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틱톡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Anti-Romantic’을 배경음으로 사용한 콘텐츠는 발표 후 한 달간 10만 건 이상을 기록했고,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난 7월 24일, Anti-Romantic’ 사용 틱톡 콘텐츠는 30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곡 중 틱톡 영상 제작 시 가장 많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수치다. 

 

틱톡에서 ‘Anti-Romantic’의 인기는 ‘Anti-Romantic’의 댄스 챌린지에서 시작됐다. 미국 뉴저지에 사는 틱톡커 주키(Zuki)는 ‘Anti-Romantic’에 맞춰 장난스럽게 춤추는 자신의 영상에 달린 긍정적인 댓글들을 본 뒤 이를 안무로 발전시켰고, 천천히 동작을 따라 출 수 있도록 설명하는 영상을 함께 게시하며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틱톡에서 인기 있는 춤들이 가진 단순함에서 영감을 받았다. 틱톡 활동의 가장 큰 목표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또 스스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튜토리얼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Anti-Romantic’의 멜로디를 따라 웨이브 동작을 하다 무겁게 떨어지는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고 골반을 튕기는 댄스 챌린지 안무는 틱톡커들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많은 ‘Anti-Romantic’ 댄스 챌린지 영상에 ‘dc(dance credit의 준말):@yutasbestie(주키의 계정)’이 표기된 이유다. 

 

이 과정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팬덤, 모아(MOA)이자 주키와 친밀한 틱톡커이기도 한 아이린(Irene)의 챌린지 영상은 ‘Anti-Romantic’ 관련 틱톡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인 4,500만 회 이상을 기록했고, 유명 틱톡 밈(meme)의 주인공이 된 아이린의 틱톡 계정 팔로워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등 다른 언어 댓글이 가득 쏟아졌다. 서로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영상을 통해 소통할 수 있었다.” 아이린의 말은 ‘Anti-Romantic’ 댄스 챌린지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져 나간 이유에 대한 힌트이기도 하다. ‘Anti-Romantic’ 댄스 챌린지가 10만 건을 넘긴 6월 27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댄스와는 다른 립싱크 연기 형식으로 ‘Anti-Romantic’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450만 뷰를 기록했다. 


배정현 틱톡 코리아 사업개발 이사에 따르면 틱톡 고유의 개인화 추천은 “K-팝을 좋아하는 사용자뿐 아니라 K-팝을 좋아할 수 있는 사용자에게도 관련 콘텐츠를 제안하고 선호도에 따라 추천”한다. K-팝 아티스트를 팔로우하고 있지 않아도, 그들의 음원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영상이 나의 관심 영역에 들어와 있다면 관련 콘텐츠들을 추천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과정에서 미처 몰랐지만 좋아할 만한 새로운 아티스트와 그들의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틱톡이 지난 몇 년 사이 음악산업에 큰 영향력을 미친 이유 중 하나다. ‘Anti-Romantic’ 역시 챌린지 이후 개인화 추천을 통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을 좋아할 만한 틱톡 이용자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Anti-Romantic’은 발표 1주일 뒤에도 미국에서 스트리밍 수치가 꾸준히 유지됐고, 멕시코와 브라질에서는 오히려 증가세를 기록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틱톡 내 입지와 미국 등 해외에서의 인기가 틱톡커들이 댄스 챌린지 영상을 빨리, 많이 제작하도록 하고, 이 영상들이 추천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Anti-Romantic’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앨범 ‘혼돈의 장: FREEZE’에서 가장 독특한 위치에 있는 곡이기도 하다. ‘Anti-Romantic’은 발매 당일 스포티파이 US 200 차트 158위에 오르며 타이틀 곡 ‘0X1=LOVE 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173위)보다 높은 진입 성적을 기록했다.구글 트렌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앨범이 발표된 5월 31일부터 ‘혼돈의 장: FIGHT OR ESCAPE’ 발표 전까지, 전 세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관련 검색어 급상승 순위에서 ‘Anti-Romantic’ 관련 단어인 ‘anti romantic’, ‘txt anti romantic’, ‘anti romantic lyrics’가 차례로 1~3위를 차지했다. 또한 동기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대한 관심도가 필리핀, 미얀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일본 순으로 높았던 데에 비해 ‘Anti-Romantic’에 대한 관심도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파라과이, 브라질, 남아프리카, 콜롬비아, 미국 순으로 높았다. 이는  ‘Anti-Romantic’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팬덤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곡으로 어필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7월 2일 화면을 분할해 타인의 영상과 자신의 영상을 나란히 놓을 수 있는 틱톡의 ‘듀엣' 기능을 사용, ‘Anti-Romantic’ 작곡에 참여한 세일럼 일리스와 함께 노래한 영상을 발표했다. 하루 평균 2만 명 정도의 상승폭을 보였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계정의 팔로워는 5만 명 이상 증가했고, 이를 전후로 구글 검색을 통해 해당 곡에 높은 관심을 보인 지역은 브루나이, 스리랑카, 아제르바이잔, 스위스, 칠레, 남아프리카 등에서 아르메니아, 모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덴마크, 벨라루스,이집트, 한국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Anti-Romantic’ 챌린지를 통해 곡의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새로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팔로워가 되고, 더 다양한 나라에서 이 곡에 대한 반응을 보이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주키는 자신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게 된 계기에 대해 “곡의 미니멀한 악기 사운드와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듣고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일단 음악 자체가 좋았고, 이후 다른 콘텐츠를 더 찾아보고 관련 영상을 제작하는 등 관심을 지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0대인 주키와 같은 틱톡커가 ‘Anti-Romantic’에 반응한 이유에 대해 김현정 빅히트뮤직 A&R 팀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특정하게 틱톡 플랫폼에서의 흥행을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알렉스 호프가 세일럼 일리스와 작업한 데모 곡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 딱 전 세계의 Z세대들을 위한 음악 스타일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또한 김보람 A&R팀 담당자는 앞서 북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날씨를 잃어버렸어’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의 팝 사운드를 구현하는 데에 참고가 됐다며 “트렌디한 싱어송라이터인 찰리 XCX가 참여한 곡을 통해 K-팝이면서도 동시에 컨템퍼러리한 팝 트렌드를 담고자 했던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걸 캐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너무 슬퍼하기보다는 씁쓸하게 자조하는 정서의 가사를 완성하며 Z세대를 대변, 전형성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며 가사의 특징도 인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아이린은 “TXT는 유니크한 스타일과 콘셉트, 청량한 사운드와 깊고 어두운 가사의 감정들을 함께 갖고 있다. 10대들이 느끼는 경험과 감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TXT로부터 위로를 얻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텀블링 대회에서 1등을 한 뒤 ‘Anti-Romantic’ 춤 세리머니를 펼친 영상으로 5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얻은 마리아(Mariah) 역시 “TXT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래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자신감 있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끌 줄 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Anti-Romantic’ 댄스 챌린지는 K-팝 아티스트의 노래 한 곡이 어떻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틱톡에서 특히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는지 보여준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Anti-Romantic’과 관련해 게시한 첫 번째 콘텐츠는 컴백 일보다 나흘 앞선 5월 27일 공식 틱톡 계정을 통해 공개한 쇼트 필름이었다. 당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국내 틱톡 크리에이터인 ‘시현Rania’와 협업해 ‘혼돈의 장: FREEZE’ 전곡을 8개의 영상으로 제작했고, 앨범의 첫 트랙인 ‘Anti-Romantic’ 영상은 자연스럽게 그 시작을 알리는 콘텐츠가 됐다. 빠른 화면 전환, 화려한 편집 기술, 곡의 정서에 따라 다른 분위기로 연출한 영상은 틱톡의 짧은 호흡과 플랫폼 내에 마련된 장치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900만 조회 수를 돌파한 해당 영상은 영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한국어 등이 포함된 3만 개 이상의 댓글과 190만 이상의 좋아요를 얻었다.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얼마나 틱톡을 감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상과 틱톡의 문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가움을 표했다. 댓글 중 미국, 캐나다 등 영미권 10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쇼트폼 SNS 뮤지컬리(musical.ly, 2018년 틱톡과 통합)를 언급한 “뮤지컬리의 황제들”, “뮤지컬리까지 잘한다.” 등이 5,000명 이상의 좋아요를, “트랜지션 장인”이 1만 2,000명 이상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저스틴 비버의 ‘baby’를 느리게 만든(slowed) 음원을 사용한 ‘#저스틴수빈’ 영상에서, 수빈은 댄스 챌린지로 인기를 얻은 해당 음원에 대해 간절한 표정으로 립싱크를 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을 촬영했다. 이 영상은 공개 당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식 계정의 팔로워가 전일 대비 8만 명 이상 증가할 정도로 큰 반응을 얻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틱톡 제작 과정에 대해, 유지연 하이브 쓰리식스티 아티스트콘텐츠스튜디오팀 담당자는 “멤버들은 기발한 멘트를 추가하거나 콘텐츠에서 꼭 살려야 하는 포인트를 짚어내며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평소 틱톡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자주 보고 또 친구들과 공유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틱톡에서 많이 봤는데 이런 걸 해보고 싶다.”라며 직접 제안, 인기 음원 ‘Nowhere to Go (Quarantine Love)’ 댄스 커버와 “#월화수목금토일_모두_화이팅”이라는 코멘트를 월요일에 맞춰 게시했다. 범규의 ‘검정 고무신’ 1인 2역 더빙, 태현의 ‘운동 한 달 차와 1년 차 비교’, 휴닝카이의 ‘good 4 u’ 등은 모두 멤버들이 당시에 몰입한 취미나 트렌드를 콘텐츠화한 것이다. 이다민 하이브 쓰리식스티 아티스트콘텐츠 스튜디오팀 담당자는 이에 대해 “멤버들은 틱톡을 ‘놀이’로서 즐기고 있다. 틱톡을 즐겁게 가지고 놀아야 보는 사람 또한 같이 즐길 수 있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데에 모두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음악부터 틱톡 사용까지 Z세대로 불리는 그들 또래와 같이 호흡하는 결과물들을 내놓았고, 콘텐츠들이 쌓일수록 그들과 함께 놀기를 바라는 Z세대 팔로워들도 늘어났다. 그러다 보면 ‘Anti-Romantic’ 챌린지처럼 그들을 더 넓은 세계에 알릴 계기가 생기기도 한다. 배정현 틱톡 코리아 사업개발 이사는 ‘Anti-Romantic’ 챌린지에 대해 “아티스트의 음원이 주는 감흥에 따라 해외 크리에이터가 자신만의 창의적인 안무를 표현하고, 그 음악과 안무의 화학적 결합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재미를 이끌어내면서 큰 반향을 만든 ‘Anti-Romantic’ 챌린지는 너무나도 틱톡스러운, 이상적인 현상”이라고 평했다. 이것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난 8월 17일 틱톡 ‘LO$ER OR LO♡ER 밸런스게임’ 예고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Let’s find out together tomorrow with the one and only TikTok Kings!” K-팝, 틱톡 그리고 Z세대의 화학작용이 일으키는 어떤 현상을 자신들의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의 자신감이다.
글. 임현경
사진 출처.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틱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