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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민지
사진 출처. 하이업 엔터테인먼트

STAYC는 ‘색안경’ 무대를 통해 프레피 룩을 연상시키는 체크무늬 착장과 헤어밴드, 헤어핀 등을 착용한 스쿨 룩 등 2000년대 초반 하이틴물의 느낌을 가져왔다. STAYC의 소속사 하이업엔터테인먼트 프로덕션팀의 이수하 대리는 “윤 같은 멤버는 2D 캐릭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조금 더 Y2K 패션에 가깝게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강조할 수 있는 민소매와 목이나 손에 볼드한 액세서리를 매치시키는 반면, 재이는 현대적인 느낌이 나도록 정반대로 풀거나 베스트를 착용”시키는 등 “멤버마다 스토리 라인에 맞는 학생 콘셉트나 캐릭터를 하나씩” 부여할 수 있도록 무대의상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Y2K 패션’은 개성 있고 당당한 캐릭터를 가진 그 시절 하이틴물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최근의 패션 트렌드 중 하나다. ‘K-하이틴’의 이미지를 표방한 STAYC는 ‘색안경’ 의상을 통해 10~20대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패션을 그 시절 하이틴 장르의 주인공처럼 멤버마다 각자의 캐릭터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가져왔다.

 

이수하 대리는 STAYC의 이런 스타일링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주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개성과 가치관을 표현하고자 하고, 누구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결과라고 말한다. 윤은 STAYC로 활동하며 트윙클 컬러 브리지, 하이라이트 브리지, 삐삐 머리, 뿌까 머리, 3단 머리 등 소위 게임 캐릭터처럼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시도했다. 윤에 따르면 이 과정부터가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두렵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도전해본 적 없는 스타일이다 보니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을 때도 있고 혹은 ‘나랑 잘 어울리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자신의 개성 찾기와 타인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평판 사이의 선택. STAYC에서 윤이 가장 개성을 부각시키는 스타일링을 선보인다면, 다른 멤버들은 자신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아이사의 일자로 찍힌 점이나 재이의 볼 위의 점은 컨실러로 지우지 않고 드러냈다. 뚜렷한 아이홀과 각자 다른 눈매가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도록 선의 갯수나 색깔을 달리하기도 했다.

STAYC 앨범의 구성품들은 자신과 타인 또는 개성의 부각과 타인에 대한 포용성에 주목한 STAYC의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이업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정희라 사원은 매 앨범에 포함된 시향지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당장 서로를 만날 수 없기에 향으로 STAYC를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오로지 청각적인 요소만으로 STAYC를 접하는 시각장애인분들도 향기를 통해 STAYC만의 색을 더 잘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시향지는 ‘STAYC SCENT(STAYC 향)’라는 점자를 새겨 촉각으로 물품을 판별해야 하는 상황 속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STEREOTYPE’ 앨범은 스크래치 카드로 흑백/컬러, 눈을 감거나/뜬 모습, 정면/옆면 등 두 가지 이미지를 한 카드에 담아 긁는 복권처럼 사진을 긁어 원하는 대로 커스텀하거나 탑로더 꾸미기 세트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포토 카드(이하 포카)와 탑로더를 꾸밀 수 있다. 하이업엔터테인먼트 마케팅팀 박지혜 사원은 이를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생일 카페에 팬들끼리 가서 사진을 찍을 때 자기 취향에 맞게 혹은 이미지에 맞게 꾸민 포카를 들고 찍는 현 아이돌 문화"에서 착안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팬들은 언박싱 영상을 ‘팬튜브(팬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리거나 자신들이 꾸민 톱로더 혹은 포카를 트위터로 공유한다. 앨범 구성품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업로드하거나 타인의 취향을 구경할 수도 있다. STAYC의 앨범은 보다 다양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의 개성을 강조하는 스타일링과 다양성을 생각하는 앨범 구성의 결합은, STAYC가 보여주는 동시대성이다. STAYC의 곡 ‘ASAP’의 포인트 안무인 ‘꾹꾹이춤’을 추는 틱톡 챌린지는 34.6M (‘ASAP_challenge’ 약 23.9M, ‘ASAPCHALLENGE’ 약 10.7M) 이상 바이럴됐다. 시은은 이 챌린지가 “단순히 즐기는 것뿐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과 함께 포인트 안무를 춘다든지, 같은 노래에 여러 다양한 버전으로 변화를 주며 영상을 찍는 등 현재 활동 중인 곡을 느끼는 즐거움을 두세 배로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재이도 “교실에서 공책 대신에 노트북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친구들도 많고, 쉬는 시간에 틱톡으로 놀거나 브이로그식으로 자신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친구들도 꽤 많다.”며 디지털에 익숙한 친구들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그만큼 STAYC는 자신을 표현하고, 그것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하지만 이 세대는 자신이 타인과 다른 개성이 있다는 것만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이슈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STAYC는 ‘STAYC challenge’를 통해 건강식 먹기와 쓰레기 줄이기 등 환경 운동을 시도했다. 아이사는 건강식의 일환으로 ‘비건식’을 소개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비건의 정의와 근처 비건 베이커리를 찾아가 좋아하는 메뉴를 소개한다. 아이사는 “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채식이나 비건이 멀고 어렵게 느껴졌는데 좋은 취지에서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저도 궁금해서 시도를 해봤어요. 직접 경험해보니까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점도 많고 무엇보다 제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많은 분들도 함께 건강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비건을 친근하게 알려드리려 노력했습니다.”라고 콘텐츠의 의도를 설명했다. 

 

‘쓰레기 줄이기’ 챌린지는 이후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 MMTG’에서 대나무 칫솔과 텀블러 사용을 소개하는 모습과 연결되며 지속 가능한 그리고 지속 중인 환경 운동임을 드러낸다. ‘문명특급 - MMTG’에서 세은은 보여주기식이냐는 장난스런 질문에 “(환경을 위해서 보여주기식이라도) 그런 걸 보여줘야 해 좀.”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세은은 “요새는 일회용품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대체품들이 많아졌는데 크게 관심이 없다면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알려드리면서 조금이나마 건강한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라며 대답의 의미를 밝혔다. 제로 웨이스트, 제로 플라스틱, 용기내 챌린지, 비거니즘 등 환경 운동과 윤리적 소비는 오래전부터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해온 것이다. 하지만 STAYC처럼 자신의 개성을 부각시키는 아이돌과 이런 사회적인 실천이 결합되면 그것은 Z세대라고도 불리는 요즘 10~20대의 어떤 캐릭터를 보여준다. 자기 표현이 중요하고, 그것을 SNS로 보여주는데도 능숙하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SNS의 반응도 중요하고, 세상의 다양한 이슈 중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 맥락에서 보면 STAYC가 최근 발표한 ‘STEREOTYPE’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앨범의 프리뷰 영상에서 멤버 중 일부는 얼굴조차 나오지 않고, 마지막엔 드레스를 입은 멤버들이 카메라를 등지고 앞으로 뛰어나간다. 그리고 타이틀 곡 ‘색안경’의 가사에는 아직 ‘겉은 화려해도 두려운’ 상태여도, 남들의 ‘색안경’과 같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행동하겠다고 노래한다. 자신의 개성과 타인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결국 자신이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달라는 이야기로까지 이어진다. 단지 나는 다르다를 넘어 우리 모두 다르다라고 할 수 있는 것. STAYC는 친근하고 소소한 것 같지만 다른 방식으로 요즘 아이들의 정체성을 쌓아 나가고 있다. 


STAYC의 멤버들이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이 동시대적인 아이돌 그룹이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태도처럼 보인다. 원더케이 오리지널 ‘아이돌등판’에서 윤은 “실력파를 노력파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며 자신의 음악적 성취는 노력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거나 라이브 공연 시 음이 맞지 않으면 연습을 안 하는 게 맞지만 음 이탈은 열심히 해도 나는 거라며 “저희 다 노래 잘해요.”라며 실력과 노력을 병치시키기도 한다. 수민은 자신들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대해 묻자 “저희 스스로 자신감이 있으면서 또 본인에게 부족한 점과 개선하고 싶은 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실력 향상과 본인 만족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세은은 “저희를 보시는 분들도 자신감과 당당함을 가지셨으면 좋겠기에 그런 모습을 더 보여드리려고 했어요.”라고 덧붙인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시대에 성공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모른다. 그럴수록 노력은 그 성공에 다가설 수 있는 열쇠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결합한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갓생살기’라고 하는 것처럼, STAYC는 녹음, 안무, 라이브 연습으로 ‘갓생살기’를 하는 셈이다. 그 결과, ‘STEREOTYPE’ 앨범의 하이라이트 메들리는 무반주로 구성하는 등 그들의 실력 또는 노력이 팀의 한 가지 색깔이 됐다. 


유튜브 ‘아이돌의 인생: 연습생’, ‘아이돌의 인생: 최종 과제’편에서 멤버들은 연습 과정에서의 슬럼프와 데뷔 직전의 복합적인 감정, 다이어트와 콤플렉스 등 복합적인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이사는 “몸이 잘 안 따라오거나 마음이 힘들 때 ‘이것만 잘하면 내 실력은 더 성장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그 시절을 견뎌냈다. 데뷔 전의 힘겨움이나 자신의 최근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것 또한 이전과 다른 요즘 아이돌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들이 내세운 콘셉트가 10대를 의미하는 ‘TEENAGER’와 ‘FRESH’가 결합한 ‘TEEN FRESH’임을 생각하면 이런 태도는 STAYC와 소속사가 생각하는 ‘TEEN’의 정의를 생각하게 한다. 시은은 “저희부터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대중들에게도 이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평소에도 멤버들끼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항상 건강한 멘탈 관리를 위해 스트레스 조절이나 각자만의 취미생활, 여가생활로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솔직히 말하고,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고, 더 나아지려는 삶을 통해 ‘FRESH’한 자신을 선보이는 것. STAYC는 자신들과 함께 성장하는 그리고 자신들을 보며 새로운 세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부표와 같다. 다름이 틀림이 되지 않는 사회로 모두를 이끌어 가고, 사회의 변화 속 표류하거나 정박하는 사람들에게 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주기 위해 새 시대의 흐름 위에 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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