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걸 그룹으로 데뷔를 하게 됐어요.

김채원: 작년에 아이즈원으로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나서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될까 걱정과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그룹 활동을 길게 한 건 아니잖아요. 그룹으로서 아직 이루고 싶은 꿈과 해내고 싶은 일들, 못 보여드린 저의 모습도 많아 아쉬움이 컸기 때문에 그룹 활동을 다시 하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쏘스뮤직에서 새로운 팀을 준비 중이라면서 제안이 왔고, 이전 회사분들도 저를 서포트해주시는 마음으로 제 의견을 존중해주셔서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어요.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든 건 뭘까요?

김채원: 회사도 옮기고, 연습생 생활도 다시 해야 하고, 모든 걸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근데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거예요. 그룹으로 다시 데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도 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까지 안전한 길로 가는 것보다는 도전을 해보고 싶었어요. 결국 제 마음을 따른 결정이에요.

사쿠라 씨와 같은 팀이 됐을 때 서로 어떤 반응이었어요? 두 분이 원래 은근 어색한 사이였다고요.(웃음)

김채원: 맞아요. 맞아요.(웃음) 멤버 수가 많기도 했고,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이 없었거든요. 오히려 여기 와서 꾸라 언니에 대해 더 잘 알게 돼서 신기했어요. 언니랑 또 이렇게 같이 활동할 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사람 일 모르는 거구나.’ 싶었어요.(웃음) 서로 잘 결정했다고, 잘해보자고 얘기를 했죠. 지금은 ‘그때 왜 꾸라 언니랑 안 친했을까?’ 정말 이해가 안 갈 정도로(웃음) 되게 되게 많이 친해졌어요. 언니가 표현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알고 보니 제 생각도 많이 해주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함께 새 출발을 하는 만큼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됐겠어요.

김채원: 낯선 곳에서 저 혼자였다면 많이 불안했을 텐데 꾸라 언니가 있어서 그나마 든든한 마음이었죠. 사실 언니도 연습생 생활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고 저도 되게 짧게 했던 편이었기 때문에, 연습생 생활에 적응하는 것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게 있거든요. ‘아, 지금 언니가 힘들구나.’ ‘나도 지치니까 언니도 지칠 수 있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것 같은 그 느낌에 의지가 많이 됐어요.

다시 시작하는 연습생 생활은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요?

김채원: 원래 연습생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아이즈원 활동 당시 저의 부족함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 활동할 땐 바쁘다 보니 활동 곡 연습 말고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되게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예전에 다 경험 못했던 연습생 생활을 제대로 해보자. 처음부터 실력을 다져보자.’라는 마음가짐이었어요. 춤 같은 경우 연습생이 되고 나면 처음 배우는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했거든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의 춤도 춰보고, 프리스타일도 해보고, 혼자서 안무 카피하는 과제도 많았어요. 매주 안무 영상 찍고, 피드백 받고, 보완점을 연습하고, 다시 영상 찍고, 이런 식으로 평가 보듯 연습을 하다 보니 저의 기본적인 실력이 정말 부족했다는 게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나는 원래 이 정도밖에 안 됐었구나.’ 싶으면서 저의 진짜 댄스 실력을 깨달았던 시간이었어요.(웃음)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하네요.(웃음) 그런 생각이 들수록 예전에 활동했던 영상들을 다시 보게 되지 않나요?

김채원: 많이 찾아봤어요.(웃음) 그동안 계속 카메라 앞에 있고, 북적북적한 환경에서 활동하다 갑자기 연습실에만 있다 보니까 전에 제가 뭘 어떻게 했었는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동안 많은 것들을 했구나. 참 고생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빨리 무대에서 그때보다 더 발전된 모습,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간 착실하게 준비해온 결과물이라 데뷔 앨범 ‘FEARLESS’가 채원 씨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김채원: 데뷔 앨범이 저한테 너무 뜻깊은 게, 전체적인 콘셉트와 메시지 같은 것들이 전부 저희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정해진 거예요. 앨범 제작을 위해 정말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고, 저도 되게 솔직하게 대답했거든요. 저희의 생각들을 활용해서 앨범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이 되게 신기하기도 했고, 준비 과정 속에서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며 스스로를 알아가게 된 부분들이 많아서, 이번 앨범에 대한 애정이 정말 깊어요.

앨범에 반영된 채원 씨의 모습 중에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점은 뭔가요?

김채원: 일단 제가 춤과 노래에 정말정말 애정이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나의 과거와 남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나가겠다.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라는 메시지에 따른 저의 변화된 모습이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보컬의 변화가 돋보였어요. 채원 씨의 타고난 음색이 부각되는 걸 넘어 앨범 전반에 목소리의 색깔이 훨씬 풍부해졌던데요.

김채원: 음색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던 것도 너무 좋았지만, 거기서 끝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항상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더 파워풀한 목소리로 발전시키고 싶었고, 특히 이번에 연습생 트레이닝할 땐 새로운 보컬 스타일에 도전하는 것에 중점을 뒀었어요. 원래 자주 들었던 발라드나 맑은 느낌의 노래 말고도 팝송이나 R&B라든지, 평소 잘 듣지 않았던 장르까지 폭넓게 듣고, 직접 시도해보면서 이전과 다르게 부르는 연습을 되게 많이 했어요.

타이틀 곡 ‘FEARLESS’를 소화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네요.

김채원: 걸 그룹 곡으로 흔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노래여서 가이드를 들었을 때부터 너무너무 좋았는데, 제가 거의 불러본 적 없는 낮은 음역대라 처음엔 어렵긴 했어요. 그동안 저는 제가 맑고 깨끗하고, 상큼한 분위기가 날 수 있게끔 노래를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해왔거든요. ‘나는 그렇게 불러야 돼.’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있었나 봐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불러도 나랑 어울릴까? 괜찮을까?’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스태프분들에게 “이게 맞는 걸까요?” 여쭤보기도 했는데 “잘 어울린다. 채원 씨의 색다른 매력을 본 것 같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면서 ‘나한테도 이런 목소리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새로움을 계속해서 발견하게 됐어요. 제가 욕심을 냈던 힘 있는 보컬도 좀 더 드러난 것 같아서 타이틀 곡 속 제 목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안무 역시 새로운 스타일이었는데 몸에 잘 맞았나요?

김채원: 아이즈원 때는 멤버 수가 많다 보니 다 같이 움직였을 때의 그림, 대형 위주로 안무를 해왔어서 크게 어려운 동작은 없었거든요. 근데 ‘FEARLESS’에선 제가 잘 안 되는 동작이 많아서 연습이 많이 필요했어요. 골반의 움직임을 잘 드러내야 한다거나 강약 조절을 제대로 해야 하는, 그런 미묘한 느낌을 살리는 게 좀 어려웠어요. 특히 후렴구가 보기에는 간단한 동작 같은데, 어떻게 해야 제일 예쁜 자세가 나올지 퍼포먼스 디렉터님이랑 상의도 많이 하고 저희끼리 연구도 많이 하면서 완성시킨 부분이에요.

채원 씨에게서 처음 보는 시니컬한 표정 연기가 퍼포먼스에 더욱 집중시키더라고요. 따로 연구를 했나요?

김채원: 오히려 이전 활동보다 연구를 덜 했던 것 같아요. 콘셉트와 가사들이 저희의 이야기라 진짜 몰입을 하게 되다 보니까(웃음), 더 잘 나오더라고요. 후렴구에서의 표정은 저도 모르게 나온 거였는데, 모니터링하다 발견하고 ‘어? 이 표정 너무 좋다.’라고 느껴서, 그 부분을 좀 더 발전시켜서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여러모로 변화하고 성장한 채원 씨의 모습이 앨범 콘텐츠 속 비주얼적인 면에서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예전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스스로 어떻게 느껴지던가요?

김채원: 새로운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이었다 보니 초반에는 조금 어색하기도 했는데, 기본적으로 저는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을 재밌어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이런 모습이 나오기도 하는 구나.'를 알게 되고, 색다른 제 모습이 되게 마음에 들어서 뿌듯했어요. 뭔가 ‘이제 나도 새로운 시작을 할 거야.’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반영된 것 같기도 해요.

팬들이 낯설어 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은 없었나요?

김채원: 사실 그런 걱정을 안 했는데(웃음), 제가 앞으로 표현을 더욱 잘한다면 보시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작사에 참여한 ‘Blue Flame’도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을 것 같아요.

김채원: 회사에서 모든 곡의 가사와 멜로디 작업에 멤버들이 참여할 수 있게끔 다 열어 놓으셨고, 각각의 작업물을 블라인드로 채택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채택이 안 되더라도 일단 도전해보고 싶어서 거의 다 참여했어요. 결과적으로 벌스 부분에 가람이 파트가 하나 들어가긴 했는데, 너무 기쁩니다.(웃음) 파란 불이 빨간 불보다 더 뜨겁다는 사실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나서 표현해봤어요. 전에는 제 느낌과 생각 그대로 가사를 썼다면 점점 어떻게 더 재밌게 풀어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앨범 작업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전반적으로 르세라핌으로서의 첫 시작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네요.

김채원: 진짜 지금 저희가 전하고 싶은 것들이 전부 담겨 있는 앨범이기도 하고, 저희 노래를 들으면서 공감하는 사람들도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상황은 다르지만 저희 멤버들만 해도 서로 비슷한 감정과 마인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노래와 무대로 저희 팀의 메시지를 잘 전달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싶어요. 거기서 드러나는 르세라핌만의 색깔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고요.

새로운 멤버들과는 어떻게 가까워졌나요?

김채원: 제가 낯을 너무 가리는 편이라 원래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근데 그러면 동생들이 어려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먼저 다가가서 나름대로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매일 하루 종일 같이 연습하고, 이런저런 일도 같이 겪게 되다 보니까 점점 멤버들을 더 잘 챙겨주고 싶어요. 앞으로 우리 팀과 멤버들에게 얼마나 더 큰 애정이 생길지 기대가 돼요.(웃음)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팀으로서 합을 맞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겠어요.

김채원: 즈하는 발레를 하다 왔고, 꾸라 언니는 이미 10년이나 활동을 해왔는데 동생들은 이제 시작하는 파릇파릇한 어린이잖아요.(웃음) 성격도 나이도, 살아왔던 환경도 정말 다른데 저희는 한 팀이 되기 위해 크게 노력할 필요가 없었어요. 뭘 하든 서로서로 도와주려 하는 분위기고, 언니 동생 할 것 없이 피드백하거나 의견을 내야 하는 부분에서 되게 자유로워 연습도 굉장히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이에요. 정말 우리 팀을 위해서만 생각하다 보니 너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다들 정말 착하거든요.

벌써 리더의 면모가 보이네요.(웃음) 어떤 과정을 통해 리더가 되었나요?

김채원: 저는 원래 누가 뭘 시키면 하고, 그냥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그런 사람이었는데(웃음), 여기선 동생들도 많아지고 제가 쌓아온 경험이 있다 보니 알게 모르게 뭔가를 주도하는 모습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다 회사에서 저희를 지켜본 결과 제가 리더를 하면 좋겠다고, 고민을 해봐달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친척들까지 통틀어 집안에서 막내다 보니 늘 챙김만 받고, 누군가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거든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뭐, 하면 하지 않을까 싶어서.(웃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도 하니까요.(웃음)

활동 경험이 있는 선배의 입장이기도 한데, 멤버들에게 주로 어떤 부분에 도움을 주는 편이에요?

김채원: 라이브 연습할 때 마이크 차는 법이나 무대할 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말해준다거나, 멤버들이 실전에 앞서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사소한 것들을 꾸라 언니랑 같이 많이 얘기해주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멤버들의 멘탈적인 부분을 잘 케어해주고 싶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제가 얘기를 많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는 리더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 자리일수록 감정 표현이 중요할 것 같은데, 스스로 그 부분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요?

김채원: 그때는, 저도 저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무언가를 표현하는 게 당연히 어려웠던 것 같고요. 지금은 저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 있기도 하고, 아직도 정말 부끄럽지만(웃음), 그래도 전보다는 그때의 감정이나 제가 느끼는 것들을 훨씬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팬분들에게도요.

팬들에겐 어떤 마음이에요?

김채원: 1년 가까이 한결같이 기다려주신 게 너무너무 고마우면서 미안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많이많이 보고 싶었다는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정말 공백기 동안에도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을 보면서 버텼거든요. 그 기다림 때문에 더 열심히 했고요. 그래서 활동을 시작하면 제가 그동안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냥, 저를 많이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팬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잘하고 있어.”라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 기대가 있나요?

김채원: 이제는 “잘한다.”라는 확신 있는 말을 듣고 싶어요. 잘한다. 멋있다.(웃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팬분들처럼 저도 저한테 궁금해지고 기대가 되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