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진짜 좋은 것 같다.” 빅히트뮤직 A&R팀 김현정 팀장은 방탄소년단이 처음 ‘Permission to Dance’를 들었을 때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김현정 팀장에 따르면 당시 방탄소년단은 신곡을 준비하며 “우리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나 희망 같은, 좋은 바이브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팬데믹 이후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느낀 감정이기도 했다. “우리도 힘들지만 우리보다 훨씬 힘든 사람들이 많을 테니, 우리 스타일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슈가의 경우에는 팬데믹 기간 동안 곡 작업을 하면서 “지금 안 좋은 상황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의 신곡은 “지금의 상황 속에서 멤버들이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담는” 곡을 목표로 했고, A&R팀은 이런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곡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작곡가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곡을 잘 쓰는 분들은 많지만, 멤버들에게 어울리고 매력이 극대화되는 곡이 가장 좋은 그림”이기 때문에, “(작곡가들이) 아티스트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가 선택의 기준 중 하나였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Permission to Dance’는 ‘Make It Right’에서 이미 방탄소년단과 한 차례 작업한 에드 시런이 참여했다. 김현정 팀장은 에드 시런과의 작업에 대해 “서로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지 잘 파악되어 있어 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Permission to Dance’가 “트랙은 있는 그대로 좋았지만 원래의 가사가 전체적으로 프러포즈에 가까운, 조금 더 개인적이고 사랑 이야기에 가까운 노래”여서 가사의 수정을 제안했다. 김현정 팀장은 “생각했던 테마를 정리해 전달하고, 상대 측에서 실제 가삿말로 옮겨주는 과정”에서 “함축적인 단어로 표현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최대한 구체적일 수 있게 가상의 스토리를 제시하기도 했다.”고도 한다. 원래 한 사람이 부르는 노래였던 ‘Permission to Dance’를 방탄소년단 일곱 명이 각자의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에드 시런과 프로듀서 스티브 맥(Steve Mac)은 보컬 녹음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냈다. A&R팀은 이 보컬 녹음 과정에서 에드 시런이 생각한 원래의 느낌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가진 색깔을 조화시키기 위해 에드 시런과 의견을 나누며 녹음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영어 싱글의 녹음은 그 자체로 새로운 숙제이기도 했다. 김현정 팀장은 “한국어 가사의 녹음은 노래만 잘 부르면 끝나는데, 영어 곡은 발음까지 고려하기에 녹음을 마친 뒤에도 몇 차례 수정을 했다.”며 영어 싱글 녹음의 차이점에 대해 말했다. 이어 “멤버들이 사전에 연습을 많이 해왔고, 미리 가사를 요청한 멤버도 있었다.”면서 "방탄소년단의 프로페셔널함은 함께 일하는 A&R 입장에서도 배울점이 많고 안주하지 않게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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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방탄소년단과 에드 시런은 이런 의견 조율을 위해 직접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두 아티스트의 협업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 멤버들과 녹음을 진행하면 A&R팀은 에드 시런 측 해외 프로듀서에게 이를 전달하고, 실시간으로 다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완성되었다. “원래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함께 협업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팬데믹이 1년이 넘어가다 보니 화상 미팅이나 통화로 녹음이 진행되는 게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음악이 말과 글로만 완성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김현정 팀장의 설명이다. 프로듀서들도 어려움이 따르는 건 마찬가지다. ‘Dynamite’의 공동 프로듀서 제시카 아곰바르(Jessica Agombar)는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공동 프로듀서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와 Zoom(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곡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Dynamite’와 ‘Butter’ 그리고 ‘Permission to Dance’에 모두 참여한 제나 앤드류스(Jenna Andrews) 역시 시차로 인해 미국 현지에서 새벽 5시부터 연락을 주고받으며,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빅히트뮤직 측에서 녹음을 진행하고, 다시 미국에서 원격으로 A&R에게 의견을 건네는 방식으로 ‘Butter’가 탄생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제나 앤드류스를 비롯한 프로듀서들이 “멤버들과 함께 만나서 작업하지 않았다 보니 초반에는 일곱 명의 보컬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김현정 팀장의 이야기는 팬데믹 이후 음악 제작의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록다운 조치가 내려진 국가의 프로듀서는 홈 스튜디오가 갖춰져 있을 경우 바로 작업이 가능해 오히려 작업이 빨라지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프로듀서는 작업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미친 팬데믹의 영향은 음악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피할 수 없는 변화 속에서, 가사는 과거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팬데믹에 놓인 세계인의 상황이 노래 속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들은 ‘Permission to Dance’에 대해 “지금 시점에 우리가 해야 되는 곡”이라 생각했고, 슈가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활용한 ‘We don’t need to worry / ’Cause when we fall we know how to land(우린 걱정할 필요 없어 / 왜냐하면 떨어지더라도 어떻게 착륙하는지 알거든)’ 같은 가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구체화시켰다. 김현정 팀장은 ‘Dynamite’ 또한 “트랙은 처음 왔을 때부터 좋았기에 사운드가 풍성해지는 정도로만 수정을 진행했다. 반면 가사에서는 해외 팝에서 쓰이는 비속어가 있었다. 이보다는 방탄소년단이 원한 희망적인 메시지와 진정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수정하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Butter’는 멤버들 모두 “한 번 더 팬데믹에서의 희망을 노래하기보다 모든 상황을 잠시 잊고 방탄소년단 본연의 매력에 대해 노래하면 좋겠다.”는 방향에서 나온 가사라고 한다. 김현정 팀장이 처음 전달받은 ‘Butter’ 가사에는 미국의 팝에서 많이 쓰이는 물질적인 과시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김현정 팀장은 이런 부분이 방탄소년단이 전달하고픈 메시지와 거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가사의 수정도 많이 거쳤고, 특히 ‘Butter’의 가사에 대해 고민한 RM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RM이 작사한 랩 파트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나올 수 있었다. ‘No ice on my wrist / I’m that n-ice guy / Got that right body and that right mind(내 손목엔 호화로운 건 없지만 / 난 그대로도 멋진 사람이야 /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을 가졌어)’라는 가사는 “방탄소년단이 특별한 위치에 있음에도 겸손함을 유지하려 하는 태도”의 반영이라는 게 김현정 팀장의 설명이다. 음악은 아티스트 당사자에게 생긴 일상의 변화로부터 시작돼, A&R팀과 같은 스태프들과 프로듀서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협력과 소통을 거쳐 점점 더 좋은 결과물로 변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구체적인 메시지가 곡 전반에 반영되면서 아티스트의 생각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전달된다. 

 

물론 노래를 만드는 과정이 언제나 순탄하지는 않다. 김현정 팀장은 ‘Dynamite’, ‘Butter’, ‘Permission to Dance’ 등의 싱글은 “열 곡에 흐름을 나눠서 보여줄 수 있는 앨범과 달리, 한 곡으로 끝장을 봐야 되기 때문에 정규 앨범보다 그 무게감이 덜한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Butter’는 ‘Dynamite’의 성공으로 인한 부담도 있었다. 김현정 팀장은 “‘Dynamite’가 워낙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모두 그 다음 곡의 성적에 대한 시선이 쏠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로 인해 A&R팀도 곡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Butter’는 A&R팀에서 이전 히트곡을 넘어설 수 있는 곡을 찾기 위해 유관부서에 양해를 구해 제작 타임라인을 미루면서까지 찾았던 곡이었고, 멤버들이 ‘Butter’를 들은 뒤 “이걸로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확정할 수 있었다. 음원을 발표한 뒤 나오는 리믹스 음원 또한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나 사람들의 선호도”를 고려하며 콘셉트를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곡의 방향부터 작사, 작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 그리고 리믹스까지 한 곡의 노래가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되기까지 아티스트를 중심에 두고, A&R팀이 매개가 돼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곡 제작뿐만 아니라 상대 측과 좋은 시너지를 내도록 릴리즈 시점이나 프로모션 방식에 대한 조율까지 수반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3분 7초의 ‘Permission to Dance’가 사람들의 귀에 닿기까지 약 8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팬데믹 이후, 음악의 의미는 보다 중요해졌다. 전 세계 사람들이 서로의 지역에 직접 가기도, 만나기도 어려운 지금 노래는 불과 몇 분 만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통의 경험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처럼 발표 직후 전 세계 사람들이 듣는 아티스트의 곡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아티스트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생각하는 사이, 곡을 만드는 작곡가들, A&R팀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서로를 연결하고, 조율하면서 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전달될 노래를 만든다. 이 연결의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기분을, 김현정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멤버들이 자신들의 곡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안다. A&R의 입장에서도 그런 위로의 순간이 있다.”

글. 윤해인
디자인. 김다예(@iamdykim)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