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희승은 종종 숙소를 ‘집’이라고 부른다. 멤버들과 섞여 사는 공간이 ‘집’이 되어가는 사이, 희승의 세계는 한층 더 편안해지고 단단해졌다. 그가 인생 영화로 꼽는 ‘토이 스토리’의 명대사처럼,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뻗어가고 있는 한 청춘의 우주에 대하여.
니키 씨와의 가위바위보에 이겨서 독방을 쓰게 됐어요. 방에서 혼자 지내 보니 어때요?
희승: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방도 꾸미면서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데커레이션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갖다 놓고, 또 니키가 선물해준 레고도 창문 앞에 진열해두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공간이 작사와 작곡에 도움이 되겠어요.
희승: 맞아요. 혼자만의 여유와 시간이 생기니까 영향이 있어요. 방에 노트북이 있거든요. 무언가 생각나면 끄적끄적 적기도 하고, 작곡도 하고 그러니까 많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한 곡, 한 곡을 완성하기보다 짧게 샘플 라인들을 연습으로 만들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어요.
스스로의 작업물들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희승: 당연히 부족한 점들도 있는데, 마음이 편안해져요. 제가 만든 것들이 계속 쌓여가고 있으니까 이걸 언젠가는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계속 만들기만 하면 안 되는데, 이것들을 정리하고 마스터링을 해서 들려드려야 할 텐데.’라는 생각도 있어요. 확실히 제가 마무리를 잘 못 지어요. 곡이 완벽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보니. 그런 건 조금 아쉬워요.
음악에서 성격이 드러나네요. 작업물에 희승 씨의 성향이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 것 같나요?
희승: 예전에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장르별로 있는 특징이나 어떤 악기가 사용되는지의 패턴들을 잘 아는 편이에요. 그런데 막상 작업은 굉장히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스타일이에요. 어떤 콘셉트에 어떤 악기가 들어가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이 소리가 작업물에 잘 어울린다 싶으면 그냥 한 번 넣어봐요. 그렇다 보니 스스로 들어봐도 확실히 음악이 익숙하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웃음)
지평을 넓히는 과정에 있는 거네요. 지난 10월 MBC ‘주간 아이돌’ 셀프로필에 적은 관심사 중에 책이 있었어요.
희승: 처음에는 유튜브로 된 강의를 많이 봤어요. 유명한 강사분이나 교수님들의 강의를 보면서 그분들의 생각이나 노하우를 얻으면 제 직업에서도 좀 더 전문성을 쌓고 더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깊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JTBC ‘이태원 클라쓰’나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그리고 ‘지옥’처럼 드라마도 보고 있죠.
희승: 드라마는 재미로 보는데, 또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들은 시사하는 바가 많아서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단순히 치유받거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비판 의식이 담긴 작품들도 많이 보고 옛날 한국 영화들도 봐요. 옛날 작품들 중에 명작이 많더라고요.
혹시 ‘토이 스토리’에 이은 두 번째 인생 영화는 찾았나요?
희승: 아, ‘토이 스토리’를 잇는 인생 영화는 찾기 쉽지 않네요.(웃음) 인생 영화가 되려면 세 번 이상은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지 그만큼 기억에 많이 남고 큰 기쁨을 얻었다는 거니까. 사실 저는 우디보다는 앤디의 시선으로 영화를 봤어요. 제가 지금 20대니까 어릴 적에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성인이 된 앤디랑 나이가 비슷하겠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공감이 많이 됐어요. 장난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서글프고 향수가 느껴지고요.
앤디가 자란 것처럼 희승 씨에게도 많은 성장과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ENniversary’에서 공개된 ‘1년 뒤 나에게 from.2020’에서 1년 전 희승 씨의 모습을 보고 “지금이랑 진짜 많이 다르다.”고 말했어요.
희승: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어요. 느껴지지 않나요?(웃음) 안정을 많이 찾았어요. 사실 누구에게나 불안한 시기가 있잖아요. 1년 전이 제게는 그런 시기였는데 요즘은 제 직업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찾았고, 제 일을 할 때 스스로의 모습에 대한 확신도 생겼어요. 아직 경험은 부족하지만 무대에 서면서 ‘아, 내가 자신감을 굳이 안 가질 필요는 없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러 방면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에서 자신감 있게 수상 소감을 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변화를 느꼈어요.
희승: 맞아요. 예전에는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게 생각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노력을 많이 해야 하더라고요. 이제는 제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불편해요. 제가 가진 생각을 딱 전달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되어야 편안해요.
여러모로 자신감이 생겼네요. 올해(2021년) 생일에 진행했던 브이라이브에서는 “제가 용산의 강동원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는데.(웃음)
희승: 아, 그건 제가 말한 게 아니에요. 주위에서 말씀해주신 거고 저는 그걸 전달했을 뿐이에요.(웃음) 제가 얘기한 게 아니라고 해주세요. 부끄럽네요.(웃음)
하지만 MBC ‘주간 아이돌’ 셀프로필에도 장점은 ‘많음', 단점은 ‘없음’으로 적었어요.(웃음)
희승: 단점이 있어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요. 단점을 보기보다는 장점들, 제가 가진 무수한 그 가능성들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러다 보면 단점을 장점으로 감출 수도 있잖아요. 마음가짐을 바꾸는 건 쉬우면서도 가장 크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에요. 스스로에 대해서 그런 자세를 가지려고 하다 보니 여러 가지를 이겨낼 수 있었어요.
동시에 무대에 대해서만큼은 엄격하더라고요. 브이라이브 ‘선우의 궁금증 연구소'에서 선우 씨가 고민을 물어보니까 “(실력이) 더 늘고 싶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희승: 1차원적인 실력은 부족한 게 맞아요. 실력이 부족한 것과 자신감이 없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요. 최근에 무대에 대해서 스스로 배운 게 하나 있는데, 무대 위에서는 연기를 해야 하더라고요. 저는 그간 평가에 익숙했는데 이건 평가가 아니잖아요. 결론적으로 무대를 상대방에게 전달했을 때 어떤 느낌이나 콘셉트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표현을 키우려고 하고 있어요. 연기자분들이 표정 짓는 걸 참고하기도 하고요. 더 멋지게 하려고 해요.
그런 노력 때문일까요? ‘KBS 가요대축제’에서 한 무대가 방송됐을 때, 희승 씨에 대해서 “핑크색 머리”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반응이 많았어요.
희승: 아, 정말 감사했죠. 사실 여러 반응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얘 누구냐?” 이런 댓글도 자주 보였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이번 무대에 대해서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선배님들이랑 합동 공연을 하는 것이다 보니 제가 부족하면 전체적인 퍼포먼스에 누가 될까 봐 진짜 열심히 했어요. 연습할 때만큼은 제가 가진 모든 걸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그런데 또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까 다들 또래라서 정말 재밌었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선배님들이랑은 정말 다 친한데,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선배이자 동료가 같이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 힘도 더 나고 자극도 많이 되어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MAMA'에서 단독으로 선보인 무대는 어땠나요? 바닥을 짚고 돌거나 비보잉을 연상시키는 동작이 고난이도로 보이던데요.
희승: 생각보다 어려운 동작은 아니에요.(웃음) 단지 퀄리티를 올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 돌더라도 그냥 돌기보다 태가 나와야 멋진 동작이라 그 부분은 한 1~2주 정도 연습했어요. 바닥에서 도는 비보잉 같은 동작도 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이번 타이틀 곡인 ‘Blessed-Cursed’에서도 희승 씨의 역할이 커요. 1절에서 제이크 씨, 성훈 씨와 합을 맞춰서 페어 안무를 추는데 타이밍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승: 제가 돌아야 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삼각형 대형으로 가다가 또 돌아서 대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거나. 그런 부분들을 제외하면 연습하는 건 다 괜찮았어요. 페어 안무를 이번처럼 길게 보여드리는 게 드문 일이라, 엔진분들에게 보는 재미를 드리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또 제 파트에 동작이 많이 없고 (손동작을 하면서) 이런 걸 하고 쿵 치면 끝나는 그런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연기가 중요하다 보니, 완성도를 높이려고 표정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댄스 동작에서 박력 있게 돌거나, 페어 안무를 마무리하면서 손을 움직일 때도 포인트를 주는 것처럼 희승 씨만의 느낌이 있어요. ‘Tamed-Dashed’의 ‘정답이 아니라 해도’에서 손가락을 꺾을 때도 그랬고요.
희승: 느낌을 낼 때 저는 무조건 힘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120%로 시작해서 과하다 싶으면 110%로 내려요. 모든 동작에 에너지가 있어야 그만큼 전달되는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얼추 멋있게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체력 소모가 크겠어요.
희승: 맞아요. 그래서 사실 가끔 다칠 때도 있는데, 건강도 물론 신경을 써야겠지만 그림이 좋게 나오길 바라면서 그냥 하는 거죠. ‘Tamed-Dashed’에서 손가락을 꺾는 동작도 안무 선생님께서는 힘을 줄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힘을 넣어서 하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그냥 해봤는데, 다들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여러 가지를 고려하네요. 녹음할 때도 장르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죠? ‘몰랐어'에서는 R&B에 가까운 창법을 쓰는데 ‘Attention, please!’에서는 또 록을 연상시키는 보컬을 쓰고, ‘Polaroid Love’에서는 상대적으로 담백하게 노래하더라고요.
희승: 녹음할 때 그런 부분들을 신경을 많이 써요. 노래를 잘한다는 건 결국 그런 부분에서 정해진다고 생각해서 부르는 노래마다 창법을 바꾸려 해요. 원래 제 목소리는 얇은 편이에요. 노래 부를 때 공간을 넓혀서 중후하게 내려고 해야 굵은 소리가 나는 편인데, ‘Attention, please!’ 같은 경우에는 파워풀한 일렉 기타 사운드가 나오니까 그 분위기에 맞게 쨍한 소리를 내봤는데 좋더라고요. 그리고 확실히 ‘몰랐어'에서의 창법도 엔진들이 좋아해주셨어요. 엔진들이 좋아해주시면 제가 좋은 거기 때문에.(웃음)
엔진들의 사랑이 중요한 사람으로서, 정규 1집으로 팀이 데뷔 1년 만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기분은 어떤가요?
희승: 너무 감사한데, 정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얼떨떨한 기분이에요.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이렇게 빠르게 팀이 성장하면 그사이에 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옛날에 제가 연습했던 장면들을 생각하면서 처음의 그 마음을 유지하려 해요. 아주 예전에 저를 가르쳐주셨던 팝핀 선생님이 계신데, 그 선생님의 영상을 보면 ‘초심'이라고 써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으세요. 정말 열정적이고 실력도 뛰어나신 분인데, 그렇게 프로페셔널한 위치까지 가신 분도 초심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항상 초심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돼요.
1년 전의 희승 씨를 지금 되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희승: 확실히 1년 전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몰랐고, 어리기도 했고, 방송도 처음이었고, 여렸어요. 그런데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해보니,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는 사람은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더라고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오히려 저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에 주눅이 들면 더 의기소침해지고, 원래 하려던 일도 안 풀리고 그렇게 돼요. 어떤 의견을 봐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넘기고 제가 준비한 것들을 더 자신감 있게 보여주는 게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N-O'CLOCK’ 12회가 생각나네요. 마린 타워에 갔을 때 처음에는 높은 곳을 굉장히 무서워하는 모습이었는데, 어느 순간 눈빛이 바뀌더니 결국 번지점프까지 해냈어요.
희승: 가끔은 그냥 생각을 안 하고 딱 눈 감고 행동을 해버려야 결과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때도 정말 무서웠거든요. 무섭다기보다 무기력해질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냥 뛰었죠. 뛰었더니 그 무서움이 별 게 아닌 게 됐어요. 고민하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MAMA’에서도 제가 바닥을 짚고 한 바퀴를 돌아야 했잖아요. ‘이거 못 돌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면 못해요. ‘그래도 한 번 해 보자.’ 이래야 하는 거죠. 번지점프에서 배운 건 그런 거였어요.
그간 많은 경험을 하면서 더 단단한 희승 씨가 됐네요. 과거에 비해 지금의 희승 씨는 어떤 상태인가요?
희승: 사람이 꼭 단단해질 수는 없어요. 그냥 생각한 대로 살아가는 건데, 요즘은 모든 것들이 다 재밌어요. 걱정이 사라지니까 더 재밌는 일들만 저한테 와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더 많은 것들을 시도하면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해요.
데뷔 초에 했던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스스로에 대해 ‘30~40점’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지금의 희승 씨라면 어떤 점수를 줄지 궁금하네요.
희승: 어우, 굉장히 박했네요.(웃음) 지금은 당연히 99점. 이건 진짜예요. 제가 99점이라고 생각하면 99점이 되니까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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