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알고 있었다. 언제 감각에 기대야 하는지, 언제 자신을 밀어붙여야 하는지 또 어느 순간에 스스로를 믿어줘야 하는지.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보여주는 연준의 모습 뒤에는 그처럼 정밀하게 조율된 치열함이 있었다. 그 치열함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각종 시상식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어요.
연준: 원래 알고 있었지만, ‘아, 마음먹고 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라는 걸 그 무대들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 돼, 하면 돼.’ 하면서 계속 그냥 연습했어요. 100%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다 해내서 뿌듯해요.
제일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나요?
연준: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의 오프닝 무대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팀 대표로 나온 거다 보니 그 무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우리 팀 잘한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아크로바틱을 활용한 간단한 동작들이 있었는데, 전문가분들이 보시기에는 난이도가 쉬운 동작이지만 저한테는 조금 어려워서 완벽하게 연습하기까지 쉽지 않았어요.
그런 동작들을 연습할 때 무섭지는 않나요? ‘MMA(멜론 뮤직 어워드)’에서도 연준 씨가 점프하면서 댄서분들을 넘어서 착지하는 동작이 있었는데.
연준: 아, 사실 ‘MMA’를 준비할 때 조금 다쳤어요. 착지하는 동작을 할 때 한 번 잘못 떨어졌거든요. 다치고 나서 뛰는 게 좀 무섭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도 ‘시간 안에 다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더 무서웠어요. 남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비하인드 영상들을 보면 연준 씨가 무대에 대해 부담감을 안 느끼는 편은 아니었어요.
연준: 많이 느껴요.(웃음)
그 부담감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요?
연준: 굳이 이겨내려고 하지 않아요. 저는 고민과 부담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그 부담감이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여서 어떻게든 무대를 하게 만들거든요. 처음에는 걱정해도 연습하다 보면 마지막엔 항상 무언가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서 ‘부담되는 건 당연하고, 네가 불안한 거 맞고, 그럼 연습 더 해야지.’ 하면서 계속 연습하는 거죠.
‘2022 Weverse Con [New Era]’에서 선보인 ENHYPEN의 ‘Blockbuster (액션 영화처럼) feat. 연준 of TOMORROW X TOGETHER’ 랩 피처링 무대를 앞두고서는 “흥분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죠.
연준: 피처링을 한 것도, 그렇게 많은 양의 랩을 정말 춤 하나 없이 보여드리는 것도 처음이었잖아요. 무엇보다 많은 모아분들이 눈앞에 계시다 보니 정말 멋지게 랩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좀 흥분했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그때 몇 가지 동작이나 제스처만 미리 생각해두고 나머지는 그냥 내버려뒀어요. 리허설할 때와 모아분들 앞에서 랩할 때는 정말 너무 차이가 크거든요. 흥분된 상태에서 나오는 멋이나 바이브가 있으니까, 생방송에 가면 그때 더 멋이 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랩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나요?
연준: 랩을 하면 스스로가 세진 기분이 들기도 하고(웃음) 제가 가사를 다 쓰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라임을 맞추거나 더 좋은 구절을 쓰려고 고민하는 과정도 퍼즐 맞추는 것처럼 재밌고요.
이번 앨범 타이틀 곡 ‘Good Boy Gone Bad’에서도 “집어치워”, “개나 줘”처럼 센 표현을 썼죠.
연준: 사실 그 표현들로도 성에 안 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만약 개인 곡이었다면 가사를 더 세게 썼을 것 같기도 해요.(웃음) 그만큼 좀 세게 쓰고 싶었어요. 랩 메이킹을 할 때도 ‘어떻게 구성하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짧은 랩 내에서 이 감정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가장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Good Boy Gone Bad’의 정서가 분노와 광기라면, ‘Lonely Boy (네 번째 손가락 위 타투)’는 슬픔에 가깝기도 하고 ‘네 번째 손가락 위 타투'라는 주제도 명확했어요. 화자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슬퍼하는지가 너무 분명해서 그 주제에 맞게 풀어서 랩 메이킹을 했어요. 같은 이별을 다루지만 두 곡이 상반되는 느낌이라 서로 다르게, 재밌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Good Boy Gone Bad’의 안무는 노래의 강한 감정선에 비해 절제되어 있어요. 후렴구에서 머리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거나 턱을 괴는 것처럼 단순한 동작으로 임팩트를 줘야 하는데 그런 디테일은 어떻게 구현했나요?
연준: 그런 동작에서의 멋은 세세하게 각도를 정하기보다 그냥 경험이 주는 느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안무가 절제된 느낌이라 나머지 부분들은 노래가 주는 감정을 표현하면서 채우려고 했어요. 평소에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라고 모아분들에게 말씀드리는데, 종종 영화에서 표현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해서 이 노래의 광기 어린 느낌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안무에 대해서는 직접 의견을 내기도 했어요.
어떤 의견이었나요?
연준: 보통 춤을 출 때는 손을 정리하면서 추거든요. 주머니에 넣거나 잡고 춤을 추는데, 그런 동작들이 노래에 비해서 딱딱하고 젠틀해 보이는 거예요. 이번 노래는 ‘로(raw)’한 느낌이잖아요. 빡세고, 날것의 느낌. 그래서 손을 좀 풀고 날리면서 자유롭게 해보면 안 되겠냐고 의견을 냈어요. 다들 그게 훨씬 낫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안무에 반영됐어요. 사소한 차이이긴 한데, 저는 뭐든 그런 것부터 시작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후렴구 안무도 하나 짜봤는데, 결과적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어요.(웃음)
틱톡에 태현 씨와 함께 피처링에 참여했던 ‘PS5 (feat. Alan Walker)’의 안무를 직접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죠? 틱톡에서 요구되는 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연준: 연습생 때부터 안무를 종종 짰는데, 정식으로 업로드해본 건 틱톡이 처음이에요. 춤은 동작이 신선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의미나 표현이 잘 전달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틱톡에서 유행하는 여러 챌린지들이 있잖아요. 그 춤들이 왜 유행할까에 대해서 고민해보니, 캐치하고 따라 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따라 하기 쉽게 만들려고 했는데 막상 만들어보면 머리도 아프고 어려워요. 남들이 “와, 좋다.” 해줄 때는 뿌듯하지만요.(웃음)
지난 3월 진행한 브이라이브 ‘돌아온 댄정’에서는 Kep1er의 ‘WA DA DA’, 아이유의 ‘꿈빛 파티시엘’처럼 여성 아티스트들의 춤을 모아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연준: 미국에 가서 워크숍 받을 때 남성분들이 걸리시 댄스를 소화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고 멋있어서, 여성 아티스트분들의 춤을 춰도 멋지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희화화하는 것처럼 안 보이게 하고 싶었고, 센스 있고 귀엽게 추려고 했어요. 무엇보다 이런 것도 잘한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웃음)
평소 무대에 대해서는 완벽주의자로 보이는데, ‘댄스의 정석’에서만큼은 모아들에게 춤을 연습하는 과정을 편안하게 공유하더라고요.
연준: ‘댄스의 정석’을 할수록 모아분들께서 보고 싶어 하시는 것들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즉석에서 뭔가를 보고 싶다고 모아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실 때 제가 미처 준비 못한 것들도 있어요. 그래도 그게 큰 문제가 안 되는 게, 그렇게 즉석에서 안무를 따더라도 어느 정도 못 춰 보이지 않게 출 자신은 있어서.(웃음) 어쨌든 제가 안무를 빨리 따고 숙지하는 편이라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과 엄격함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BACKSTAGE : TXT x EN- DOCUMENTARY’에서는 무대가 끝나자마자 아직 땀도 안 마른 상태로 바로 모니터링을 하면서 “생각보다 잘했다.”라고 안도했는데, 그 장면이 무대에 대한 연준 씨의 자세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연준: 모아분들 때문이죠. 사실 그렇게 힘들고 과호흡이 온 상태에서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 건 모아분들이 봐주셔서, 좋아해주셔서예요. 무대가 끝나면 모아분들이 좋아해 주셨는지, 잘했는지를 체크하는데 그런 힘듦 속에서도 웃음을 찾고 안도할 수 있어요. 그게 저의 보람이고 원동력이거든요.
그런 엄격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준: 스스로를 타고나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멋있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사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저를 끝까지 몰아붙였고, 스스로에게 엄격해졌어요. 그랬더니 지금은 이전보다 저를 멋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 이 멋있음이 평생 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가꿔 나가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스스로에게 엄격해지고 노력하는 거죠.
멋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하기엔 패션 감각도 정말 좋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보여주는 사진들도 늘 화제가 되고요. 이틀 전 팔로워 수가 777만 명이었는데, 오늘 낮에 확인해보니까 금세 785만 명이 되어 있던데요.(웃음) (이 인터뷰는 4월 18일에 진행됐다.)
연준: 아, 그래요?(웃음) 인스타그램에서 평소와는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됐는데, 해보니까 신기했어요. 제 또래 친구들은 다 인스타그램을 하잖아요. 저도 뭔가 신세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인스타 감성’ 이런 게 있잖아요. 패셔너블한 모습, 저만의 멋이 있는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은 스스로 패션 감각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옷 보는 시선도 넓히고, 더 다양하게 입어보려는 시도가 좀 필요한 시기라고 느끼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연준: 아직은 제가 생각의 폭이 좀 좁은 것 같아요. 옷을 잘 입는 분들은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좀 더 배움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사실 요즘은 제가 패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에 조금 부끄러운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럼 주변의 인정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까요? ‘2022 DREAM WEEK TXT 콘텐츠 전략회의’에서 “멤버들에게 인정받는 순간이 제일 좋다.”라고도 했었는데.
연준: 항상 팀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넘어서서 멤버들이 저를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해주면 더 잘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겨요.
멤버들의 인정을 받는 게 기쁜 건 그만큼 연준 씨도 멤버들의 성장을 실감해서일 수도 있겠네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연준: 멤버들을 처음 봤을 때를 알잖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와서 어릴 때부터 다 같이 정말 죽어라 달렸는데 이만큼 성장한 모습들을 보면 고맙고 기특할 때도 많아요. 다들 마인드도 실력도 많이 성장했고, 제가 못하는 부분들을 메꿔주기도 해요. 예를 들어 녹음을 할 때도, 단순하게 얘기하면 태현이나 휴닝이는 저보다 더 고음이 잘 올라간다거나. 그리고 아이돌은 무대 위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들에서도 각자 잘해주는 게 많아요.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거네요.
연준: 그렇죠. 서로가 서로한테 정말 중요하고,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BACKSTAGE : TXT x EN- DOCUMENTARY’에서 연준 씨가 하신 말씀이 있잖아요. “유일무이한 그룹이 되고 싶고 그런 그룹이 되어 있으면 언젠가는 정상 위에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연준: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때 같이 연습했던 형이 했던 말이에요. 그때부터 많이 와 닿은 말이라 계속 그걸 목표로 삼고 달려온 것 같아요.
그런 치열함만큼 모아에게 느끼는 감정이 더 특별하겠어요. 지난 2월 진행한 브이라이브에서는 모아들에게 “(마주치면) 편안하게 인사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어요. 아티스트로서 사적인 시간을 존중받고 싶을 수도 있는데, 그만큼 모아들에게 진심이어서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준: 모아분들을 믿는 마음이 커서 할 수 있는 말이었어요. 모아분들은 항상 약속을 지켜줘요. 모아분들을 직접 마주쳤을 때 제가 뭔가를 부탁드리면 그걸 지켜주시지 않은 분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 서로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많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길 가다가라도 뵙는 게 저에게도 기분이 좋고, 모아분들에게도 기분 좋은 일일 테니까 할 수 있는 말이었어요.
팬 라이브 ‘MOA X TOGETHER’에서도 모아들이 클래퍼를 펼쳐서 보여준 문구를 보고 제일 먼저 눈물을 흘렸죠.
연준: 네.(웃음) 무대에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일에 희열을 느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모아분들을 계속 보다가 아예 못 보게 됐었잖아요. 그래서 그 소중함을 원래도 알고 있었지만 더 느꼈어요. 사실 모아분들이 지켜보지 않는다면 무대가 저에게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거예요. 모아분들이 있어야 제가 온전히 즐길 수 있어요. 서로 못 보는 날들 속에서도 모아분들이 꿋꿋이 곁에서 자리를 지켜주셔서, 시간이 지날수록 모아분들이 항상 우리 편일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우리 편’이라는 말이 모든 걸 담고 있네요.
연준: 그냥 그 생각이 저에게는 당연해요. 제 사람들에게는 항상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멤버들, 모아들, 가족들, 친구들. 큰 이유는 없어요. 제가 아끼니까. 제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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