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긴장했다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밝게 드러내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하영이 종종 울컥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시간을 갖고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순간이 있다. 플로버와 멤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최근 새로 산 ‘여행용 기타’ 사진을 위버스에 올렸어요. 어떻게 구매하게 됐어요?
송하영: 오늘도 대기 시간에 치려고 가져왔어요. 저희 직업상 대기 시간이 길어서, 핸드폰을 보는 것보다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원래 기타가 있는데 들고 다니긴 무거워서 숙소에서만 치게 되더라고요. 기타와 가까워지려고 가벼운 걸 찾았는데, 울림통이 없고 기다란 넥만 있어서 다들 빼빼로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뭘 살 때 되게 신중해서 1년 넘게 살까 말까 고민하다 저에게 주는 1월 1일 선물로 샀어요.
요즘 기타로 연습 중이거나 플로버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이 있나요?
송하영: 재작년에 기타 선생님이랑 오피셜히게단디즘(Official髭男dism)의 ‘Pretender’를 불러서 올린 적이 있는데요. 생각보다 좋아해주셔서 그런 식으로 일본 노래를 해볼까 해요. 저 혼자서만 정해 놓은 곡이 있는데, 기타 부분은 아직이지만 맨날 듣고 연습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곡도 어쿠스틱 버전으로 메들리처럼 해보고 싶고요.
마침 새 앨범의 콘셉트 포토에서 하영 씨가 일렉 기타를 메고 있어요.
송하영: 사실 너무 하고 싶었던 콘셉트를 했어요. 통기타는 편안한 느낌이라면 뭔가 일렉 기타는 멋진 느낌이잖아요.(웃음) 기타에 대한 애착도 더 생긴 것 같아요. 이렇게 사진까지 찍었는데(웃음) 꾸준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지 탈바꿈이라 좋았고 새로운 모습을 플로버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앨범에서도 하영 씨의 새로운 면모가 느껴져요. 특히 첫 트랙 ‘Escape Room’은 R&B적인 색채가 있어요.
송하영: 허스키하고 힙한 분위기가 있어 지원이랑 서연이를 생각하며 ‘얘네들이라면 어떻게 불렀을까?’ 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자아를 떠올리고 거기에 나를 조금 더 색칠한 정도로 불렀던 것 같아요.
안무에서는 하영 씨의 ‘힙’함이 제대로 묻어나오던데요?
송하영: 힙합의 기본 바운스 안무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예전에 힙합을 했었는데, 프로미스나인이 되고 걸 그룹만의 선이 안 나오는 거예요. 뭘 해도 몸을 크게 쓰고 (힙합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며) 막 이러고 있으니까.(웃음) 모니터를 하면 항상 아쉽더라고요. 그런 버릇을 빼야겠다 싶어 연습을 안 해서 잊고 살았는데, 가끔 하면 재밌긴 해요. 그래서 ‘Escape Room’은 “아, 이거지~”하면서 재밌게 연습했던 것 같아요.
반면 타이틀 곡 ‘DM’의 안무는 어땠어요? ‘Escape Room’과 다른 선적인 움직임이 있어요.
송하영: 뭐랄까, ‘DM’은 무대에 속마음이 보이는 느낌이 있어요. 인트로 대형으로 앉았을 때 집중이 잘되기도 하고요. 선이 예뻐야 하고 후렴구에 나오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어서 진짜 많이 맞췄어요. 또 힘을 많이 써야 되는 안무라서 다 추고 나면 숨이 벅차거든요. 연습할 때마다 말한 건데 ‘Talk & Talk’ 네 번 춘 것과 같은 힘듦이에요.(웃음)
그런 벅찬 안무를 하며 후렴구를 소화해야 하는데 어렵진 않았나요? 무엇보다 후반부에 엄청난 고음 애드리브가 들리던데요.(웃음)
송하영: ‘DM’에 돌고래 소리가 하나 있어요.(웃음) 가이드를 듣고 다짜고짜 따라 해봤는데 ‘어? 될 것 같은데?’ 하고 계속 하니까 쉽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의 벽을 넘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어요. 저는 겁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이 곡과 나의 기싸움이라고 해야 될까요? ‘나는 절대 지지 않는다. 무조건 돼.’라고 생각하면 항상 됐던 것 같아요. 곡과 싸워서 지면 제가 제 곡을 소화 못하는 거니까요. 이겨야죠.(웃음)
사실 보컬에서 고음만 신경 쓰는 건 아닐 텐데, 하영 씨는 어떤 보컬을 추구하는지 궁금해요.
송하영: 약간 벅차는 보컬을 좋아해요. 들었을 때 ‘어떻게 내 마음에 대고 부르는 것 같지?’ 그런 생각이 드는 보컬이요.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내가 소리로 내면서, 다른 사람이 느끼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습해요. 이번 앨범에서는 다양한 감정으로 부를 수 있어서 행복했거든요. ‘Love is Around’는 슬픈 곡이 아닌데 슬프게 들려서, 처음 느꼈던 감정을 생각하며 울진 않고 말하듯이, 나긋나긋하게 불렀어요. ‘0g’은 스케줄이 끝나고 숙소에서 잠은 안 오는데 공허한 느낌이 들 때의 감정 같아요.
연차가 쌓이며 노래를 감상하거나 접근하는 방식도 변화할 듯해요.
송하영: 노래 취향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데뷔 전에는 느리고 조용한 인디나 ‘나만 아는 노래’ 이런 걸 좋아했거든요. 요즘에는 전보다 다양한 음악이나 음원 사이트의 톱 100 히트 곡도 들어요. 왜 인기가 있는지 분석도 하는 방식으로 취향이 바뀐 것 같아요. 다양하게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만큼 다양하게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앨범 작업에도 종종 참여해왔는데 그런 면에서는 어때요? 이전과 달라졌거나 하영 씨만의 방법이 생긴 지점이 있나요?
송하영: 처음 저 혼자 노래를 만들 때는 당시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함께 결과물을 내야 될 때는 다른 노래나 가사를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러면 ‘이렇게 풀 수도 있구나.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구나.’ 그럼 ‘나는 이런 식으로 해봐야지.’ 이렇게 돼요.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작업하면 새로운 느낌의 곡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자작곡을 많이 만드는 편은 아니긴 한데요.(웃음) 다만 샤워하다가 멜로디가 생각나면, 핸드폰에 짧게 음성 메모를 해놓고는 해요. 나중에 다 같이 곡 작업을 할 때 그 멜로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듣다 보니 기타부터 노래와 안무, 작업까지 하영 씨의 오랜 노력이 느껴져요.
송하영: 악기 같은 건 조금만 놓으면 금방 사라지는 실력들이어서, 계속 쥐고 싶어요. 더 늘진 않더라도, 지금까지 해온 걸 붙잡고 싶다는 생각에 항상 꾸준히 하는 것 같아요.
‘‘9 WAY TICKET’ KEYWORD INTERVIEW’에서 “게으르지 않게 열심히 하는 우리가 될게.”라는 하영 씨의 말이 생각나네요.
송하영: 게으르게 있으면, 무언가를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한 것 같아요. 저는 ‘오늘은 이걸 먹고 자야지.’, ‘이걸 보고 자야지.’, ‘꼭 이걸 쓰고 자야지.’ 이런 사소한 것들이지만 나만의 계획을 짜서 꼭 하고 자야 돼요. 그런데 MBTI는 ‘J’가 아니더라고요.(웃음)
요즘은 다르게 나오나요?
송하영: ‘P’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MBTI를 막 믿는 건 아닌데(웃음) 어느 정도 말도 안 되는 소리만 아니면 또 믿거든요? 저는 계획적인 ‘P’인 것 같아요.
‘P’라고 계획이 없는 게 아닌걸요.(웃음) 브이라이브에서 10월부터 복근을 만든다는 계획을 얘기하기도 했어요. 주로 어떤 운동을 하고 있나요?
송하영: 요즘은 헬스를 하는데, 복근이랑 하체 운동을 많이 하려고 해요. 위버스에 제가 ‘복근이 여행 갔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웃음) 플로버에게 복근이 다시 돌아오게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대기실에 (탁자 위 과자를 가리키며) 이런 게 많더라고요. 오자마자 엄청 먹었는데(웃음) 우선 컴백 전까지 만들어보려고 노력 중이에요.
‘Channel_9’에서 운동 하면 하영 씨잖아요. 승부욕이 넘치는 멤버로도 꼽혀요.
송하영: 경쟁할 상대가 있으면 더 힘이 나는 스타일이에요. 운동할 때도 ‘너 이만큼 했어? 그럼 나도 이만큼 하고 하나 더 해야지.’ 이런 생각을 항상 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TV에 제 또래가 나와서 다리 찢기 같은 걸 하잖아요. 그럼 ‘어? 쟤가 되네. 그럼 나도 되겠다.’ 하며 시도를 했어요. 그리고 이겨야죠.(웃음) 사실 이기는 것보다 내 최선을 끌어내는 승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지더라도.
그렇지만 ‘Channel_9’에는 멤버를 배려하고 리액션을 잘해주는 하영 씨의 모습도 많아요. ‘열정 넘치는 광고_9’에서는 나경 씨의 리드를 따라가 주기도 하고요.
송하영: ‘그래, 이런 건 네가 잘하지.’ 하며 잘하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멤버들이 각자 분야에서 잘 이끌어가고 또 잘 따라주는 편이고요. 그리고 말할 때 누군가 리액션을 해주면 되게 기분이 좋잖아요. 저희가 한 명씩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서로 얘기를 하는데요. 그럴 때 ‘우아!’ 하면서 리액션해주는 재미도 있고, 그냥 멤버들이랑 다 같이 있으면 에너지가 진짜 넘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리액션 부자 지원 씨와 룸메이트이기도 해요. 함께 지내는 건 어때요?
송하영: 만약 가족이었다면 이런 동생이 있을 것 같아요. 뭐라 설명해야 할까요? 오히려 맨날 붙어 있는 가족끼리는 정말 사소한 걸 가지고 싸우기도 하는데, 또 그만큼 좋은 거나 맛있는 게 있으면 먼저 생각나게 되잖아요. 지원이랑은 그런 게 있어요. 진짜 자매 같은 느낌이에요.
올해 막내 지헌 씨까지 스무 살이 되어서, ‘부캡틴’으로 느끼는 기분이 남달랐을 듯해요.
송하영: 지헌이가 스무 살이 되면서 멤버 전원이 성인이 되었거든요. 저희 막내가 진짜 안 놀아요.(웃음) 공부만 하고, 학생 신분에 벗어나는 걸 안 하려는 편이고요. 그래서 이번에 콘셉트 트레일러를 촬영하면서도 ‘아, 우리 막내 이제 성인이 됐으니,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술도 한 번 마셔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멤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애정이 많아 보여요.
송하영: 사실 멤버들 생각하잖아요? 꼭 부모님 이름 부르는 것처럼 약간 울컥하는 게 생겼어요. 어디서든 잘하려고, 열심히 하려고 하잖아요. 항상 멤버들은 멤버들을 위해서 하니까, 우리를 위해서 하니까요. 약간 ‘부모님에게 한마디’ 이런 것처럼 ‘멤버들에게 한마디’ 이런 거 할 때면 항상 울컥해요.(웃음)
멤버만큼 많이 생각하는 게 플로버이기도 해요. 하영 씨가 ‘위버스 소통왕’이라는 얘기가 있어요.(웃음)
송하영: 저는 위버스를 하면서 플로버랑 되게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짜 늦은 시간에도 엄청 이른 시간에도 새벽에도, “야 뭐 하냐?” 하면, “나 뭐 한다!” 이렇게 대답해주는 플로버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제가 중학교 친구들이랑 11시 11분마다 단톡방에서 서로 시간 공유를 해요. 지금은 위버스에서 많은 플로버분들과 그걸 할 수 있거든요. 단합 느낌이에요. 이 시간을 우리가 한마음으로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거든요. 플로버에게 자꾸 보고 싶고, 자꾸 놀고 싶은 친구가 되고 싶어요.
최근 ‘2022 Weverse Con’에서 오랜만에 플로버를 대면으로 만났어요.
송하영: 너무 행복했어요. 갑자기 울컥하네요.(웃음) 무대 뒤에서 급하게 움직이는 현장감이 너무 좋았어요. “1분 남았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막 엔도르핀이 생기는 것 같아요. ‘맞아. 내가 이러려고 무대를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고, 박수와 호응들이 되게 뿌듯하고 보람차게 만들어요. 또 우리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해서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서 다시 플로버를 보고 싶겠어요.
송하영: 사실 ‘Feel Good (SECRET CODE)’이 오랜만의 컴백이었는데 팬들을 눈앞에서 직접 보지 못하는 슬픔이 엄청난 거예요. 우리가 플로버를 보고 싶어 하는 만큼 플로버도 우리를 보고 싶어 할 텐데. 그걸 못하니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것만 같았어요. 비대면이라는 거 자체에 익숙해지는 게 너무 싫더라고요. 사람들은 모여야 강해진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그런 강한 힘을 낼 수 없으니까요. 이 상황이 빨리빨리 사라지면 좋겠어요.
이번 활동에 그런 마음이 많이 반영될 것 같아요.
송하영: 저희가 오랜 시간을 들여서 1위를 했고 그 다음 첫 컴백이잖아요. 그만큼 플로버에게도, 가족들에게도, 회사에도 이번에는 ‘뭔가 보여줘야 겠다.’ ‘더 잘하자.’는 생각을 다 같이 했어요. 저희가 이번 타이틀 곡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곡이 진짜 좋아요.(웃음) 그래서 많은 분들이 꼭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플로버가 어떤 감정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송하영: 저희 멤버끼리 숙소에 모여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가사가 어떤 특정 상대에게 하는 말 같으면서, 플로버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플로버분들이라 생각을 하고 노래를 듣는데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알코올을 한 것도 아닌데.(웃음) 팬분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은 그런 애틋한 마음, 약간 벅차는 마음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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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미스나인 Other Cuts202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