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앨범 ‘BE’와 타이틀 곡 ‘Life Goes On’의 빌보드 차트 데뷔 성적은 다양한 기록을 한꺼번에 작성했다. 그리고 이는 방탄소년단 자신에게도, 미국 음악 산업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남긴다. ‘BE’와 ‘Life Goes On’이 빌보드 차트에서 남긴 성적을 통해 살펴보았다.
빌보드 200 차트
‘BE’는 빌보드 200 차트 1위로 데뷔했다. 빌보드 200 성적은 ‘환산 앨범 판매량’ 규칙을 따른다. 음반 1장은 디지털 음원 10곡, 무료 스트리밍 3,750회, 유료 스트리밍 1,250회와 같다. ‘BE’의 환산 성적은 24만2,000장이다. 미국 음악 산업에서 발매 첫 주 음반 판매 극대화를 노리는 시장 전략은 보통 (때때로 랜덤 부록을 포함하는) 다양한 버전 발매, 아티스트 홈페이지나 특정 소매점을 위한 한정판 등이 있다. ‘BE’의 음반 판매 성적은 디지털 앨범(9달러) 및 딜럭스 패키지(50달러) 두 가지로 거뒀다는 점에서 보다 주목할 만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BE’는 방탄소년단의 다섯 번째 1위 앨범이다. 2018년 ‘Love Yourself: Tear’ 이후 2년 6개월 만에 1위 앨범이 5개다. 최근 기록으로는 미국 래퍼 퓨처가 달성한 기록 이후 가장 짧은 기간이다. 퓨처는 2015년 ‘DS2’부터 2017년 ‘HNDRXX’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역대 최단 기록은 1964년 데뷔 이후 비틀즈의 1년 5개월이다.
- 지난 3월 7일 자 차트의 ‘Map of the Soul: 7’에 이어, 방탄소년단은 2020년에 1위 앨범을 2개 갖게 됐다. 올해 1위 앨범 2개는 영보이 네버 브로크 어게인과 방탄소년단뿐이다.
- ‘BE’는 영어로 발표한 ‘Dynamite’를 수록하지만, 앨범의 대부분이 영어가 아닌 언어로 돼 있어 외국어 앨범으로 분류된다. 지금까지 비영어 앨범 1위는 11번이고, 그중 5번은 당연히 방탄소년단이다. 그 시작은 2018년 ‘Love Yourself: Tear’인데, 조시 그로반, 일 디보 등 클래식 크로스오버 앨범을 제외하면 1995년 셀리나의 ‘Dreaming of You’ 이후 23년 만이었다.
‘Life Goes On’은 핫 100 차트 1위로 데뷔했다. 핫 100 성적은 스트리밍, 음반/음원 판매, 라디오 성적을 종합하여 선정한다. 각 성적의 반영 비율은 매주 조정되고,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Life Goes On’은 스트리밍 1,490만 회로 14위, 음원 12만9,000곡으로 1위를 했다.
- 방탄소년단의 3번째 1위 곡이다. 9월 5일 자 1위 ‘Dynamite’를 시작으로 ‘Savage Love (Laxed – Siren Beat)’를 거쳐 정확히 3개월 만이다. 비지스가 1977년 말부터 1978년 초에 걸쳐 2개월 3주 만에 3곡을 1위에 올린 이후 최단 기록이다. 그 3곡은 ‘How Deep Is Your Love’, ‘Stayin’ Alive’ 그리고 ‘Night Fever’다. 이 분야의 역대 최단 기록도 역시 비틀즈인데, 1964년의 2개월하고 3일이다.
- 방탄소년단은 2020년에만 1위곡 3개를 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Stuck With U’, ‘Rain On Me’, ‘Positions’ 이후 처음이다. 그룹이 같은 해에 1위에 3곡을 올린 것은 1979년의 비지스 이후 최초다.
- ‘Dynamite’와 ‘Life Goes On’은 모두 빌보드 차트에 1위로 데뷔했다. 방탄소년단은 1위 데뷔곡 2개를 보유한 최초의 그룹이다. 올해 1위 데뷔가 워낙 많아 흔한 것처럼 보이지만, 핫 100 차트 역사 전체에 걸쳐 46곡에 불과한 기록이다.
- 한국어 노래 최초의 1위다. 비영어곡이 1위로 데뷔한 것도 처음이다. ‘Despacito’ 이후 1위 오른 첫 비영어곡이다. 그 전에는? 1996년의 ‘Macarena’다. 그 전에는? 1987년의 ‘La Bamba’다.
- ‘Dynamite’도 다시 주목받으면서 14위에서 3위로 올라왔다. 그룹이 핫 100 차트 5위 이내에 2곡을 올린 것은 2009년 블랙 아이드 피스 이후 처음이다.
- ‘BE’에 수록된 노래 7곡이 모두 핫 100 차트에 진입했다. 1위 ‘Life Goes On’부터 72위 ‘Dis-ease’(‘병’)까지다. 이것으로 방탄소년단은 총 19곡의 핫 100 차트 진입곡을 갖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이 4곡 이상을 핫 100 차트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로 데뷔한 앨범이 핫 100 차트에 수록곡 대부분을 올리는 것은 주로 스트리밍 성적이 높은 힙합 장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방탄소년단의 신작 공개 시 첫 주간 스트리밍이 상당한 수준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글로벌 200 /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
‘Life Goes On’은 글로벌 200과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에서도 1위로 데뷔했다. 두 차트는 빌보드가 지난 9월 새롭게 선보인 것으로, 전 세계 200여 지역의 스트리밍과 디지털 음원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집계한다. ‘Life Goes On'의 글로벌 200 차트 성적은, 스트리밍 1억5,000만 회, 음원 판매 8만4,000곡이다. 스트리밍 성적은 글로벌 200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성적이다.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 성적은 1억3,800만 회, 음원 판매 4만2,000곡이다.
- 방탄소년단의 핫 100 차트 1위곡 3개는 모두 글로벌 200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200에서 3번 1위에 오른 최초의 아티스트다. ‘Dynamite’도 3위로 다시 올라왔다.
- 방탄소년단은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에서 ‘Dynamite’와 ‘Life Goes On’으로 2번 1위에 오른 최초의 아티스트가 됐다.
- BTS는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 13번째 1위를 차지했다. 아티스트 100은 음악 판매 및 소비 성적과 더불어 소셜 미디어 반응을 종합하는 아티스트 차트다. 1위 13회는 역대 6위 기록이다. 테일러 스위프트, 드레이크, 위켄드, 아리아나 그란데, 포스트 말론 다음이다. 바로 아래에는 저스틴 비버와 에드 시런이 있다.
-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과 핫 100, 2개 차트에서 동시에 1위로 데뷔했다. 이는 테일러 스위프트와 방탄소년단만이 보유한 기록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지난 8월 발표한 앨범 ‘Folklore’와 싱글 ‘Cardigan’으로 역사상 최초로 기록했다.
-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200, 핫 100,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아티스트 100 차트가 2014년 시작된 이래 9명의 아티스트가 달성한 기록이다. 드레이크,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아리아나 그란데, 에드 시런, 위켄드, 카밀라 카베요, 켄드릭 라마 그리고 방탄소년단.
기록적인 차트 성적은 미래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그래미 시상식의 투표에는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영어 노래였던 ‘Dynamite’와 달리 ‘Life Goes On’은 이후 어떤 반응과 평가를 남길 것인가? 그에 대한 장황한 답변을 대신하여 할 말이 있다면 이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음악 산업에서 올해 최고의 팝 그룹이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보다 성공적인 팀을 예상하기 어렵다.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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