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여기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이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처럼 등장한다. 지난 4월 4일 스포티파이와 유튜브에 ‘Heart on My Sleeve’라는 노래가 등록되었다. 이 노래는 인공지능으로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목소리를 흉내 낸 신곡이다. 4월 중순 무렵 이 노래가 바이럴을 타고, 틱톡에서만 1,5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4월 17일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소속사인 유니버설 뮤직의 요청으로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이 노래가 삭제된다. 유니버설 뮤직은 이 사건이 음악 생태계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역사의 어느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티스트, 팬, 인간의 창조적 표현, 아니면 사기를 통해 아티스트의 정당한 대가를 부정하는 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목소리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경우처럼 존재한 적 없는 신곡에 그들의 노래를 넣을 수 있다. 오아시스의 가짜 신곡을 만들어내고 리암 갤러거가 노래하도록 할 수도 있다. 새로운 노래를 만들 필요가 없는 인공지능 커버는 이미 레드 오션이다. K-팝만 봐도 브루노 마스가 부르는 뉴진스, 마이클 잭슨이 부르는 피프티 피프티 등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아직은 인공지능 보컬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퍼플리시티 권리 등 복잡한 법률적 문제도 제기된다.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서두른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크다. 목소리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곧 인공지능이 새로운 트랙 하나를 스스로 만들어 내도 놀랍지 않다. 음악업계의 인공지능 음악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질적 수준, 다시 말해 얼마나 그럴듯한가에 있지 않다. 속도와 양적 팽창이다. 이미 매일 10만 곡의 신곡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인공지능은 최신 유행을 흉내 낸 음악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 스트리밍 플랫폼에 쏟아 넣을 수 있다. 스트리밍 사기가 수익의 강탈이라면, 인공지능 음악은 희석이라는 새로운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사기와 인공지능은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악의적, 의도적인 스트리밍 사기꾼에게 인공지능은 새로운 날개나 다름없다. 스트리밍의 발달이 이런 커브를 만나리라 예상한 사람이 있을까? 영원한 낙원은 없다.
음악에서 인간의 창의란 무엇인가 묻는 철학적 질문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한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결국 한 번쯤은 답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며 굳이 사람이 필요할까 생각한 적이 있는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스타워즈’ 예고편은 얼마나 근사한가? 챗GPT가 써준 이력서 초안은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데 잠깐,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음악은 어떤가? 여기서 멈칫하게 된다면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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