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학교 시절 록 음악 공연장을 줄기차게 드나들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인천 펜타포트 뮤직 페스티벌’, ‘지산 밸리록 뮤직앤드아츠 페스티벌’과 같은 여름 축제에서 오아시스, 펫샵보이스 등 우상이었던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직접 보는 재미에 푹 빠졌죠.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이나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처럼 한강 인근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역시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음악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제 그때가 참 아득하게만 느껴집니다. 1년 8개월째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어느덧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보는 느낌마저 잊어버렸습니다.
코로나19는 참 끈질깁니다. 상황이 조금 나아져서 안심해도 된다 싶을 때, 여지없이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면서 위력을 보여줍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2019년 이후로 대면 콘서트를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SNS를 하다 보면 많은 아티스트와 팬들의 마음이 서서히 타들어 가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랑하는 음악들에 대해 더 많은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어쩌다 보니 1년 넘게 매일매일 이 지독한 감염병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 희망이 보입니다. 백신 접종률이 늘고 있고, 11월쯤에는 우리가 다시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보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어서입니다.
그래서 이르면 올해 연말에 있을 ‘대면 콘서트’를 대비해서, ‘(팬들을 위한) 건강한 덕질을 위한 코로나19 상식’을 Q&A 형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Q. 백신 접종, 꼭 해야 할까요?
A.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 백신 접종은 꼭 해야 합니다. 2차 백신 접종 14일이 지난 이후에도 감염되는 ‘돌파 감염’ 위험이 있다면서 우려하는 이들도 있지만, 9월 22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돌파 감염 추정 사례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누적 돌파 감염 비율은 0.04%에 불과합니다. 즉, 1만 명 중에 4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델타 변이’ 역시 화이자 백신 기준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대한의학회 연구 결과 감염 예방 효과가 79~88%였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은 꼭 필요합니다.
더불어 앞으로 공연장 입장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필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음악 축제인 ‘롤라팔루자’에서는 백신 접종 증명서 또는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프랑스 또한 백신 접종을 증명해야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백신 의무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앞으로 공연장이나 일부 다중 이용 시설에서는 백신 접종 혹은 PCR 음성 확인서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12세까지도 허가가 난 상태입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10월 이후부터는 12~17세 접종도 예약을 받을 계획이라고 하니, 청소년 분들도 접종받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수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성인들이 접종을 마친 이후에는, 접종을 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많은 학교에서 감염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학교 생활을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질병관리청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략 자문 그룹(SAGE) 역시 화이자 백신이 12세 이상의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Q.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왜 문제인가요?
A.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유전자 염기서열과 달라진 경우 ‘변이 바이러스’라고 부릅니다. 이중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약 2.5배 높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누르고 ‘우세종’으로 등극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 중 98%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고 합니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 발생 당일 델타 변이 환자의 검체에서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보다 300배 이상 많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합니다. 바이러스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벼운 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는 백신 1차 접종만 해도 예방이나 중증 방지 효과가 상당했는데, 델타 변이는 이 효과를 낮췄습니다. 한국처럼 2차 접종률이 50%대에 불과한 경우, 델타 변이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다만 2차 접종을 완료할 경우는 델타 변이에서도 백신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델타 변이 대응을 위해선 2차 접종까지 마쳐야 된다고 합니다.
Q. 코로나19가 의심되면 시중에서 팔고 있는 자가 진단 키트를 사용해도 될까요?
A. 질병관리청에서는 자가 진단 키트에 대해 “사용이 편리하지만 성능이 낮고”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검체 채취를 편리하게 해서 감염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게 하는 등 ‘보조적 수단’으로서의 장점은 분명합니다만, 선별진료소에서 진행하는 PCR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가 진단 키트 자체에 대해서 PCR 검사 대비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고, 의료진처럼 비인두(코 뒤쪽)가 아니라, 개인이 비강(콧구멍)으로 검체를 채취한다는 점에서 정확도를 담보하기도 어렵습니다. 만약 발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등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꼭 사전에 선별 진료소나 임시 선별 검사소에서 PCR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Q. 11월 집단 면역은 불가능한가요?
A. 올해 초 정부는 전 국민 70% 백신 접종을 하면 한 집단의 대부분이 면역력을 가지는 ‘집단 면역’ 상태에 도달하고, 코로나19를 사실상 종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델타 변이 등의 영향으로 2차 접종률 70%에 도달한 국가들에서도 코로나19 유행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강도의 거리두기는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단계적 일상 회복’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백신 접종으로 치명률(사망률), 위중증률은 낮추고 여기에 역학 대응이나 의료 대응을 추가해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유행을 통제하는 상황”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일상생활에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은경 청장은 거리두기의 폐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완화’한다고 말했습니다.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지고, 독감처럼 관리가 되는 수준이 될 때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봅니다. 그때까지는 마스크를 쉽게 벗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Q.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은 열리는데, 왜 대중음악 콘서트만 열리지 않을까요?
A. 올해 6월까지 대중음악 콘서트는 ‘공연’이 아니라 집회, 기념식, 학술 행사 등과 함께 ‘모임·행사’로 분류됐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적용된 거리두기 안에 따르면 1단계에서만 지자체에 콘서트 개최를 신고하는 것을 전제로 500명 이상 모이는 콘서트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1.5단계와 2단계에서는 100명 미만으로 인원이 제한되고, 2.5단계에서는 50인 미만으로 제한됐습니다. 1단계가 적용되는 기간은 매우 짧았으니, 콘서트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반면 영화관, 공연장 등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자리 띄어 앉기, 음식 섭취 금지 등 규제가 약간 강화되는 정도였습니다. 대중음악 콘서트가 비교적 관객과 교류가 많고, 함성과 소위 ‘떼창’ 등으로 비말이 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한 모양새지만, 너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기회도 있긴 했습니다. 올해 6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존 5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되면서 대중음악 콘서트도 ‘공연장’의 방역 수칙을 적용받게 되었고, 2~4단계에서도 공연 시 회당 최대 관객 수를 5,000명까지 모이게 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4단계에서도 동행자 외 좌석 한 칸 띄우기와 22시 이후 운영 제한이 있을 뿐, 콘서트가 열릴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현재는 7월 4차 대유행을 맞으면서, 정부가 세부 수칙을 바꿨습니다. 4단계에서는 정규 공연 시설 외 공연 금지, 3단계에서도 정규 공연 시설 외 공연은 6㎡당 1명꼴로 최대 2,000명 이내로만 수용이 가능하게 만든 겁니다. 즉, 4단계인 현 상황에서는 잠실종합운동장, 킨텍스 등에서는 공연이 불가능합니다.
Q. 팬들이 공연장이나 팬 미팅에서 지켜야 할 방역 수칙은 무엇일까요?
A. 마스크 착용은 필수 중의 필수입니다. 지난 3월 스페인에서는 ‘문화 실험’의 하나로 사전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5,000명이 실내에서 FFP2(KF94와 동급) 마스크를 쓰고, 스탠딩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콘서트를 관람했습니다. 당시 스페인의 하루 확진자는 6,000명대였습니다. 그런데 2주 후 조사해보니 관객들 중 6명만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중 4명은 콘서트와 관련이 없는 확진자였다고 합니다. 마스크의 효과가 입증된 것입니다. 답답하시겠지만, KF80·KF94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입장이나 관람으로 실내가 혼잡한 경우, 혹은 타인을 대면할 경우 2m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함성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행위, 음식 섭취 역시 자제해야 합니다. 지정된 좌석을 벗어나지 않고, 손을 자주 씻거나 손 소독제를 쓰는 일상적인 방역 수칙도 지켜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물론 이런 방역 수칙을 평생 지키고 살 순 없을 겁니다. 하루 빨리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코로나19 이전처럼 목이 터져라 환호하면서 콘서트를 볼 수 있는 때가 오기만을 저 역시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Q. ‘단계적 일상 회복’ 시기가 된다면 콘서트를 직접 볼 수 있게 될까요?
A. 영국의 콘월 지역에서 5일 동안 열린 ‘보드마스터스’라는 음악 축제에는 5만 3,000여 명이 모였는데, 이중 5,00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수많은 인파가 오랜 시간 모여 있던 상황이 결국 집단 감염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보드마스터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콘서트를 즐기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한 칸씩 띄어 앉기를 하고,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고, 야외나 환기가 잘되는 대형 실내 시설이라는 조건에서는 콘서트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은경 청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을 국민 70% 이상이 접종 완료(2차 접종 후 14일 뒤)한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10월 말까지 국민 70% 접종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11월부터는 ‘고강도 거리두기’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한국의 방역 패러다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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