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 왔다. ‘위버스 매거진’도 팬들과 2022년을 함께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그 아티스트들의 멋진 순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3주에 걸쳐 방탄소년단,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ENHYPEN, 프로미스나인, 르세라핌의 스태프들이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의 음악, 자체 콘텐츠, 퍼포먼스의 멋진 ‘MOMENT’를 차례대로 선정한다. 이번 주는 여섯 팀의 퍼포먼스를 돌아본다. 두 번째 순서는 세븐틴의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윤혜림 디렉터가 말하는 ‘HOT’의 이야기다.

세븐틴의 올해의 퍼포먼스 ‘MOMENT’로 ‘HOT’을 고른 이유

윤혜림(플레디스 퍼포먼스디렉팅팀 팀장): 태양이 되겠다는 세븐틴의 포부가 담긴 ‘Face the Sun’ 앨범은 시기적으로 팬데믹이라는 암흑기가 풀리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세븐틴이 가장 잘하는 게 퍼포먼스잖아요. 그래서 타이틀 곡인 ‘HOT’의 퍼포먼스에서 확실한 한 방을 터트리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했어요. 그동안 활동하면서 세븐틴이 정말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다 보니 또다시 새로운 모습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는데요. 이번 퍼포먼스에서는 ‘춤을 잘 추는 세븐틴’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멤버들의 성숙해진 모습까지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빡센’ 동작들을 구사하면서도 후렴구에서 라인을 살린 동작들을 통해 ‘태양’이라는 콘셉트에 부합하는 여유로운 면모까지 녹여냈어요. 결과적으로는 ‘HOT’이 보는 사람의 기대에도 부응할 수 있었고 멤버들도 플레이어로서 자부심 있게 퍼포먼스를 했던, 모두를 만족시킨 퍼포먼스라고 생각해서 세븐틴의 올해의 퍼포먼스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BE THE SUN’ 오프닝: ‘HOT’ + ‘March’ + ‘HIT’

윤혜림: 세븐틴의 올해의 무대는 ‘BE THE SUN’의 오프닝 무대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태양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달려갈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던 무대거든요. 오프닝만 봐도 ‘BE THE SUN’이라는 네이밍이 떠오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어요. ‘HOT’은 ‘태양이 된 세븐틴’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당연히 ‘BE THE SUN’의 첫 무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어서 함께 행진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March’, 힘차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HIT’까지 세 곡의 조합을 통해 태양을 향해 가는 여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세 곡을 연이어 하게 되면 오프닝부터 에너지를 최대치로 쏟아부어야 하다 보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멤버들과도 고민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이거 정말 할 수 있겠어?” 하고 걱정하긴 했는데 결국 고민의 끝은 “가자! 일단 해보자!”였어요. 보는 사람의 쾌감이 우선이고 본인들의 체력은 생각하지 않는 거죠.(웃음) 멤버들이 공연의 흐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 세 곡의 조합으로 오프닝 무대를 꾸렸을 때 우리의 메시지가 보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와닿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서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예요. 세븐틴 멤버들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해요. 일단 하기로 결정했으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고 집중해서 빠르게 그 목표를 달성하려는 마인드가 보편화돼 있죠. 무대에 대한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공연에 최적화된 팀이에요. 그래서 스태프들도 멤버들, 팬분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다시 “아주 NICE!”

윤혜림: 오랜만에 하는 오프라인 공연이기도 하고 팬데믹으로 취소됐던 돔 투어를 2년 반 만에 다시 하게 되어서 이번 투어에 대한 기대가 정말 컸어요.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세븐틴 멤버들이 내는 의견을 들어보면 거의 다 전적으로 캐럿을 위한 거예요. “보는 사람이 이렇게 느꼈으면 좋겠고, 캐럿이랑은 이렇게 놀고 싶어요.” 매번 이런 식이거든요.(웃음) 그래서 팬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떼창 포인트도 만들고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신나는 곡들도 세트리스트에 많이 추가하게 됐죠. ‘Face the Sun’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팀 세븐틴이기도 하고, 멤버들도 “캐럿들이 보다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무언가를 하고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많이 줬어요. 팬분들도 팀 세븐틴의 중요한 일원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했죠. 그러다 보니 멤버들이 팬분들을 가만히 두지를 않더라고요.(웃음) 아시다시피 앙코르 때는 멤버들이 ‘아주 NICE’ 교관이 되잖아요. 팬분들이 같이 안 뛰어주시면 진심으로 섭섭해하거든요.(웃음) 캐럿들이 얼마나 뛰어주시냐에 따라 ‘아주 NICE’의 플레이 수가 달라지는 거죠. 앙코르가 너무 재밌을 때는 멤버들이 무대에서 진짜 내려오기 싫어하더라고요.(웃음) 

세븐틴의 팀워크

윤혜림: 세븐틴이 데뷔하는 데 워낙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니 데뷔가 확정된 순간부터 명확하게 ‘우리는 한 팀’이라고 응집된 느낌이었어요. 그때 만들어진 끈끈한 팀워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인원 그룹인데도 멤버 각각이 서로를 정말 잘 알고 있고 이해도 잘 해줘요. 솔직히 안 싸운다는 얘기는 아니에요.(웃음) 대신 다툼이 있더라도 정확하게 바로 푸는 방법을 알죠. 세븐틴은 그 과정을 절대 피하려 하지 않고 함께 공유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려 해요. 서슴지 않고 대화를 건넬 줄 알고 또 받아들일 줄도 알고요. 언제나 우리가 함께한다는 걸 모든 멤버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퍼포먼스 연습을 할 때도 아무리 본인이 지치더라도 조금 늦어지는 멤버가 있으면 “괜찮아. 같이 맞출게.” 하고 흔쾌히 같이 해주는 스타일이에요. 저마다 성향이 다른 친구들인데도 적절하게 잘 융화돼서 한 팀을 이루고 있는 게 이 팀이 오래 가는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빛나는 약속

윤혜림: 2022년은 우리가 한계 없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던 한 해였다고 생각해요. 8년 차에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고 있다는 건 당연히 기분 좋은 일이죠. 하지만 세븐틴은 단순히 성과를 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팀이 아니거든요. 연습하면서도 항상 우리의 작품이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 디테일하게 고민하고 하나하나 확인해요. 순간순간 우리가 해야 하는 것에 충실한 팀이자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작품으로서 가장 잘 표현하는 팀이 세븐틴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븐틴에는 열심히 하지 않는 멤버가 단 한 명도 없어요. 진짜 멋있는 친구들이에요. 저도 오랫동안 일했지만 이런 친구들은 처음 봤거든요. 데뷔 직전부터 멤버들과 함께해왔는데 아직까지 같이 일하는 게 재밌을 정도예요.(웃음) 솔직히 저로서는 세븐틴과 작업할 수 있어서 감사하죠. 사실 계단식 성장을 한다는 게 물론 장점도 있겠지만 도중에 지치기 마련이거든요. 끊임없이 버텨야 하는 거죠. 13명이 그 모든 걸 이겨내고 아직도 매사에 최선을 다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걱정이 없어요. 계속 열심히 할 거예요. 세븐틴은 세븐틴이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