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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레코딩 아카데미

1년이 지났다. 그래미 어워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작은 희망 속에 팬데믹은 여전하고, 시상식은 전에 없던 변화를 요구받는다.

 

언제? 어디서?

2022년 제64회 그래미 어워드는 1월 31일, LA에서 개최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 따라, 레코딩 아카데미는 시상식을 4월 3일로 연기했다. 장소도 라스베이거스로 변경했다. 애초 시상식 장소였던 크립토닷컴 아레나가 LA를 연고지로 하는 NBA, NHL 팀들의 홈으로 사용되고, 4월 플레이오프 시기에는 원활한 시상식 개최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미 어워드는 LA에서 39회, 뉴욕에서 11회, 내슈빌에서 1회 개최된 바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역사상 처음이다.

 

투명성과 공정함에 대하여 

그래미 어워드만이 아니라 최근 몇 년간 모든 시상식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다양성, 투명성 그리고 공정성이다. 그래미 어워드는 음악 분야에서 가장 높은 위상과 권위를 자랑하고, 그중 상당 부분은 100% 동료 집단의 투표로 수상 여부를 가리는 유일한 시상식이라는 사실에서 온다. 아카데미는 투표 권한을 가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이 오직 음악적 수준(quality)에 근거하여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 투표는 개인적 친분, 인기와 차트 성적, 지역적 선호 또는 광고 등과 무관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적 원칙(integrity)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세상의 요구이고, 그에 따라 레코딩 아카데미는 규칙 몇 가지를 다듬었다.

 

우선 후보 검토 위원회(nominations review committees)가 사라졌다. 후보 검토 위원회는 주요 4개 부문(the Big Four 또는 general fields)을 비롯한 주요 부문의 최종 후보를 결정해왔다. 물론 회원 전체의 투표를 통과한 1차 후보를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후보 검토 위원회는 그 구성원과 판단 기준에 관하여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고, 그만큼 그래미 어워드의 투명성을 해쳐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 모든 후보는 오직 투표로 결정한다.

 

각 회원의 투표 권한도 조정했다. 과거에는 15개 부문(categories)에 투표가 가능했다. 이제는 3개 장르(fields)에 한하여 10개 부문(categories)으로 제한된다. 이는 각 회원이 스스로 전문성을 지닌 분야에 선택적으로 투표하도록 장려한다. 주요 4개 부문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양성 

제64회 그래미 어워드부터 주요 4개 부문의 후보는 기존 8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그래미 어워드가 시작된 1959년에는 후보가 5개였다. 8개로 늘린 것이 불과 2019년이다. 그리고 3년 만에 10개가 되었다. 이는 대중음악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을 반영하여 더 많은 아티스트와 장르에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이는 다른 주요 시상식이 이미 걸어온 길이다. 오스카는 2010년 작품상 후보를 5개에서 최대 10개로 늘렸다. 라틴 그래미 어워드는 2012년부터 주요 부문의 후보는 5개에서 10개로 늘렸다. 물론 그래미 어워드의 주요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2022년 올해의 레코드 부문에 제출된 작품만 1,172개다. 가장 적은 올해의 신인 부문도 463명이다.

방탄소년단, 두 번째 초대

방탄소년단은 작년에 이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의 후보다. 많은 사람들이 후보작 ‘BUTTER’는 물론 한 해 동안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성과, 주요 부문의 규칙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올해의 레코드나 올해의 노래 후보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반드시 애초에 팀으로 활동한 것을 전제하지 않고, 아티스트 간 공동 작업도 수상 가능하다. 최근 대형 아티스트 간의 공동 작업이 활발한 환경에서, 단독 그룹이 후보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올해 후보에서 단독 그룹은 콜드플레이와 방탄소년단, 두 팀이다. 이 구도는 올해 두 팀의 공동 작업이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의미를 갖는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 자체로 올해 가장 뜨거운 부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저스틴 비버, 베니 블랑코가 ‘Lonely’로 후보에 올랐지만, 저스틴 비버의 포트폴리오에는 ‘Holy’나 ‘Peaches’도 있다. 도자 캣, 시저의 ‘Kiss Me More’도 말할 것 없이 강력하다. 토니 베넷, 레이디 가가 또는 콜드플레이가 수상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막강한 라인업이다. 특히, 레이디 가가는 작년 같은 부문에서 아리아나 그란데와 함께한 ‘Rain on Me’로 수상했다. 만약 올해도 영광이 이어진다면, 2년간 다른 아티스트와의 공동 작업으로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운다.

 

이쯤에서 당신이 가질 마지막 의문. 실크 소닉은 어디 갔는가? 실크 소닉은 R&B 필드에 있다.

역사는 전진하거나, 반복되거나 

제64회 그래미 어워드의 후보를 결정하는 1차 투표는 10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되었다. 후보는 11월 23일 발표되었다. 후보 검토 위원회를 없애고, 주요 부문의 후보를 늘린 효과는 어떨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바의 ‘I Still Have Faith in You’가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것이다. 아바는 과거 주요 부문은 물론이고, 그 어떤 부문에서도 그래미 어워드 후보로 등장한 적이 없다. 아바는 활동을 멈춘 40년간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세대를 뛰어넘는 유산을 구축했다. 100% 투표를 통한 후보 선정은 그 유산의 결과처럼 보인다. 후보 검토 위원회라면 다른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토니 베넷과 레이디 가가의 2번째 작품 ‘Love for Sale’을 보자. 이 작품이 2015년 ‘Cheek to Cheek’보다 더 나은지 판단할 생각은 없다. 다만 역사를 보자. 토니 베넷은 1995년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이후 12개의 그래미를 수상했지만, 주요 부문의 후보로 오른 적은 없다. 왜냐하면 바로 1995년 올해의 앨범 때문이다. 1995년 토니 베넷은 ‘MTV Unplugged’로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다. 당시, 고작 5개였던 후보 중, 나머지 하나는 ‘The Three Tenors in Concert 1994’였다. 당시 그래미의 보수성, 좀 더 정확히는 오래된 아티스트 편향에 대한 비판에 극에 달했다. 당시 레코딩 아카데미는 투표에 의존하는 후보 선정이 오랜 친분과 예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로, 후보 검토 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렇다. 토니 베넷은 후보 검토 위원회가 만들어진 계기다. 물론 약 30년 전과 지금의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구성이 같지 않다. 현재의 레코딩 아카데미가 후보 검토 위원회를 없애는 결정에도 그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역사는 가끔 이상한 대조를 만든다.

관전 포인트

1. 존 바티스트는 올해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6년 전 켄드릭 라마가 똑같은 11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켄드릭 라마는 11개 중 5개를 수상했다. 역사상 최다는 1984년 마이클 잭슨, 1997년 베이비페이스의 12개 부문이다. 마이클 잭슨은 8개, 베이비페이스는 3개를 가져갔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로린 힐, 카를로스 산타나, 카니예 웨스트, 비욘세, 에미넴은 2개에서 8개를 가져갔다. 존 바티스트가 트로피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까?

 

2. 빌리 아일리시는 여전히 역사를 쓰는 중이다. 그녀는 2년 전 역사상 두 번째로 주요 부문 4개를 석권했다. 작년에는 올해의 레코드를 2년 연속 수상했다. U2와 로버타 플랙만이 가진 기록이었다. 만약 ‘Happier Than Ever’가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한다면,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수상이다.

 

3. 피니어스는 올해 주요 부문 4개 모두에 후보로 올랐다.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은 빌리 아일리시의 앨범으로, 올해의 신인은 자신의 앨범이다. 만약 올해의 신인을 수상하면, 주요 부문 4개를 모두 수상한 역대 네 번째 아티스트가 된다. 그중에서도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을 이미 가진 상태에서, 올해의 신인을 마지막으로 수상한 유일한 케이스가 된다.

4.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당연하다는 듯이 주요 부문 4개 후보다. 두 명의 아티스트가 동시에, 주요 부문 4개 후보로 오른 것은, 2년 전 빌리 아일리시와 리조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빌리 아일리시는 4개를 모두 가져갔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4개를 모두 수상하면, 빌리 아일리시, 피니어스 남매의 기록을 저지하는 셈이 된다.

 

5. 토니 베넷은 올해 95세로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역대 최고령자다. 특히, 올해의 앨범의 경우 1995년 본인이 세운 68세를 스스로 깼다. 만약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다면, 메인 아티스트로 올해의 앨범을 두 번째 받는 것이다. 이는 프랭크 시나트라, 스티비 원더, 폴 사이먼, U2,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에 이어 역사상 일곱 번째다.

 

6. 올해의 신인 후보에 오른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더 키드 라로이는 각각 18세다. 올해의 신인 후보에 10대가 2명 오른 것은 2003년 에이브릴 라빈과 미셸 브랜치 이후 처음이다. 2003년 수상자는 노라 존스다. 역대 10대 수상자는 리앤 라임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그리고 빌리 아일리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