰송후령
비주얼 디렉터전유림
비주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노연수
현장 운영 총괄최민서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김나연, 김주현, 윤상아, 이가형, 정효진 (BELIFT LAB)
사진레스, 유서인, 박상우, 서문진
영상김영대, 김현호, 하예지, 조로이 (LoCITY)
촬영 지원조윤미
헤어나건웅, 김도경
메이크업문지원, 윤재원, 권도이
스타일리스트유재창, 변혜빈, 신승리, 태유나
세트 디자인윤인솔, 전미주, 한채령, 박대현, 이소진, 이예원
아티스트 운영팀이신동, 김보경, 모치즈키 켄타, 소다운, 윤자영, 조유정 (BELIFT LAB)
Copyright ⓒ Weverse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