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HYPEN 멤버로 결정된 순간이 기억나나요?
성훈: 그때 제가 여섯 번째로 호명됐는데, 긴장을 많이 했어요. 3개월 동안 그렇게 고생했는데 데뷔를 못하면 허무할 것 같아서. 그래서 제 이름이 딱 불렸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정말 안심이 됐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데뷔를 하게 됐어요.
성훈: 그전까지만 해도 데뷔한다는 게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 실감이 나요. 집에서 TV로만 보던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신기하기도 하고, 바쁘지만 재밌게 활동하고 있어요.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아서 처음에 시작할 때는 살짝 걱정되고 긴장도 되는데, 막상 하다 보면 적응이 돼서 재밌어져요.
‘I-LAND’에서 여동생 이야기를 했었는데, 동생이 데뷔 후에 모니터링을 해주나요?
성훈: 동생은 뭐... 저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웃음) 방송에서 이런 게 나왔다, 어떤 게 이슈가 됐다, 그런 얘기를 가끔 하긴 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연락을 잘 안 해요.
동생과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던데요.
성훈: 사이가 좋긴 한데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웃음) 사실 싸우기보다는 티격태격하는. 제가 어릴 때 또래 애들이랑 많이 못 놀고 동생이랑 많이 놀면서 컸어요. 저랑 동생이랑 다섯 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듬직한 오빠보다는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I-LAND’에서 어머니가 써주신 편지를 보고 엄청 울었어요.
성훈: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낸 적이 거의 없기도 했고, 그때 여러 테스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상황이어서 눈물이 많이 났어요. 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가족들이 저에 대한 서포트를 많이 해줬거든요. 거의 저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움직였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있고, 좀… 되게 많이 감사해요. 이제는 제가 따로 떨어져 지내잖아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부모님이 그동안 저 때문에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선지 ENHYPEN 결성 후에는 성훈 씨가 훨씬 밝아진 것 같더라고요.
성훈: 원하던 일을 하고 있어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멤버들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가끔 답답하거나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문제를 잘 해결하고 나면 전우애 같은 감정도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멤버들하고 같이 있으면 재밌어요.
브이라이브(V LIVE)에서 성훈 씨가 ‘02즈’ 방송 때 편하고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실제로 셋이 같이 있으면 어떤 모습이에요?
성훈: 멤버들 다 같이 가족처럼 지내는데, 저희 셋의 관심사가 같아서 그런 것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편이기는 해요. 얼마 전에는 같이 요리도 했어요. 제이가 주도해서 부침개를 부쳐봤는데, 좀 짜기는 했지만(웃음) 먹을 만했어요.
제이 씨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데 처음에 어떻게 친해졌어요?
성훈: 저는 처음에 낯을 많이 가려서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인데, 제이가 먼저 다가와줘서 친해졌어요. 제이같이 쿨하고 털털하고, 또 어떻게 보면 살짝 ‘허당기’ 있는(웃음) 그런 친구가 옆에 있어서 마음이 편안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성훈: 제이랑은 ‘I-LAND’ 방송 시작 때 같이 유닛 무대를 하기도 했고, 서로 통하는 게 많아서 춤으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제이랑 저랑 상반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게 조화가 잘돼서 오히려 색다른 매력을 주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에서 표정 연기가 ‘I-LAND’ 때보다 많이 늘었던데요.
성훈: 거울 보면서 많이 연습하기도 했고, 가사의 분위기나 뉘앙스를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Given-Taken’의 ‘저 왕관의 / 흐르는 피’ 부분도 가사 자체가 강렬하게 느껴져서 섹시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고, 후렴구도 좀 더 강렬한 느낌의 표정으로 표현했어요.
‘Given-Taken’ 후렴구에서 정말 강렬한 느낌을 주더라고요.
성훈: 그때가 딱 느리게 변하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정말 표정으로 분위기를 다잡고 가야 돼서, 다 같이 모여서 슬로모션으로 바뀔 때 눈빛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가 처음에는 정면을 보고 있다가 조금씩 고개를 틀거든요. 그런 부분에도 포인트를 줬어요.
반면에 ‘10 Months’ 무대는 어땠나요? 귀여운 느낌을 소화하는 걸 좀 어려워했었는데. (웃음)
성훈: (웃음) 제가 ‘Chamber 5’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도 다크한, ‘Given-Taken’ 같은 분위기의 곡이 좋긴 한데, ‘10 Months’ 같은 청량 콘셉트도 이제 좀 익숙해졌어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가사를 생각하면 표정이 잘 나오는 것 같아요.
‘10 Months’ 가사를 보면서 어떤 노래라고 생각하고 표현한 거예요?
성훈: 누군가에게 이른 사춘기가 왔는데 자기는 사춘기가 왔다는 걸 모르는, 근데 또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좋아하는 상대한테 얘기하는 그런 느낌을 생각했어요. 저도 비슷하게 사춘기가 왔는데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저는 사춘기가 심하게 왔었던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니까요. 확실히 사춘기가 있기는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그냥 지나간 것 같아요.
오랫동안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활동해온 경험이 표정 연기와 퍼포먼스에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성훈: 피겨스케이트 할 때 제가 표정 연기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때 선율에 관한 느낌을 기억하고 있고 아련한 느낌의 연기를 많이 해서, 그런 데 있어서는 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근데 아직 부족해서 되게 많이 연구를 했고, 혼자 셀카를 찍어보면서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피겨스케이트를 오래 해왔으니까 운동신경이 많이 발달해서, 예를 들어 애크러배틱 같은 걸 많이 배우지 못했어도 막상 하면 거의 바로바로 잘되는 것 같아요. 다들 제가 안 좋은 습관 없이 깔끔하게 춤을 춘다고도 하고, 춤 선이 좀 더 부드럽고 예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댄스 연습할 때 보통 거울 앞에서 하니까 거울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제가 피겨스케이트 했을 때는 거울 앞에서 거의 연습을 안 했거든요. 그래서 거울에 의지하는 습관이 없다 보니까 무대에서나 카메라 앞에서도 퍼포먼스가 연습 때처럼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성훈: 처음에는 부모님께서 활동적인 것을 해보자고 하셔서 아이스하키를 먼저 하다 김연아 선수를 보고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했어요. 스케이트 타는 게 재밌어서 하다가, 선수가 되고 나서는 대회에 나가서 성적을 내고 메달을 따는 데 생기는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 열심히 연습을 했어요. 중간에 잠깐 슬럼프가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기 싫었던 적은 없었거든요. 피겨스케이트를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되게 컸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꾸준히 했었죠.
어떻게 선수 생활과 아이돌 연습생을 병행하게 된 건가요?
성훈: 당시에 빅히트에서 연락이 많이 왔었어요. 부모님이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고 의견을 주셨는데, 아이돌 준비를 하면 춤이나 표정 연기 같은 것들도 배우니까 피겨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둘을 병행하기로 했어요. 하면 할수록 연습생 친구들과 지내는 것도 재밌고, 다른 아티스트분들의 멋진 무대를 보니까 저도 그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아이돌에 대한 마음이 커졌어요.
피겨스케이트를 포기하기는 어렵지 않았나요?
성훈: 피겨스케이트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쉽게 놓지 못했어요. 그래서 2년 동안 피겨스케이트와 아이돌 준비를 병행해왔던 거예요. 그러다 ‘I-LAND’ 참여가 결정돼서, 그때부터 방송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양쪽 모두 많은 연습량이 필요했을 텐데요.
성훈: 다른 연습생들이 학교 갈 때 저는 운동을 하러 갔어요. 그래서 아침에는 운동을 하고 끝나면 회사로 출근하는 식으로 병행했어요. 부모님께서 많이 케어를 해주셨어요. 차로 태워다 주시고, 끝나면 데리러 오시고, 여러 가지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제가 더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어요.
‘연습’이 특히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 같아요. 데뷔 쇼에서도 연습하면서 멤버들한테 답답한 적이 많이 있냐는 질문에 쓰고 있던 강아지 귀가 움직였잖아요.(웃음)
성훈: 아(웃음) 멤버들이 평소에 집중을 못하거나 그럴 때 그냥 살짝 답답했던 거고요. 저는 연습이 잘 안 되어 있으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원래도 자신감이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연습으로 채우려고 많이 했어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칭찬을 많이 해준다고 하던데,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성훈: 효과가 있긴 한데, 너무 과해지면 약간 허세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웃음) 근데 말이라도 그렇게 하면 진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평소에 자기 비하를 많이 했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할 바에 그냥 뻔뻔한 말들을 많이 해주라고 해서, 그때부터 생긴 멘탈 관리법이에요. ‘나는 잘생겼다’, ‘나는 못하는 게 없지’, ‘다 할 수 있다’, 이런 말들을 스스로 해주면 자신감이 좀 붙어요.
성훈: 혼자 있을 때보다 서로 의지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더 좋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그렇게 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제 개인에게 집중했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팀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멤버들이랑 같이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벌써 가족 같고 형제 같은 느낌이에요.
다른 환경에서 지내온 7명이 함께 생활하는 게 초반에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성훈: 성격이 다 다른데 계속 같이 붙어 있다 보니까 부딪히는 부분이 많기는 했어요. 그러다 어느새부턴가 다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리더의 주도로 팀을 객관적으로 보고 대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모여서 얘기하는 습관이 조금씩 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정원 씨가 “성훈 씨가 티 안 나게 자신을 도와주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어요.
성훈: 제가 그래도 형 라인이니까, 리더가 혼자 다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면서 도와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멤버들이 리더의 말에 집중 못하고 있으면 집중을 시켜서 모이게 한다든가, 문제가 있거나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리더에게 의견을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정원이가 리더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멤버들이 팀의 성공을 위해서 자기 손해도 기꺼이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으로 성훈 씨를 뽑기도 했어요.
성훈: 원래의 저였으면 전혀 아니었을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까 지금의 저는 또 다를 것 같긴 해요. 지금은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피겨스케이트를 하면서 좀 더 활동성 있게 바뀌었거든요. 피겨스케이트를 할 때보다 연습생이 되고선 더 바뀌었고요. 운동할 때보다 또래들이 훨씬 더 많잖아요. 그래서 친구들과 어색함 없이 노는, 그런 사회성이 생겨서 더 변한 것 같아요. 지금은 전보다 확실히 더 뻔뻔해진 것 같고, 말도 많아지고, 더 밝아진 것 같고.
후에 또 어떤 사람으로 변하고 싶나요?
성훈: 전부터 항상 방탄소년단 선배님들 무대를 보면서 아이돌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배님들처럼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고, 아우라를 내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번은 회사 라운지에서 정국 선배님을 마주쳤는데, 선배님이 인사를 엄청 밝게 받아주시고 파이팅하라고 말씀해주셔서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웃음)
이렇게 성공적인 데뷔를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성훈: 팬들 앞에서 무대를 즐겁게 하고 싶은데 녹화 방송만 하니까,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걱정이 있기도 해요, 상황이 좋아지고 팬들 앞에서 무대를 할 때 긴장을 많이 해서 잘 못 보여주면 어떻게 하나. 그래도 지금은 무대를 한다는 것 자체로 재밌어서, 팬들을 현장에서 만나기 전까지 성장하는 데 목표를 두고 활동하고 있어요. 이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저희가 어떤 팀인지, 무대를 통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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