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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해인
사진 출처. tvN

현재 방영 중인 tvN의 예능 프로그램 ‘올 탁구나!’는 탁구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모여 탁구를 배우고 연습하거나, 아마추어 고수들과 시합을 한다. 그만큼 ‘올 탁구나!’에 WINNER의 강승윤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적지 않은 팬들이 놀랐을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탁구와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3월 7일 방영분에서 탁구에 입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강승윤은 10명의 ‘올 탁구나!’ 멤버들 중 랭킹 1위를 차지하는 실력을 보여줬다. 강승윤에게 그를 그렇게나 빠져들게 한 탁구의 매력 그리고 ‘올 탁구나!’에서 얻은 경험과 성장에 대해 물었다.

 

강승윤의 탁구 입문기

강승윤: 프로듀서 형들과 회사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아시다시피 2~3년 전 그 모습이었어요.(웃음) 한 번 해보겠냐며 주변에서 기본 자세나 룰을 가르쳐줬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다 9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배우며 시작된 거죠.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하거나 혼자 기본기 연습도 하고, 영상을 따라 하기도 했어요. 유튜브에 ‘탁구’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영상들은 다 봤거든요. 그래서 실력은 아직 안 되지만 머리에는 정보가 많은 케이스예요.(웃음) 또 이전에 당구를 했어서 공의 회전 원리를 알다 보니, 굳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응용이 되는 점도 있었어요. 그래도 자세나 기술, 플레이에 대한 이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탁구의 숨겨진 필수 요소: 두뇌 플레이와 높은 집중력

강승윤: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안 보이는 포인트 중 하나일 텐데, 탁구는 정말 속고 속이는 싸움이거든요. 서비스의 회전을 넣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어떤 회전을 넣는 척하면서 사실은 다른 회전을 넣기도 해요. 공을 넘길 때 보이는 것과 다르게 주기도 하고, 무궁무진한 페이크가 있어요. 그래서 탁구는 육체적인 스포츠임과 동시에 빠른 순발력과 두뇌 회전까지 필요한 운동이라 되게 매력적이죠. 그리고 전방을 멀리 주시하지만 나머지도 다 보면서 운전을 해야 된다는 점에서 탁구는 운전과 비슷한 것 같아요. 공을 보면서 시선을 집중하지만 상대방이 치는 포즈, 스윙의 궤적 등을 전체적으로 봐야 다음을 대비하고 예상해서 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진짜 힘들어요. 그래도 하나하나 기술을 성공시키고 내 작전이 먹힐 때, 또 상대의 공격을 받아낼 때의 쾌감이 짜릿해요.

스스로 꼽아보는 장점과 목표

강승윤: 공의 회전 원리를 알고 있으면 작전 운영이 디테일해질 수 있고, 매일 영상을 보고 연구해서 그런지 두뇌 플레이가 강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춤을 오래 췄다 보니 스텝이나 몸 쓰는 게 조금 더 자유롭고, 어떤 걸 배울 때 바로 적용되는 장점이 있어요. 그래서 스텝에 있어서는 조금 빠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남들이 (자세를) 한 번 틀 때 저는 두 번 틀 수 있는 거니까요. 탁구는 공이 넘어오는 박자, 상대방이 치는 박자에 맞춰 칠 수 있어야 잘할 수 있는 스포츠인데, 그런 면에서 저는 몸의 속도나 스윙보다는 그냥 그 박자 자체가 빠른 것 같아요. 단점이자 장점인데, 급해져서 실수가 나올 수도 있는 반면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박자에 쳐서 당황시킬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는 더 여유롭게 치다가 딱 제가 원할 때 박을 타서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어요. 언젠가 탁구인들이 인정할 만한 어느 정도의 실력에 오르고 싶긴 해요. 아직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누가 봐도 ‘얘, 이 정도 대회에서 입상할 수준은 돼.’ 정도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자세와 기본기를 위한 꾸준한 모니터링

강승윤: 배울 때 영상으로 본인의 모습을 모니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몇 개월 배우다가 처음으로 영상을 찍어봤는데, 제가 너무너무 잘못 치고 있더라고요. 그걸 직면하는 순간 정말 발가 벗겨진 느낌이라 당황하게 되고 한동안 슬럼프도 크게 왔었어요. 자세와 플레이를 고치고 싶은데 이미 굳어서 잘 안 되고, 고치는 과정에서 경기를 하면 지게 되고 그러니까요. 지금은 결과적으로 잘 고쳐 나가는 중인데 더 빨리 알았더라면 지금보다 잘 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영상에서 봐왔던 선수들이나 잘 치는 사람들의 모습과 제 모습을 비교하고, ‘여기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이런 걸 나름대로 하고 있어요. 그래도 방송에 나오니 더 멋있는 자세와 플레이 그리고 “정말 제대로 했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더 안 해도 되는 부분을 고치려고 하기도 해요. 사실 방송을 보면서도 ‘내가 저렇게 못 쳤다고?’ 이런 걸 느꼈거든요.(웃음) 그런데 그 보기 싫었던 모습을 포인트로 머릿속에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게 실제로 적용이 됐나 봐요. 저는 전이랑 달라진 거 없이 연습했는데, 요즘 주변에서 “왜 이렇게 달라졌지?”, “너 혼자 뭐 연습했어?” 이런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탁구를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

강승윤: 일단 탁구를 좋아하는 마음 자체가 동력이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 자체도 원동력이 돼요. 열심히 살아왔지만 온전히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탁구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겨서 어떤 기대감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경기에서 지면 약간 짜증날 때도 있지만(웃음) 그래도 땀 흘리고 나면 힘들었던 게 개운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려요. 사실 스케줄도 있고 작업도 해야 하고, 연기할 때는 대본 연습도 있고 여러 일들이 있는데요. 탁구를 하면서는 그 순간을 위해 다른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 해소이자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취미인 것 같아요.

 

‘올 탁구나!’의 다양한 멤버들과 함께하는 탁구

강승윤: 멤버들 모두 열정이 진짜 많아요. 중요한 스케줄이 없으면 매일 연습하고, 촬영마다 실력이 달려져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요. 모두 한 팀이고 한 멤버지만 나름 그 안에서의 경쟁도 있고요. 상대 팀이 “지금 어떤 기술을 마스터했대.” 이런 이야기가 들리니 자극을 받기도 해요.(웃음) 막 초보에서 벗어난 멤버들도 있고 소위 ‘군대 탁구’를 오래 치신 분들도 있어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하는데, 다 공부가 돼요. 진봉이 형은 빠르게 흡수하시는 것 같아 신기했고, 근육이 있는 다부진 피지컬에서 받쳐주는 여러 가지 플레이가 되시는 것 같았어요. 저희 팀의 예찬이 형은 어릴 때부터 오래 친 구력이 있어 안정적인데, 확실히 구력은 무시 못하는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호동이 형은 어떤 기운이 있어요.(웃음) 저도 호동이 형도 기술적인 면이 엄청나게 높다고 아직은 말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게임에서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승부사의 기운을 갖고 계셔서 인상적이었어요.

 

‘올 탁구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경기

강승윤: 탁구로 정말 유명한 조달환 선배님과 게임을 했는데 선배님과 칠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고 신기하고, 연예인을 본 것 같았어요.(웃음) 물론 한 세트 게임이라 더 많은 세트를 했다면 좋았겠지만 선배님과 공을 섞을 수 있어 좋았어요. 한 세트 게임은 긴장이 계속되는 경기라, 그걸 더 유연하게 풀어 내야겠다는 점을 배웠어요. 오오기 히토시 씨와는 구력 차이 때문에 원래는 ‘0:0’에서 게임을 할 수 없고, 핸디캡 게임을 해야 하거든요. 탁구에는 ‘부수’라는 걸로 레벨을 나누는데, 오오기 씨가 아마 가장 잘 쳤을 때를 기준으로 2부 정도라고 하셨거든요. 어릴 때라도 선수 경험이 있으면 1부에 해당하니 1, 2부 정도면 탁구장을 운영하거나 탁구장에서 코치로 당장 일해도 되는 수준이고, 그 밑에 3~5부도 탁구장에서 초보들을 가르치기도 해요. 6부가 마지막 부수라 하지만 대회는 6부부터 있어요. 저는 아직 거기에 속하진 않아서, 오오기 씨와 사실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보면 되죠.(웃음)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한 점이라도 점수를 가져올 수 있는 게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후회가 되진 않았던 좋은 경험이었어요. 상위 실력자들과 핸디캡 없이 경기한 건 처음이었는데, 그래도 ‘이 정도 점수는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얻은 계기도 됐어요.

예측 불가한 탁구 경기 관람의 재미

강승윤: 탁구는 절대로 (한쪽이) 압도적인 경기가 없어요. 모든 상황이 다 변수거든요. 아무리 잘 쳐도 상성이 안 맞는 상대를 만나면 질 수 있고,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긴장감이 큰 재미예요. 이전에는 올림픽을 봐도 공이 움직이는 것만 봤다면 이젠 플레이에 감탄도 하게 돼요. 사실 지난 올림픽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올 탁구나!’의 코치로도 계신 정영식 선수의 역전 플레이인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뒤집은 거라서 크게 기억에 남아요. 요즘 한국 탁구 프로 리그도 보고 있는데, 인천시설공단의 김경민 선수의 경기도 인상적이었어요. 경기 중에 미끄러져 넘어지셔서 분위기에 말리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끝에 경기를 이겨서 너무 멋있더라고요. 또 삼성생명 탁구단의 안재현 선수를 좋아하는데요. 안재현 선수가 팔을 펴고 하는 서비스 포즈가 있는데, 멋있어 보여서 저도 좀 따라 해보려고....(웃음)

 

탁구 입문을 망설이고 있다면

강승윤: 탁구를 아예 모르시는 분들에게 추천하자면, 탁구는 다이어트에 최고입니다.(웃음) 장담하건대 2시간 정도 제대로 치면 아마 땀에 흠뻑 젖어서 나오실 거예요. 저도 하다 보니 몸 관리가 자연스레 되더라고요. 바쁜 스케줄에도 잘 버티는 걸 보면 체력적으로도 관리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물론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라 접근이 어렵기도 한데요. 그래도 탁구장 문화 자체가 거기 있는 사람들과 “한 게임 치실래요?” 해서 함께하는 경우도 많아요. 너무 수줍음이 많으신 분만 아니라면(웃음) 혼자서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내 스포츠라 계절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죠.

 

배우면서 깊어지는 탁구의 매력

강승윤: 탁구의 매력은 치면 칠수록 더 알게 돼요. 사실 재밌게 치고 싶다면 배우는 것도 권장 드려요. 공에 대한 기본기를 배우며 공에 힘이 있어지고 회전이 실리고, 이런 걸 알게 되면서부터 정말 재밌게 플레이를 할 수 있어요. 가까운 탁구장에 가시면 선생님들, 코치님들이 계시니까 배우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알고 하면 훨씬 재밌거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