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할 때의 뷔는 조금은 느긋한 호흡으로 자신의 생각들을 말한다. 그런데 그가 처음으로 한순간도 쉬지 않고 계속 말을 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 내용이 무엇인지 이 인터뷰에서 확인하시길. 

평소에 LP로 옛날 음악을 많이 듣잖아요. 위버스 매거진의 지난 인터뷰 이후로 인상적이었던 아티스트의 음악이 있었나요?  

뷔: 루이 암스트롱의 음악들을 다시 들었어요. 그리고 재킷이 예쁜 어느 앨범을 하나 구했는데 거기에도 되게 좋은 명곡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고전음악들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뷔: 약간 느긋해지는 것 같아요. 마음에 우울함이 있을 때 곡을 듣고 사색하면 답답하거나 하는 것도 사라지고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들죠. 예를 들어 어떤 곡을 들었을 때는 어느 지역의 밤거리를 걸으면서 앞에 있는 무언가를 본다든가 하는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듣는 사람에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분위기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그 순간의 분위기를 정말 예쁘게 잘 가꿔서 만들어주는 게 그런 노래들인 거 같아요.


‘Dynamite’는 세미 데이비스 주니어 같은 과거의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했어요. ‘Butter’도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있었나요?

뷔: 일단 빌리 조엘이 있었고, 뮤직비디오 찍을 때는 아티스트 한 명을 생각하는 것보다 영화 한 편을 생각해요. 무대를 할 때도 어떤 곡은 영화 ‘저수지의 개들’ 같은 작품의 이미지를 생각할 때도 있고요. ‘Butter’를 할 때는 하이틴 영화들을 많이 봤어요. 뮤지컬도 보고요. 그러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조니 뎁이 오래전에 찍은 청춘 영화를 몇 장면 편집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확인 결과 영화 ‘사랑의 눈물(Cry-Baby)’), 거기서 나오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했어요. 그런 모습을 ‘Butter’에서 살렸어요.


‘Butter’가 하이틴 뮤지컬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네요. 

뷔: 말 그대로 하이틴처럼 했어요. ‘Butter’ 뮤직비디오 찍을 때는 제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부분에 하이틴 같은 느낌을 진짜 많이 살려 찍어보기도 했고요. 편집 컷이 많아서 다 살리진 못했지만.(웃음)


뷔 씨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하이틴은 어떤 느낌일까요?

뷔: 저에게 하이틴이라는 건 그 나이에 맞는 청춘? 그 나이대에 가질 수밖에 없는 감성, 에너지 그리고 또 다른 묘한 분위기가 적절히 섞여 있다고 생각해요. 하이틴 영화에서 보면 하이틴이 에너지 넘치고 밝은 느낌이 많지만, 그 뒤에 있는 모습이 마냥 밝아 보이지만은 않거든요. 정말 밝긴 한데 뭔가 색감 자체가 필터 하나 씌워져 있는 느낌? 다른 영화들보다 다르게 필터가 하나 씌워진 느낌이라고 생각해서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나 퍼포먼스를 할 때 하이틴의 느낌을 생각해봤어요. 


‘Butter’하고 ‘Permission to Dance’는 그런 하이틴의 느낌을 둘로 나눈 거 같았어요. ‘Butter’는 유튜브 채널 ‘BANGTANTV’에 올라온 ‘Butter’ 직캠의 썸네일만 봐도 되게 멋있는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는 거 같았다면, ‘Permission to Dance’에서는 아이 앞에서 밝게 웃어주는 하이틴이고요. 

뷔: ‘Butter’의 하이틴하고 ‘Permission to Dance’의 하이틴은 달라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밝은 이미지의 하이틴 영화 느낌은 ‘Permission to Dance’에서 보여줬어요. 

 

그런 하이틴의 느낌을 만들어간 게 보컬에서도 새로운 스타일을 표현한 것과 영향이 있을까요? 특히 ‘Butter’에서 뷔 씨의 특유의 음색은 남기면서도 저음 쪽은 빠지면서 이전과 다른 느낌의 보컬이 나오더라고요. 

뷔: 콘셉트가 하나 주어지면 거기에 맞게 보컬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콘셉트에 맞게 노래한 것 같아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기도 하고요. 스타일이 바뀌는 것 자체는 목소리를 바꾸기보다는 발성만 바꾸면 돼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다만 ‘Butter’도 저에게는 고음이 높았는데, 제가 맞췄습니다!(웃음)


고음 소화가 이번에 보컬리스트로서 하나의 과제였었나 봐요. 

뷔: 제 취약점을 보완하려고 옛날부터 좀 노력을 했거든요. 예를 들면 저는 저음을 많이 쓰고, 좀 흐르는 느낌으로 부르는 스타일이어서 고음에서 좀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Dynamite’를 녹음할 때 후렴구에서 제일 높은 음을 부를 때 잘 안 됐어요. 그게 화가 나가지고(웃음) 연습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렇게 노력한 ‘Butter’가 지금 같은 결과를 거둔 기분은 어때요?

뷔: 그냥 안주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쁨을 만끽하기보다 다음 날 스케줄을 위해서 빨리 자야 하는 느낌? 빨리 몸 컨디션을 회복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해서, 기쁨을 아주 크게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던 대로 하던 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신년 인사에서 아미에게 보여주고 싶은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2021년의 목표를 “조금 내 패턴에 맞춰서, 내 속도에 맞춰서” 음악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올해는 본인의 속도와 스케줄의 속도가 좀 맞는 거 같아요?

뷔: 아니요. (스케줄 속도가) 빨라요, 빨라요.(웃음) 계속 활동을 하게 되니까 그만큼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힘들 때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좀 더 단단하게 된 계기도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본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곡 작업들이 소중하겠어요. ‘Blue & Grey’의 경우에도 마음이 힘들 때 만들었던 곡인데,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교류한 곡이 됐어요. 돌아보면 ‘Blue & Grey’는 어떤 곡으로 남는 거 같아요? 

뷔: ‘Blue & Grey’는 그냥 제 마음을, 그때 당시 우리의 마음을 조금 더 알아줬으면 하는 곡인 거 같아요. 물론 모두 힘들지만, 우리의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아픔 마음들을 고스란히 담아 그 감정을 아미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또 다르게 얘기하면 그냥 티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웃음) 그런 마음을 말로 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렇게 티내는 방법이 괜찮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알아주시기만 하면 되는 거 같아요. 후에 잊혀져도 괜찮으니까. 

유튜브에 올라간 ‘BE-hind Story’ Interview에서 ‘Blue & Grey’의 첫 가사인 ‘Where is my angel?’에 대해 설명하면서 고민이 있거나 할 때 천사님이 오기를 바라면서 눈을 감고 생각한다고 했잖아요.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천사가 뷔 씨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을 때도 있나요?

뷔: 저는 되게 많이 답을 얻어요.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고민이 있거나 할 때 눈을 감고 한 번 생각해봐요.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 그냥 네, 아니오로 질문을 하는 거죠. 가볍게는 ‘오늘 제 의상이 괜찮아 보일까요?’ 이런 식으로요. ‘내가 어떻게 하면 좋지?’ 하고 그냥 고민하는 것보다 질문 형식으로 던지면, 그 결과에 대한 답도 나오게 되는 거 같아요. 


삶의 영감을 찾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음악적으로는 어때요? 위버스 매거진의 지난 인터뷰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때 메모장에 쓴다고 했는데요. 

뷔: 작사에 도움이 되려고, 그 감정을 잊지 않으려고 다이어리에 써놔요. 그것들은 꾸준히,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다이어리를 펼치고는 하죠. 뭔가 떠오르는 멜로디나 가사, 내 다이어리에 있는 이야기들을 메모장에 잠시 써놓고 쉴 때나 작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 그 메모장을 켜고 ‘오늘은 이거 한 번 써 봐야지.’ 하고 작업실에 달려가는 거죠.


크리스마스에 발표한 ‘Snow Flower (feat. Peakboy) by V’도 그렇게 감정이 왔을 때 작업실로 달려간 곡인가요? 

뷔: 그 곡은 음악하는 형들하고 술을 마시다 곡 한 번 같이 해보자는 얘기가 나와서, 그럼 우리가 시간이 있을까 하다 그럼 시간 나는 김에 만들자고 했어요. 제 믹스테이프가 늦어지니까 아미분들에게 다른 곡이라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마침 술도 취했겠다(웃음) 한 번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곡이 되게 빨리 나왔어요. 한 3시간쯤. 


빨리 만든 곡인데도 곡 구성이 조금 복잡하게 가기도 하고, ‘Blue & Grey’처럼 특유의 분위기도 있던데요. 

뷔: 소위 필을 탈 때는(웃음)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 때는 계속 다듬게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좀 뻔한 구성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멜로디의 흐름 자체를 조금 다르게 가려고 해요.


그만큼 한 번에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 곡일 텐데, 어떤 상상을 했나요? 

뷔: ‘Snow Flower’가 ‘눈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눈하고 꽃을 생각했어요. 눈 내리는 날에 꽃이 시들지 않고 그냥 계속 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을 했죠. 그런데 진짜로 눈이 오면 꽃들은 떨어지고, 눈으로 세상이 뒤덮이면서 꽃눈이 눈꽃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걸 보고 느낀 감정으로 곡을 썼어요. 


노래로 그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직관적인 느낌이 중요하겠어요. 

뷔: 제 마음에 예쁘게 들리면 통과.(웃음)


반면에 방탄소년단으로서의 뷔 씨는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이 일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 드나요?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념하는 브이라이브를 할 때 뷔 씨가 입은 옷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까 ‘아이돌 느낌’ 내려고 입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는데. 

뷔: 재미있어요. 재밌는데 힘들기도 하다고 해야 하나. 무대하는 게 재미있으니까. 아이돌은 그 나이에 맞는 밝음?이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아미와 같은 팬분들을 위해 여러 가지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공연뿐만 아니라 사진을 올리고 SNS로 대화를 나누고,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는 아티스트이자 아이돌이니까 이런 거 하나하나 다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희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그 생각이 달라지진 않아요.  


얼마 전에 위버스에서 아미들을 대상으로 즉흥적으로 이벤트를 했었죠. 

뷔: 아미들이 지금 저희를 직접 보지도 못하고 많이 지쳐 있을 분들도 되게 많으실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할 수 있는 게 무대에 서거나 하는 정도니까 뭔가 부족하진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아미분들하고 얘기하는 자리가 너무 즐겁다 보니까 이제는 습관처럼 아미분들의 글들을 봐요. “저는 오늘 요즘 이런 거 있습니다.”, “오늘 시험인데요.”, “오늘 이사 가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뭔가 기분이 좋아져요. ‘아미분들은 이런 생활을 하고 있구나.’,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라는 것들을 읽게 되니까 저도 모르게 답글도 달고, 답글을 다니까 아미들이 반응하고, 그럼 나도 더 재밌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서려고 하죠. 빌보드에서 1위하는 방탄이들이 아닌, 무대 아래에서는 아미분들의 짝꿍이고, 단짝이고, 정말 늘 곁에 있는 친구가 되고 싶어요. 아미분들이랑 소통한다고 말하는 건 왠지 비즈니스 같은 느낌이 들고(웃음) 그냥 제 친한 친구랑 이야기하고 싶어요. 친한 친구랑 얘기하고 싶다, 그게 제 감정이에요. 아미라는 친구를 너무 못본 지 오래됐는데, 원래 친구들은 못보면 연락이라도 많이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위버스라는 플랫폼으로 인해서 아미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아미분들의 여러 생활에 대해서 많이 들을 수도 있으니까, 위버스에 들어가서 그런 이벤트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미에 대한 이야기만 몇 분 동안 쉬지 않고 하셨어요. 원래 아미에 대한 마음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미 답을 하신 거 같아요.(웃음)

뷔: 그냥, 잃기 싫은 친구. 정말 곁에 있으면 나에게 힘이 되는 친구. 살면서 그런 친구 있잖아요. 멤버들도 있고, 아니면 저랑 마음 맞는 또 다른 친구도 있고. 그리고 저한테는 아미도 있고. 그래서 이 사람들을 웃게 해주기 위해, 기쁘게 해주기 위해 뭔가 하는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럼 뷔 씨가 들은 곡 중에 아미에게 전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 본인의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곡. 

뷔: 음… 요즘에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의 ‘No. 1 Party Anthem’이요. 저는 이 곡 들을 때… 기분이 뭔가 뭉클해져요. 제가 평소에 록 밴드 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는데, 이 곡은 어느새부턴가 밴드가 주는 감정이 너무 확 오더라고요. 노래 들으면서 정말 소름도 많이 돋았고,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정말 여러 감정이 다 들고. 심지어는, 이 곡을 듣는 순간에 정말 내가 잘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예요. 


의미가 큰 곡이네요.

뷔: 사실 이 곡이 어떤 곡인지는 잘 몰라요. 이 곡의 가사도 잘 모르지만 멜로디나 밴드의 연주만으로도 저에게 주는 감정들은 진짜 확실한 것 같아요.


뷔 씨가 아티스트로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느낌이기도 하지 않나요? 구체적인 메시지를 설명 안 해도 느껴지는. 

뷔: 모르겠어요. 그냥 전 좋은 건 교류하고 싶고, 나쁜 건 그냥 내가 다 끌어안고 싶고. 그렇게 해서 제 것 하나를, 멋있는 걸 하나 완성시키고 싶은 마음.


그럼 지금의 뷔 씨는 그렇게 멋있는 걸 완성한 아티스트에 얼마나 다가선 거 같아요? 

뷔: 저 2% 주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올라가겠죠.(웃음)

글. 강명석
인터뷰. 강명석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예진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선경, 차연화(빅히트 뮤직)
사진. LESS / Assist. 김형상, 박동훈
헤어. 한솜, 최무진, 이다은, 임리영
메이크업. 김다름, 김선민, 서유리
스타일리스트. 이하정, 김혜수, 서희지, 이지훈, 손민지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장진구, 김수빈, 이중민, 안다솔, 박준태, 이승병, 이현기, 정대성, 송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