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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Republic Records

‘Midnights’는 테일러 스위프트 10번째 앨범이다. 10월 21일 자정 공개 이후 엄청난 속도로 스트리밍 기록을 써내려갔다. 스포티파이는 미처 24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 앨범이 서비스 역사상 하루 동안 가장 많이 재생됐다고 발표했다. ‘Midnights’는 11월 5일 자 빌보드 차트에 데뷔했다. 주간 판매량 158만 장은 2015년 아델의 ‘25’ 이후 가장 많다. 주간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한 앨범은 역대 22장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중 5장을 가졌다. 주간 앨범 스트리밍 5.5억 회로 역대 3위다. LP만 57.5만 장을 팔아 역대 1위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Midnights’와 ‘Anti-Hero’로 빌보드 200, 핫 100, 아티스트 100, 글로벌 200 등 주요 차트를 석권한 것은 물론이고, 몇 가지 기록을 더 남겼다.

핫 100의 톱 10이 모두 ‘Midnights’ 수록 곡이다. 단일 앨범이 1위에서 10위를 휩쓴 것은 물론, 단일 앨범에서 톱 10 히트 곡이 10개 나온 것도 처음이다. ‘Midnights’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11번째 1위 앨범이다. 여성 아티스트로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역대 가장 많다. 남성/그룹 기록을 보면, 비틀스 19개, 제이-지 14개, 드레이크 12개, 브루스 스프링스틴 11개다. ‘Midnights’에 수록된 20곡의 스트리밍 성적 덕분에 핫 100 관련 기록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이 성공하는 일을 불 보듯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그 성공의 규모를 자세히 따져보는 이유가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당대 음악 시장에서 시도하는 마케팅 전략의 가장 최신 버전이자 그 정점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8월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를 계기로 ‘Midnights’의 발매 계획을 처음 알렸다. 한때 신보를 깜짝 공개하는 것은 유명 아티스트의 독점 전략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분야의 선구자와 같은 비욘세가 올해 ‘RENAISSANCE’를 공개하면서 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왔다. 테일러 스위프트도 2020년 ‘folklore’와 ‘evermore’의 공개 16시간 전에야 앨범의 존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깜짝 공개는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이라는 플랫폼의 존재로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인 것뿐이지, 반드시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9년 ‘Lover’ 시절로 복귀했다는 뜻은 아니다. ‘Midnights’는 앨범 발매일까지 단 한 곡도 싱글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전광판에서 수록곡의 가사를 노출하고, 앨범 발매 직전 목요일 밤 NFL 경기 중 티저 광고를 내보냈다. 그사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로 앨범에 대한 힌트, 발매 주간의 활동 일정 등을 독점적으로 밝혔다. 그는 금요일 자정 앨범 공개 직후 서프라이즈를 예고했고, 이는 새벽 3시에 ‘3am Edition’으로 추가 곡 7개를 공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앨범 추가 곡과 리믹스가 스트리밍 성적을 끌어올리는 방법이 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타이밍과 맥락을 보여준 사례는 없다. 각각의 요소는 새로운 것이 없다. 하지만 그 조합은 새롭다.

 

이 조합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을 아티스트만이 아니라 ‘Midnights’라는 앨범, 혹은 이벤트와 깊이 연결시킨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정상급 아티스트의 가장 큰 덕목이다. 그리고 팬들의 충성심은 현재 실물 앨범 시장의 유일한 대책이다. ‘Midnights’는 각각 4가지 컬러의 CD와 LP, 그 서명 버전은 물론이고, 카세트테이프, 특정 소매점과 카드사 전용 패키지까지 20가지 버전이 나왔다. 하지만 다양한 버전이 단순한 소유욕, 랜덤 요소, 구매 혜택을 재료로 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자정이 어떤 색인지 묻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다시 한 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롭다.

 

지난 한 달간의 차트 성적은 그 결과일 뿐이지만, 숫자 이상으로 그 맥락이 인상적이다. ‘Midnights’와 ‘Anti-Hero’가 유력한 경쟁자 없는 무주공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트 2주 차, 리한나가 무려 2016년 ‘Anti’ 이후 처음으로 내놓은 솔로 곡 ‘Lift Me Up’이 나왔다. ‘Anti-Hero’는 1위를 지켰다. 차트 3주 차에는 드레이크, 21 새비지의 새 앨범 ‘Her Loss’가 나왔다. 빌보드 200 1위를 내주었지만 ‘Anti-Hero’는 여전히 핫 100 1위를 지켰다. 2위부터 9위는 ‘Her Loss’ 수록 곡이 차지했다. 4주 차 차트에서 ‘Midnights’는 1위로 복귀한다.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이 더 많다. 첫째, 여전히 진행 중인 재녹음 프로젝트다. 팬들은 이미 ‘Bejeweled’ 뮤직비디오의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Speak Now’가 다음 재녹음 앨범이 될 것이라는 힌트를 찾아냈다. 때마침 2021년 11월에 나온 ‘Red (Taylors Version)’이 발매 1년을 맞았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재녹음이 원래 버전을 대체하는 새로운 정본이 될 가능성은 레코딩업계의 큰 질문 중 하나다. 숫자로 답을 대신 해보자. 지난 1년간 ‘Red (Taylors Version)’의 스트리밍 성적이 15억 회 재생에 이른다. ‘Red’는 2.8억 회다. 팬들이 소비하는 스트리밍은 그럴 수 있다면, 라디오는 어떨까? 같은 기간 ‘Red (Taylors Version)’ 수록 곡의 라디오 방송은 21만 회로 집계된다. ‘Red’는 3.8만 회다.

 

둘째, 그래미 어워드가 있다. 11월 15일 레코딩 아카데미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를 발표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All Too Well (10 Minute Version)’로 올해의 노래 부문 후보다. 이것으로 그는 올해의 노래 후보작 6개를 보유한다. 폴 매카트니, 라이오넬 리치의 오래된 기록과 동점을 이뤘다. 내년 이맘때 우리는 ‘Anti-Hero’와 함께 기록이 깨지는 것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멀리 볼 것도 없다. 내년 2월, 그가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다면 아티스트의 마스터 권리 역사에서 전례 없는 승리다.

 

마지막으로, 2006년 데뷔부터 ‘Midnights’에 이르기까지 테일러 스위프트의 한 시대는 공연으로 완성될 것이다. 그는 11월 1일, 새 앨범 ‘Midnights’ 투어가 아니라, 자신의 스튜디오 앨범 전체를 기념하는 ‘Eras’ 투어를 발표했다. 2018년 ‘Reputation’ 투어를 마지막으로, 그 이후에 나온 모든 음악은 라이브로 선보인 적이 없다. 후원사이기도 한 캐피탈 원 광고는 이 투어에 대한 예고편이다. 그는 자신의 지난 16년과 앨범 10장을 어떻게 보여줄까? 전통적 음악 시장부터 소셜 미디어, 스트리밍 시대를 관통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정상을 지킨 적응력. 컨트리 소녀부터 팝 스타를 거쳐 팬데믹 시기의 전환에 이르기까지 그 외형은 변화한 것처럼 보이나, 결국 모든 길은 당대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로 이어지는 꾸준함. 곡 쓰기부터 뮤직비디오 감독까지, 스트리밍부터 마스터 권리까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통제하기 위한 여정의 단단함. 무엇을 보여주든, 그것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