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만약 양자경이 주연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처럼 수많은 멀티버스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각각의 우주마다 잘생긴 게임 회사 직원 진, 잘생긴 요리사 진, 잘생긴 테니스 선수 진 같은 수많은 진들이 그 우주의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을 듯하다. 그러나 모든 우주를 건너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우주에서 그 모든 진을 경험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솔로 곡 ‘The Astronaut’ 뮤직비디오가 암시하는 것처럼 그가 우주에서 지구로 온 존재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지구에서 사는 진은 ‘지구 레벨의 슈퍼스타’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잘하고, 좋아하고, 사람들을 편하고 즐겁게 해주려 노력한다. 그 모든 진의 모습들을 정리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인 진은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기만의 우주를 갖고 있다.
진은 ‘WORLD WIDE HANDSOME’이다
“Who is the third one from the left?”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레드 카펫에 방탄소년단이 등장했을 때, 인터넷에는 방탄소년단의 멤버들 중 ‘왼쪽에서 세 번째 남자’의 이름을 묻는 글로 가득했다. 빌보드가 그해의 밈으로 선정했을 정도로 큰 화제가 된 ‘the third one from the left’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진의 매력 중 하나다. 이미 2015년 멜론뮤직어워드 레드 카펫 행사에 진이 등장한 뒤 “차 문 열고 나온 잘생긴 남자 누구냐?”는 글이 올라와 ‘차문남’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그래미 줌인남’, ‘조끼남’, ‘핑크마이크남’, ‘유엔총회남’ 등 진이 공식석상에 설 때마다 그의 얼굴에 감탄하는 별명이 생겨나곤 한다. 하지만 잘생긴 외모 외에 틈 하나 찾기 어려운 진의 얼굴이 가진 매력은 진이 자신의 얼굴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으며 분위기를 푼다는 데 있다. “제가 멀리서 봐도 잘 생겼잖아요”라거나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그의 태도는 얼핏 보면 외모를 자랑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자신의 얼굴을 당당하게 자랑하는 것을 콘셉트 삼아 사람들에게 웃음을 일으키곤 한다.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그는 칭찬에 과장하여 반응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유명한 자신을 어려워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진이 ‘보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월드와이드핸섬’은 그냥 남들 웃으라고 가볍게 던지는 말”이라고 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반면 그가 겪은 어려운 일에 대해 물을 때는 “괜찮다.”거나 “별 일 아니다."라는 말로 가볍게 넘어가며 상대방의 걱정을 덜어준다. ‘지구 레벨의 슈퍼스타’일 수밖에 없는 얼굴에 걸맞은,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슈퍼스타인 진이다.
진은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이영지가 진행하는 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 이어 SBS ‘런닝맨’ 등 진은 솔로 곡 발표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출연했다.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굉장히 오랜만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임을 밝힌 것처럼, 진을 비롯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보기 어렵다. 대신 그들은 7년 이상 이어가고 있는 ‘달려라 방탄’을 비롯한 자체 콘텐츠에 출연한다. 시도 때도 없이 ‘아재 개그’를 던지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윙크와 손 키스를 날리는 그의 유머 감각은 자체 콘텐츠에서 갈고 닦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이 친구”, “아↘니~”, “당신” 등 “성대모사하는 거냐?”고 오해받기도 하는 특유의 말투와 ‘유리 닦는 소리’라 불리는 웃음소리도 빼놓을 수 없는 진만의 예능 스타일 중 하나다. 게다가 그는 스포츠라면 아쉬울 수 있으나 예능이라면 축복받았다 할 수 있을 정도의 ‘몸 개그’가 가능한데, 족구를 하다 넘어졌을 때는 자연스럽게 턱을 괴고 누워 “생각 좀 하려고.”라고 말하는 임기응변에 ‘달려라 방탄’의 ‘플라잉 요가 편’에서 요가 자세를 배우다 혼자서 빙글빙글 돌아 큰 웃음을 주기도 한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급박하게 선생님을 부르는 진의 모습은 ‘가장 많이 다시 본 장면’에 뽑혔을 정도다. 하지만 진의 예능감은 언제 어디서나 좋은 분위기를 끌어내려는 태도와 센스에 있다. ‘NME’와 영어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세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World, Wide, Handsome.”이라 대답한 진의 유머 감각은 아미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진은 자신의 유머 감각에 대해 “상대방을 웃게 해서 나를 웃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진의 옆에 있으면 늘 웃게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
진은 이벤트를 잘 기획한다
진은 자신만의 ‘팬 사랑법’을 보여준다. “아미가 즐거우면 됐다.”고 하는 진의 팬 대상 기획은 이미 데뷔 초 팀내 최초의 개인 자체 콘텐츠 ‘잇진(EatJin)’부터 시작됐다. 그는 스케줄 등을 소화하며 식사를 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공유하고, “시즌 2부터는 소통을 위해 말을 하겠다.”고 하는 등 팬들을 즐겁게 하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그 뒤로 커버 곡 선물, 파자마 제작, 심지어 드라마 OST 참여마저 진에게는 ‘팬들을 위한 이벤트’였고, 그가 아미들의 즐거움을 위해 공개했던 ‘슈퍼 참치’는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또한 2017년 ‘THE WINGS TOUR’ 당시 매 회차 엔딩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숨겨온 하트를 꺼내 보여줬던 것으로 시작한 진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안경, 모자, 헤어스타일 등 아이템만 바꿔 투어마다 계속 됐다. 바쁜 공연 중에도 무대 뒤에서 신중하게 소품을 고르는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되면서 팬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는 진의 마음이 전해졌다. 특히 ‘BTS 2021 MUSTER 소우주’ 서울 공연 엔딩에서 선보인 ‘사과 머리’는 공연 전날 팬이 요청한 것으로, 그는 이 헤어스타일에 대해 “팬들이 하는 말을 항상 듣고 원하는 대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방탄소년단이 늘 곁에 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진의 말처럼, 이 모든 기획은 “아미와 소통하기 위해”서다. 아이돌이 아니라 회사원이 되었다면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진은, 사실 이미 기획자다. 타깃이 유일한.
진은 요리를 잘한다
‘[BTS VLOG] Jin | COOKING VLOG’에서 진은 이연복 셰프에게 ‘멘보샤’ 만드는 법을 배운다. 직접 단 자막에는 ‘요리 초보자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썼지만, 사실 그는 상당한 요리 실력을 갖췄다. 요리를 하는 동안 수준급의 칼질을 보여주고, 달걀 노른자를 분리할 때는 “알끈은 빼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해 이연복 셰프를 놀라게 했다. 어려워 보이는 새우 다지기 스킬에도 겁먹지 않고 “도전해보겠다.”며 나서고, 빵을 BTS 로고 모양으로 잘라보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마침내 완성한 멘보샤를 맛본 이연복 셰프는 “처음 만드는 사람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데 잘 만들었다.”는 말과 함께 “흠잡을 데가 없다.”며 진의 요리 실력을 칭찬했다. 진은 연습생 때부터 ‘방탄 블로그’에 자신이 요리하는 과정을 담은 글을 올리며 소통했다. 설날에는 떡국을, 데뷔 1주년에는 미역국을 끓였다. 심지어 멤버 RM의 수능 도시락도 손수 싸줬다. 가끔 7인분의 재료값이 많이 든다고 장난 섞인 투정을 하면서도 늘 멤버들을 위해 요리했고, ‘인더숲 BTS편’에서는 대부분의 끼니를 직접 요리했다. 광어를 손질해 회까지 떴을 정도다. 그러나 진의 요리는 실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은 ‘인더숲 BTS편 시즌2’에서 김치전을 구울 때, 1년 전 ‘인더숲 BTS편’에서 멤버들이 스치듯 “김치전은 기름에 튀기듯 구워야 맛있다.”고 한 것을 기억했고, 이번에는 팬에 기름을 가득 둘렀다. 그의 개인적인 김치전 취향은 기름이 적은 담백한 쪽이다. 실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요리다.
진은 캐릭터까지도 잘 만든다
“RJ 너무 성공해서 바쁩니다. 이번 앨범은 우떠와 함께합니다.” 진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자 자신을 반영해 만든 캐릭터 BT21 중 ‘솔드아웃 프린스’라고 불리는 인기 캐릭터 RJ를 디자인했다. 그리고 진의 신곡 ‘The Astronaut’의 홍보를 위해서는 캐릭터 우떠를 만들었다. ‘우주떠돌이’라는 의미를 가진 우떠를 위해 곡 공개 전부터 우떠의 전용 인스타그램을 개설했다. 진의 스타일링을 따라 한 우떠 일러스트는 물론 솔로 앨범을 준비하는 진의 비하인드 사진도 올리며 팬들과 소통했다. 팬들은 “진의 계정에는 댓글을 달 수 없는데, 우떠 계정이 있어 진과 소통하는 기분”이라며 우떠의 등장을 반겼다. 이후에도 우떠는 한 문장을 일곱 글자로만 말하거나, 비행기가 아닌 우떠선을 타고 다니며 진의 캐릭터답게 뚜렷한 콘셉트를 드러냈다. 아르헨티나 공연 전 진행된 앨범 발매 기념 위버스 라이브에서 진은 우떠 제작 이유에 대해 “우떠가 이렇게 핫해질지 몰랐다.”면서, 정확한 계기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방탄소년단의 사진으로 꾸미기 부담스러울 때 우떠가 대신해 자리를 채우라는 이유였거나, 사람 얼굴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캐릭터로 그 자리를 채우려는 이유였거나 귀여운 놈의 등장으로 팬분들이 조금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은 우떠를 통해 아미들이 즐겁고, 때론 방탄소년단을 생각하는 방법으로 우떠를 만들었다. 우떠와 RJ, 고래 캐릭터 ‘KORE’, 강아지 캐릭터 ‘방타니’ 등 진이 만든 캐릭터는 모두 조금씩 진을 닮아 있다. 그리고 진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을 한다.
진은 게임을 좋아한다
진은 자타 공인 ‘메이플스토리’의 헤비 유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게임을 시작해 월드 스타가 된 지금까지도 ‘즐메(즐겁게 메이플스토리)’ 중이다. 좋아하는 캐릭터 ‘핑크빈’ 굿즈를 모으고, 해외 투어를 나갈 때도 게임용 키보드를 꼭 챙겨 나간다. 지민의 증언에 따르면 진은 “한 손으로는 게임을 하고, 한 손으로는 웹툰 볼 정도”로 게임의 ‘고인물’이다. 결국 진은 ‘MapleStoryXBTS(EP.01)’ 영상에서 “아이템 뽑을 때 회사 방향으로 절하고 뽑는다.”거나, 디렉터 강원기를 만나자마자 “데미안 버그 좀 고쳐주세요.”라고 말하며 유저들에게 ‘찐 고인물’로 인정받았고, 급기야 2022년 마침내 단독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다. 메이플스토리 기획팀 인턴으로 입사한 진은 직접 준비한 PPT를 통해 ‘널뛰기 미니 게임’, ‘마을 개선’, ‘잠옷 추가’ 등으로 다양한 추석 이벤트를 제안하며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애정을 가득 보여준다. 그 후에도 진은 ‘메이플스토리’ 라이브 방송 전화 연결을 통해 솔로 앨범을 홍보하는 등 여전히 게임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있다. 무언가를 열렬히 좋아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진의 ‘메이플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가 게임을 적극적으로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수없이 많은 해외 스케줄을 하며 게임 속에서 대화할 친구를 찾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진은 테니스에 도전 중이다
게임이나 요리와 달리, 테니스는 원래 진의 취미가 아니었다. 진이 테니스를 하는 모습은 ‘달려라 방탄(Run BTS! - EP.129)’을 통해 처음 공개되었다. 장기 프로젝트로 멤버들과 함께 테니스를 배우게 된 진의 실력은, RM의 말대로 “아직까진 골프에 가까운”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개별 연습에 가장 자주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 제이홉과 함께 ‘코치가 뽑은 우승 후보’로 등극했고, 결국 진은 ‘방탄배 테니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다(BTS! - EP.130). 이를 기점으로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진의 노력은 ‘달려라 방탄’이 끝나고도 계속됐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BANGTAN BOMB] Jin's Tennis Practice’ 영상 속에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테니스 연습을 하는 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후 개인 SNS에도 테니스 연습 영상을 업로드했고, 최근에는 코치와 함께 테니스 경기를 직관하러 간 것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진은 ‘GQ’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애장템’으로 한정판 테니스 라켓 가방을 꼽아 여전한 테니스 사랑을 드러냈다. 콘텐츠 촬영을 위해 시작했던 테니스가 그렇게 진의 취미가 됐다. 진은 그렇게 문득 찾아온 우연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진은 노래로 자신에 대해 말한다
진은 작사를 할 때 “단순하고 직설적인 성격이라 실제 경험 위주로 가사를 쓴다.”고 말했다. 첫 자작 곡 ‘이 밤’은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심정을 담으며 “이 밤이 지나면 널 볼 수 없을까 봐 두려워 / 이 밤이 지나면 나 홀로 남을까 봐 두려워”라며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슬픔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또 다른 자작 곡 ‘Abyss’는 그가 “팬들은 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인데, 가끔씩은 속에 있는 얘기를 하고 싶을 때” 부른 노래였고, ‘Moon’은 “너는 나의 지구 네게 난 just a moon 네 맘을 밝혀주는 너의 작은 별”이라며 아미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달조차 작게 만드는 우주를 소재로 삼은 ‘The Astronaut’에서 진은 “You and me”에 대해 노래한다. “목적지 없이 흘러가는 저 소행성처럼 나도 그저 떠내려가고 있었”지만 “너에게 향하는 나의 길”은 “어둠 속에 찾은 단 하나의 빛”이었다. 그리고 “나의 우주”가 돼준 것은 “우리”였다. 너는 “우리”였고, 진은 자신의 “끝나지 않을 history”에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의 진심을 전한다. “When I'm with you There is no one else / A life, a sparkle in your eyes”. 방탄소년단과 ‘My Universe’를 함께했던 콜드플레이의 멤버들이 참여한 ‘The Astronaut’은 마치 진을 우주에 데려다놓은 것처럼 신비롭고 넓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진은 차분하고 잔잔하게 “우리”에 대한 마음을 전한다. 그건 어쩌면 ‘The Astronaut’ 한 곡을 부르기 위해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가는 그의 행동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다 보면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명쾌할 때도 복잡할 때도 있다. 그러나 진은 자신의 세계를 함께하는 “너”이자 “우리”에게 정성과 배려를 다한다. 아이가 타는 자전거를 밀어주다 자신은 혼자 자전거를 타고 먼 길을 떠나는 ‘The Astronaut’ 뮤직비디오 속 진의 모습은 그가 방탄소년단의 멤버이자 요리, 게임, 테니스를 좋아하는 한 청년으로 살아온 방식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과 사람을 조용하게 좋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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