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그 찬란하고 불안한 계절을 기억하는 법

김리은
: 코로나19는 전 세계 10대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새 앨범 ‘minisode1 : Blue Hour’의 수록곡 ‘날씨를 잃어버렸어’ 속 가사처럼, ‘달리던 축구화 시끄러운 열기들’, ‘나눠 몰래 들었던 내 이어폰’ 같은 학교생활의 사소한 추억들은 ‘끝이 없는 3월 1일 저녁’에 멈춰 있다. 그러나 지금 친구와의 만남은 ‘개’처럼 반가운 순간일지, ‘늑대’처럼 나를 해치는 위험이 될지 알 수 없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가 노래하듯, ‘너와 나’의 불안 없는 행복은 ‘두 세계의 경계선 그 틈’에서, ‘오렌지빛 마법이 끝이 나기 전’ 찰나의 순간에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굣길’의 ‘돌아보면 텅 빈 학교’라는 묘사 그대로 학교는 그곳에 그대로 있지만, 그 세상을 경험하는 10대의 감각은 코로나19의 시대 속에서 달라졌다. 내면에는 새로운 불안이 자라고, 행복을 바라는 방식도 달라졌다. 이는 SNS 환경 속에서 성장기를 보낸 지금의 10대들이 SNS로 경험하는 잠수 이별의 상실감을 다룬 ‘Ghosting’이나, 관계가 형성되기 직전의 설렘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을 담아두는 단어로 설명한 ‘Wishlist’에서도 드러난다. 설렘, 행복, 불안처럼 10대의 다양한 감정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미래에도 여전히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minisode1 : Blue Hour’는 조금 더 달라진 세상 속에서, 10대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들의 행복은 현실인지 가상인지 모를 5시 53분의 순간에 복고적이되 과거의 그것과는 또 다른 디스코를 통해 표현된다. 모든 것이 완성되어버려 정작 그들만의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특정할 수 없는 시대에, 10대들은 아주 작은 찰나의 순간들을 기록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재구축한다. ‘THE DREAM CHAPTER’의 앨범 세 장을 거쳐, ‘minisode1 : Blue Hour’가 정교한 풍경화처럼 펼쳐놓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계다. 또는 코로나19가 낳은 세계의 ‘Teen spirit’ 같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음악으로 확장한 세계

강명석
: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THE DREAM CHAPTER’에서 발표한 세 장의 앨범을 지나 발표한 중간 기착점, ’minisode1 : Blue Hour’의 타이틀 곡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는 그들의 ‘DREAM’에 디스코를 더했다. 꿈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사운드, 시계 모양을 형상화한 도입부의 사운드와 퍼포먼스는 ‘made by TOMORROW X TOGETHER’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들 특유의 느낌을 전한다. 하지만 이내 이어지는 디스코 사운드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 처음 더해진 요소다. 멤버들은 그들 고유의 것과 이 새로운 도구를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섞는다. 퍼포먼스는 디스코 고유의 동작들을 가져와 경쾌하고 여유로운 그루브를 전하지만, 늘 그렇듯 복잡한 동선을 정확하게 소화하며 치밀한 대형을 보여준다. 노래는 펑키한 리듬을 살린 매끈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도, 후렴구의 ‘Cuz of imagination’처럼 밝고 힘차게 치고 나가거나, ‘너와 나를 남기고파’처럼 풋풋한 부분을 정확히 짚는다. 화면 전체에 청량함이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곡의 뮤직비디오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디스코의 특성을 5시 53분의 순간에 대한 청춘의 기쁨과 생기를 표현하는 장치로 전환한다. 아이돌이 특정 장르의 스타일을 그들의 세계에 끌어들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그들의 발걸음은 단지 다른 세계의 수용에서 끝나지 않는다. 2절이 끝난 뒤 이어지는 댄스 브레이크에서, 멤버들은 모자와 코트를 입고 디스코의 여러 동작들을 응용한 안무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이 모자와 코트를 입는 과정은 배경처럼 활용한 댄서들과 멤버들의 효과적인 동선을 통해 치밀하게 준비돼 있다. 그리고 멤버들이 모자와 코트를 걸치고 무대 앞쪽으로 치고 나오는 순간, 댄서들과 함께 디스코 동작들로 만들어낸 스펙터클은 디스코 동작이 가진 신나고 재밌는 분위기에 더해 벅찬 기운마저 느끼게 하는 청춘의 에너지를 담아낸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THE DREAM CHAPTER’에서 보여준 청춘의 감수성은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에서 디스코를 만나 선명하고 힘찬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그들의 세계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minisode’를 지나면 또 새로운 세계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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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영원히 함께 달려가'는 법

오민지
: ‘I know we were special’. 우리는 특별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고, ‘모든 게 바뀌어’진 상황에서도 ‘우린 계속 아름’답다. ‘minisode1: Blue Hour’ 앨범의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가사처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현실과 가상, 낮과 밤의 경계에 멈춰 있다. 5시 53분에 멈춘 시계처럼 보이는 듯한 안무의 시작은 일상을 상징하는 관람차가 5시 53분에 멈춘 티저 사진의 시작으로 연결되고, 세 가지 버전의 콘셉트 포토는 각각 현실(R), 가상(VR) 그리고 그 둘 사이의 경계(AR)를 나타낸다. R 버전 속 사진들은 노래의 인트로 안무에서 떨어져 있던 멤버들의 팔이, 어깨가 연결되듯, 따로 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VR 버전의 멤버들은 블랙 앤 화이트 마커 스타일 의상과 게임 캐릭터 같은 의상으로 각자 능력치를 설정하는 게임 같은 가상현실을 강조한다. AR 버전은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에서의 ‘내 곁에 내린 blue, 모든 게 바뀌어’라는 가사처럼 파란 벽 앞을 이제는 갈 수 없는 장소들로 꾸며놓았다. 어딘가 우울해 보일 정도의 무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는 멤버들은 쨍한 색감과 스마일 스티커, 유년기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들과는 괴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멤버들은 ‘날씨를 잃어버렸어’에서 ‘표정이 없는 내 얼굴이 싫어’라고 말하면서도 옅은 미소와 찡그릴 정도의 웃음으로 희망을 보낸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에서처럼 시간이 멈춰 ‘마법 속에 갇히고’픈, 아직은 서로 만날 수 없는 현실에 말이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에서 성장통을 겪던 소년들이 이제 누군가는 재앙의 시간이라고, 다른 누군가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시간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하곤 했던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5시 53분의 우린 계속 아름다워’라고 말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그들만의 청량함으로 우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다. 마법 속에 갇히고픈, 그 시간이 ‘사실 난 끝이 날 걸 알아’도, ‘돌아보면 갈림길도 무엇도 보이지가 않아’도, ‘서로의 이름 불러줄 때 우린 영원히 함께 달려’간다는 것. 그렇게, TOMORROW X TOGETHER.
글. 강명석, 김리은, 오민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