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원희 “스무 살 원희 그 자체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아일릿 ‘BREAK EVEN’ 컴백 인터뷰

스무 살. 어른과 아이, 달콤함과 생채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시절. 원희가 그 경계선 위를 내달리는 법.

스무 살이 되어 보니 어떤가요?
원희: 사실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똑같이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경험과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 같아요.(웃음) 그래도 많은 분들께 축하도 받고, 팬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며 저만의 스무 살을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로하 씨에게 언니로서 조언을 남긴다면요?
원희: “영양제를 잘 챙겨 먹어라!” 얼마 전에 한의원에 다녀왔는데 제 신체 나이가 20대 후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거든요. “미리 조심하자!”(웃음)

‘원희는 스무살’도 언니들과 함께 스무 살 버킷리스트를 이뤄가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원희:
다양한 언니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자체로 저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됐어요. 어떻게 보면 스무 살도 그냥 하나의 나이일 뿐이잖아요. 스무 살을 계기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많은 분들께 사랑받게 돼 ‘원희는 스무살’한테 너무 감사해요.

호스트라는 자리가 부담되지는 않았나요?
원희:
‘원희’라는 이름을 걸고 단독 예능을 한다는 게 설레면서도 어렵기도 했어요. 저는 누군가를 이끈다기보다는 1인분을 겨우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솔직히 전 옆에서 호들갑만 떨었고(웃음) PD님이랑 작가님들이 좋은 게스트분들을 초대해주신 덕분이에요. 지금은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때의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예전보다 낯도 덜 가리고 사람 대하는 것도 조금 편해졌어요.

‘라디오스타’ 같은 TV 예능이나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활약을 펼치기도 했고요.
원희: ‘라디오스타’ 때는 정말 많이 긴장했어요. 대선배님들 사이에서 저만 병아리 느낌이라(웃음) 겉돌지 않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걱정이 컸거든요. 선배님들이 너무 편하게 받아주신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요. 일본 예능에서는 저에게 일종의 ‘버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외국인이라 할 수 있는 멘트들도 있으니까 타이밍을 잘 잡아보려 했어요.

‘원희는 스무살’에서 이은지 씨와 예능에 대해 이야기하다 이렇게 말했어요. “잘하고 싶은데, 어려운데, 재미있긴 한데.”
원희: 예능은 예측할 수도 없고, 연습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온전히 그 순간에 맡겨야 해서 어려운데, 그게 예능의 매력 같기도 해요. 그래서 항상 첫 단추를 잘 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현장에서는 금방 긴장을 풀고 적응하려 하고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서 더 큰 재미가 생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드린다는 보람도 있어요.

이은지 씨에게 살가운 태도를 취하면서도 “저 무례하면 얘기해주세요”라고 하시길래, 재미를 보여줘야 하는 예능에 임하지만 예의의 영역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희: 
어느 순간에는 제 자신을 놓아야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는 것 같거든요. 그러다 재미와 무례함 사이에서 삐끗할까 봐 미리 걱정되는 마음에 말씀드린 거예요. 나름대로 분위기에 맞춰 판단하려고 하는데,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어려워요. ‘잘 생각해야겠다’고 늘 다짐하면서도 휙휙 지나가버리니 기억에 남지 않는 순간들도 많고요. 아직 ‘감’이라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매 순간 열심히 하다 보면 제작진분들이 예쁘게 담아주시고 재미있게 편집해주시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고민도 뒤따르지 않을까요? ‘It’s Me’ 컴백 당시 여러 콘텐츠에서 열정적으로 곡 소개를 하던 모습 역시 기억에 남아요.
원희:
‘It’s Me’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직관적인 곡이잖아요. “누가 네 최애야? 내가 네 최애야! It’s Me!” 이렇게요.(웃음) 그래서 저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체포하겠어’도 어떻게 조금 더 직관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인데요. ‘누구를 체포할지부터 설명을 하면 좋으려나?’(웃음) 싶은 ‘복잡시러운’ 지점이 있어요. 지금까지 쌓아온 스토리의 정점이기도 하고요.

스토리의 정점이요?
원희:
데뷔 앨범에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걸로 시작해 “누가 네 최애야? 나야!”까지 했는데도 날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에게 화나는 감정을 표출하게 됐잖아요. 뮤직비디오에도 ‘어장관리남’을 체포하는 과정을 담았고요. 그리고 이번 앨범은 전체적인 밸런스가 정말 좋다고 느꼈는데요. 신나는 곡도 있고, 몽환적인 곡도 있고, 잔잔한 곡도 있는데, 저마다 중독성이 있고 아일릿의 색깔도 뚜렷하게 담겼어요. 준비하면서도 좀 더 잘하고 싶어 욕심 났던 앨범이에요.

각 트랙마다 색깔이 분명한 만큼, 곡에 적합한 감정 표현을 살리는 게 관건이었겠어요.
원희: ‘체포하겠어’ 퍼포먼스를 연습할 때도 표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평소에는 주로 웃는 표정을 짓는데, 이번에는 절대 웃으면 안 되고 찡그린 표정을 많이 써야 해서 너~무 어렵더라고요. 짜증은 기분 나쁜 감정의 한 유형이지만, 그래도 즐겁게 무대를 보실 수 있어야 하니까요. 기본적으로 신나는 노래인 만큼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자유롭게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컬적으로는 제가 공기를 많이 쓰는 스타일이라, 어떤 곡이든 전달력 있게 부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녹음할 때는 좀 더 감정을 싣고 몰입하려 하고요.

녹음할 때 PD님과 유쾌하게 의견을 주고받는다거나, 무대에서는 여유롭게 관객 호응을 끌어내는 등 일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원희:
녹음을 거듭하면서 저도 PD님의 성향에 익숙해지고, PD님도 저를 잘 받아주시다 보니 편안한 관계가 된 것 같아요.(웃음) 단독 콘서트도 하고, 여러 페스티벌에도 참여하며 무대에서도 좀 더 편하게 놀 수 있게 됐고요. 관객분들의 반응을 한 번 더 살펴보고, 애드리브도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하고요. 어떤 무대든 팬분들이 즐겨 주실 때 저도 가장 즐거워요. 그래서 글릿들이랑 더 돈독해지고 싶어요.

글릿과 한층 가까운 사이가 되었나 봐요.
원희: 음악 방송, 미니 팬 미팅, 팬 사인회처럼 글릿들이랑 함께하는 스케줄을 할 때 제일 편안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글릿들한테 의지하게 됐나 봐요. 옛날에는 ‘내가 감히 우리 팬분들한테 이렇게 편하게 말해도 괜찮을까?(웃음)’ 싶어 말 한마디 걸 때도 신경 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좀 더 장난치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더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서 망설임 없이 행동하게 돼요. 글릿들이 계속 사랑을 주니까 거기서 오는 확신이 있나 봐요.

위버스 라이브를 할 때도 ‘왁뿌볼, 말랑이 하울’ 같은 콘텐츠를 미리 준비하시더라고요.
원희:
사실 위버스 라이브를 할 때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 항상 부담이 컸어요. 제가 스스로 이끌어 나가야 하니까 더 철저히 준비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자주 찾아가는 게 그보다 더 좋은 방향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글릿들이 제 마음을 알아주신 건지, 아무것도 안 해도 재미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최근 위버스 라이브에서 생새우 회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잖아요.(웃음)
원희: 사실 얼마 전에 찰스 언니(찰스엔터)랑 또또 언니(권또또)랑 같이 회를 먹었어요. 글릿들이랑 먼저 먹고 싶었는데… 미안해서 숨기고 있었어요.(웃음) 글릿들한테 미안하다고 꼭 넣어주세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언니들이거든요. 저한테 없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고 언니들에게 더 끌렸어요.

왜 원희 씨에게 어른스러운 모습이 없다고 생각해요?
원희:
아이, 나이도 그렇고요. 실제로 그런 성격이 아니라서요….(웃음)

겸손하시네요. 귀엽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본인 영상을 보는 것도 부끄러워하시더니.(웃음)
원희:
이제는 그냥 감사해요.(웃음) 물론 예전부터 감사했는데요! 부끄러운 감정이 너무 컸다면, 지금은 감사함이 훨씬 커요. 촬영도 많이 하고 무대에도 자주 서다 보니, 그 과정에서 스스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가끔 제가 귀여운 척을 심하게 하면 보는 게 힘들긴 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감안할 수 있게 됐어요.(웃음) 데뷔 초반에는 “사랑해!” 같은 애정 표현을 하는 것도 어려웠는데요. 이제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부모님께는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서 입에 안 붙는 표현은 아닌데,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하는 건 아직 익숙지 않아서요.

이전에 ‘아이돌 인간극장’을 보니 부모님과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시는 것 같더라고요.
원희:
아버지가 목소리 출연을 하신 후에 되게 부끄러워하셨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좀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장난으로 “미리 다이어트 해야겠다”고도 말씀하세요.(웃음) 만약 저에게 예능감이 있다면 아빠를 좀 닮은 게 아닐까.(웃음) 얼굴이나 취향이나 입맛은 다 엄마를 닮았거든요. 좋아하는 간식이나 취미도 비슷해요. 엄마도 문구류를 좋아하셔서 같이 데이트를 하면 팬시점에 가거나 옷 쇼핑을 해요. 엄마가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주려고 많이 양보해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취미 부자’로도 유명한데 요즘 휴식 시간은 어떻게 보내요?
원희:
보통 방에서 잘 안 나오는 편인데, 그래도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자주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꾸미기, 그리기, 이것저것 만들기 다 좋아하거든요. 최근에는 네일에 제일 관심이 많고요. 원래 젤 네일 알레르기가 있다가 얼마 전에 사라져서 어제도 네일을 했어요! 취미가 많은 편이라, 이렇게 다른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겨도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러면 걱정이나 고민은 주로 혼자 해결하는 편이에요?
원희:
다른 사람에게 힘든 점을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고민이 있어도 그냥 제가 믿을 만한 친구 한두 명한테 얘기하는 정도예요. 항상 그래왔어서 그게 익숙해요. 일할 때 힘든 점은 ‘그냥 일한다~’ 생각하면 괜찮고(웃음), 오히려 일 외적인 부분이 더 어렵더라고요. 사람들을 워낙 많이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인간관계가 되게 중요하니까요.

‘Super in Love’에서는 “더 이상 마음 낭비 안 할래” 하고 단념하는 순간을 노래하잖아요. 원희 씨도 노력한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련 없이 마음을 접는 편인가요?
원희:
저는 그런 결정을 쉽게 내리는 편은 아니에요.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이 남더라고요. 결국 해봐야 나중에 미련이 남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각자가 끌리는 대로 선택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끌리지 않으면 안 하면 그만이고, 하고 싶으면 행동하면 되고요.

인간관계에서도 마음이 가는 만큼 충분히 표현하고 행동하려고 해요?
원희: 가까운 사이가 되면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선물도 주고 싶고, 쉬는 날이면 만나고 싶고요. 사실 저는 실용적인 선물을 좋아해서 메신저에 무조건 ‘위시템’을 설정해두거든요? 그래서 저도 상대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요. 모든 사람이 다 설정해두면 좋겠어요.(웃음)

‘어디갔슈일릿’에서 고향 창원에 갔을 때도 지나가다 만난 학교 후배들에게 선뜻 간식을 사주시더라고요.
원희:
그래도 선배니까~ 뭐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수줍음이 많아서 잘 못 해줬던 것 같아요.(웃음) 시장이나 학교는 저 혼자만의 공간이었는데, 멤버들이랑 함께 고향에 갈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 신기하고 뜻깊었어요. ‘그땐 그랬지.’ 하고 추억들도 많이 떠올랐고요. 전근 가신 줄 알았던 선생님도 오랜만에 뵐 수 있어 너무 반가웠어요.

반송여중에 다니던 때와 비교하자면 지금의 원희 씨는 어떤 점이 가장 달라진 것 같아요?
원희:
아무래도 첫 번째는 나이인 것 같고, 두 번째는 사회의 일원이 된 느낌?(웃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저이니까, 저답게 잘 자란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해요.

왜요?
원희:
뭔가… 제 상상 속의 어른은 되게 좋은 어른이었는데, 그 기준 자체가 애매하고 포괄적인 것 같아요. ‘내가 좋은 어른이 돼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확실히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실제로 어떻게 성장해가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직업을 가졌으니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요.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원희:
일단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경험이 쌓이는 과정에서 여유도 생기고 시야도 넓어질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 하지 않으면, 경험치를 얻을 수 없잖아요. 그렇게 쌓인 내공과 경험치는 결코 깨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장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요.(웃음)

‘알유넥스트’ 때부터 지금까지, 원희 씨도 많은 경험을 압축적으로 쌓아왔잖아요. 만약 그 시간을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아요?
원희:
과거로 돌아간다면… 음, 과거로 안 돌아가는 걸 선택할래요!(웃음) 지금이 더 좋아요.

왜요?
원희:
‘알유넥스트’ 때 저는 백지 상태였잖아요. 많은 걸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었던 그때도 좋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조금이라도 더 성장했으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은 열정을 갖고 할 수 있다는 점이 저와 잘 맞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열정적으로 살아온 스무 살이 원희 씨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요?
원희: 올 한해는 정말 불 같이 지나갔어요. 진짜 빠르고 강렬하게요. 저에게는 그렇게 기억될 것 같아요.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스무 살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요! 일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모든 면에서요.

글릿에게는요?
원희: ‘스무 살 원희’ 그 자체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Credit
글송후령
인터뷰송후령
비주얼 디렉터전유림
비주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노연수
현장 운영 총괄최민서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김나연, 김주현, 윤상아, 이가형, 정효진 (BELIFT LAB)
사진레스, 유서인, 박상우, 서문진
영상김영대, 김현호, 하예지, 조로이 (LoCITY)
촬영 지원조윤미
헤어나건웅, 김도경
메이크업문지원, 윤재원, 권도이
스타일리스트유재창, 변혜빈, 신승리, 태유나
세트 디자인윤인솔, 전미주, 한채령, 박대현, 이소진, 이예원
아티스트 운영팀이신동, 김보경, 모치즈키 켄타, 소다운, 윤자영, 조유정 (BELIFT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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