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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The New York Times

핑크팬서리스의 ‘Boys a liar Pt. 2’는 2월 3일에 공개되었다. 이 곡은 작년 11월에 나온 ‘Boys a liar’에 아이스 스파이스의 랩이 추가된 리믹스다. 공개 직후 1주일간의 성적을 집계하는 2월 18일 자 빌보드 핫 100에서, 이 노래는 14위로 데뷔했다. 핑크팬서리스는 핫 100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핫 100 첫 진입을 14위로 한 것도 놀랍지만, 그 이후의 꾸준함은 틱톡 바이럴이나 유튜브 뮤직비디오의 인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2주 차(2월 25일 자)에는 4위로 톱 10에 진입했다. 3주 차(3월 4일 자)에는 차트 1~2위를 독식 중인 마일리 사이러스의 ‘Flowers’와 SZA(시저)의 ‘Kill Bill’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같은 주간, 핫 100에 반영되는 스트리밍 성적은 1위였다. 그 이후 더 위켄드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Die for You’, 모건 월렌의 ‘Last Night’로 매주 1위가 바뀌는 오랜만의 혼전 속에서도 5위를 지키고, 라디오 성적을 계속 늘리며 차트에서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

 

2001년생 영국의 신인 아티스트는 갑자기 톱 10 히트 곡을 내고, 현재 가장 새롭고 뜨거운 이름이 되었다. 그녀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을 아무리 멀리 잡아도 틱톡에 직접 업로드한 트랙들이 바이럴을 탄 2020년 말~2021년 초에 불과하다. 2022년 1월, 영국 BBC가 매년 주목할 만한 신인에게 수여하는 ‘사운드 오브 2022’를 받고, 여러 플레이리스트에 자연스레 등재되기 시작한 이후로 보면 1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그를 알고 있던 사람도 충분히 갑작스럽다고 할 만하다. 하지만 질문은 ‘언제?’였을 뿐이지, 결국 어떤 계기로든 벌어질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 그녀는 최근 몇 년간 팝계의 어떤 흐름이 뭉친, 매듭 같은 존재다. 트렌드라는 줄을 당기다 보면, 반드시 손에 걸린다.

핑크팬서리스의 이름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Z세대 안에서 드럼 앤 베이스 장르가 재유행한다는 관찰과 시기적으로 같다. 드럼 앤 베이스라니? 최대한 대중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면, 드럼 앤 베이스는 1990년대 중후반 영국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유행한 일렉트로니카 흐름의 일부다. 언더월드, 케미컬 브라더스, 팻보이슬림, 프로디지의 시대였고, 드럼 앤 베이스는 골디와 로니 사이즈라는 스타를 낳았던 시절이다. 사운드로 설명한다면, 빠르고 복잡한 브레이크 비트, 둔탁하고 여러 층으로 쌓인 베이스 라인이다.

 

핑크팬서리스는 여기에 스스로 모든 것을 완성한 베드룸 팝 스타일과 달콤한 보컬의 톱 라인을 합친다. 불과 몇 초 안에 이목을 끌어야 하는 틱톡에서 귀에 쏙 박히는 브레이크 비트와 감각적인 멜로디의 결합이 불러온 예상 외의 파급은 지금 다시 봐도 신선하다. 이 유행은 현재 진행형이고, 확장 중이다. 올해 1월 발표된 ‘사운드 오브 2023’에서는 같은 흐름 안의 니아 아카이브스가 3위, 피리 앤 토미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는 미국에서 수년 전부터 저지 클럽 사운드가 각광받으며, R&B(시애라), 힙합(드레이크, 릴 유지 버트) 등 주류 장르와 결합한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저지 클럽은 1990년대 클럽/DJ 문화에 바탕을 두고, 브레이크 비트의 영향을 받은 사운드가, 특유의 댄스와 함께 틱톡에 적합한 모양을 띠고, 주류 장르에 융합되어 시장에 널리 퍼졌다. 여기에 스타일의 발전 과정에서 여성/인디 아티스트, 여성 리스너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도 유사하다. 우리는 드럼 앤 베이스 혹은 1990년대 영국의 레이브 음악 전반이 저지 클럽의 길을 따라가는 중간 단계를 보는 중일 수도 있다.

 

단, 핑크팬서리스를 포함한 더 젊은 세대는 틱톡을 중심으로 메이저 히트에 이르는 길을 스스로 닦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상 로-파이가 아닌) DIY, 베드룸 팝의 최근 역사를 보면 핑크팬서리스는 더 위켄드에서 빌리 아일리시로 이어지는 사례의 최신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위켄드는 이미 자신의 침실에서 완성된 상태에서 메이저 레이블에 발탁되었고, 빌리 아일리시는 침실에서 충분한 창작적 자유를 보장받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장르의 차이를 무시한다면, 동세대의 비바두비, 클레로와 오히려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활동을 시작한 2017~18년 무렵과 지금을 비교하면, 인디 록/팝과 레이브 음악의 차이보다, 유튜브와 틱톡의 차이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