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이 끝났다. 페스티벌의 시간이 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던 지난 2년간 음악 팬들은 습관처럼 대규모 음악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에 대한 그리움을 호소했다.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고, 뛰놀던 당연한 경험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준수하는 공연, 온라인 공연이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래주기는 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손뼉만 치고 고개만 끄덕이며 음악을 감상하기란 좀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우레와 같은 함성도, 아티스트를 감동시키는 ‘떼창’도, 페스티벌의 명물 김치말이 국수 등 먹거리도 허용됐다. 뜨거운 태양 아래 ‘사서 고생’ 하더라도 오로지 음악을 위해 달려가던 지난날 추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 공연장마다 구름 인파가 몰려든다. 2년 동안 참고 참은 음악 팬들은 페스티벌에 굶주려 있다. 아티스트 확인과 예매 스케줄 확인은 필수. 장시간 야외 공연에 대비하는 만반의 준비물과 체력도 준비해야 한다.
7월부터 10월 초까지 개최되는 음악 페스티벌을 추천, 소개한다. 각 페스티벌마다 출연 아티스트와 페스티벌의 특징, 매력을 짚었다. 모쪼록 이 가이드가 당신의 혈관 속 ‘페스티벌 DNA’를 깨울 수 있길 바란다. 그럼, 모두 공연장에서 만납시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대한민국 록 페스티벌의 자존심,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음악 팬들은 제일 먼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전신으로 하여 2006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뜨거운 록의 열기를 전달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올해로 17회째를 맞는다. 2020년, 2021년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됐던 펜타포트도 올해 3년 만에 대면 공연 진행을 알리며 화려한 복귀를 선언했다.
이날만을 기다렸던 것일까. 3년 만의 오프라인 대형 록 페스티벌에 대한 팬들의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 5월 12일 라인업이 공개되지 않은 채로 열린 블라인드 티켓, 5월 20일 할인을 제공하는 얼리버드 티켓이 1분 만에 매진됐다. 정식 예매 전 사전 오픈 티켓이 1만 장 이상 판매된 것은 펜타포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벌써부터 인천 곳곳은 록 페스티벌의 열기로 불타오르고 있다. 6월 4일부터 인천 서구 청라호수공원의 무대를 시작으로 인천 펜타포트 라이브 스테이지 공연이 진행 중이고, 인천 지역 내 12곳 라이브 클럽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공연을 펼치는 사전 행사 ‘라이브 클럽 파티’가 시작됐다. 지역 문화 축제와 함께하는 펜타포트는 전국의 음악 마니아들은 물론, 지역 주민의 일상에도 깊이 파고든 명실상부한 대표 음악 축제의 위상을 보이고 있다.
6월 3일 펜타포트 측은 얼리버드 2차 티켓 오픈과 함께 두 번째 라인업을 공개했다. 8월 5일은 밴드 넬을 필두로 크라잉넛, 선우정아, 유라, 이무진, 적재, 효도앤베이스와 프랑스 밴드 타히티 80이 무대를 꾸민다. 8월 6일의 헤드라이너는 4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갖고 있는 밴드 뱀파이어 위켄드, 미국을 울린 베스트셀러 ‘H마트에서 울다’의 주인공 한국계 미국인 미셸 자우너가 이끄는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강렬함과 서정성을 결합한 포스트 메탈 밴드 데프헤븐이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8월 7일은 자우림을 필두로 글렌체크, 김뜻돌, 더 발룬티어스, 더보울스, 세이수미, 아도이 등 국내 밴드들이 인천송도달빛축제공원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하우스 오브 원더
감각적인 기타 연주와 부드러운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톰 미시, 세련된 음악과 잦은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3인조 영국 밴드 뉴 호프 클럽, 섬세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를 들려주는 R&B 싱어송라이터 사브리나 클라우디오, 트렌디한 힙합/R&B 듀오 이모셔널 오렌지스. 한국인의 팝송 ‘parachute’의 주인공 존 케이(John K)와 지코, 자이언티, 애쉬 아일랜드, P1Harmony, 다운(Dvwn)까지. 라인업 공개만으로 음악 팬들의 기대를 불러 모은 페스티벌, 하우스 오브 원더(Haus of Wonder)가 8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다.
하우스 오브 원더는 아티스트 IP 플랫폼 원더월이 개최하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원더월은 온·오프라인 공연 서비스 ‘원더월 스테이지’를 선보이며 지난 3월 이모셔널 오렌지스, 맥 에이어스의 온라인 송출 공연을 진행했고, 4월부터는 힙합 아티스트들의 컬래버레이션 공연 ‘옥스 투 원더(Aux to Wonder)’를 진행하고 있다. 5월 16일 하우스 오브 원더 페스티벌은 얼리버드 티켓이 공개 1분 만에 전량 매진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고, 현재 1차 일반 예매를 받고 있다.
1차 라인업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만큼 추후 아티스트들이 추가되면 더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인기 많은 팝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국내 아티스트들을 균형 있게 섭외한 것도 눈에 들어온다. 특히 7월 1일 글로벌 히트곡 ‘Maniac’의 주인공 코난 그레이(Conan Gray)의 최초 내한 공연을 성사시키며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예매 후 7일 이내에만 무료 취소가 가능하며 이후에는 티켓 금액의 일부에 취소 수수료가 부과된다. 회사의 첫 대규모 페스티벌인 만큼 좋은 무대와 더불어 음악 팬들을 위한 매끄러운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하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일정이 겹친다. 8월 6일과 7일, 음악 팬들은 추후 공개될 타임테이블을 확인하고 일산으로 향할지, 인천 송도로 향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
©️ Private Curve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프라이빗커브가 올가을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SLOW LIFE SLOW LIVE) 페스티벌의 귀환을 알렸다. 2019년에는 스팅, 코다라인, 루카스 그레이엄, 칼리 레이 젭슨, 갈란트, 에디 슐레이먼, 자쿠비 등 해외 아티스트들과 함께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의 가을밤을 장식했다. 올해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펼쳐질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은 뜨거운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의 음악 페스티벌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5월 27일 공개한 1차 라인업에는 세 명의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렸다. 먼저 ‘2002’, ‘Friends’ 등 국내 메가 히트 곡을 보유한 영국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가 눈길을 끈다. 2019년 감동적인 무료 공연을 선보이며 훈훈한 미담을 남긴 앤 마리는 3년 만에 한국 땅을 밟는다. 다음으로는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톤스 앤 아이다. 2019년 발표한 ‘Dance Monkey’가 30개국 이상 국가들의 음악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센세이션을 일으키더니 UK 싱글 차트 1위, 빌보드 싱글 차트 4위 대기록까지 거머쥐며 슈퍼스타의 자리에 오른 아티스트다. 지난해 7월 16일 첫 정규 앨범 ‘Welcome to the Madhouse’를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 아티스트는 글로벌 누적 2억 50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고 있는 노르웨이 출신의 신예 팝스타 페더 엘리아스(Peder Elias)다. 지난 4월 29일 첫 정규 앨범 ‘Love & Loneliness’를 발표한 페더 엘리아스는 지난해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하고 한국 유명 인기 곡을 커버하는 등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은 하나의 스테이지, 하루 5팀의 공연 원칙으로 이동과 아티스트 선택 고민 없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6월 28일 레이니(LANY), 라우브(LAUV), 조나스 블루(Jonas Blue), 제레미 주커(Jeremy Zucker), 벤슨 분(Benson Boone), 샘 라이더(Sam Ryder)가 포함된 라인업을 공개하며 음악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랩비트 2022
국내 최대의 힙합 페스티벌이다. 2014년 ‘랩비트쇼’로 출발해 2018년부터 페스티벌로 규모를 키운 이후 매년 힙합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무대를 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라인업과 가장 긴 공연 시간을 자랑한다. 컬쳐띵크(Culture Think)가 주최하는 랩비트 페스티벌이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오프라인 페스티벌 랩비트 2022는 9월 3일부터 4일까지 서울랜드에서 개최된다. 1일권, 양일권에 한정 추가 패스 티켓 옵션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매년 페스티벌마다 관객들의 높은 호응도와 아티스트들의 인상적인 퍼포먼스로 여러 긍정적인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온 페스티벌인 만큼, 힙합/R&B 팬이라면 고민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랩비트가 자랑하는 아티스트 라인업은 질과 양 모두를 충족한다. 6월 3일 헤드라이너는 2005년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4 출신 컨템퍼러리 R&B 아티스트 럭키 데이(Lucky Daye)다. 5회의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와 더불어 2022년 ‘베스트 프로그레시브 R&B 앨범(Best Progressive R&B Album)’ 수상의 영예를 안은 럭키 데이는 베이비페이스, 어스 윈드 앤 파이어 등 거장들과의 컬래버레이션과 활발한 음악 활동으로 주목받는 싱어송라이터다. 2021년 방탄소년단 지민의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에 ‘Late Night’가 포함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6월 4일의 헤드라이너는 포틀랜드 출신의 래퍼 아미네(Amine)다.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 아미네는 2017년의 히트 싱글 ‘Caroline’ 이후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다졌고 수준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힙합 팬들의 공감을 얻으며 창작의 지평을 넓혔다. 지난해 11월 새로운 프로젝트 ‘TwoPointFive’를 공개했다.
럭키 데이, 아미네와 더불어 자이언티, pH-1, 릴보이, 로꼬, 블루, 수퍼비, 애쉬 아일랜드, B.I 등 많은 국내 아티스트들이 랩비트 2022의 무대를 빛낼 전망이다. 힙합 페스티벌임에도 록 밴드 넬과 새소년을 페스티벌에 포함시키며 장르 구분 없이 즐거운 음악 축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페스티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올해로 19회째를 맞는다. 2021년까지 총 누적 관객 288만 명, 58개국 839팀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한국 가을 대표 음악 축제로, 모래로 덮인 섬 자라섬을 음악의 섬으로 바꿔놓은 기념비적인 공연이다. 세계적인 재즈 거장들부터 한국의 실력 있는 재즈 뮤지션들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하며, 전국 곳곳에서 찾아오는 관객들과 함께 지역 친화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는 등 성공적인 페스티벌의 으뜸 사례로 손꼽힌다.
2021년 팬데믹 상황에서도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취소 없이 공연을 진행했다. 선우정아, 나윤선, 박주원, 조윤성, 이날치 등 아티스트들의 활약과 전제덕 밴드의 ‘아침이슬 50주년, 김민기 트리뷰트’, 폴란드와 싱가포르 재즈 씬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온라인 송출하며 베테랑 페스티벌의 관록을 증명한 바 있다. 코로나19 제약이 상당수 풀린 올해부터는 함성과 취식이 가능해지는 만큼, 재즈 팬들은 여유로운 재즈 선율로 물들어가는 자라섬 일대를 누비며 음악과 함께하는 축제를 만끽할 전망이다.
2022 제19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오는 10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에 거쳐 개최된다. 4월 8일과 9일에는 자라섬의 브랜드 공연 ‘자라섬비욘드’를 개최하며 ‘彩溫(채온)’과 오티움의 무대를 진행했다. 4월 27일에는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 소냐 풀리도(Sonia Pulido)가 작업한 포스터를 공개했다. ‘자연 한가운데의 아름다운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채로운 색감의 포스터가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한다. 이어 페스티벌 관련 이벤트와 협찬 관련 게시물을 업로드하며 티켓 오픈과 라인업을 예고하고 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