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리는 20대를 프로미스나인과 함께 보내고 있다. 그리고 프로미스나인은 그를 계속 변화하게 만들고 있다.

데뷔 때 했던 인터뷰에서 화보를 찍을 때 어색하다고 했는데, 오늘 촬영은 어때요?

장규리: 조금 전에 촬영을 마쳤는데, 조금 어색한 건 변하지 않은 거 같아요. 전보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만은 조금 더 표현할 수 있게 된 거 같은데, 카메라가 꺼지면 어색한 건 똑같아요.(웃음) 

 

연기나 노래하고 다르게 어색해지는 이유가 있을까요?

장규리: 퍼포먼스를 할 때는 그 노래에 맞는 장규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고, 연기를 할 때도 제가 아니라 그 역할로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화보만 찍으면 그냥 장규리로서나 예쁘지, ‘나 짱 멋있지?’(웃음) 이런 느낌을 내야 할 거 같은데 그게 아직 어색해요. 

 

팬들이 들으면 놀라겠어요. 모든 팬들이 짱 멋있다고 할 텐데.(웃음)

장규리: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같아요. 지금도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할 때 저는 가사를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 어떤 표정을 지을 때 예쁜지는 생각 못하거든요. 그때 누군가 “아 예쁘다.”라고 해주시면 그건 플러스 알파인 거고, 그렇게 봐주시는 게 감사한 거죠. 

 

무대에서 곡을 표현할 때는 어떻게 준비하나요?

장규리: 연기도 제가 맡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처럼 퍼포먼스도 가사의 스토리와 내용이 있어요. 이번 앨범 타이틀 곡 ‘DM’도 가사에 ‘네 미소에 내 맘이 떨려’처럼 직접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두근거리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번 앨범에서 프로미스나인의 스타일이 다시 한 번 바뀌기도 했는데, 앨범 첫 곡 ‘Escape Room’에서 첫 파트를 맡았어요. 규리 씨가 프로미스나인의 변화를 알리는 건데, 어떤 감정으로 불렀나요? 

장규리: 그 첫 부분이 이번 앨범 통틀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파트가 정해진 가사를 봤을 때 ‘엥? 이 부분을 내가 부른다고?’ 하고 놀라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또 아찔하네요.(웃음) 무슨 감정을 잡아야겠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때의 느낌대로 부르게 된 거 같아요.

 

목소리를 맞추는 건 어땠나요? 규리 씨의 음색이 독특해서 서로 톤을 맞춰야 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장규리: 데뷔 초부터 1~2년 전까지는 목소리 톤도 멤버들끼리 맞추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그런데 멤버들끼리 “이게 좋은 걸까?”라는 얘기를 했어요. 목소리를 맞추는 건 좋은데 멤버들의 개성이 더 드러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맞추지는 않게 됐어요. 각자가 가진 느낌을 살리는 것 같아요.

 

규리 씨 음색은 언제 어느 때 들어도 본인이라는 게 확 드러날 만큼 개성 있는 목소리잖아요. ‘DM’에서 밝은 분위기지만 조금씩 애잔한 느낌이 남는 음색이 인상적이었어요. 

장규리: 제가 노래를 부르면 한이 있다는(웃음) 말을 좀 들어요. 되게 설레는 감정으로 불렀는데, 그래도 슬프게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DM’ 녹음할 때 반응이 “규리야, 눈물 날 것 같아.”였어요. 그래서 최대한 밝게 끌어낸 게 지금 목소리예요.(웃음)

  • 부츠는 몽클레르(Moncler).

일본의 시티팝을 좋아하나요? 리듬 있는 곡을 부를 때 감정을 전하는 느낌이 시티팝이 종종 생각나더라고요. 

장규리: 우와, 맞아요. 시티팝 되게 많이 들어요. 시티팝의 매력이 어떻게 들으면 되게 밝은데, 또 다르게 들으면 슬픈 느낌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기쁘다, 슬프다가 아니라 들을 때 기분에 따라서 어떨 때는 밝게, 어떨 때는 슬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게 매력적이어서 제 보컬도 설레기도 한데 애잔한 매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끌리나 봐요.

장규리: 몇 년 사이에 취향이 바뀐 거 같아요. 예전에는 명확한 게 좋았어요. 영화, 노래, 사람의 감정에 대해 들을 때도 명확하지 않으면 되게 답답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그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요? 

장규리: 시에 빠지고 나서인 거 같아요. 시에 빠진 게 한 2~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시가 읽을 때 정서에 따라 되게 다르게 읽히는 거예요. 시간이 날 때 엄마가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셨거든요. 처음에는 수필이나 만화도 읽다 우연히 시를 읽었는데 마음을 툭툭 건드리더라고요. 

 

어떤 시가 좋았나요?

장규리: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시집이 있는데, 조금 기분이 내려앉았을 때 저를 건져내준 책이었어요. 시가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이렇게 살면 뭐가 얻어진다는 식의 목표를 주거나 삶의 방향을 주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시가 주는 복잡한 뭔가가 생각할 거리를 툭툭 주는 거예요. 오히려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는 ‘왜? 내 삶을 이렇게 살래. 내 삶은 내가 알아서 살 거야.’ 이렇게 되거든요.(웃음) 시가 세상을 보는 법을 바꿔준 것 같아요.

 

어떤 점들이 바뀐 거 같아요? 

장규리: 굉장히 예민한 편이었던 것 같아요.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중요했던 거죠. 어느 정도였냐면, 무대에서 퍼포먼스 할 때 굽을 좀 높은 걸 신어서 잠깐 휘청거리면 하루 종일 그것 때문에 신경 쓸 만큼 예민했어요. 연기를 할 때도 준비한 대로 안 되면 잠도 못 잘 만큼 좀 내려놓는 게 잘 안 됐거든요. 근데 사람 일이 항상 뜻하는 대로 되지는 않잖아요. 내가 휘청거린다 해도 큰일이 아닌 건데, 그걸 좀 가볍게 넘기는 연습을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래, 별 일 아니야.’ 이러면서.

 

모든 일에 철저한 성격이어서 그런 걸까요? 

장규리: 그렇진 않아요. 무던한 부분에는 굉장히 무던해요. 근데 일에는 굉장히 예민해서, 뭔가 해내지 못했을 때 그걸 해내고 싶어 해요. 욕심이 없는 부분은 아예 없거나 무던하고,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한 승부욕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일에 굉장히 집중한다는 건데, 가수나 연기자로서의 일을 어떻게 준비하나요?

장규리: 일단 분석해요. 그리고 여러 상황에 대해 설정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연습을 반복적으로 해요. 연기나 노래나 똑같아요. 데뷔 초에는 오히려 막 ‘에라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이렇게 해서 오히려 안 떨렸어요.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하고 싶은 게 있고, 데뷔 때보다 보는 눈이 생기니까 준비한 대로 안 나올까 봐 너무 떨리는 거예요. 근데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요? 

장규리: ‘DM’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곡이니까, ‘어디로 눈도 못 돌리게 직진하는 것처럼 고백하는데 일일이 다 설정하는 게 좋은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거예요. ‘Feel Good (SECRET CODE)’, ‘WE GO’, ‘Talk & Talk’은 다 미리 설정을 준비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러면, 예를 들어 ‘플로버분들이 제 무대들의 직캠을 여러 번 찾아보는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이 든 거예요. 혹시 무대마다 똑같은 모습이면 어쩌지? 그래서 이번에는 좀 도박을 걸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대에 올라갈 때 느껴지는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긴 해요. 

 

그럼 요즘에는 무대 위에서 조명이 켜질 때 어떤 생각을 하나요?

장규리: 생각을 많이 하진 않아요. 가끔씩 할 때가 있다면, ‘준비한 만큼만 나와도 좋겠다.’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준비한 만큼만 하자. 

 

연기를 할 때는요? 

장규리: 연기를 할 때는 그 인물에 대한 감정을 명확하게 설정해놓는 것 같아요. 나는 100을 표현했다고 생각을 해도 모니터를 하면 50도 안 나올 때가 많더라고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제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직은 표현할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자고 생각해요.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어떤 감정을 중심에 잡았나요?  

장규리: 제가 맡은 배역이 정신병동의 간호사였으니까, 혼자 통통 튀는 비타민 같은 친구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눈치는 없지만 자기 일을 할 때는 똑 부러지고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이랑도 얘기를 많이 했는데 처음에 제가 설정했던 캐릭터는 조금 얄미운 데가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걸 좀 빼고 너의 밝고 사랑스러운 부분을 꺼내서 그걸 녹여내면 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드라마 촬영 후에 함께 일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표현하던데요. 그만큼 작품이 인상에 남았나 봐요. 

장규리: 내가 가진 것에 비해 많은 분들이 참 많이 예뻐해주신다고 생각했어요. 멤버들과 회사 식구분들도 마찬가지고, 이경규 선배님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했을 때 저를 좋게 봐주시고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내가 가진 게 그렇게 크지 않은 거 같은데 나를 예뻐해주시니 참 감사하다, 앞으로 이걸 다 갚으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어요.

 

이경규 씨와 출연한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도 그렇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어때요? 화보 촬영처럼 규리 씨 본인이 드러나게 되는데. 

장규리: 혼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엄청 떨려요. 그런데 일단 혼자 나가면 프로미스나인 장규리로 나가는 거니까 일단 막 하려고 해요. 프로미스나인을 걸고 나가는 건데 제가 움츠러들어서 아무것도 못하면 안 되니까요. 함께하시는 분들을 믿고 막 하고 보려고 해요.(웃음) 

 

프로미스나인 유튜브 채널에 있는 ‘Channel_9’에서는 멤버들의 애드리브를 정말 서로 너무 잘 받아주던데요. 멤버들이 있을 때는 참 편한가 봐요.

장규리: 멤버들이랑 있을 때는 ‘아, 뭔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안 해서 편해요. ‘그냥 멤버들이랑 노는데 카메라에 찍히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부담감이 훨씬 덜해요. 

 

작년에 규리 씨 생일 브이라이브에서 멤버들이 규리 씨 없는 규리 씨 생일 파티를 열던 게 생각나네요.(웃음) 그 축하 영상을 규리 씨에게 보여주기까지 했죠? 

장규리: 이젠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해도 제 예상 범위를 이제 나가지 않습니다.(웃음) 그 영상을 볼 때도 그냥 웃었지, 전혀 예상 못하거나 한 행동은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그런 사이가 된 걸까요? 

장규리: 아무래도 함께 있는 시간도 많았고, 앨범 활동이 끝난 뒤에 함께 시간을 가질 때 더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 그때 정말 많은 얘기를 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가까워지는 거 같아요. 9명이 정말 다 다른데, 다 다른 9명이 모이면 시너지가 확 나는 그룹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9명이 다 다르기 때문에 플로버분들도 그리고 저희를 알게 되실 분들도 ‘최애’를 정하실 수 있지 않을까.(웃음)

 

그 브이라이브에서 반지를 만들었다고 보여줬는데, 언제부터 하게 된 건가요? 

장규리: 우연히 가게 된 플리마켓에서 반지가 있었는데, 비즈 반지가 너무 예뻐 보여서 만들기도 쉬워 보이는데 ‘한 번 시작해볼까?’ 하고 했는데 만드는 동안 잡생각도 없어지고, 만들어서 선물하는 것도 꽤 뿌듯한 거예요. 제 나름의 소확행이에요.

 

음악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1위한 직후에 촬영한 유튜브 채널의 ‘FM_1.24 Special’에서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셨잖아요. 1위를 했을 때처럼, 규리 씨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장규리: 우선 활동할 때가 행복해요. 그리고 여행 가는 걸 되게 좋아해요. 데뷔하고 나서도 공백기에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너무 행복했어요. 여행지의 하늘을 보는 것도, 낯선 곳의 숙소에서 자는 것도. 돌아와서 생각해보니까 여행에서 경험한 게 그곳 사람들에게는 그냥 일상일 거 아니에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특별했던 거예요. ‘그럼 나도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날부터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기 시작했어요. 

행복이 찾아지던가요? 

장규리: 저는 멤버들이 하늘이 예쁘다고 막 사진 찍을 때도 약간 “뭐래…”(웃음) 이런 스타일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엔 사진으로 남기는 것까진 아니어도 사진을 보면 행복하게 됐어요. 최근에도 인스타그램에 2021년의 순간들을 담은 사진을 올렸는데, 그게 제 2021년 소확행의 순간들이에요. 정말 작은 것들이었는데, 그때 행복을 느꼈어요.

 

프로미스나인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걸 얻은 거 같아요. 

장규리: 제 청춘이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제가 더 나이를 먹어서 누가 “너의 청춘은 뭐였어?”라고 물어보면 프로미스나인이었다고 할 것 같아요. 내 청춘을 다 바치고 있지 않나.

글. 강명석
인터뷰. 강명석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리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조민아(플레디스)
사진. 이규원 / Assist. 이다정, 김재경, 김재언
헤어. 김꽃비, 박은지, 하린(위위아뜰리에)
메이크업. 예미진, 강다윤(위위아뜰리에)
스타일리스트. 이종현 / Assist. 김나영, 이가은(뉴오더콥)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심연진, 강진성, 안은비, 우지현, 이동영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곽상환, 신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