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 밀레니얼, Z세대에 이르기까지, 음악 소비에 관한 세대론은 20년 이상 동어반복처럼 보일 때가 있다. 과거 세대보다 음악을 더 많이 듣고, 유행보다 취향을 따르며, 앨범보다 트랙 중심으로 소비한다는 설명이 매 세대마다 반복되고,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뚜렷하게 제시된다. 이는 때때로 공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Z세대에 이르러 새로운 분절이 있다. 모바일과 개인화 중심의 정보 기술 혁명, 특히 스트리밍의 대중화가 아마 그럴 것이라고 여겨졌던 모든 것을 진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Z세대의 음악 소비 특성은 세대 전체가 공유하는 일상이자 측정 가능하며, 동시에 글로벌 차원의 활동이다.
Z세대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음악을 통해 그것을 공유하고자 할 때, 더 다양한 음악을 찾고자 노력하고, 새로운 발견에서 기쁨을 누릴 때,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정치적 입장을 나눌 수도 있음을 선언할 때, 이 모든 것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적인 규모로 이루어진다. 취향의 공동체는 더 이상 폐쇄적인 소수의 집단이 아니다. K-팝이 대표적이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서비스 전체에서 K-팝의 재생 비중은 18배 이상 증가했다. 그사이 K-팝은 서비스 내의 장르 구분조차 없던 형편에서 미국 외부의 비영어권 음악 중 가장 중요한 위치가 되었다. 여기에서 K-팝의 각종 성공 전략이 한국어라는 언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 혹은 뛰어넘은 비결이라고 보는 시각은 선후를 혼동한다. 애초 국적이나 언어가 문제가 아니었으며, 누가 소셜 네트워크와 스트리밍 시대에 준비되어 있었는가 살펴보아야 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한 이른바 ‘4세대 아이돌’ 중 일부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입장이 아닌 창작자이자 생산자로서는 ‘Z세대’로 차별화되기 시작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소년의 성장을 다루면서 음악적으로 얼터너티브/이모(emo) 취향을, 뮤직비디오의 레퍼런스로 유사한 주제의 드라마와 영화를 인용한다. 이들 스스로가 스포티파이로 다른 시대와 다른 나라의 취향을 편견 없이 소비하고, 넷플릭스로 어느 세대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전 세계와 동일한 속도로 접하기 때문이다. 과거 K-팝의 해외 진출은 둘 중 하나였다. 현지의 취향과 프로모션 경로를 따르든가, 아니면 밈(meme)이 되든가.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이제 K-팝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Z세대 아티스트에게 유효하지 않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시대와 국적을 초월하는 취향에 연료를 공급한다. 과거의 음악을 궁금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 그냥 들으면 된다.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어스 오코넬이 고유의 베드룸 팝에서 갑자기 1990년대 파워 발라드의 맥락을 가져와도 동세대는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알로 파크스의 데뷔 앨범이 수십 년의 취향을 담은 로파이 팝이라는 평은 허황되지 않다. 왈리스의 인디 팝은 2000년대 이후 명맥이 끊긴 스타일을 재현하는 것 같지만 그 배경이나 비주얼 전략은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리적으로는 어떤가? 멕시칸 인디 록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을 들었는가? 스포티파이에서 ‘Distrito Indie’를 찾아보라. 누군가 브라질의 어반 씬이 포르투갈어라는 이유로 스킵할 수 없다고 하든가? 사실이다. 스포티파이에서 ‘creme’을 들으면 된다.
인도네시아의 오슬로 이브라힘이 시티 팝 스타일의 새 싱글 ‘Baby Don’t Let Me Go’를 내면 소셜 네트워크 피드를 타고 흐른다. 이 노래가 마음에 든 누군가에게 스포티파이와 유튜브의 추천 로직은 또 얼마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것인가? 왜 배우나 다른 유명인이 아니라 뮤지션이 스타일 아이콘이 되는가? 장르, 시대, 국가에서 가장 먼저 자유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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