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걸그룹 빌리가 첫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콘서트 ‘the interlude of 11’을 개최했다. 빌리는 이 공연에서 현실과 꿈, 무의식을 넘나드는 빌리의 세계관을 실제 스테이지와 XR 스테이지로 보여주며 관객들을 그들의 세계로 안내했다. 빌리가 데뷔 1주년을 맞아 연 이 독특한 공연을 통해 그들이 그간 보여준 세계관과 이야기에 대해 정리했다.
보랏빛 비가 내린 그날로
그룹 빌리는 ‘누구나 가지고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면의 자아, 우리들의 B-side를 표현하겠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빌리의 세계관은 ‘어느 마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열한 번의 종이 울리고 한낮에 보랏빛 비가 내리면 크고 검은 존재가 나타나 세상 저편으로 데려간다.”라는 괴담과 함께 발생한 ‘빌리 러브’라는 한 소녀의 실종 사건이다. 멤버들은 ‘빌리’의 친구로 등장하며 이와 강하게 엮여 있지만 모두 사건에 대해 침묵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1주년 XR 콘서트에는 빌리의 뮤직비디오 속 세계관을 이어가고자 스토리 속에 등장하는 사라진 ‘빌리 러브’의 집, 빌리 러브와 빌리 멤버들이 다 같이 모이기로 했던 다락방 공간을 XR로 재현했다. 다락방은 동화스러운 공간이면서 동시에 빌리가 멤버들과 함께 놀았던 추억의 공간이기도 해,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듯 아련하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분위기의 다락방을 XR로 표현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빌리 멤버들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을 모델링하여 배치해서 분위기를 살리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기하학적인 물체는 빌리가 가지고 있는 미스터리한 느낌과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모습을 좀 더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작업 되었다. 이에 공연을 기획, 제작한 앰버린은 “하나하나의 의미는 팬분들의 상상에 맡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걸 찾고 발견하는 재미도 함께 느끼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음악과 무대 연출 역시 세계관을 반영한다. 데뷔 앨범 ‘the Billage of perception : chapter one’의 타이틀 곡 ‘RING X RING’의 가사는 “흔적이 없대, is she dead dead”, “넌 거기 그대로 기다려, 널 내가 구하러 나가겠어” 등 사라진 빌리를 찾으러 가는 내용이다. 앨범의 수록 곡 ‘flipp!ng a coin’과 같이 동전을 던져 반대 면으로 뒤집듯, 빌리는 현실을 벗어나 거꾸로 된 세상인 무의식의 구간으로 넘어가는데, 이 과정을 멤버들이 무대에 생긴 문을 열고 들어가 세상이 180도 거꾸로 뒤집혀진 XR 무대로 들어가는 연출을 통해 세계관을 분명하게 반영했다.
또한 두 번째 미니 앨범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은 기존 빌리의 실종 사건을 다룬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의 빌리가 현실 세계의 빌리에게 말을 걸면서 이른바 ‘멀티 세계관’을 추가하게 된다. 이때 타이틀 곡 ‘GingaMingaYo (the strange world)’는 “찾아낸 빌리 나 같기도 해”, “이 거울 속 빌리는 누군데?”와 같은 가사로 실종된 빌리가 자신인지 타인인지 의심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수록 곡 ‘overlap (1/1)’은 현실 세계에서의 빌리가 멀티 세계관, 즉 다른 차원의 빌리에게 하는 얘기를 담은 듯한 가사가 특징으로, “너의 주소 11, B-side”, “분명히 존재해 ‘문’”과 같은 세계관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듯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이때 분명히 존재하는 ‘문’ 너머의 무의식 세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one’ 앨범 커버를 그대로 무대에 옮겨 현실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가 공존하게끔 연출했다. 빌리의 세계관에서 ‘문’은 현실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를 오고 갈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며 문이 열린다는 것은 무언가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the eleventh day’ 무대는 닫혀 있던 문이 열려 있고, 그 안으로 우주가 보인다. 공연의 세부 연출을 맡은 김희나, 김백희(하이브재팬) PD는 “공연이 끝나지만 빌리의 세계관 속 이야기는 아직 풀어낼 이야기들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라 말했다. 마지막 곡이 종료한 후 빌리가 퇴장하고 닫혀있던 문이 열리며 어떠한 세계가 보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빌리의 다음 앨범에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없는 걸 있게 하는 것, XR(확장현실) 콘서트
첫 콘서트 ‘the interlude of 11’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온라인 XR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VR(가상현실)이 현실 세계를 차단하고 새로운 현실을 경험하도록 하는 기술, AR(증강현실)이 현실 세계 위에 컴퓨터 그래픽을 덧입히는 기술이라면, XR(확장현실)은 VR과 AR을 사용자의 의도대로 선택하고 결합하여, 현실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확장한다는 의미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XR은 ‘현실’에서의 세계와 ‘꿈과 무의식’ 속의 세계를 함께 다루는 빌리의 멀티 세계관과 닮아 있다. “미스터리한 현실과 무의식의 공간을 계속 넘나드는 빌리의 세계관을 리얼 스테이지에서 구현해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XR 스테이지에서는 공간의 구현이 자유로워 빌리 세계관을 표현하는 데 최적이라 생각했다.”는 앰버린 제작팀 김경원 실장의 말처럼 빌리 멤버들은 곡의 테마 전환에 따라 자유롭게 실제 세트와 버추얼 스튜디오를 오가며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단 몇 초 만에 공간을 전환시키고, 무대에 조형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게도 하는 XR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무대에서 가능케 함으로써, 팬들은 시공간과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빌리의 멀티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현실’의 세계는 실제 스테이지에서의 공연으로 표현하고,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XR 스테이지 공연으로 구분해 연출했어요.”라는 앰버린 제작팀 소재우 감독의 말대로 오프닝 곡은 우리가 늘 봐오던 평범한 무대에서 진행되다가, 세 번째 곡인 ‘flipp!ng a coin’에서 네 번째 곡 ‘M◐◑N palace’으로 넘어가는 대목에서 XR 스테이지로 무대가 전환된다. 무대의 전환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실제 스테이지 무대 배경에 문이 생기고, 빌리 멤버들은 그 문을 바라본다. 수아가 문으로 다가가 노크하고, 뒤이어 하루나가 그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문을 열고 들어선 세계는 180도 뒤집힌, 현실과 반대방향인 XR로 구축된 세계이다. 이 낯설고 새로운 세계에서 빌리의 ‘M◐◑N palace’ 무대가 시작된다. 제작팀은 ‘flipp!ng a coin’에서 다음 ‘무의식’ 구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문을 열면 보이는 180도 뒤집힌 무의식의 팰리스로 표현했다. 미스틱스토리 비즈니스 2팀에서 제작/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유예나 팀장은 “마치 동전을 뒤집듯 마주한 세계가 전환되는 극적인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제목 그대로 ‘flipp!ng a coin’만큼 적합한 곡은 없었어요.”라며 해당 곡을 XR 무대로의 전환점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실체적 레퍼런스가 없었던 무의식의 공간인 문 팰리스(M◐◑N palace)를 시각적으로 구축하는 작업이 가장 큰 숙제”였다는 아트팀 한지희 팀장의 말처럼 XR 공연은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구현해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한지희 팀장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 공간, 장비 설치의 물리적 제약 등을 고려하여 연구한 끝에 문 팰리스는 거꾸로 된 두 세계가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중력의 방향이 혼합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오묘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며 무대 공간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콘서트의 기획 및 제작, 총연출은 VR, AR, XR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음악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아트테크 기업 앰버린이 맡았다. 총 6개월에 걸친 XR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했으며, 무한대로 확장되는 무대와 초대형 커브형 LED에 언리얼 엔진(3D 기반 게임 엔진)으로 구현된 리얼타임(실시간) 그래픽을 사용했다. 제작팀 김경원 실장과 소재우 감독은 “빌리만의 스토리를 XR 기술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 연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했다. 카메라 샷 콘티와 분위기 디렉션 이외 연기의 구체적인 부분은 빌리 멤버들에게 맡겼다. VCR 브릿지를 제작한 아트팀 한지희 팀장은 “빌리 멤버들이 대화를 통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연기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조율”했으며 “낯선 XR 환경에서 자연스럽고 진지하게 연기해준 것”이 놀랍고 감동스러웠다고 빌리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빌리의 첫번째 EP앨범에 수록된 스토리필름의 영상 말미에 “없는 걸 있게 하는 것, 그걸 우린 간절함이라고 부르지.”라는 대사가 등장해요. 없는 걸 있게 하는 것, 이것이 이번 공연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XR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요.” 아트팀 한지희 팀장의 말처럼, 빌리의 세계에 대한 그리고 이 세계에 초대받은 팬들 ‘빌리브’를 위한 간절한 연구 끝에 오직 빌리만을 위해 새롭게 구축된 하나의 세계가 완성되었다. 빌리의 세계는 이제 시작이다.
빌리가 말하는 빌리 멤버들의 1주년
시윤: 빌리의 세계에 빌리브들을 초대해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 굉장히 큰 의미였습니다! 더군다나 XR로 구현한 무대는 저희의 세계관을 더욱 디테일하게 표현해줘서, 몰입도 높게 무대에 임할 수 있었고, 봐주시는 많은 빌리브분들도 좋아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저희의 첫 콘서트는 정말 뜻깊고,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수현: 우선 빌리의 데뷔 1주년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빌리의 발걸음에 빌리브가 항상 함께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빌리의 앞날에도 항상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빌랑해!
츠키: 많은 빌리브가 빌리 데뷔 1주년을 같이 축해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말이 너무 영광스러웠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빌리로 함께한 1년 동안의 추억들이 다 떠올랐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행복한 일들을 많았으면 좋겠고, 빌리브가 항상 빌리에게 행복을 주는 것 같이 빌리도 항상 빌리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가수가 되겠습니다!
션: 데뷔 1주년을 맞아 빌리의 방대한 세계관이 녹아있는 XR 콘서트로 인사드리게 되었는데요. 빌리브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고, 이번 무대를 통해 저희의 세계관을 더 다양하게 보여드린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음악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이니까요. 빌리브, 빌리와 평생 함께해요!
하람: XR 콘서트를 통해 저희 빌리와 빌리브만의 공간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저희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에 팬분들이 보내주시는 사랑이 더 크게 와닿아서 신기했습니다.
문수아: 일단 데뷔 1주년이라는 것이 신기하고 떨렸고, 꼭 하고 싶었던 콘서트를 특별하게 XR로 하게 되어 더 신기했습니다. 1주년에 맞춰 하는 콘서트라 더 특별하다고 생각되는데 XR로 하는 콘서트이다 보니 더욱더 특별하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하루나: 빌리의 데뷔 1주년에 함께한 콘서트이고 또 빌리와 빌리브만의 공간을 XR로 표현한 특별한 공연인 만큼 빌리브에게도 행복한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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