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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지난 12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자신의 카탈로그를 5.5억 달러에 매각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최근 아티스트가 자신의 카탈로그를 판매했다는 뉴스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굵직한 이름만 살펴봐도 밥 딜런 3억 달러, 폴 사이먼 2.5억 달러, 닐 영 1.5억 달러, 머틀리 크루 1.5억 달러, 레드 핫 칠리 페퍼스 1.4억 달러 등이다. 잠깐, 카탈로그를 판다는 게 무슨 뜻인데?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자신이 직접 쓴 모든 노래 자체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그 노래의 녹음 자체에 대해서도 권리가 있다. 후자의 권리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재녹음을 통해서라도 확보하고 싶어 하는 마스터 권한이다. 두 권한은 음반을 발매하고, 스트리밍 서비스 여부를 결정하고, 방송과 광고에서 사용을 허락하는 등 음악에 대한 모든 통제와 수익으로 연결된다. 소니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으로부터 이 모든 권한을 구매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스프링스틴의 카탈로그는 연간 1,7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니는 대략 30년 이상의 수익을 한꺼번에 지불한 셈이다.
 

카탈로그 판매 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스트리밍은 오래된 노래도 꾸준히 수익을 누리는 기반이 된다. 과거 음반 중심의 시장에서는 당연히 새로 나온 음반의 매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스트리밍은 음악을 소비한다는 개념과 그것을 듣는 행위를 일치시켰다. 오랜 경력을 가진 유명 아티스트의 카탈로그는 꾸준한 스트리밍 수요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수익으로 연결된다. 
 

둘째, 팬데믹 이후 자본 시장은 주식, 부동산 등 투자 수단과 상관관계가 적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원했다. 여기서 첫째 이유와 만난다. 2021년 10월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음악 저작권 투자 전문 회사 힙그노시스를 통하여 이 사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기존 음반사도 최근 스트리밍 수익이 중요해지면서, 카탈로그 확보에 뛰어들고 있다. 음반사 입장에서는 틱톡 등 각종 SNS와 음악이 불가분의 관계가 되면서, 동 업계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최대한 다양한 카탈로그를 확보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셋째, 현재 카탈로그를 판매하는 아티스트는 대부분 1970~80년대에 활동하면서 자신의 음악에 대하여 상당한 권리를 확보한 사람들이다. 그 이후 음반사가 새로운 아티스트와의 계약 조건을 강화하면서, 수익과 직결되는 마스터 권한은 음반사가 보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때부터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에 대한 권리를 갖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고,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 세대의 문제를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결 중이다.

한마디로 음악 저작권이 측정 가능한 수익을 발생시키는 상품이 되었고, 하필 지금 그것을 팔 수 있는 아티스트가 많다. 2022년에도 비슷한 뉴스는 끊이지 않는다. 연초 워너뮤직 그룹은 데이비드 보위의 카탈로그를 2.5억 달러에 샀다. 존 레전드와 같이 상대적으로 젊은 아티스트의 거래 소식도 들린다. 다음 대형 거래는 필 콜린스와 스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시장이 언제까지 뜨거울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을 어떻게 바꿨는지, 이보다 뚜렷한 예시는 없을 것이다.

 

TRIVIA

힙노시스 송스 펀드

힙노시스는 2018년 영국에서 설립된 음악 관련 지적재산권 투자 및 관리 전문 회사다. 2021년 9월 기준 자본금 2조 원, 보유한 음악 카탈로그의 가치는 2.5조 원으로 평가된다. 닐 영,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카탈로그 권한을 구매한 회사다. 스포티파이의 10억 스트리밍을 기록한 노래 190개 중 47개, ‘롤링 스톤’의 역대 가장 위대한 노래 500선 중 51개가 이 회사 소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