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KBS)
송후령: “Let’s go, Skrr~!” ‘노영심의 작은음악회’,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리고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는 30년 넘게 이어진 KBS 심야 음악 토크쇼의 명맥을 잇는 프로그램이지만, 박재범은 이전의 MC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로 끌고 간다. 매회 직접 작사하고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오리지널 시그널 곡 ‘Sunday Night Drive’를 부르며 등장하고, 자신이 차에 탄 채 신인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야외 코너 ‘타라웃’을 신설했다. 그리고 6회에 출연한 제이홉과는 객석에 앉아 관객들에게 둘러싸인 채 주변 관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눈을 맞추며 토크를 진행했고, 제이홉과 땀을 뻘뻘 흘리면서 ‘on the street (with J. Cole)’ 챌린지까지 하며 ‘on the street (with J. Cole)’의 벌스를 직접 써 와서 들려주기까지 한다. 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제이홉과 밴드 세션에 맞춰 댄스 잼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더 시즌즈-박재범의 드라이브’가 게스트를 진심으로 ‘샤라웃(shout out)’하는 음악 토크쇼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열정적인 에너지와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누가 방문하든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노영심의 작은음악회’부터 지난 KBS의 모든 음악 토크쇼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데뷔 53년 차 가수 양희은부터 “이런 무대를 처음 경험”해봐서 부끄럽다는 가수가 본업이 아닌 배우 장동윤까지, 박재범과 함께라면 유쾌하고 신나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이유다.
‘스즈메의 문단속’
임수연(‘씨네 21’ 기자): 규슈의 한적한 마을, 소녀 스즈메 앞에 폐허의 문을 찾는 낯선 대학생 소타가 나타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청년에게 첫눈에 반한 스즈메는 그의 뒤를 쫓다가 낡은 문을 발견한다. 무심코 문을 열어젖히자 나타난 고양이 수호신 다이진은 소타를 작은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전역에 재난의 위기가 닥친다.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를 횡단하는 스즈메와 (의자가 된) 소타 그리고 다이진의 여정은 유쾌한 로드 무비인 동시에 실제 일본의 대지진 역사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사회의 트라우마를 위무했던 신카이 마코토의 세카이계(일본 서브컬처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소년과 소녀의 운명적 관계가 세계의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 유형)는 지브리의 전성기를 상기시키는 따뜻한 유머와 전통 설화적 이미지까지 품으면서 야심차게 확장된다. 그 결과, ‘스즈메의 문단속’이 가닿는 주제는 ‘재난 이후의 삶’이다. 스즈메가 봉인했던 폐허와 죽음의 기억은 그가 여행을 통해 경험하는 소박한 즐거움과 대비된다. 재난의 일상성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상처를 온전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내일의 평범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영화의 사려 깊은 위로는 일본뿐만 아니라 팬데믹, 전쟁 등 현재 진행형의 재난을 마주한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유효하다.
‘빛과 영원의 시계방’ - 김희선
김겨울(작가): 세상은 우리가 아는 대로 그렇게 평범하게 흘러가는 걸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는 사실 상상도 못할 놀라운 일들이 몰래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김희선 소설가는 세상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이 ‘이상함의 틈새’를 파고들어 독자 앞에 펼쳐놓는다. 그 틈새에는 오토마톤이 된 시계 명장이, 기억을 잃은 축구 선수가, 하늘에 멈춘 달이, 안개 속의 집이, 시간 여행을 떠난 시계공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그램이 있다. 각각의 틈새는 현실 또는 역사와 이음새 없이 은근슬쩍 연결되면서 문득 우리의 삶을 새로운 눈(혹은 의심스러운이나 희망찬 눈)으로 보게 만든다. 표제작의 제목이 아니라 소설집의 오리지널 제목인 ‘빛과 영원의 시계방’은 소설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모티브들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삶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합당하다. 그 반복은 지나간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혹은 다가올 삶의 지난함에 대한 경고 내지는 체념이기도 하다.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 ‘Park Hangs’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이 플레이리스트의 이름을 한글로 번역한다면, ‘공원 소풍’ 정도 될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며, ‘인디 댄스와 얼터너티브 힙합으로 잔잔한 시간 보내기’라고 묘사한다. 이름은 플레이리스트의 분위기와 소용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공식 소개는 그 안의 음악적 스타일을 담백하게 풀어놓았다. 그러니까 이제 당신은 이 플레이리스트가 흘러나오는 풍경을 제법 잘 상상할 수 있다. 주말, 따뜻한 봄날, 한강 혹은 어느 공원, 돗자리나 담요를 펼쳐 놓고, 가족 혹은 친구와, 간식과 대화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다. 너무 익숙한 음악은 모처럼의 시간을 출퇴근길과 다를 바 없게 할 것이고, 지나친 새로움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대화를 방해할 것이다. ‘Park Hangs’는 새롭지만 익숙하고, 달리 말하면 편안하다. 언제든 박자에 맞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여전히 새롭기에 공원에서도 당신과 동행만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챙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