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포브스’가 발표한 ‘2022년 세계 엔터테이너 소득 순위’에서 영국 록 밴드 제네시스가 1위에 뽑혀 화제에 올랐다. 흔히 당대의 팝 스타가 많은 소득을 올릴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과거 순위를 보면 대체로 사실이다. 2019년 순위를 보면 테일러 스위프트, 카니예 웨스트, 에드 시런 등이 상위권에 있다. 2020년에는 카니예 웨스트, 엘튼 존, 아리아나 그란데가 보인다. 연예인 소득 순위는 매년 변동이 크고, 특히 음악가의 경우 대부분 대형 투어를 성공시키면서 그해 소득이 크게 증가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제네시스는 어떨까? 이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밴드이나, 이미 40년 전에 상업적 전성기를 누렸다. 최근 대규모 공연 등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인 것도 아니다. 대신 음악 저작권을 판매한 결과라고 설명된다. 이와 같은 일은 2021년 순위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2021년 소득은 같은 이유로 4억 3,500만 달러다. 폴 사이먼이 2억 달러, 밥 딜런이 1억 3,000만 달러 등이다. 그렇다면 음악가의 저작권 판매가 무엇일까? 그 가치는 왜 그렇게 클까? 그리고 왜 2021년 이후 이 현상이 눈에 띄었을까?
먼저 저작권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음악에 대한 권리는 창작(musical works)과 녹음 결과물(sound recordings)로 나뉜다. 작사·작곡자(songwriters), 아티스트, 음반 회사 등은 각각의 권리를 미리 정해진 비율로 소유한다. 음반, 다운로드, 스트리밍, 미디어 삽입(synch) 등 음악 및 음원에서 비롯하는 다양한 수익은 지분에 따라 나뉜다. 저작권 판매 혹은 카탈로그 판매라고 불리는 계약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지분에서 발생하는 미래의 수익을 양도하면서, 일시불을 지급받는 계약이다.
카탈로그 판매 시장은 2020년 이후 급격히 성장했다. 뮤직 카탈로그 시장은 2019년 4,000만 달러, 2020년 1억 9,000달러, 2021년 5억 3,000달러로 급증했다(뉴욕대학교 래리 밀러 교수의 보고서 ‘How Streaming Has Impacted the Value of Music’ 참고).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스트리밍 시장이 성숙하면서 수익 자산으로서 음악의 가치가 명확해졌다. 과거를 보자. 음반은 오랜 기간 꾸준히 팔리지 않는다. 공연은 꾸준히 반복할 수 없으며, 아티스트의 건강 등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방송과 영화 삽입으로 인한 히트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스트리밍은 스스로 다름을 증명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이 최대 수익원이 된 것은 2017년부터다. 그 이후 5년간 스트리밍 매출은 3배 가까이 증가하며, 음악 산업 전체의 65%를 차지한다(국제음반산업협회 ‘Global Music Report 2022’ 참고). 스트리밍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오래된 노래가 꾸준히 소비되고,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빌보드’에 따르면, 발매 후 18개월이 경과한, 이른바 카탈로그 음악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여 2022년 상반기에 72.4%에 이른다. 이는 음악의 장기적 매출 구조를 바꿨다. 새로운 음악이 나온 첫 1~2년 동안 음반, 음원, 라디오 매출이 상당 부분을 기여한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스트리밍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 추세도 매우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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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ic Echoes
스트리밍이 대중화된 지난 5년 동안 이 모든 것이 경험 데이터로 증명되었다. 다시 말해 스트리밍 매출은 상당 기간의 미래에 대해 예측 가능하다. 다시 말해, 채권의 이자나 주식의 배당금과 비교 가능한 수익이 되었고, 이는 자본 시장에서 거래 가능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불을 붙였다. 스트리밍은 팬데믹 시기에 오히려 빠르게 성장했다.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자본에게 음악 자산은 경기 변동, 기업 실적 및 각종 외부 충격과 상관이 적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었다. 저금리 시대에 음악 자산은 채권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장했다. 주식 배당금처럼 기업의 의사결정에 좌우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저작권 수입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이에 음반회사와 같은 전통적인 시장 참여자, 힙그노시스(Hipgnosis) 등 저작권 전문 투자업체만이 아니라, 블랙록(BlackRock) 같은 대형 투자회사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이유가 많다. 팬데믹으로 공연을 할 수 없을 때, 카탈로그 판매는 일시에 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저금리 환경은 카탈로그 가격이 상승하는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카탈로그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기본 아이디어는 채권과 동일하다. 미래의 수익에 대한 예측이 같을 때, 이자율이 낮다면 현재의 판매 가격은 오른다. 여기에 1960~70년대의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이 생애 주기상 더 이상 공연이 어렵거나, 상속 문제 등 사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들은 동시에 수십년에 걸쳐 꾸준한 음악적 수요를 증명한 존재들이다. 밥 딜런, 닐 영, 폴 사이먼, 브루스 스프링스틴, 사후의 데이비드 보위 등 안정적인 카탈로그가 초대형 거래로 이어진 이유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히 다음 세대의 아티스트에게도 이어진다. 작년 말 저스틴 비버는 자신의 카탈로그를 2억 달러에 팔았다고 알려졌다. 닥터 드레도 올해 1월 최소 2억 달러 거래를 마쳤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퓨처 등 이 리스트는 따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아티스트만이 아니라 송라이터, 프로듀서 등도 자신의 저작권 지분을 판매하고 있다. 스트리밍 수익만이 아니라, 광고 등 영상 매체 사용 권한, 이름의 상표권, MD 등 부가 상품에 대한 권한 등 거래 대상과 조건도 매우 다양하게 발전 중이다. 대형 거래만 있는 것도 아니다. 기한이 정해진 거래를 통해 음악에 대한 소유권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에반에센스는 2003년 앨범 ‘Fallen’의 저작권을 30년간 양도하면서 7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2022년 이후 금리가 상승하고, 공연 시장이 재개되면서 카탈로그 거래 시장이 식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팬데믹 종식과 무관하게 스트리밍 시장이 여전히 단단하여, 카탈로그 가치에 영향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언젠가 반드시 일어날 대형 거래가 시장에 대한 관심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예를 들어 핑크 플로이드, 퀸, 빌리 조엘 등이 아직 시장에 나온 바 없다. 얼마 전 마이클 잭슨의 카탈로그 거래에 대한 뉴스도 있었다. 성사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거래가 될 것이다. 크고 작은 거래를 통해 여전히 유용한 투자 시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음악산업 안에서 예술의 순수성이라는 가치는 음악가를 특수하고 복잡한 존재로 만든다. 오랫동안 음악가에게 그가 만든 음악은 업적이자 유산(legacy)으로 여겨졌다. 이제 모든 음악가는 스트리밍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일종의 스타트업이나 다름없다. 지분을 팔고, 엑시트(exit) 할 수 있다. 스트리밍은 당신이 음악을 듣는 법만 바꾼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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