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개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Ikuta Lilas [Japanese Ver.]’ 뮤직비디오에서는 다섯 소년의 판타지를 몽환적으로 연출하여 일본어 버전만의 감성을 극대화시키며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샤라웃’을 받기도 했다. 해당 타이틀 곡이 실린 일본 첫 EP ‘Chaotic Wonderland’는 데뷔 이후 꾸준히 자신의 색깔로 세계를 구축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결과물이기에 설득력을 지닌다. 오리콘 주간 합산 앨범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일본 주요 음원 차트를 석권한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첫 일본 EP 발매와 함께, ‘Force’, ‘永遠に光れ (Everlasting Shine)’, ‘Ito’, ‘EYES (감은 눈을 떠봐)’ 등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OST로 다양한 행보를 펼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막내 라인’, 태현과 휴닝카이와 함께 해당 활동을 짚어보며, 추억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관련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작품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애니메이션 OST
휴닝카이: 일본 애니메이션 OST는 좀 어려웠어요. 일단 ‘永遠に光れ (Everlasting Shine)’ 같은 경우에는 첫 일본 오리지널 곡이라 일본 발음 때문에 많이 힘들기도 했고, 노래 자체가 난이도가 좀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Force’의 경우에는 이제 일본어가 적응돼서 어느 정도 잘 발음하게 됐는데, 노래가 너무 빨라요.(웃음) 빠르게 일본어 발음을 하는 것 때문에 고생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곡이 되게 멋있게 나왔더라고요.
태현: 저희가 공룡 애니메이션 OST를 한다고 해서 막 공룡의 시점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지만, (웃음) OST를 부를 때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저희 앨범은 저희 팬분들이 많이 들어주시잖아요. 근데 OST 같은 경우에는 그 콘텐츠 시청자 중에서 저희를 모르는 분들도 저희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되니까, 저는 이런 목소리와 이런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작품의 의도를 지키는 선 안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기 소개하는 느낌으로 되게 ‘저처럼’ 부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휴닝카이: 아무래도 우리 앨범은 어떤 느낌으로 불러야 하는지 잘 알고 익숙해졌는데, OST는 또 다르니까 좀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아머드 사우루스’의 ‘EYES (감은 눈을 떠봐)’ 같은 경우에도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곡이라 제 느낌보다는 좀 더 강렬하게 불렀어요. 프로듀서분께서도 완전 세게, 감정적이기보다는 열정적으로 불러보라고 디렉션을 주셔서 그렇게 불렀던 걸로 기억합니다.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Ikuta Lilas [Japanese Ver.]’ 뮤직비디오
태현: 결과물이 그렇게 나오게 될 줄 몰랐어요.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건 많은데 그게 또 일본 버전 뮤직비디오고, 따뜻한 색감으로 잘 표현됐다 보니까 애니메이션이 연상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다른 것보다는 멤버들 군무가 잘나왔는지, 이런 부분이 제일 신경 쓰여서 뮤직비디오 스토리에 대해서는 모아분들이랑 같이 보면서 다양한 해석들을 하게 됐죠. 사실 저희도 모아분들과 같은 입장에서 보면서 풀어가는 느낌이에요. 정답이 있는 것보다는 함께 추측하고 얘기하는 게 더 재밌는 것 같아요.
휴닝카이: 전 되게 멋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제 취향이었어요.(웃음) 전체적으로 저희 팀의 뮤직비디오 스토리나 앨범 콘셉트들이 뭔가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저희 팀의 색깔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태현: 사실 멤버들 비주얼도 되게 큰 몫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범규 형만 봐도 만화를 방금 막 찢고 나온 것처럼 생겼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팬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만화에서 나온 것 같은 애들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걸 한다.’(웃음) 이런 반응에 저희도 감사하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
휴닝카이: 장르가 다양하고, 그러다 보니까 다양한 작가들이 생각해낸 스토리들이 기발하기도 하고, 묘하게 빠져드는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다양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저도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보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될 운명인 것 같긴 해요.(웃음) 연습생이 되고 나서는 바빠져서 안 보다가 데뷔 이후에 틈틈이 애니메이션을 한 번 보고 난 뒤 다시 보기 시작했죠. 그때부터는 뭔가 깊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웃음)
태현: 저는 휴닝카이에 비하면 그냥 ‘머글'이죠.(웃음)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지는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복싱하기 전, 한 5학년 때까지 ‘포켓몬스터’를 너무 좋아했죠. ‘포켓몬스터’는 저의 추억에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게임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웃음) 그래서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BGM을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나요. 사실 ‘포켓몬스터’가 미친 듯이 재밌다기보다는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매체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는 것 같아요.
감명 깊게 본 애니메이션
태현: 제가 좋아하는 유머 스타일을 갖고 있는 건 ‘심슨 가족’이에요. 만화 안에서 영화 패러디도 많이 하고, 경제나 정치 같은 분야에 대해 재치 있게 표현하는 부분도 많은데, 무엇을 풍자했고 무엇을 패러디했는지를 알고 보면 너무 재밌어요. 개그 요소에 교훈도 더해 마무리까지 잘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놓고 마지막에 호머가 명대사 같은 것을 보통 많이 하는데, 보면서 ‘어, 저건 너무 좋은 말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어릴 때는 그냥 작화를 보면서 재밌어했지만, 그 당시에 이해가 안 됐던 유머들이 이제서야 무슨 포인트인지 알게 되니까 더 재밌게 느껴져요. 그래서 지금도 계속 찾아봐요.
휴닝카이: ‘클라나드'라는 애니메이션을 제가 위버스에서 추천한 적이 있는데, 애니메이션을 보고 운 거는 이게 처음이에요. 너무 슬퍼서 오열했어요. 이 작품의 주제가 가족이거든요. 액션이라든지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지만 결국 가족애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라 마음이 찡하면서 뭔가 아프더라고요. 보면서 계속해서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클라나드는 인생이다.’라는 말도 있더라고요.(웃음) 저도 너무 공감해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긴 한데 초반에는 살짝 재미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애들 눈이 좀 커요.(웃음) 근데 후반까지 보면 뭔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요.(웃음)
태현과 휴닝카이의 공통분모, ‘포켓몬스터’
태현: ‘포켓몬스터’는 할 얘기가 너무 많죠. 진짜 명작이죠. ‘포켓몬스터’는 사실 만화 자체가 명작이라기보다는 그 세계관을 만든 게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세계관을 구성하고 나서 지금까지 세대를 이으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게 되게 신선했어요. 보통 만화라면 1기, 2기 정도로 이어지는데 ‘포켓몬스터'는 세대를 나누거든요. 그래서 ‘어느 세대는 명작이고, 어느 세대는 아쉽다.’고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포켓몬스터'라는 작품의 입지가 대단하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요.
휴닝카이: 게다가 지금 8세대까지 나왔거든요. 근데 1세대부터 8세대의 스토리가 또 연결이 다 되어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어른 팬이 되게 많을 거예요.
태현: 그중에서 저는 4세대까지를 명작으로 생각해요.
휴닝카이: 아니야! 5세대가 얼마나 명작인데! 저한테는 5세대까지가 명작입니다.(웃음) 제가 봤을 때 5세대가 모든 세대를 통틀어서 스토리가 제일 좋아요.
‘꿈빛 파티시엘’ OST 그리고 가수라는 꿈
휴닝카이: ‘꿈빛 파티시엘’ 같은 옛날 애니메이션이 다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신기하고 반갑더라고요. 어릴 때 되게 재밌게 봤거든요. 누나랑 여동생이 볼 때 뒤에서 몰래 보고, 차마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얘기하지는 못하겠고.(웃음) 특히 최근에 ‘꿈빛 파티시엘’ 오프닝 곡에 대한 반응이 있어서 ‘그래, 많은 사람들이 이 오프닝을 알아야 된다.’라고 생각했죠.(웃음) 제가 한국에 와서 처음 좋아하게 된 가수가 아이유 님이거든요. 근데 또 마침 이 애니메이션 오프닝 곡을 아이유 님이 불러주셔서 너무 행복했어요.(웃음)
태현: 저도 ‘꿈빛 파티시엘’ 애니메이션 자체보다는 주제 곡을 너무 좋아해요. 애니메이션에 되게 잘 맞는 멜로디이면서 그냥 멜로디 자체로도 너무 상큼하고 좋고요. 그리고 내용이랑도 너무 잘 어울리는 가사를 표현했다고 생각하거든요.
휴닝카이: 제가 아마 만화 ‘라라의 스타일기’를 보고 가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좀 했었던 것 같아요. 평범한 소녀가 가수가 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보면서 ‘와, 가수 생활 너무 재밌어 보인다. 나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가수가 되기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중 하나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J-팝의 매력에 빠지다
휴닝카이: 제가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밴드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J-팝에 빠지게 됐어요. 앞으로 제가 하는 음악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것도 많이 시도해봐야겠지만, 밴드 느낌이 나는 음악을 저희 앨범에서 많이 선보이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태현: 저는 어떤 노래든 여러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악을 듣는 건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티스트라면 듣는 걸 놓치는 순간 끝이라고 시혁 님이 항상 강조를 하시는데 저도 무조건 동감해요. 그래서 제가 원래는 미국 음악 시장에만 집착을 했다면, 이제 시야를 넓혀서 일본 시장의 음악도 듣다 보니까 다양한 멜로디도 쓸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사실 멜로디나 사운드적인 것보다 제가 J-팝을 듣고 신선하다고 느낀 건 가사였어요. 국가별로 메인 차트 음악들의 주제를 보면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테마가 대충 보이는데, 일본에서는 다른 나라와는 좀 다르게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어쩌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잘 녹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컬래버레이션 오리지널 스토리, ‘별을 쫓는 아이들’
휴닝카이: 저는 진짜 재밌게 봤죠.(웃음) 저희 5명 각자의 콘셉트에 맞게 역할이 주어지고, 고난을 겪기도 하고, 이렇게 스토리를 푸는 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기승전결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서 되게 재밌게 봤어요. ‘끝날의 밤'은 아직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고, 스토리가 전부 다 나오면 저는 다 챙겨 볼 것 같아요.(웃음) 어떻게 풀어가게 될지 궁금하네요.
태현: 저희를 좋아하는 분들과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분들, 이렇게 두 가지를 다 소비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분들한테 정말 선물 같은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아까 휴닝이가 말한 대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노래를 했다.’ 그럼 너무 좋잖아요. 그런 것처럼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모델로 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을 한다.’ 그러면 팬분들이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아요.
대체 불가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색깔
휴닝카이: 저희의 노래와 함께 뮤직비디오나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도 함께 즐기면 또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저희는 계속 다양한 노래와 콘텐츠를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줄 것이기 때문에 많이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태현: 저는 잘하는 아티스트보다 대체 불가능한 아티스트가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저스틴 비버가 아닌 다른 사람이 ‘Peaches’를 하는 건 상상이 안 되거든요. 그리고 형들이 아닌 다른 가수가 부르는 ‘Dynamite’도 상상이 안 되고요. 저희가 커버도 해봤지만 분명 저희가 표현하지 못하는 원곡 가수만의 영역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그런 대체 불가능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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