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무대, 앨범. 태현은 인터뷰 내내 이 이야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했다.

‘TO DO X TXT’에서 요리 실력을 활용한 콘텐츠를 진행할 만큼 요즘 요리에 빠졌어요.

태현: 안 먹어본 메뉴가 없을 정도로 배달시키다 보니 직접 해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간장, 설탕, 소금 같은 요리에 필요한 기본 아이템과 재료들로 많은 베리에이션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점점 도전을 많이 하게 됐죠.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뿌듯하기도 하고, 뭐든 잘하는 게 생기는 건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요새 유튜브 알고리즘에 요리 영상이 엄청 뜹니다.

 

그런데 ‘TO DO X TXT’ PC방 편에서는 요리와 달리 게임에 익숙지 않은 모습을 보였어요. 관심을 갖는 취미의 특징이 있나요?

태현: 안 그래도 모아분들이 “태현이 안광이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건 부모님도 크게 싫어하지 않을 만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 복싱 생각해보니 또 그렇지도 않네요.(웃음) 킬링타임용으로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할 수 있고, 자기 계발에 가까운 것들, 오히려 그런 걸 재밌다고 느끼나 봐요.

 

전에 “난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는데, 빈말이 아닌 것 같아요.(웃음) 요즘 마음먹고 있는 게 있다면요?

태현: 너무 패기만 넘치는 말을 했네요 제가.(웃음)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건 트랙 작업이에요. 내가 만든 트랙에 가사와 멜로디를 붙여서 100% 내 힘으로 곡을 완성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거든요. 이제는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당당하게 할 수 있을 만큼의 작업량을 보여준 것 같아서, 최근에 멤버들이 같이 사용할 수 있게 더 쾌적한 작업실로 옮겨달라고 요청드렸어요. 그렇게 되면 프로듀싱에도 쉽게 입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보컬에 대한 욕심도 크죠. 최근 ‘리무진서비스’에 출연해 홀로 라이브를 선보였는데,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 엄청 긴장하는 모습이었어요.

태현: 데뷔 후 떨렸던 무대가 거의 손에 꼽는데, 지금까지 해온 노력에 대한 검증의 무대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와 MR만 남겨져 있는 환경, 혼자서 완곡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 자체가 처음이었으니까. 사실 처음에 출연 소식 들었을 땐 ‘망했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리무진서비스’ 출연 이후로 자신감이 붙었어요. 앞으로는 멤버들 네 명이 곁에 항상 있을 거고, 이 무대가 지금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고비였다는 생각이 드니까 뭐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습생 때 커버했던 ‘Over And Over Again’을 다시 부르기도 했어요.

태현: ‘당시엔 한 소절씩 끊어서 불렀던 곡을 이제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생겼구나. 라이브로 뚝딱 부를 수 있는 레벨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녹음은 백 번 부른 것 중에 제일 잘 부른 테이크를 쓸 수 있잖아요. ‘녹음한 거였더라도 저 때보다는 잘해야 되는데.’라는 부담이 있었는데, 음원과 라이브 중 라이브가 오히려 괜찮다고 느껴지는 게 다행이면서도 기뻤어요.

 

보컬에 들인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전시켜보려 했던 부분이 있나요?

태현: 저는 음역대가 어느 정도 높고 가성이 등장한다거나, ‘LA Girls’, ‘10,000 Hours’처럼 R&B 사운드가 가미되는 팝 같은 장르를 잘 소화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색이 더 짙은 R&B와 힙합의 그루브가 탑재된 느낌을 좋아하게 돼서 연습을 많이 했거든요. 랩도 커버해보곤 했는데 마침 이번 타이틀 곡에서 제가 맡은 벌스 파트가 랩 같은 뉘앙스인 거예요. 혼자 연습했던 게 도움이 많이 돼서 의도치 않게 타이틀 곡 녹음을 위한 준비가 되어버린 느낌이었어요.

 

타이틀 곡에서 태현 씨가 소리를 뱉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동안 주로 담당했던 역할과는 조금 다르기도 했고요.

태현: 노래 사이사이에 좋은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전에는 “I know I love you”할 때 ‘이건 내 파트고 세상에서 나밖에 못해!’ 라는 느낌으로 부르려고 노력했다면, 이번엔 연준이 형의 코러스가 등장할 때 쾌감이 제대로 터질 수 있도록 빌드업을 잘해놓는 데 집중했어요. 특히 벌스 파트 녹음이 가장 오래 걸렸는데, “목소리가 너무 착하다. 악한 느낌이 나면 좋겠다.”라는 디렉팅을 받고 “나는 악하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라고 했거든요.(웃음) 저한테 녹음은 몰입보다는 집중의 영역이어서, ‘이 글자에 힘을 넣고 이 단어엔 힘을 빼고’, 표면적으로 빠르게 짚어내야 할 부분에 집중했죠. 팔굽혀펴기 하면서 박수 세 번 치는 느낌이었어요. 손뼉 치려다 넘어지는 걸 반복하다 보니 피지컬이 좋아져서 결국 세 번을 치게 됐던 것 같아요.

안무에서는 무엇을 강조하고 싶었나요? 올해 목표가 보이는 음악, 즉 제스처, 표정, 무대 매너 등을 연구해서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태현: 보이는 음악 안에서도 믿고 듣고, 믿고 볼 수 있는 팀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저는 그동안 무대할 때 “이 부분에서 표정을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피드백이 오면 “거긴 라이브에 더 신경을 써야 돼요.”라고 얘기를 했거든요. 그만큼 들리는 부분에만 너무 집착하고 신경을 써왔는데, ‘혼돈의 장’부터 그간 인풋을 넣은 만큼의 아웃풋이 나왔다고 생각해도 괜찮을 정도로 보컬 면에서 좋은 성과와 피드백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내 노래를 들려줄 자신은 생겼으니, 들어줄 사람이 더 많이 생기려면 눈에 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선순위에 밀려 있었던 ‘눈에 보여지는 요소’들을 위로 끌어올려서 멋있어 보이는 모습들에 신경을 써보려고 해요.


‘Opening Sequence’가 중요한 도전이었겠어요. 무용적인 요소가 가미된 춤이라 새롭게 도전하는 스타일이기도 한데.

태현: 퍼포먼스 디렉터분께서 춤출 때 감정에 대한 부분을 많이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전 춤추면서 감정보다는 동작의 정확성, 함께 맞춰야 하는 디테일에 더 신경을 썼거든요. 여기선 동작에 대한 강박을 갖지 않으면서 ‘나 방금 막 이별했고 굉장히 슬프다.’는 감정에만 집중해보려고 했어요. 어렵더라고요. 곡은 느린데 몸은 전혀 느리지 않고, 감정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춤선도 신경 써야 돼서, 왼손으로 세모 그리면서 오른손으로 네모 그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독무까지 춰야 했고요.(웃음)

태현: 저 빼고 다 누워 있잖아요.(웃음) 부담되더라고요. ‘나한테만 시선이 집중되니까 이 부분을 내가 기가 막히게 살려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방탄소년단의 지민 선배님이 딱 떠올랐어요. 이런 무용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는, 제가 아는 퍼포머 중 최정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선배님이 이 안무를 받으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여기선 고개를 어떻게 트셨을까?’ 머릿속에 그려보며 연습을 했어요. 퍼포먼스 디렉터분께서 이번 안무를 잘 소화해낸다면 춤이 진짜 많이 늘 거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러기 위해 지금도 연습 중에 있습니다.

감정 표현이라는 점에서, 앨범을 관통하는 이별이라는 감정을 이해하면서 세 곡의 가사를 쓰는 데 어려움이 있진 않았어요?

태현: 그래서 최근에 이별한 중학교 친구한테 감정을 물어봤어요.(웃음) 너무 실례지만(웃음) “야, 나 작업해야 되는데 뭐 좀 물어보자.” 하면서 연락했는데, 역으로 제가 고민 상담을 해줬어요. 오히려 클리셰, 복선 같은 영화나 연극 용어를 많이 찾아본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곡들의 소재와 콘셉트들이 다 거기서 나올 법한 얘기들이잖아요. 참고해서 써봤는데 ‘Opening Sequence’에서는 어쩌다 보니 제가 독무하는 부분의 가사가 채택됐어요. ‘Trust Fund Baby’에서 지금 기억이 나는 부분은 “그들의 삶 속엔 없는 game over”인데, 어떤 사람한테는 게임 오버되면 진짜 끝인데 금수저는 ‘현질’해서 게임을 이어갈 수 있으니 게임에서조차 자유롭다는 생각이 떠오른 걸 표현해봤어요.


앨범을 마무리하는 곡이자 유닛 곡이기도 한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는 어떻게 접근했나요?

태현: 멜로디와 가사를 쓸 때도, 녹음할 때도 ‘앞에서 이미 슬픈 거 많이 했으니 최대한 신나게 하자.’였고, 그만큼 대비감을 주고 싶었어요. 보컬에 스프라이트 맛이 나는 느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제가 아껴놓은 멜로디들을 조금씩 풀면서 베리에이션해보고, 저와 형들이 각각 잘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구간을 설계해가며 써봤는데, A&R과 PD님 모두 “코러스와 벌스가 좋다.”라는 피드백을 주셔서 되게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프리코러스 멜로디가 들어간 거예요.(웃음) 역시 뭐든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싶더라고요.(웃음)

 

그럴 때 아쉬움이 남지는 않아요?

태현: 예전에는 제 가사랑 멜로디가 안 들어가면 되게 슬펐거든요. 지금은 앞으로도 기회는 많다는 걸 알고, 다른 사람이 더 잘했으니까 채택된 것에 대해 인정하면서 자신을 포용할 줄 알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생각했던 것보다 채택이 많이 돼서,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번 조금이라도 변화를 보인다면 이젠 그걸로 만족합니다.

본업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요. 활활 타오르기보다는 담담한 열정 같달까.

태현: 정말 맞는 말 같아요. 보통 노력과 열정이라고 했을 때 활활 불타는 느낌으로 묘사가 되는데, 진짜로 노력을 해본 사람은 알 거예요. 나를 계속해서 깎는다는 건 냉혹하고 외로운 싸움이거든요. 그러면서 점점 일시적인 감정에는 무뎌지고 노력이 점차 재능으로 변환되는 것 같아요. 노력하는 걸 잘하게 되는 느낌. 어떻게 보면 참을성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고, 반복 숙달 자체가 이제 당연하게 여겨지는 몸이 되는 거죠.


일에 몰두할수록 자신을 지탱하는 장치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태현: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를 상기시키고, 지쳐 있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계속하는 게 저를 다시 일으키는 것 같아요. 어쨌든 내 옆에 지금 네 명의 멤버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모아들이 있고, 음악을 시작하면서 검을 뽑았으면 뭐라도 잘라야 한다는 그 생각으로 계속 하고 있으니까. 팀에 대한 책임감, 날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한 보답에 대한 책임감, 나에 대한 욕심, 내가 진짜 애정하는 분야, 이 정도가 저를 움직이는 이유가 되겠네요.

4년 차가 된 지금 팀이 어떤 성장을 하고 있다고 느끼나요?

태현: 컵에 물의 양이 정말 많아졌는데, 아주 조금 덜 담겨 있는 느낌? 가능성이 없다면 기대조차 안 했을 텐데 계속 눈에 띄게 더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게 보이거든요. 최근에도 함께 안무 연습이나 스케줄을 소화할 때의 단합이 되게 좋아졌다는 걸 느꼈어요. 안무 레슨 할 때도 분위기가 너무 좋고, 서로 피드백들을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고, 심지어 되게 유쾌하게 풀 수 있는 능력들이 생기고, 본인들의 소통 방법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이제 정말 우리의 팀워크가 일정 정도로 더 성장해서 그걸로 쭉 가면 되겠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 쭉 가기 직전 문턱에 있는 느낌이어서 돌파구가 뭔지 찾는 게 숙제인 것 같아요.

 

객관적이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이네요. 얼마 전 멤버들 자가 격리 해제 후 숙소 현관 앞에서 신발 사진을 찍어 위버스에 올린 게 생각나요.

태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지 말자. 딱 그 느낌이었어요. 보통 제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항상 신발 네 켤레가 나란히 있었는데,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신발이 없으니까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보자마자 너무 당연한 게 너무 오랜만이라 새삼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서 찍어봤어요.


범규 씨와 MBTI의 대표적인 F 유형와 T 유형의 차이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팀 안에서 둘의 성향 차이가 어떻게 작용되던가요?

태현: 범규 형은 극강의 감정형이고 저는 극강의 사고형이라 많이 다르지만, 요즘 제가 범규 형 덕분에 일을 너무 편하게 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뭐든 밉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나 예능에서의 활약이라든지, 제가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너무 잘해주니까요. 연습할 때도 저는 묵묵히 시키는 대로 “한 번 더 합시다.” 하면 “네.” 하는 스타일인데, 형은 그 안에서 팀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분위기를 끌어올리거든요. 형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최근에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형에게 잔소리는 자주 한다고요.(웃음) 연습생 때 아기 같고 애교쟁이였다는 태현 씨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태현: 저 잔소리 진짜 안 해요. 무대에서나 연습할 때나 숙소에서 정말 사소한 것들에 대해 얘기를 좀 하긴 하는데(웃음) 관심의 표현인 거죠. 제가 생각하기에 잔소리는 시작도 안 했어요.(웃음) 사실 예전에도 할말 다 했고, 성격의 변화가 크게 없거든요. 말 그대로 진짜 어렸으니까 형들이 아기같이 봤던 것 같아요. 근데 아직도 형들이 저를 되게 많이 예뻐해주는 건 느껴져요. 제가 아무리 커봤자 형들보다 동생이니까, ‘아직도 내가 막내 취급을 계속 받고 있구나.’는 느껴지더라고요.(웃음)


팬들에게도 ‘강이사님’인 동시에 귀여움을 받고 있죠. 팬들에겐 어떤 모습이고 싶어요?

태현: 어떤 모습이든 그게 나지만, 그래도 흠 없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보면 차갑고 냉철해 보일 수 있는데 절대 감정의 폭이 좁은 건 아니거든요. 제 안의 가장 큰 따뜻함으로 팬들을 대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우리 모아들만큼은 저를 정말 따뜻하게 생각해주길 바라요.

Credit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지연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정수정, 허지인(빅히트뮤직)
사진. 윤지용 / Assist. 기원영, 전민형, 김기웅, 송은지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노슬기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김지수,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