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들에 나경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남 모르게 해온 노력, 달라진 자신의 모습, 진짜 하고 싶은 것. 그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나경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숙소에서 물고기를 키우고 있어요. 왜 물고기인가요?

이나경: 친구가 물고기를 키워서 같이 수족관에 갔는데 애들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처음엔 니모 한 마리랑 말미잘, 불가사리를 데리고 와 조그만 어항에서 키우다가, 이것저것 추가하고 숙소 이사 하면서 어항도 큰 걸로 바꾸다 보니 스케일이 점점 커졌어요. 지금은 아기들한테 더 좋고 비싼 수조를 사주는 게 목표예요.(웃음) 키울수록 더 잘해줘서 정말 바다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러려면 물의 염도, 조명 시간도 다 맞춰줘야 하고 신경 쓸 게 많은데, 그만큼 너무 좋아요. 방에서 딱 조명만 켜고 있으면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잔잔하고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정성을 들여 키우는데 물고기들이 주인을 알아보나요?

이나경: 제가 이렇게 예뻐해주고 있는데 이쯤 되면 알아봐야죠.(웃음) 요즘엔 교감도 더 잘되고 있는 것 같아요. 담셀 종류 애는 1년 가까이 키우고 있는데, 원래 제가 손가락을 벽에 대면 얘가 놀라서 도망갔는데 요즘엔 제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더라고요. 밥을 줄 때도 막 입으로 제 손을 톡톡 쳐요.(웃음) 괜히 뿌듯했어요.


나경 씨의 취미로 게임을 빼놓을 수 없죠. 최근 끈질긴 노력 끝에 ‘스도쿠’ 2분대 기록을 깨서 위버스에 자랑하기도 했어요.(웃음)

이나경: (웃음) 제가 처음 스도쿠 게시물을 올렸을 때 기록이 5분 10초였어요. 그것도 난이도가 제일 높은 레벨이어서 이만하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자랑한 건데 플로버 한 분이 2분대 기록을 인증한 거예요. ‘허? 아니, 어떻게 하면 2분대가 나오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했어요, 계속. 힌트 절대 안 쓰고, 틀리면 세 번까지 봐주는데 한 번 틀리는 것도 자존심 상해서 무조건 다시 시작하고. 그러면서 4분대 찍고, 3분대 찍다가 2분대까지 찍었죠.


진심이네요.(웃음) 승부욕으로 시작한 게 스스로에 대한 시험으로 옮겨진 느낌이에요.

이나경: 맞아요. 2분대 기록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니까 무조건 해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고, ‘오늘 안에는 무조건 4분대를 찍는다.’ 이렇게 시간을 정해서 계속, 계속, 계속 하다가 1분씩 기록을 깬 거죠. 원하던 기록을 찍으면 진짜 기분이 너무 좋잖아요!(웃음) 옛날에 ‘오버워치’를 할 때는, 제가 게임에서 활약한 플레이 장면이 담긴 하이라이트 영상을 맨날 보고 보고 또 봤어요. ‘나 이때 잘했구나.’ 하면서.(웃음)


‘Channel_9’ EP.14 ‘프롬 파자마 챌린지'편에서 ‘휴지 골프’를 할 때 29회나 도전해서 끝내 성공을 한 모습도 생각나요.

이나경: 현장에서는 영상에서 나온 것 두 배로 시간이 더 걸렸어요. 사실 이미 시간은 지나갈 대로 지나가서 무의미했지만, 거기서 안 하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이런 느낌.(웃음)


그렇게 끈기 있게 목표한 것을 이뤄내는 모습이 게임 외에도 드러날 때가 있을까요?

이나경: 어떤 곡 파트를 받았는데 만약 제가 소화 가능한 음역대를 넘어서는 고음역대인 거예요. 그럼 그걸 될 때까지 만들고 싶어서 연습실 잡아놓고 새벽까지 연습을 계속 하다 퇴근을 해요. ‘Feel Good (SECRET CODE)’ 때도 제가 3절 후렴구를 맡았는데, 그 부분이 진성으로 쫙 부르는 게 안 되는 거예요. 무대를 할 때 라이브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는데 오기로 계속 연습하다 보니 지금은 그때보단 나아졌더라고요. 노래나 춤은 게임과는 달리 ‘됐다.’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시간이 지나 다시 들으면 그래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냥 끊임없이 발전해야 해요.

웹 드라마 ‘그림자 미녀’로 연기에도 도전했어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건데, 어떻게 준비했나요?

이나경: 연습생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고, 프로미스나인 활동을 하면서도 레슨을 꾸준히 받으면서 기회만 온다면 무조건 잡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당시 오디션 날짜가 ‘WE GO’ 활동 때였는데, 하루에 2시간 잘 수 있다고 치면 딱 30분만 자면서 대본을 외우고 연습했어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잔다는 게 스스로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하루는 눈을 감고 대본 외우면서 중얼중얼 하다 그대로 잠이 든 거예요. 그 뒤로는 차라리 욕조에 물 받아놓고 대본을 봤으면 봤지, 절대 침대에 누워서는 안 했어요. 그렇게 준비하고 오디션을 끝냈을 때, ‘그래, 이건 안 돼도 된다.’라는 마인드였어요. 내가 너무, 너무 노력하고 고생한 걸 나는 알기 때문에, 캐스팅이 안 되어도 진심으로 만족했을 거예요.


그런 노력으로 얻어낸 기회인 만큼 작품에 임하는 과정도 뜻깊었겠어요.

이나경: 너무 고마운 작품이에요. 첫 작품인데 감독님께서 티칭을 잘해주셔서 많이 배웠고,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고.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생겨서 앨범 컴백 준비하는 동시에 드라마 촬영을 했던 시기라 잠도 못 자면서 소화했는데도 진짜 행복했어요. 살이 4kg나 빠져 몸에서 티가 날 만큼 힘들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을 정도로요.


첫 작품에 복합적인 악역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이나경: 오히려 평소에 보여줄 수 없었던 모습을 나인 것처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그동안 저는 걸 그룹 멤버로 밝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렸잖아요. 근데 ‘나는 이런 모습만 있는 사람이 아닌데. 반대되는 모습은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어요. 연기하면서 ‘나한테 이런 표정도 있네? 내가 말투를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욕을 내가 차지게 하네?’(웃음) 이런 것들을 발견하고 느끼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도 플로버들이 너무 다른 저의 모습을 어떻게 느끼실까 걱정도 했었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특히 “나경아, 욕할 때 너무 섹시해.”라는 댓글을 보고 너무 웃겼어요.(웃음) 이렇게도 봐주시는구나 싶고.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를 해야 했어요. 특히 마지막에 강당에서 선미진의 실체가 드러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는데.

이나경: 그전까지는 어떤 연기든 제 감정에 주는 영향이 없었는데, 강당 신에서는 누군가를 다치게 해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신이라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잘해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컷’이 난 순간엔 막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거예요. 호흡이 ‘하.. 하..’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때 ‘와.. 나 진짜 감정을 정말 많이 실었구나. 힘든데,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너무 몰입을 해서 그다음 신을 찍는 데 감독님 피드백조차 잘 안 들릴 정도로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인 거예요. 그때 ‘나경아, 정신 똑바로 차리자. 여기서 멘탈이 흔들리면 안 돼.’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으면서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어요.


연기를 통해 나경 씨의 색다른 모습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었네요.

이나경: 제가 평소에 혼자서 연습할 때도 거울 보면서 예쁜 표정보다는 나쁘게 보이는 모습을 많이 연기했었거든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봐요. 이건 그냥 제 계획인데, 음악적으로도 살짝 다크하고 무언가에 잠긴 듯한 느낌을 시도해보고 싶어서 이번 활동 끝나면 곡 작업을 계속 할 생각이에요. 완전 제가 하고 싶은 대로요.


평소에 곡 작업을 하고 있나요?

이나경: 플로버에게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어서 괜히 부끄러운데,(웃음) 이번 앨범 준비할 때도 사실 곡을 썼는데 앨범 콘셉트와 결이 안 맞아 포함되지 않았어요. 근데 작업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다음엔 오로지 내가 원하는 가사와 멜로디 라인에 트랙도 직접 골라서 곡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전문적으로 하진 못해서 내 귀에만 좋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나의 창작물이 만들어졌을 때 기분이 너무 좋거든요.

이번 컴백 앨범 ‘Midnight Guest’의 타이틀 곡 ‘DM’이 최애곡이 되었다고요. 어떤 포인트가 좋았어요?

이나경: 지금까지 가이드를 들으면서 딱 두 번 ‘와!’ 했는데, ‘Feel Good (SECRET CODE)’을 처음 들었을 때는 ‘와, 좋다!’ 이랬다면, ‘DM’은 ‘와..눈물날 것 같아.’였어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묘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딱 듣자마자 노래를 진짜 잘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이번에는 보컬에 신경을 많이 써서 다른 것보다도 제 목소리로 사로잡고 싶었어요. 목소리 듣자마자 ‘어? 누구야?’ 할 수 있게끔요.


목소리의 톤이 많이 차분해진 느낌이던데, 의도한 거였나요?

이나경: 저희 노래를 쭉 들어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제 진짜 목소리로 변화하는 느낌이에요. 제가 말할 때 목소리가 저음인 편인데, 그 소리가 이제 노래에도 담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곡들을 좀 예쁘게 부르려고 했다면 이번엔 예쁜 것 다 필요 없고, 대사 읊듯이 ‘Hey you, 지금 뭐해’ 하면 진짜 밖으로 나오고 싶게 불러보자는 마음으로 곡의 감정선과 저의 음색 자체에 집중해서 불렀어요. 


언제부터 그런 목소리의 변화를 느낀 거예요?

이나경: 완전히 느낀 건 ‘Feel Good (SECRET CODE)’ 때인 것 같아요. 음역대가 낮은 파트를 불러서이기도 했지만, 그냥 편하게 말하는 것처럼 불렀는데 플로버들이 되게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오히려 예쁘게 부르려고 한 것보다 제 진짜 목소리를 살린 부분을 좋아해주시는 것을 보고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확신이 든 것 같아요.


연습실에 남아 추가적인 노래 연습을 한다고도 하고, 보컬에 대한 욕심이 있어 보여요.

이나경: 욕심이 너무 커요. 우리 팀 메인 보컬 언니들이 너무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언니들이 연습할 때면 따라서 ‘오늘은 나도 연습해야겠다.’, 언니들이 안 하는 날에도 ‘그래도 하고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꾸준하게 연습을 해왔어요. 제가 결과로 보여주는 걸 좋아하지, 연습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연습은 나 혼자 죽기 살기로 하고, 어느 정도 만족이 됐을 때 보여주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퍼포먼스를 할 때는 어떤 부분에 주로 신경 쓰는 편인가요?

이나경: 같은 동작이어도 정확하게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저에겐 크게 느껴져서, 춤 동작을 최대한 정확하게 하려고 해요. 몸도 예쁘게 쓰려고 하는 편이고요. 다리를 모을 때 그냥 정직하게 모으는 게 아니라 살짝 꼬아서 모은다든가. 멤버들도 제가 춤 자체를 예쁘게 춘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FUN!’에서도 폴짝폴짝 뛰는 동작이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뛰냐.” 얘기하는 걸 보고, 이게 제 스타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쁘게 몸과 표정을 쓰는 일종의 끼가 무대에 잘 드러나서 ‘아이돌의 정석’ 같은 느낌을 주더라고요. 본인은 스스로의 모습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어요.

이나경: 사실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인데, 제 원래 성격과 일할 때 나와야 되는 모습이 되게 다른 것 같아요. 뭔가 한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티키타카하고, 지원 언니나 채영이처럼 말을 재치 있게 하지는 못하더라고요. 성향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요즘엔 그냥 간단한 자기소개할 때조차 제 차례가 오기 전까지 심장이 콩콩 뛸 때도 있어요.(웃음) 어느 순간부터 진짜 제 성격을 제대로 알고 저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니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동안 프로미스나인도 5년 차가 되었어요. 점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가 되겠어요.

이나경: 매 활동을 마지막인 것처럼 정말 후회 없이 하려고 해요. 최근에 ‘Feel Good (SECRET CODE)’ 활동 때 사진을 봤는데, 당시에 지치고 힘든 일이 분명 있었을 텐데 ‘너무 예뻤다. 좋아 보인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좋았던 기억만 남았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최선을 다하면서 즐겨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작년에도 음악 방송 1위를 한 게 정말 선물 같았어요. 그동안 서로 보듬어주고 으쌰으쌰 고생해서 한 계단 올라갔다는 생각에 울컥하더라고요. 밑바닥부터 이렇게 한 단계씩 성장하는 걸 보면 너무 뿌듯해요.


플로버에게도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 것처럼 계속 노력 중이네요.

이나경: 그렇죠. 계속해서 어떤 부분에서든 제 안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란 사람을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그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았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고 싶고요. 모두에게 신뢰를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얜 잘할 거야. 넘어져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있어 보이고요.

이나경: 그럼요. 그 믿음을 깨고 싶지 않아요.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조민아(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이규원 / Assist. 이다정, 김재경, 김재언
헤어. 김꽃비, 박은지, 하린(위위아뜰리에)
메이크업. 예미진, 강다윤(위위아뜰리에)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Assist. 김나영, 이가은(뉴오더콥)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심연진, 강진성, 안은비, 우지현, 이동영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곽상환, 신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