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을 돌아보며 채원은 변화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르세라핌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피어나 덕분에 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그 말들 위에 뿌리를 내리고 채원이 피워낸 스스로에 대한 믿음.

데뷔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컴백하게 됐어요. 리더가 된 지도 1년이 됐고요. 

김채원: 벌써 데뷔하고 1년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회사에서 리더를 제안해주셨을 때 제가 ‘하겠다’고 한 건 되게 큰 용기를 낸 거였는데, 그때 왜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했는지 모르겠어요.(웃음) 활동하다 보면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느 정도 부담감은 사람한테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리더를 하면서 책임감도 생기고 더 성장한 느낌이 들거든요. 

 

어느 정도 부담감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가 뭘까요? 

김채원: 리더다 보니까 멤버들을 대표해서 해야 되는 일도 많고, 제가 잘해야 하는 그런 부담감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먼저 말도 잘해주고 멤버들이 부담감을 덜어줬어요. 지금은 다 같이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라 되게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에서 과거랑 달라진 자신에 대해 “이전에는 나에 대한 고민과 생각조차 안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저의 진짜 모습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멤버들과 르세라핌 활동을 하면서 많은 부분이 성장한 것 같아요. 

김채원: 전에는 저에 대해서 ‘나는 왜 이걸 하고 싶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내가 지금 어떤 마음이고’라는 생각을 거의 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성격 자체가 워낙 흘러가는 대로 살고, 다 받아들이는 성격이어서요. 너무 어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르세라핌 데뷔를 준비하면서부터 이 팀 자체가 저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니까, 제가 저를 모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나는 어떤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저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르세라핌은 멤버 개개인의 이야기가 앨범의 메시지로 연결되는데, 그 점이 본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할까요? 

김채원: 완전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원래 친구들이랑 대화할 때도 주로 많이 듣는 편이거든요. 그게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은 그런 사람이어서요. 제 이야기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지금 무슨 감정인지도 잘 표현을 못하는데, 르세라핌을 하면서 이렇게 노래나 퍼포먼스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으니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점점 감정 표현이나 스스로 표현하는 것도 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특히 채원 씨의 표현력이 많이 필요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콘셉트 포토로 공개된 ‘BLOODY ROSE’ 버전의 9컷 분할 사진에서 처음에는 눈물이 맺혀 있다가, 상처가 얼굴에 많아질수록 점점 독기가 찬 눈빛으로 변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김채원: 전에 “저는 타격을 받거나 누가 막 뭐라 하면 더 불타오르는 그런 성향”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전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오기가 생기는 성격이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이번 사진을 통해서도 표현할 수 있어서 되게 좋았어요. 그래서 촬영할 때도 상처가 생길수록 더 이렇게 독기 있는 표정을 지었고요.

타격을 받으면 위축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오기가 생기고, 어떻게 원동력처럼 느낄 수 있는 건지 궁금해요.

김채원: 저는 진짜 절 좋아해주는 분들도 원동력이 되지만 쓴소리해주는 분들도 그래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오히려 편견을 더 부수고 싶고, 더 잘해내고 싶거든요. 전 자존심도 강하고 누가 뭐라고 하면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물론 있는데,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을 하다 보면 사실 누가 조언해주고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더라고요. 계속 칭찬해주고 잘해주는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해주고 바로잡아주는 사람도 감사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말도 저를 성장시킬 수 있는 거니까, 감사하게 받아들이려 하고 있어요.

 

타이틀 곡 ‘UNFORGIVEN (feat. Nile Rodgers)’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해요. 

김채원: 이번 앨범 전에는 “나 ‘FEARLESS’야. ‘ANTIFRAGILE’이야.” 이런 우리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우리를 보고 용기를 내서 같이 손잡고 나아가 보자.”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Unforgiven yes I was bleeding / 힘없이 늘 져야만 했던 싸움 / But I ride” 파트가 저랑도 잘 맞는 가사인 것 같고요. 전 어떤 시련이 와도, 누가 뭐라 해도 앞을 바라보며 제 길을 계속 걸어 나갔거든요.

 

그 파트의 안무에도 그런 마음이 담긴 것 같았어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앞으로 나오는 안무만큼 표정이나 눈빛도 돋보이더라고요. 

김채원: 맞아요.(웃음) 바닥을 기어 나오는 그 부분을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련을 당하고 걸을 힘이 없어도 ‘나는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마음을 눈빛과 표정으로 표현했거든요. 안무 자체가 진짜 표정을 보여주는 안무라 표정 연기에 되게 공들였어요. 이게 조금만 잘못하면 좀 엉성하고 이상하게 되다 보니(웃음) 열심히 연구하면서 연습했어요. 

 

표정 연습은 주로 어떻게 하고 있어요?

김채원: 우선 가사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표정을 연구하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연습실에서 표정 연습을 하기보다 자기 전 화장실에서 잠깐 노래를 틀어놓고 혼자 거울 보면서 연습하는데, 그때 되게 잘 나오더라고요. 화장실에서 잘 나오는 것 같아요.(웃음) 멤버들끼리 서로 봐주는 건 너무 부끄럽고(웃음) 다들 알아서 잘하기도 하고요.

 

이번 안무가 서로 기대거나 지탱해주는 동작들도 있고, 팀워크가 특히 중요한 안무가 많은데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맞춰 갔나요?

김채원: 혼자서는 소화할 수 없는 안무들이 많아서 “누구라도 아프고 누구라도 빠지면 안 된다. 이번 활동 건강하게 하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 안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지금은 엄청 잘 맞추고 있고요.(웃음) 아! 그리고 라이브 연습할 때 마이크를 끼고 하는데 윤진이가 허리를 꺾고 옆에서 저랑 은채가 잡아주는 그 파트에서 윤진이의 마이크가 살짝 내려간 거예요. 그때 저도 모르게 윤진이 마이크를 딱! 올려주고, 자연스럽게 다음 동작을 해서 다들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그때 진짜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합이 되게 잘 맞는다는 걸 느꼈어요. 딱 그 포인트에서.

전에 멤버들끼리 “‘ANTIFRAGILE’보다 힘든 건 없을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 안무 난이도도 굉장히 높아요. 준비하느라 많이 힘들었겠어요. 

김채원: 뭔가 저희는 항상 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웃음) ‘ANTIFRAGILE’이랑 다르게 힘든 것 같아요. 그때는 근력 운동이라면 지금은 유산소 운동?(웃음) 이번 퍼포먼스도 한 앨범 안에 진짜 여러 장르가 있거든요. 너무 다른데도 ‘이걸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보다 ‘또 어떤 모습의 내가 나올까?’ 이런 기대를 하게 되더라고요. 보컬도 새로운 장르의 곡이 있어도 오히려 ‘어떻게 하면 내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마인드로 바뀐 것 같아요. 곡도 다 다른 콘셉트라 준비하면서 되게 재밌었고, 특히 이번에는 파워풀한 가창을 더 보여드리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Fire in the belly’를 너무 좋아해요!(웃음)

 

어떤 점이 너무 좋으세요?(웃음)

김채원: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기도 하고 녹음하면서 ‘내가 이런 노래를 불러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벌써부터 무대할 생각에 너무 신나고 설레요.(웃음) 진짜 모든 앨범들 노래 중에 최애예요!

 

그 곡에서 “너 내 동료가 돼라”도 하잖아요.(웃음) 

김채원: 사실 파트가 안 정해져 있을 때 ‘와, 이거 대체 누가 할까?’ 이런 생각도 들긴 했는데 딱 제가 하게 된 거예요.(웃음) 그래도 메시지를 전하기에 꼭 필요한 한 마디인 것 같고, 그 중요한 파트를 제가 맡아서 정말 감사했습니다.(웃음)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에서 채원 씨가 “하면 돼 그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게 생각나요. 

김채원: 하기 전에는 항상 하기 싫죠. 하기 싫고 힘드니까. 근데 막상 하면 또 괜찮거든요. 항상 그랬거든요. 오히려 시작하면 또 거기에 집중하게 되고, 하면 또 결과도 좋고. 항상 하기 전이 힘든 거지, 막상 시작하면 괜찮은 적이 많았어요. 

 

계속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을 하는 게 부담스럽거나 하진 않아요? 

김채원: 이 상황을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으니까 그냥 하는 것 같아요. 적응하는 시간하고 시작하는 시간이 따로 있기보다 하면서 적응해 나가는 타입인 것 같아요.

 

앨범에 담긴 신곡의 첫 곡 ‘Burn the Bridge’는 “나에 대한 확신이 있다.”라는 채원 씨의 말로 시작해요. 정말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것 같아요. 

김채원: 매 순간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제는 나를 믿어야지.’라는 생각이 있어요. 이렇게 최선을 다한 건 제가 가장 잘 아니까요. 그래서 ‘나 열심히 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한 만큼 잘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절 믿고 확신을 가지는 것 같아요. 일단 저부터 저를 믿어야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의지가 되고 믿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걸 할 때 걱정은 하지만 그런 것도 채원 씨의 표현처럼 “기분 좋은 떨림”으로 만드는 걸까요?

김채원: 맞아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걱정도 기분 좋은 떨림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기분 좋은 떨림을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팬분들 덕분이고요. 팬분들이 무대마다 엄청 좋아해주시니까 그런 걸 보면서 더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요.

 

그 점에서 첫 팬 송 ‘피어나 (Between you, me and the lamppost)’를 작사한 게 의미가 더 클 것 같아요. 지난 활동 비하인드 영상에서 이번 앨범 목표로 ‘단체 작사’를 꼽기도 했죠. 

김채원: 팬분들한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곡이라 꼭 단체 작사를 하면 좋을 것 같아 멤버들 모두 정말 열심히 작사를 했어요.(웃음) 힘들고 지칠 때에도 피어나가 딱 앞을 보게끔 만들어주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곡을 녹음할 때, 스케줄 끝나고 퇴근하는 길에 위버스에서 팬분들 응원 메시지를 보던 그때의 감정을 생각하며 불렀어요. ‘날 밝혀주는 건 나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덕분이다.’ 이런 감정이었어요. 그래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이 곡을 연습 끝나고 퇴근할 때 많이 듣고 있는데 그때마다 진짜 좀 울컥하더라고요. 

표현을 잘 못한다고 하지만 채원 씨만이 가진 세심하고 다정한 표현 방식이 있는 것 같아요. 팬과 멤버들을 생각하며 가사를 쓰는 것도 그렇고, 위버스 댓글에서도 나오는 모습이 ‘ISTP식 다정함’이라고도 불리던데요.(웃음) 

김채원: 그렇게 불러주시더라고요.(웃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지, 저도 표현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팬분들이 제 표현 방식을 알아주시고, 받아들여주시고, 좋아해주시니까 감사하죠.(웃음)

 

그런 표현법이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드는 부분도 있나요? 사쿠라 씨 생일 편지에 “가끔 힘들고 지칠 때는 우리한테 그리고 피어나한테 기대도 돼요. 그러니깐 티 내주세요.”라고 했어요. 

김채원: 맞는 것 같아요. 저도 힘든 게 있을 때 잘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라, 티 내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 딱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잘 못하긴 하는데 ‘저 사람들은 더 힘든 내색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있어요.

 

채원 씨는 왜 그런 걸 티를 잘 안 내는 것 같아요?

김채원: 성격 자체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지금 리더이기도 하고 힘든 걸 티 내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제가 지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책임감도 있고요.

 

그래도 멤버분들이라면 알아줄 것 같아요.

김채원: 맞아요. 사실 멤버들은 그냥 존재만으로도 든든해요. 어떤 얘기를 하지 않아도요. 힘들 때 멤버들이랑 사소한 이야기하고 장난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런 사소한 것만으로도 되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멤버들의 존재만으로도.

 

채원 씨를 “좀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게끔 만드는 팬분들도 있고요.

김채원: 제가 지금 이렇게 열정적이고 열심히 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이 팬분들이에요. 힘들고 지칠 때도 팬분들이 앞에 있어주신 덕분에 힘이 날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더 소중하고, 팬분들 덕분에 제 장점을 많이 알아가게 된 부분도 있고요. “채원이는 이런 점이 너무 좋다.”라는 걸 들으며 스스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저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팬분들께서 저랑 멤버들을 보고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글이 많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도 팬분들의 원동력이 되고, 정말 좋은 자극이나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이유가 피어나분들이기 때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존재이자 원동력이 되면 좋겠어요. 서로가 서로에게요.

Credit
글. 이지연
인터뷰. 이지연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사진. LESS / Assist. 이수정, 박순석
아티스트 의전팀. 김형은, 김아리, 손나연, 신광재, 김현호, 박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