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K골든과 이안 디올의 ‘Mood’는 올가을 최대 히트곡 중 하나다. 11월 21일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네 번째 1위를 기록했다. 올해 1위에 오른 20곡 중 4주 이상 1위에 오른 노래는 로디 리치의 ‘The Box’, 위켄드의 ‘Blinding Lights’, 다베이비의 ‘Rockstar’, 카디 비의 ‘WAP’까지 5곡이다. 대형 히트곡이 차트를 독식할 때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압도적인 스트리밍 성적은 가장 흔한 이유다.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 유행으로 인기에 불이 붙고 스트리밍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도 최근의 경향이다. ‘Blinding Lights’처럼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고 그만큼 상위권에서 장수하는 곡도 있다.

일견 ‘Mood’ 또한 유사한 흐름 안에 있지만, 조금 다른 면도 있다. 말 그대로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코러스로 히트곡의 자질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틱톡 챌린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모든 사람이 쓰는 전략을 1등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은 아리조나 제르바스의 ‘Roxanne’이 틱톡 바람을 타고 빌보드 핫 100 차트 4위까지 오르던 시절이 아니다.

‘Mood’의 차트 성적을 뜯어보면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Mood’는 핫 랩 송스 차트에서 5주째 1위다. 그리고 핫 록&얼터너티브 송스 차트에서는 12주째 1위다. 두 차트가 각각 2009년, 1989년 시작한 이래 두 차트를 석권한 최초의 노래다. 이들은 핫 100과 모든 기준을 공유하고, 장르별 구분만 한다. 둘째, ‘Mood’는 라디오 성적을 바탕으로 순위를 차근차근 올렸다. 10월 24일 자 차트에서 첫 1위에 올랐을 때, ‘Mood’는 스트리밍 4위, 음원 판매 6위, 라디오 방송 부문 6위였다. 차트에 진입한 지 10주째였는데, 그중 여섯 번은 라디오 성적이 가장 크게 오른 노래로 선정되었다. 미국의 라디오는 장르별로 확실히 분화되어 있다. 청취자는 특정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방송은 그 취향에 맞춘다. 다시 말해 ‘Mood’는 랩 음악 청취자와 록/얼터너티브 팬을 모두 만족시켰다는 뜻이다.

드레이크의 ‘Hotline Bling’ 이후 랩 없는 랩 송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존재다. 포스트 말론의 ‘Circles’가 R&B/힙합 차트에 아예 등재조차 되지 않았을 때, 머신 건 켈리의 ‘Ticket to My Downfall’이 록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을 때, 우리는 장르의 편견이 허물어진다고 생각했다. ‘Mood’ 앞에서는 이조차 낡은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2000년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장르는 애초에 별 상관없다.

TRIVIA

빌보드 핫 100
미국 ‘빌보드’지가 발표하는 주간 인기곡 차트. 앨범 순위를 발표하는 '빌보드 200'과 함께 가장 중요한 차트로 다룬다. 음반 및 음원 판매, 라디오 방송, 온라인 스트리밍 성적을 합산하여 선정한다. 공식 일정은 매주 토요일이나, 빌보드 홈페이지는 보통 화요일에 순위를 공개한다.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