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HYPEN이 그리는 궤적과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함께하고 싶어요.” ENHYPEN의 트위터 팬 베이스 계정 ‘ENHYPEN LATINO’는 ENHYPEN이 1년 동안 팬들과 함께 그려온 성장의 그래프가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고, 그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이야기했다. ENHYPEN 앨범의 발매 첫 주 판매량은 데뷔 앨범 ‘BORDER : DAY ONE’ 28만 873장, ‘BORDER : CARNIVAL’ 38만 4699장, ‘DIMENSION : DILEMMA’ 81만 8716장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앨범 출하량을 기준으로 하는 가온차트의 ‘DIMENSION : DILEMMA’ 판매량은 11월 기준 118만 1961장으로 이미 세 달 전 밀리언셀러를 돌파했다. 데뷔 1년 차 만에 밀리언셀러를 돌파한 루키의 탄생이다.
ENHYPEN의 급격한 성장은 전 세계에 구축된 팬덤의 영향이 컸다. ENHYPEN의 정보 업데이트와 콘텐츠 번역 등을 담당하는 트위터 팬 베이스 ‘ENHYPEN UPDATES’는 “ENHYPEN은 글로벌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글로벌함’을 ENHYPEN의 팬덤 ENGENE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짚었다. ENHYPEN을 결성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Mnet ‘I-LAND’에서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투표는 최대 178개 국가 및 지역에서 참여했고, 마지막 회인 12회의 재생 횟수는 517만 2232회였다. (2020년 9월 18일 생중계 기준) 그만큼 전세계에서 그들의 데뷔 과정을 지켜보았다. 유튜브 음악 차트 및 통계에 따르면 ENHYPEN 영상의 조회 수가 높은 국가 및 지역은 필리핀, 일본, 태국 등의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북아메리카의 미국, 남아메리카의 멕시코,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에서 나타난다. 앨범 판매량 또한 특정 대륙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에 걸쳐 분포한다. 정규 1집 ‘DIMENSION : DILEMMA’의 위버스샵 판매량을 기준으로 볼 때 앨범 판매량 상위 16개국은 한국, 일본, 미국 등 아시아와 북미를 포함해 멕시코, 칠레 등의 남아메리카, 독일과 프랑스가 속한 유럽, 호주 등 오대륙에 걸쳐 분포한다.
전 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ENGENE의 특성은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ENHYPEN의 성장에 상호작용을 일으켰다. ENHYPEN UPDATES의 집행위원이자 멀티미디어 아트를 전공하는 대학생 메이(Mae)는 자신을 비롯한 ENGENE이 ENHYPEN과 관련된 투표나 앨범 구매에 적극적인 이유로 ‘팬데믹 시기’에 ‘전 세계를 겨냥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했다는 점을 꼽는다. 서로 직접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국경을 초월한 팬들이 항상 그들의 뒤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점이 팬들을 움직이는 큰 동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I-LAND’의 방영부터 ENHYPEN의 데뷔, 세 번의 컴백이 모두 팬데믹 시기에 이루어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 등으로 팬들과 직접 만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ENGENE은 ENHYPEN에게 명백히 존재하고, 항상 곁에서 애정과 지지를 보내지만 대부분 직접 만날 수는 없는 존재였다. 팬들에게 투표나 앨범 구매는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메이는 자신의 애정의 방식에 대해 “전 세계의 ENGENE이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ENHYPEN이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몇 마일 떨어져 있든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 사는 로다(Rhoda)는 “그들이 노력에 합당한 성과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할(팬 활동을 할) 동기를 부여받는다.”며 ENHYPEN의 활동에 몰입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활발해진 SNS 활동과 전 세계 기반 팬덤의 결합은 ENGENE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ENHYPEN UPDATES에 따르면 “공개된 ‘I-LAND’ 미션의 투표 결과에서 알 수 있듯 ENGENE은 매우 국제적인 커뮤니티”이기에 하나의 계정을 운영하는 팀원들 역시 다국적, 다인종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ENHYPEN UPDATES와 ENHYPEN LATINO 계정은 각각 필리핀,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스페인, 미국에서 온 멤버들과 멕시코, 과테말라, 칠레 및 볼리비아 등 국적이 다른 멤버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전 세계의 ENGENE을 위한 계정에서 개인의 인종이나 국적 등에 관계없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업무를 나눠 활동한다. ENHYPEN UPDATES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기 때문에 연중무휴 업데이트될 수 있으며, 일부 팀원이 세계 팀원이 세계 반대편에 잠들어 있을 때도 일관된 게시를 할 수 있다.”며 전 세계에서 모인 팀원들이 하나의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팬덤의 글로벌적인 특성은 ENGENE이 범세계성을 기반으로 한 다양성을 가진 팬덤의 성향을 서로 존중하여 “게시되는 콘텐츠나 트윗이 모든 종류의 문화, 전통 및 차이점이 존중될 수 있는지 염두에 둬야” 하는 신념을 공유한다. 하나의 게시물을 올릴 때에도 특정한 종교나 인종,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배제되거나 반대로 특정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문화에 대해 다룰 땐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ENHYPEN LATINO는 “다른 글로벌 팬 베이스와 연락하고 작업할 때 언어와 시차 때문에 어려울 때도 있”지만 이러한 차이에도 “글로벌 팬들의 연합이 우리 모두의 공동 목표인 ENHYPEN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팀으로 일하면서 팬덤에 속해 있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한 팬 베이스인 만큼 멤버 제이크의 생일을 기념하여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화재와 무분별한 개간으로고통받는 멕시코의 산림을 재조림하는 데 기여하는 협회를 선정해 기부하기도 했다. “축하받는 멤버의 취향과 특징을 부각”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는 팀”의 성향을 고려해 멕시코의 환경문제를 조명했다는 설명이다. 시작부터 글로벌 팬덤을 형성한 집단이 각자의 언어, 문화,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국경을 넘은 한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각자의 지역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국적과 직업, 나이와 문화를 가진 팬들에게 ENGENE이라는 세계는 각자의 차이가 오히려 환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ENGENE들은 자신의 전공 지식과 관심 분야에 따라 분석한 콘텐츠에 자신들의 생각을 덧붙여 일종의 ‘해석’ 혹은 ‘이론’과 같은 이름으로 팬들과 공유한다. 예컨대 ‘I-LAND’에서 헤르만 헤세를, ENHYPEN의 가사에서 셰익스피어를, 뮤직비디오에서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발견할 때마다 이를 공유했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며 외교관과 교육자를 꿈꾸는 패트리스(Patrice)는 이 일련의 과정에서 “ENGENE은 서로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응원하는 것을 좋아”해 서로의 발견을 칭찬하면서 “팬덤 내의 화합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동시에 ENHYPEN의 곡들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가 주어진 것인지 쟁취해낸 것인지에 대한 고민(‘BORDER : DAY ONE’)에서 새로운 세계에서의 도취(‘BORDER : CARNIVAL’), 모순된 세계를 만난 후의 혼란(‘DIMENSION : DILEMMA’) 등에 대해 다룬다. 인도네시아에서 교육기술창업컨설팅 스태프로 일하는 입티삼(Ibtisam)에 따르면 음악적인 스토리라인은 “각 단계에서 ENHYPEN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청자의 입장에서 우리 삶의 다양한 맥락과 연관”지으며 ENHYPEN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다. 이들은 ENHYPEN의 음악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며 해석의 시야를 넓히고, 음악을 이해하며 각자의 삶의 차이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보편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팬들은 더 많은 팬(동료)을 모으기 위해 자신의 취미와 전문 지식을 공유하며 한 단계 더 나아가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ENHYPEN UPDATES는 ENGENE이 일종의 국제적인 커뮤니티 역할을 하게 되면서 생기는 팬덤 내 경향들에 대해 설명했다. 패트리스에게 ENHYPEN의 게시물을 번역하는 일은 자신의 꿈을 키우면서 가진 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팬 활동이다. 그는 아티스트의 게시물은 단순한 말뿐 아니라 “글의 맥락, 즉 전달하려는 목적을 이해함으로써 언어를 통해 문화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멤버의 개성이나 색깔을 번역에 담아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해 멤버마다의 장난스러운 말과 격식을 차린 말투를 구분해 번역한다. 동시에 문화적 차이가 있는 부분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추가적인 코멘트를 통해 팬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메이는 팀원들과 함께 “ENHYPEN이 ENGENE에 보여주는 사랑과 정성에 보답하고 싶어 대학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 새로운 프로젝트인 ‘EN-MENITY PACKAGE: A Travel Kit for ENGENE’을 개최했다. 이들은 공항과 여행을 콘셉트로 한 두 번째 팬 미팅 ‘EN-CONNECT : COMPANION’에 맞춰 여권, 수하물 태그, 탑승권, 티켓 및 엽서를 디자인했다. 수화물 태그는 트위터 프로필의 사진 역할을, 티켓은 집에서 인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팬들이 직접 콘서트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콘서트가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구성한 이 이벤트는 메이를 포함한 ENHYPEN UPDATES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콘서트를 즐기는 방법이자, 팬데믹 기간에 생긴 ENGENE이 서로를 연결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ENGENE이 향유할 수 있는 세계는 그들의 국가 수만큼이나 넓어진다.
팬덤은 열광적인 애호가를 의미하는 ‘fanatic’의 축약어인 ‘fan’과 ‘지역, 집단’를 뜻하는 접미사 ‘덤(-dom)’의 합성어로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리고 ENGENE의 ‘덤(-dom)’은 국적과 인종, 성별이나 지위에 상관없이 ENHYPEN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경계선을 넘고 들어올 수 있다. 이것은 ENHYPEN을 비롯한 ‘4세대 아이돌’로 분류되곤 하는 아이돌 그룹의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경향이기도 하다. 현재의 한국 아이돌 산업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 그룹에게 글로벌 팬덤은 상수에 가깝고, 그것은 새로운 팬덤 문화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팬덤을 재정의하는 과정에 있다. 데뷔 당시부터 글로벌 팬덤이 있었고, 팀과 팬덤 모두 빠르게 성장하는 ENHYPEN과 ENGENE은 그 변화상을 매우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돌의 세대가 변화하듯 팬덤의 세대도 바뀌고 있고, 그 변화에는 다른 국가, 정체성, 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점점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ENHYPEN UPDATES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팬덤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ENHYPEN에 대한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라”며 국경과 언어를 넘나드는 이 팬덤이 모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그것은 이 팬덤의 정체성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ENGENE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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