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 시작하자. 비욘세는 ‘하퍼스 바자’ 인터뷰에서 새 음악에 대한 답변을 한다. “이제 지난 1년 동안의 고립과 부당에서 벗어나서 떠나고, 사랑하고, 다시 웃을 때다. 새로운 르네상스가 오는 것을 느낀다. 어떤 식으로든 그 탈출을 돕고 싶다. 현재 1년 반 동안 작업 중이다. 때때로 수천 개의 사운드 중 딱 맞는 킥이나 스네어를 찾는 데에 1년이 걸리기도 한다. 하나의 코러스에 200개의 화음이 쌓이기도 한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느끼는 사랑, 열정, 치유에 비할 것이 없다. 여전히 9살짜리처럼 신난다. 새 음악이 나온다!” 1년 후, 비욘세는 자신이 말한 것을 정확하게 가지고 왔다. 그녀가 1년 후에 화성에 간다고 하면, 믿어도 될 정도다.
지난 6월 공개한 ‘BREAK MY SOUL’은 다소 당혹스러웠을 수도 있다. 이 노래가 ‘퇴사 송’으로 화제가 된 것도 신나는 댄스 사운드와 가사의 일부분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일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비욘세의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RENAISSANCE’의 앨범 제목, 발매일, 커버 등의 정보를 한 달 정도 미리 공개했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그녀가 이런 평범한 앨범 발매 과정을 거친 것은 2011년 ‘4’ 이후 처음이다. 2013년 ‘Beyoncé’와 2016년 ‘Lemonade’는 모두 사전 예고 없는 깜짝 발매를 한 것은 물론, 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비주얼 앨범, 타이달 등으로 감상 경로를 제한하는 정책 등 비상업적 선택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심지어 처음으로 공식 틱톡 계정을 만들고, ‘BREAK MY SOUL’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앨범 발표를 앞두고 올린 공식 홈페이지 포스트는 새 앨범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선언했다. “나는 편견과 완벽주의에서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 소리 지르고, 발산하고, 자유를 느끼는 곳이다.” 이 선언의 음악적 결과가 무엇인지는 앨범이 나온 뒤에 분명해졌지만, 돌이켜보면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내어놓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좀 더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쳤을 뿐이다. ‘BREAK MY SOUL’을 다시 보자. 시작부터 로빈 S의 1990년대 댄스 클래식 ‘Show Me Love’의 전설적인 신스와 함께, 뉴 올리언스 바운스 장르의 대표 중 하나인 빅 프리디아의 ‘Explode’의 보컬 샘플이 노래를 이끈다. ‘Show Me Love’가 최근까지도 수없이 반복, 인용되어 왔고, 빅 프리디아는 이미 2016년 ‘Formation’에서 샘플로 쓰였다는 점에서, 익숙한 선택의 연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보면 이들은 클럽 문화와 댄스 음악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다.
‘COZY’에는 시카고 출신의 DJ, 허니 디전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곡은 시카고 하우스의 전형적인 베이스 라인을 살짝 뒤틀어 선보인다. 허니 디전은 바로 이어지는 ‘ALIEN SUPERSTAR’에도 참여했다. 이 곡의 도입부 경고는 딥 하우스의 초기 공헌자 중 하나인 DJ 포어모스트 포에츠의 ‘Moonraker’ 샘플이다. 마지막 부분의 연설은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바바라 앤 티어의 1973년 연설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라이트 세이드 프레드의 1991년 댄스 클래식 ‘I'm Too Sexy’의 인용이다. 4번 트랙 ‘CUFF IT’은 시크의 1979년 히트 ‘Good Times’와 직접 닿아 있다. 당연히 나일 로저스가 작곡과 기타 연주로 이름을 올렸다. ‘MOVE’에는 디스코와 뉴웨이브 아이콘 그레이스 존스가 참여했다. 이는 가장 눈에 띄는 일부분이다. 모든 트랙에서 댄스 문화와의 연결 고리를 말할 수 있다.
홈페이지 포스트에서 비욘세는 새 앨범을 자신의 자녀와 남편, 특히 조니 삼촌(Uncle Jonny)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니 삼촌은 그의 대모(godmother)이자, ‘RENAISSANCE’ 앨범의 배경을 이루는 음악과 그 문화를 알려준 사람이다(비욘세의 어머니가 따로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비욘세가 17세 때 HIV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비욘세는 동시에 댄스 음악의 선구자, 그 공헌이 너무나 오래 잊힌 이들을 기린다. 앨범 전체를 통틀어 각종 샘플, 인용, 직간접 참여 등으로 수만 줄의 크레딧이 만들어졌다. 앨범은 디스코, 시카고 하우스, 디트로이트 테크노, 초기 랩 음악, 덥스텝과 EDM에 이르기까지,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 모든 음악을 탐험한다. 그 결과 팬데믹의 끝은 ‘우리 중 가장 취약했던’ 존재가 자유와 평화를 갈망했던 클럽 문화와 맞닿는다. 이 앨범이 블랙 퀴어에 대한 헌사로 남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최근 1990년대를 복고의 대상으로 삼는 움직임이 보이고, ‘RENAISSANCE’와 비슷한 샘플링을 드레이크나 찰리 XCX가 이미 시도했던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욘세는 한두 개의 트랙에서 아이디어로 삼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에게 좀 더 어울리고 자신만이 가능한 방식을 택했다. 긴 시간에 걸쳐 무수한 자원과 비용을 투입하고, 깊은 관심과 애정을 담은 논문이자 러브 레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비욘세는 이미 ‘RENAISSANCE’가 3부작의 1막임을 천명했다. 2, 3막이 언제 어떤 형식으로 세상에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기다릴 가치가 있음을 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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