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3만 9,918회(7월 18일 기준). 지난 7월 15일,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들이 출연한 ‘출장 십오야2 X 하이브’ 1-1편이 공개된 지 단 4일 만에 기록한 조회 수다. ‘출장 십오야2’ 1-1편은 공개된 다음 날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에 올랐고, 1-2편과 1-3편 또한 각각 2위와 7위에 올랐다. 영상 공개 이후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는 ‘우리 애들’, ‘체력과 지력’, ‘나피디님’ 등 ‘출장 십오야2 X 하이브’ 관련 키워드로 가득했다. 지금 아이돌이 TV 예능 프로그램보다 ‘웹 예능’을 먼저 찾는 이유다. 세븐틴은 정규 앨범 ‘Face the Sun’을 발표하며 자체 콘텐츠 ‘고잉 세븐틴’과 인기 웹 예능 ‘문명특급’의 컬래버레이션 ‘고잉셉특급’을 진행했다. 두 프로그램은 함께 녹화를 진행하고 각각 다른 내용을 방송해 화제를 모았다.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사쿠라와 김채원이 데뷔를 맞아 처음으로 출연한 곳 역시 유튜브 채널 ‘ODG’와 ‘Pixid’였다. ‘문명특급’이 칸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자 재재가 칸으로 가서 영화 ‘브로커’의 출연진인 아이유, 송강호, 강동원, 이주영 등을 단독 인터뷰한 일은 상징적이다. 과거에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던 일들을 웹 예능이 대신하고 있다.
“사쿠라 씨는 아이돌 인생의 10년 히스토리와 한국에서 활동을 결심하게 된 마음이 잘 표현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어요.” 사쿠라와 김채원의 소속사 쏘스뮤직 아티스트매니지먼트팀 김형은 팀장이 설명한 사쿠라의 ‘ODG’ 출연 이유다. 사쿠라는 르세라핌 데뷔 전까지 오랫동안 팬들을 만나지 못했고, 이에 팬들과 소통하며 ‘한 사람’으로서 멤버들이 갖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았다. 김채원은 ‘Pixid’에서 팬 20명과 함께 진행하는 ‘20:1 실시간 비대면 밸런스 게임’을 통해 자신의 오랜 팬들을 만나 그간의 공백 등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쿠라는 ‘ODG’에서 한국 아이와 일본 아이를 만나며 르세라핌으로 세 번째 데뷔를 하게 된 본인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다. ‘ODG’의 윤성원 감독은 이 기획에 대해 “사쿠라 씨가 두 문화권을 경험한 입장에 대해 얘기하는 걸 자연스럽게 녹이면 좋을 것 같았어요.”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은 웹 예능의 영향력이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보여준다. 윤성원 감독은 ‘ODG’가 “기존의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연예인들의 어떤 생각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한 사람으로서 실제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다 보니 “기존에 접하지 못한 이야기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TV 예능 프로그램은 관찰 예능 정도를 제외하면 출연자의 특성에 따라 콘텐츠의 포맷과 내용을 바꾸기 쉽지 않다. 반면 웹 예능은 출연자의 장점 또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려는 경우가 많다. TV에서 다른 채널 인기 프로그램 간의 컬래버레이션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문명특급’이 아이돌 그룹의 자체 콘텐츠인 ‘고잉 세븐틴’과 함께 촬영하고 따로 편집해 각각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유튜브 채널은 제약이 없다 보니까, 웹 예능에 나가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일 수밖에 없어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디어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빅히트뮤직 미디어매니지먼트2파트 이성석 파트장의 말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느끼는 웹 예능의 장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홍보를 할 때 웹 예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확실히 있고, “TV 예능과 달리 웹 예능은 영상 제목만 봐도 그 옆에 출연 아티스트의 이름이 붙기 때문에 이 팀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이는 웹 예능의 형식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웹 예능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러닝타임으로 구성된다. 최근 아이돌 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인간극장’의 강가인 작가는 웹 예능의 러닝타임에 대해 “웹 예능은 20~30분 길이의 콘텐츠 안에서 되게 빠르게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서 저희 딴에는 빠르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팬분들은 그것도 1.5배속으로 보고 계세요.”라고 실제 시청자가 웹 예능을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정해진 방송 분량과 시간을 채워야 하는 TV 예능과 달리 웹 예능은 상대적으로 형식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자율성을 가진다. 일례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minisode 2: Thursday’s Child’ 컴백 때 출연한 ‘아이돌 인간극장’ 에피소드는 이례적으로 멤버들과 담당 의전팀 직원들이 함께 출연했다. “멤버분들과 의전팀분들의 친밀도가 높은 것 같아서,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 같은 코너를 진행하면 둘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더 잘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라는 강가인 작가의 말처럼 해당 영상은 둘 사이의 관계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방식이었다. 해당 에피소드는 ‘아이돌 인간극장’ 영상 중 최단 기간 내 조회 수 200만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나스미디어의 ‘2021 인터넷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의 유튜브 이용률은 99.6%, 20대의 유튜브 이용률은 94.4%를 차지했다.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코로나19로 인한 MZ세대 온택트 여가 생활’ 보고서에서도 MZ세대가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즐긴 여가 생활 역시도 ‘유튜브 감상(72.8%)’이 1위였다. 이미 10~30대에게 유튜브는 새로운 시대의 TV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아이돌 인간극장’의 김은하 PD는 웹 예능에 젊은 시청자들이 몰리는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튜브에는 ‘팬튜브’처럼 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콘텐츠도 많고, 원할 때 빠르게 넘기며 볼 수 있어서 젊은 팬들이 웹 예능을 많이 시청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이미 타깃은 다 유튜브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웹 예능이 게스트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이유다. 명확한 타깃 시청자 층이 있는 만큼, 시청자가 원하는 취향과 유행 또한 각 콘텐츠마다 뚜렷하다. 출연자들 또한 시청자 층의 기호에 맞춰 섭외하고, 가장 보고 싶어 할 만한 주제와 형식을 뽑아낸다. 최근 아이돌 대상 웹 예능은 이런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과거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KBS ‘인간극장’의 형식을 비틀어 아이돌의 일상을 코믹하게 담아낸 ‘아이돌 인간극장’은 출연하는 아이돌에 따라 다른 에피소드를 준비한다. 최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출연 에피소드 제목은 ‘“방PD님 XX 좀 주세요!” 빠꾸 없는 폭로전, 오늘도 화목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였다. 데뷔 때와 달리 이제는 방시혁 프로듀서에게 공개적으로 장난을 칠 수도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변화를 반영한 부분이다. ‘매점 터는 아이돌’, ‘거치면 흥하리’ 등 포맷이 정해져 있는 아이돌 전문 웹 예능도 기본적으로 출연하는 아이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고 있다.
‘출장 십오야2 X 하이브’의 제작진은 이날 출연한 세븐틴에 대해 ‘고잉 세븐틴’을 종종 언급하며 세븐틴의 예능감, 멤버들의 캐릭터 등을 짚었다.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인기 예능에서 세븐틴에 대해 디테일하게 조사해 프로그램의 소재로 응용하고, 아이돌 그룹의 자체 콘텐츠를 별다른 설명 없이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웹 예능과 아이돌의 만남에 대한 상징적인 순간을 보여준다. ‘출장 십오야’는 방탄소년단의 ‘달려라 방탄’과 컬래버레이션한 ‘출장 십오야 X 달려라 방탄’으로 관련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2-2편이 1,970만 5,671회(7월 18일 기준)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문명특급’은 세븐틴이 출연한 ‘문명특급 EP.217’ 편이 654만 6,884회(7월 18일 기준)로 해당 채널의 조회 수 2위를 차지했다. ‘제시의 쇼!터뷰’는 조회수 1위가 1,333만 4,653회(7월 18일 기준)를 기록한 EP.63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편이다. ‘제시의 쇼!터뷰’ 조회 수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출연한 웹 예능 중 가장 높은 조회 수이기도 하다. 아이돌이 웹 예능을 통해 평소에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장점이다. 이성석 파트장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날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 제시 씨다.’ 그런 판단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멤버 수빈은 이영지가 진행하는 토크 쇼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의 첫 회 게스트로도 출연했다. 해당 회차에서 수빈은 “데뷔하고 나서 출연한 프로그램 중에서 제일 나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아이돌과 웹 예능이 서로에게 적극적인 또 하나의 이유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으로 평소에 고집하지 않던 쪽으로도 유입되기가 좋은 플랫폼”이라는 김은하 PD의 말처럼, 유튜브 알고리즘은 아이돌이 출연한 웹 예능을 해당 팬뿐만 아니라 타 팬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까지 전달한다. 아이돌이 출연한 웹 예능 중 반응이 좋을 경우 ‘팬 아닌데도 보게 된다. 입덕 위기다.’, ‘타팬인데 알고리즘에 이끌려서 보게 된 이후로 계속 또 보러 온다.’라는 류의 댓글이 종종 달리는 이유다. 아이돌에게 팬덤 바깥의 소비자들, 특히 팬이 될 가능성이 높은 취향을 가진 이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숙제라면, 인기 웹 예능은 타깃 소비자에게 그들을 알리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알고리즘을 통해 전파는 쉽고, 댓글을 통해 반응이 즉각적으로 확인되며, 조회 수와 댓글이 많아지면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화제가 될 수도 있다. 이성석 파트장이 “저도 댓글은 거의 다 보는 편인데 ‘아이돌 인간극장’에 나갈 때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팬덤뿐 아니라 타 팬덤에서도 반응이 좋더라고요.”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검색조차 없이 알고리즘을 통해 관심을 모을 수 있는 시대다.
이 모든 것들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문명특급’이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의 줄임말)’ 등 아이돌 중심으로 K-팝 산업을 재조명하며 화제가 된 것도 이미 몇 년 전 일이다. 김형은 팀장이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아티스트와 아티스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경로” 중 하나로 “웹 예능”을 꼽은 것처럼 웹 예능이 아티스트의 컴백 및 데뷔 시기에 앨범, 활동 홍보를 위한 필수적인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이제는 ‘출장 십오야2 X 하이브’처럼 기존과는 규모가 다른 판이 벌어지는 시점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의 인기 동영상, 알고리즘 추천, 구독, 좋아요, 댓글들이 업데이트되는 사이 세상은 이미 바뀌었다. 아이돌도 세대가 나뉘는 것처럼, 예능 프로그램과 미디어 환경도 세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보는 사람들의 세대가 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진행 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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