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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예진
사진 출처. ENHYPEN 유튜브

제이는 ENHYPEN에서 요리를 책임지고 있다. 요리 중 삼투압 현상, 마이야르 반응, 레스팅 등의 원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능숙하게 식재료를 다룰 정도다. 그렇게 요리에 진심인 제이와 요리에만 집중한 대화를 나눴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제이가 요리를 대하는 태도가 곧 인생을 대하는 태도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요리를 사랑하게 된 배경

제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강조하셨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제일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겠지만, 저희 부모님께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 유독 많이 강조하셨던 것 같아요. 어머니는 요리를 되게 잘하시는 편이고, 아버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유명하고 다양한 음식을 많이 접하셔서인지 음식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 편이에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식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이왕 배를 채울 거면 한두 시간 줄 서서 기다리더라도 맛있는 걸 먹고 말겠다는 의지가 어려서부터 있기도 했고요. 고생해서라도 좋은 걸 먹으려 하고, 그만큼 먹는 걸 중시해왔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에도 흥미가 생겼던 것 같아요. 


첫 요리의 기억

제이: 아기였을 때 부모님께서 불이랑 칼을 굉장히 조심시켰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처음엔 아마 최대한 불이나 칼을 안 쓰는 것들 위주로 시작했을 거예요. 밥 짓기 같은 기본적인 것. 어머니께서 계량하는 법도 알려주셨고, “이건 이렇게 하는 거야. 다치지 않으려고 이런 자세를 하는 거야.” 설명해주시면서 기본적인 것들 위주로 가르쳐주셨어요. 그러다가 제가 크면서부터는 거의 유튜브로 요리를 독학했죠. 궁금해서 찾아보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그만큼 지식이 쌓여가고, 조금씩 조금씩 취미가 되어 갔어요. 

 

요리는 과학이다

제이: 사실 요리라는 것도 과학이기 때문에(웃음)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망하지 않는, 어떻게 보면 초보들에겐 지름길이에요. 레시피대로 하고, 계량은 무조건 정확하게, 도구는 쓰임새에 맞게 사용하기. 특히 상식을 갖추고 원리를 이해하면서 요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건 겉핥기식으로 좋아하거나 자주 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더 자세하고 전문적으로, 유튜브를 보든 책을 읽든 제대로 공부해서 제대로 한다는 의미예요. 뭘 하든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게 어려서부터 갖고 있던 제 성향이라, 관심 있는 게 생기면 공부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제이의 요리 방식

제이: 저는 이곳저곳에서 봤던 이것저것 다양하고 독특한 요리들 직접 해보면서, 무언가를 배우면 다른 곳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을 알고 나면 그냥 통조림 햄 하나를 굽더라도 엄청 ‘겉바속촉으로 잘 굽게 되는 그런 느낌. 요리할 때 자잘한 과정들까지 집중하는 것도 제 성격대로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머릿속에 생각했던 계획이 틀어지면 약간 ‘멘붕 오는 타입이라.(웃음)

 

‘제이’표 음식

제이: 우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볶음밥 같은 것들은 한국인이 혼자 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고요. 어려서부터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가장 흥미를 가져온 건 고기 요리예요. 스테이크 부위나 굽는 방법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는 게 재밌었고, 고기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해서 고기 위주로 많이 찾아보곤 했어요. 작년에 아마 정원이 생일이었던 시기에 기버터 스테이크를 숙소에서 해봤는데, 기름이 너무 튀어서 난장판이 됐지만… 맛은 되게 좋았습니다. 연어 스테이크도 소스까지 직접 만들어서 해봤고요. 데뷔 초에는 부추전이랑 해물파전 같은 것들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음식을 꽤 다양하게 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양고기가 맛있더라고요. 양고기는 고기 질이 거의 요리의 전부라 좋은 고기를 찾아서 당일에 잘 해먹는 게 관건인데, 언젠가 해보려고 합니다.

 

요리의 핵심은 ‘음식을 나누는 사람’

제이: 맛은 뭐 당연한 것이고, 같이 먹는 사람들이 핵심 아닐까요? 어떤 음식이 너무 궁금해서 혼자 해 먹은 경우가 몇 번 있기는 한데, 그래도 보통은 ‘이렇게 맛있는 게 있으니까 요리해서 누군가를 먹여야지.’라고 생각을 하니까요. 상대방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사실 저한테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멤버들이긴 하죠.(웃음)


제이가 관찰하는 멤버들의 식성

제이: 우선 제이크랑 희승이 형은 입맛이 좀 비슷해요. 기본적으로 먹던 것만 먹는 타입이고요. 떡볶이랑 치킨, 라면 같은 것들을 좋아해요. 근데 제이크는 육회, 막창, 개불, 닭발, 순대 같은 것들을 못 먹는다면 희승이 형은 기이한 음식도 잘 받아들이고, 외국에서도 이것저것 잘 먹는 스타일이에요. 니키는 돼지고기를 제외하고는 어떤 음식에 대한 거부 반응을 보이진 않고요, 아스파라거스 같은 특정 채소를 굉장히 좋아해요. 정원이는 카레나 튀김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고, 웬만한 건 다 잘 먹는 편이에요. 성훈이는 어렸을 때 외국에 돌아다닌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음식에 대한 견문이 넓은 것 같긴 한데, 고기만 찾고요. 선우는 밥보다는 단 걸 더 많이 먹는 것 같은데, 누가 옆에서 챙겨주면 밥도 잘 먹어요. 그래서 밥 먹으러 많이 데리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재밌게 요리하는 방법

제이: 공부 열심히 해서 계량을 정확히 하고 정석대로 잘 요리하면 웬만하면 맛이 없을 리가 없어요. 요리를 시작하시려는 엔진분들이 계시다면 일단 레시피에 써 있는 대로 그대로 하세요. 근데 가끔 분명히 하라는 대로 했는데 맛이 이상할 때가 가끔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이게 맞나? 맞는 거겠지?’ 하면서 그냥 먹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절대로 그대로 먹지 말고 요령껏 바꿔 가면서 드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다음에 재미를 붙이려면 확실히 같이 먹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함께할 사람이 있는 게 확실히 재미 붙이기에는 최고죠. 사실 요리에는 마음이 담기는 게 가장 재밌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칼을 들고, 프라이팬에 불을 켜는 행동에서부터 누군가와 무엇을 해 먹으려고 하는 그런 마음이 담긴 거니까.

 

테이블 매너의 중요성

제이: 좋은 음식을 먹을 땐 합당한 예의와 마음가짐이 필요한 게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자주 접하는 한식, 양식, 일식, 중식을 먹을 때 지켜야 할 식탁 예절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양식을 먹을 땐 접시에 팔자 모양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걸쳐 놓으면 아직 식사 중이라는 의미라 자리를 비워도 종업원이 접시를 치우지 않고요. 포크와 나이프를 가지런히 모아두면 다 먹었으니 치워도 된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제가 일본에서 유명한 장인이 하시는 식당에 가서 들은 얘기인데, 스시는 손으로 먹는 게 요리사에 대한 감사 표현이자 예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현지에서 스시를 먹을 땐 무조건 물티슈로 손을 닦은 뒤 손으로 먹어요.

 

존경하는 셰프, 고든 램지

제이: 고든 램지가 개발한 레시피 중 어떻게 보면 희한할 정도로 기존의 틀과 상식을 벗어난 게 많거든요. 그렇게 정석대로 하지 않으니까 ‘고든 램지식 양념’, ‘고든 램지식 손질 방식’, ‘고든 램지식 수비드’같이 그의 이름이 붙여지는 거고요. 보통 한식이면 한식, 양식이면 양식, 이렇게 전문 장르가 있기 마련인데 이 분은 전 세계의 웬만한 요리에 대한 견문이 넓은 사람인지라 하는 요리가 다 퓨전이에요. 특정 국가나 지역의 요리에만 국한되지 않는 음식들이 많고, 그만큼 되게 신기한데 항상 맛은 보장되는 레시피를 연구해오셔서 배울 게 많아요.

 

제이의 요리 스승 유튜브 콘텐츠

제이: 저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은 물론, 영상을 잘 꾸미고 설명을 잘하는 요리 콘텐츠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중에서 요리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는 분도 있었어요. 저랑 되게 비슷하다고 느낀 부분이, 하나의 요리를 하실 때 어마어마한 노력을 들이시더라고요. 언어도 안 통하는 유튜브를 다 찾아보고 일일이 자막 번역해 가면서 음식의 전통을 제대로 알려고 한다거나,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를 인터넷 끝자락까지 뒤져서 적당한 재료를 찾아 요리한다든지.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그런 점이 보는 입장에서도 훨씬 유익하고 좋기도 하고요.

다양한 취미를 가지는 이유

제이: 보통은 제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느꼈던 것들이 제 취미가 된 게 대부분이에요. 좀 진지한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 제 인생의 모토이기 때문에 제가 어디 가서 늘 하는 말이긴 해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어떤 일을 했을 때 ‘나는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야. 이만큼 잘난 사람이야. 이렇게 힘든 일을 해낸 사람이야.’라는 걸 인지하고 자신감과 자긍심을 당연하게 느끼면서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살기 위해 절대 놓을 수 없는 영혼 같은 것이 배우려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오만해지지 않으려면 배우려는 마음과 태도가 있어야 하니까. 그런 인생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는 늘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고, 흥미를 가지고 배우고 싶어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껴요. 그래서 조금씩 발을 담그는 게 되게 많고요. 요리도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