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ATURE
드레이크의 싸움
드레이크는 아직 올라갈 곳이 있다.
2021.11.09
Credit
글. 강일권(리드머, 음악평론가)
사진 출처. 리퍼블릭 레코드
드레이크(Drake)의 커리어는 기록의 역사나 다름없다. 정규 데뷔작을 발표하기 전부터 눈에 띄는 발자취를 남겼다. 믹스테이프(Mixtape) 수록 곡으로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BET 힙합 어워즈, 모보(MOBO) 어워즈,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등등, 각종 시상식 후보에까지 오른 것(‘Best I Ever Had’, ‘Successfu’”). 그 결과,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걸쳐 등장한 수많은 괴물급 신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10년 넘는 활동 기간에 다수의 히트 싱글을 연이어 발표했고,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뮤직(Apple Music)을 비롯한 디지털 음악 서비스 플랫폼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기록을 갱신해왔다.
놀라운 행진은 9월에 나온 새 앨범 ‘Certified Lover Boy’에서 절정에 달했다. 빌보드 핫 100 차트의 10위 안에 무려 9곡이 들어갔다. 1958년 핫 100 차트가 시작된 지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이렇듯 뚜렷하게 보이는 수치는 드레이크의 존재감을 남다르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건 음악이 끼친 영향력이다. 2010년대의 시작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힙합계가 음악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던 와중에 등장한 드레이크의 결과물은 씬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그가 지닌 무기는 강력했다. 당시로서는 희귀하게 랩과 노래를 자유로이 넘나들었으며, 위트 있는 작사 실력까지 겸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펼쳐 보인 멜랑콜리한 음악 세계는 단숨에 많은 이를 사로잡았다. 우울한 정서, 마이너풍의 프로덕션, 신선한 싱잉-랩 스타일, 드레이크의 음악은 곧 트렌드가 되었다. 그의 시작부터 함께한 프로듀서 노아 “포티” 셰비(Noah "40" Shebib)가 조력한 두 번째 정규작 ‘Take Care’(2011)가 결정적이었다. 기존의 힙합 트랙들과 달리 뒤로 빠진 드럼, 신시사이저로 주조한 감성적이고 우울한 멜로디 라인, 흡사 앰비언트 음악처럼 사운드의 잔향을 은은하게 퍼뜨린 믹싱이 어우러진 앨범에서 장르의 벽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Take Care’를 기점으로 드레이크의 음악은 더더욱 자유분방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R&B, 댄스홀, 팝, 하우스 등등. 그는 어느새 팝스타가 되었고, 트렌드를 주도했다. 더불어 일부 가사는 파격이었다. 일례로 ‘Marvin's Room’에 담긴 ‘술김에 헤어진 여자에게 전화해서 집적대기’는 마초 성향이 강한 힙합 음악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콘셉트였다. 음악적으로도 힙합보다는 얼터너티브 R&B와 다운 템포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힙합의 근본을 중시하는 리스너와 매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절대다수의 음악 팬은 열광했다. 때로는 지독한 농담조차 흥행에 도움이 됐을 정도다. 인터넷에서 밈(meme)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싱글 ‘Hotline Bling’(2015)의 예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그동안 세운 상업적 기록만으로도 드레이크는 동시대 아티스트가 범접하기 어려운 위치에 올랐다. 그런데 더 대단한 사실이 있다. 그는 이른바 ‘진짜 힙합(Real Hip Hop)’을 내세운 래퍼들과 대등하게 겨룬 거의 유일무이한 팝 래퍼다.
힙합 역사 속에선 많은 팝 랩스타들이 하드코어 래퍼들로부터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팝 래퍼들의 랩과 프로덕션 전부 너무 가볍고 유치하며, 대중친화적이란 것이 이유였다. 상대적으로 랩 실력이 부족했던 그들은 가공할 리리시즘(Lyricism)과 플로우로 무장한 ‘팝적이지 않은’ 래퍼들의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달랐다. 그는 다른 래퍼들의 공격이 가해질 때마다 배틀 래퍼 모드로 돌변했다. 히트 싱글의 가사에서 엿보인 위트는 디스 상대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로 진화했다. 지금까지 꽤 많은 래퍼가 드레이크를 망신주려 했지만, 확실하게 승리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반격을 당해 커리어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드레이크를 디스한 래퍼들이 변변치 않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 푸샤 티(Pusha T), 커먼(Common), 믹 밀(Meek Mill)이 있다. 랩 실력과 커리어 전부 출중한 건 물론, 웬만한 래퍼들이라면 배틀을 꺼려할 존재들이다.
혹자는 진짜 힙합, 가짜 힙합을 따지는 건 다 옛날에나 하던 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다. 다스 에펙스(Das EFX)의 진짜 힙합 찬가 ‘Real Hip Hop’이 나온 지 26년이나 흘렀지만, 이는 여전히 힙합 팬들을 달아오르게 하는 최고의 떡밥 중 하나이자 뜨거운 논쟁 거리다. 드레이크가 휘말린 비프 관계 대부분의 배경도 따지고 보면, ‘진짜 힙합 대 가짜 힙합’ 구도로부터 비롯되었다. 그중에서도 2012년에 벌어진 커먼과의 디스전은 많은 힙합 팬을 토론장으로 이끌었다. 당시 힙합 팬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되었다.
드레이크의 음악은 힙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기존의 방법론과 전통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변질된 힙합을 비판하며 장르의 영역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드레이크의 음악을 힙합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프로덕션과 보컬 모든 부분에서 EDM, 하우스, R&B와 적극적으로 결합되어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진 당대 힙합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드레이크에겐 끊임없이 이 같은 질문이 뒤따를 것이다. 동시에 공격과 비난을 가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봐왔듯이 그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단지 랩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구축한 음악 세계 역시 기존의 잣대로 쉽게 폄하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놀라운 행진은 9월에 나온 새 앨범 ‘Certified Lover Boy’에서 절정에 달했다. 빌보드 핫 100 차트의 10위 안에 무려 9곡이 들어갔다. 1958년 핫 100 차트가 시작된 지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이렇듯 뚜렷하게 보이는 수치는 드레이크의 존재감을 남다르게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건 음악이 끼친 영향력이다. 2010년대의 시작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 힙합계가 음악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던 와중에 등장한 드레이크의 결과물은 씬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그가 지닌 무기는 강력했다. 당시로서는 희귀하게 랩과 노래를 자유로이 넘나들었으며, 위트 있는 작사 실력까지 겸비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펼쳐 보인 멜랑콜리한 음악 세계는 단숨에 많은 이를 사로잡았다. 우울한 정서, 마이너풍의 프로덕션, 신선한 싱잉-랩 스타일, 드레이크의 음악은 곧 트렌드가 되었다. 그의 시작부터 함께한 프로듀서 노아 “포티” 셰비(Noah "40" Shebib)가 조력한 두 번째 정규작 ‘Take Care’(2011)가 결정적이었다. 기존의 힙합 트랙들과 달리 뒤로 빠진 드럼, 신시사이저로 주조한 감성적이고 우울한 멜로디 라인, 흡사 앰비언트 음악처럼 사운드의 잔향을 은은하게 퍼뜨린 믹싱이 어우러진 앨범에서 장르의 벽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Take Care’를 기점으로 드레이크의 음악은 더더욱 자유분방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R&B, 댄스홀, 팝, 하우스 등등. 그는 어느새 팝스타가 되었고, 트렌드를 주도했다. 더불어 일부 가사는 파격이었다. 일례로 ‘Marvin's Room’에 담긴 ‘술김에 헤어진 여자에게 전화해서 집적대기’는 마초 성향이 강한 힙합 음악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콘셉트였다. 음악적으로도 힙합보다는 얼터너티브 R&B와 다운 템포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힙합의 근본을 중시하는 리스너와 매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절대다수의 음악 팬은 열광했다. 때로는 지독한 농담조차 흥행에 도움이 됐을 정도다. 인터넷에서 밈(meme)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싱글 ‘Hotline Bling’(2015)의 예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그동안 세운 상업적 기록만으로도 드레이크는 동시대 아티스트가 범접하기 어려운 위치에 올랐다. 그런데 더 대단한 사실이 있다. 그는 이른바 ‘진짜 힙합(Real Hip Hop)’을 내세운 래퍼들과 대등하게 겨룬 거의 유일무이한 팝 래퍼다.
힙합 역사 속에선 많은 팝 랩스타들이 하드코어 래퍼들로부터 무자비한 공격을 받고 쓰러졌다. 팝 래퍼들의 랩과 프로덕션 전부 너무 가볍고 유치하며, 대중친화적이란 것이 이유였다. 상대적으로 랩 실력이 부족했던 그들은 가공할 리리시즘(Lyricism)과 플로우로 무장한 ‘팝적이지 않은’ 래퍼들의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드레이크는 달랐다. 그는 다른 래퍼들의 공격이 가해질 때마다 배틀 래퍼 모드로 돌변했다. 히트 싱글의 가사에서 엿보인 위트는 디스 상대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기로 진화했다. 지금까지 꽤 많은 래퍼가 드레이크를 망신주려 했지만, 확실하게 승리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반격을 당해 커리어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드레이크를 디스한 래퍼들이 변변치 않았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 푸샤 티(Pusha T), 커먼(Common), 믹 밀(Meek Mill)이 있다. 랩 실력과 커리어 전부 출중한 건 물론, 웬만한 래퍼들이라면 배틀을 꺼려할 존재들이다.
혹자는 진짜 힙합, 가짜 힙합을 따지는 건 다 옛날에나 하던 짓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다. 다스 에펙스(Das EFX)의 진짜 힙합 찬가 ‘Real Hip Hop’이 나온 지 26년이나 흘렀지만, 이는 여전히 힙합 팬들을 달아오르게 하는 최고의 떡밥 중 하나이자 뜨거운 논쟁 거리다. 드레이크가 휘말린 비프 관계 대부분의 배경도 따지고 보면, ‘진짜 힙합 대 가짜 힙합’ 구도로부터 비롯되었다. 그중에서도 2012년에 벌어진 커먼과의 디스전은 많은 힙합 팬을 토론장으로 이끌었다. 당시 힙합 팬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되었다.
드레이크의 음악은 힙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기존의 방법론과 전통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변질된 힙합을 비판하며 장르의 영역을 더욱 견고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드레이크의 음악을 힙합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프로덕션과 보컬 모든 부분에서 EDM, 하우스, R&B와 적극적으로 결합되어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진 당대 힙합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드레이크에겐 끊임없이 이 같은 질문이 뒤따를 것이다. 동시에 공격과 비난을 가하는 이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껏 봐왔듯이 그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단지 랩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그가 구축한 음악 세계 역시 기존의 잣대로 쉽게 폄하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드레이크의 새 앨범 ‘Certified Lover Boy’에는 그동안의 음악 스타일과 특징이 집약되었다. 그가 평소 해왔고, 가장 잘한다고 느꼈을 스타일의 곡들로 채워졌다. 다만, 엄청난 기록을 쓴 것과 달리 대단하고 특별한 감흥을 주는 작품은 아니다. 처음 그를 스타의 반열에 올린 믹스테이프 ‘So Far Gone’이나 힙합의 경계에 대한 뜨거운 논란과 질문을 던진 ‘Take Care’ 때 느낀 신선함과 희열은 없다. 탄탄한 디스코그래피에서 우위를 점하는 작품도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련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 수록되었다.
특히 여느 때보다 공격적인 남성성을 드러낸 지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태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그가 치른 여러 디스전과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드레이크는 적과 동료를 명확하게 구분한 다음 적에게는 분노를, 동료에겐 우정을 표한다. 제목부터 노골적인 ‘No Friends In The Industry’와 ‘7am on Bridle Path’는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이다. 둘도 없는 아군에서 적이 된 칸예 웨스트(Kanye West)에 대한 적의가 번득인다. 비록, 칸예의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칸예를 겨냥한 게 분명해 보이는 라인들이 있다('운전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목적지로 삼아. 자포자기 하면서 SNS에나 올리지만 말고 / Give that address to your driver, make it your destination'). 이미 수많은 팬과 매체들이 기정사실화하여 화제가 되는 중이다. 이렇듯 ‘Certified Lover Boy’에선 사랑의 아픔에 못나게 구는 ‘Marvin's Room’과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Hotline Bling’의 드레이크를 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첫 곡 ‘Champagne Poetry’는 프로덕션 면에서 제일 흥미롭다. 다층적 샘플링의 진수를 들려준다. 우선 비트의 골자는 비틀스(The Beatles)의 ‘Michelle’이다.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구절을 인용하여 루프(Loop)를 만들었다. 그런데 직접적인 샘플링 대상은 2007년에 먼저 ‘Michelle’의 같은 부분을 인용한 마세고(Masego)의 “Navajo’란 곡이다. 즉, 비틀스의 ‘Michelle’을 샘플링한 마세고의 ‘Navajo’를 샘플링한 셈이다. 드레이크는 존중하는 의미로 원저작권자인 비틀스의 존 레논(John Lennon)과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공동 작곡가로 표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곡은 2분을 넘어가는 지점에서 인상적으로 변주된다. 주요하게 샘플링된 또 하나의 재료는 가스펠 그룹 가브리엘 하데만 델리게이션(The Gabriel Hardeman Delegation)의 ‘Until I Found the Lord (My Soul Couldn't Rest)’다. 은은하게 차오르던 원곡의 코러스가 전면에 나서며 제2의 비트가 시작되고, 잔잔하게 시작했던 ‘Champagne Poetry’는 소울풀한 기운 충만하게 마무리된다.
첫 번째 공식 믹스테이프 ‘Room for Improvement’를 발표한 게 2006년이었으니 드레이크가 데뷔한 지 15년이나 흘렀다. 리스너와 매체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So Far Gone’(2009) 때부터 계산하더라도 10년이 넘는 커리어다. 그동안 앨범의 완성도는 오르락내리락했을지언정 그의 인기가 내려온 적은 없다. 그만큼 사람을 끄는 아티스트로서의 마력이 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드레이크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보다 아직도 부딪쳐야 할 것이 많은 신진 랩스타처럼 느껴진다.
특히 여느 때보다 공격적인 남성성을 드러낸 지점이 눈에 띈다. 이 같은 태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그가 치른 여러 디스전과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드레이크는 적과 동료를 명확하게 구분한 다음 적에게는 분노를, 동료에겐 우정을 표한다. 제목부터 노골적인 ‘No Friends In The Industry’와 ‘7am on Bridle Path’는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이다. 둘도 없는 아군에서 적이 된 칸예 웨스트(Kanye West)에 대한 적의가 번득인다. 비록, 칸예의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칸예를 겨냥한 게 분명해 보이는 라인들이 있다('운전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주고, 목적지로 삼아. 자포자기 하면서 SNS에나 올리지만 말고 / Give that address to your driver, make it your destination'). 이미 수많은 팬과 매체들이 기정사실화하여 화제가 되는 중이다. 이렇듯 ‘Certified Lover Boy’에선 사랑의 아픔에 못나게 구는 ‘Marvin's Room’과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Hotline Bling’의 드레이크를 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첫 곡 ‘Champagne Poetry’는 프로덕션 면에서 제일 흥미롭다. 다층적 샘플링의 진수를 들려준다. 우선 비트의 골자는 비틀스(The Beatles)의 ‘Michelle’이다.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구절을 인용하여 루프(Loop)를 만들었다. 그런데 직접적인 샘플링 대상은 2007년에 먼저 ‘Michelle’의 같은 부분을 인용한 마세고(Masego)의 “Navajo’란 곡이다. 즉, 비틀스의 ‘Michelle’을 샘플링한 마세고의 ‘Navajo’를 샘플링한 셈이다. 드레이크는 존중하는 의미로 원저작권자인 비틀스의 존 레논(John Lennon)과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공동 작곡가로 표기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곡은 2분을 넘어가는 지점에서 인상적으로 변주된다. 주요하게 샘플링된 또 하나의 재료는 가스펠 그룹 가브리엘 하데만 델리게이션(The Gabriel Hardeman Delegation)의 ‘Until I Found the Lord (My Soul Couldn't Rest)’다. 은은하게 차오르던 원곡의 코러스가 전면에 나서며 제2의 비트가 시작되고, 잔잔하게 시작했던 ‘Champagne Poetry’는 소울풀한 기운 충만하게 마무리된다.
첫 번째 공식 믹스테이프 ‘Room for Improvement’를 발표한 게 2006년이었으니 드레이크가 데뷔한 지 15년이나 흘렀다. 리스너와 매체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So Far Gone’(2009) 때부터 계산하더라도 10년이 넘는 커리어다. 그동안 앨범의 완성도는 오르락내리락했을지언정 그의 인기가 내려온 적은 없다. 그만큼 사람을 끄는 아티스트로서의 마력이 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드레이크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보다 아직도 부딪쳐야 할 것이 많은 신진 랩스타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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